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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21화 (121/194)

121화

“네?! 시오니아로 가자구요?!”

안나는 마하임의 부탁에 화들짝 놀랐다. 시오니아는 제국은 예나 지금이나 폐쇄적인 국가였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시오니아 제국의 국민은 마음대로 거주지를 바꾸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이웃 나라와의 전쟁으로 타국 사람들의 입국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었다.

“이거면 일단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요?”

“시오니아 황제가 직접 작성한 통행증?! 와! 이거 완전 레어템인데요? 이거라면 일단 입국은 가능하겠네요.”

마하임이 내밀은 통행증을 보자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안나는 마하임을 바라보며 말했다.

“통행증이 있다고 해도 무척 위험한 도박인 거 아시죠.”

“네. 그래서 안나에게 부탁드리는 겁니다. 게다가 비공정을 가진 사람도 안나뿐이고.”

“좋아요.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요.”

“뭐죠?”

“무사히 다녀오면 저와 데이트해 주세요!”

안나의 외침에 마하임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직도 안나는 마하임 자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은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데이트 정도라면…. 아직 시아라와 결혼을 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시아라의 모습이 떠올랐다. 최근 한 달간 그녀의 흔적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시아라의 무력이라면 나쁜 일을 당했을 확률은 낮았지만, 적잖아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좋아요! 비공정 정비도 해야 하고, 보급도 해야 하니까, 내일 아침에 8시에 출발하기로 하죠.”

신난 듯 안나가 말했다. 마하임은 고개를 끄덕인 뒤 안나의 공방에서 나왔다. 안나의 공방에서 나오자마자 보인 것은 샤오랑과 루다크였다.

“윈디 님에게서 들었다. 너 시오니아 제국으로 갈 거라며?”

루다크는 뭔가 조금 쑥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 그다지 숨길 만한 일도 아니었기에 마하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샤오랑이 말했다.

“우리도 데려가시오. 분명 도움이 될 것이오.”

“뭐, 난 별생각 없지만 고향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말이야. 겸사겸사 나도 도와주지.”

둘의 말에 마하임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는 알타베르나의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난 것에 불과했다.

그런데도 어쩌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는 일에 끼어들려 하고 있었다.

“죽을지도 모릅니다.”

“사, 상관없소! 마하임 공자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있소.”

“흥, 전사에게 있어서 죽음은 항상 따라다니는 그림자와 같은 것이지. 내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마하임의 협박 아닌 협박에도 둘은 전혀 물러서지 않았다.

시오니아 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료가 있다는 것은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샤오랑과 루다크의 실력은 웬만한 길드의 해결사보다 훨씬 뛰어났다.

“좋습니다. 내일 아침 8시 출발입니다.”

이 말을 들은 안나와 루다크는 미소를 지었다. 마하임의 시오니아 원정은 그렇게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기이이잉 슈우우우우-

경쾌한 엔진 소리와 함께 안나의 비공정이 바람을 가르며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 비공정은 안나가 지난번 가르샤에 가서 가져온 것으로, 제트 추진 방식의 최신형 비공정이었다.

일반적인 비공정은 공기보다 가벼운 기체 헬륨이나 수소를 이용해 부력을 형성시켜 비행했다.

안나의 비공정 역시 기본적으로 헬륨을 부력 형성에 사용하고 있었지만, 추진 방식은 기존의 프로펠러 방식을 버리고 수소 제트 엔진을 사용해 아음속의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빠른 건 좋은데 말이야…. 우에엑!”

루다크는 비공정 갑판에 나와 다시 한번 헛구역질을 했다. 이미 뱃속에 토할 것은 남아 있지 않았지만 그의 멀미는 나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아, 하아 말을 마시오. 죽겠소이다.”

그리고 그것은 샤오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텅 빈속에서는 이제 위액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역질은 멈추지 않고 계속 나왔다.

마하임은 멀미를 하는 둘을 바라보고서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다.

“시오니아 제국까지는 얼마나 걸릴 것 같습니까?”

“지금 이 속도면 4-5시간 정도 걸릴 거예요.”

“역시 빠르긴 하군요. 마차를 타도 한 달은 걸릴 거리인데.”

“당연하죠. 가르샤의 비공정은 시오니아 제국에 납품을 할 정도로 뛰어난 성능을 자랑한답니다.

거기다 이 녀석은 최신작이고, 제가 커스텀까지 했어요. 현재 존재하는 비공정 중 제 비공정보다 빠른 녀석은 없을걸요?”

자랑스러운 듯 안나는 말했다. 속도가 빨라서인지 몰라도 기체가 조금 덜컹거리는 것 빼고는 탑승감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샤오랑과 루다크의 멀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어? 이게 뭐지?”

신나게 떠들던 안나는 말을 멈췄다. 전방에 붙어 있는 입체 영상 계기판에 뭔가 이상한 것이 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레이더에 비공정으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잡혔어요. 8대 정도인데, 편대 비행을 하는 것을 보아 군용 비공정이 확실해요.”

안나는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8대씩이나 비공정을 한꺼번에 운용할 수 있는 나라는 시오니아 제국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8대는 지금 안나의 비공정으로 급속 접근 중이었다.

“아무래도 전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예상한 사태였지만 생각한 것보다 그것은 빨리 다가왔다.

보통 이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면 상대 비공정에서 뭔가 반응이 있어야 할 터인데, 저 비공정들은 그저 안나의 비공정을 향해 돌진을 해 올 뿐이었다.

이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상대가 적대적이라는 것을 뜻했다.

“걱정 마세요. 내가 이럴 줄 알고 고대인의 유적에서 미사일을 잔뜩 실어 왔죠.”

안나의 비공정은 고속 비행정임과 동시에 완전 무장한 전투용 비공정이기도 했다.

기본 무장은 고대인의 유적에서 파낸 따끈따끈한 미사일. 그 외에도 레일건 같은 무기도 장착되어 있는 무시무시한 녀석이었다.

“선수 필승! 미사일 8기 발사!”

안나가 비공정의 복잡한 조종 패널을 조작하자 비공정 표면에 장착되어 있던 미사일이 새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비공정 앞으로 솟구쳐 나갔다.

레이더로 미사일을 궤적을 추적하는 안나. 미사일은 무서운 속도로 적 비공정을 향해 나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미사일은 적 비공정과 접촉했다.

“헉! 설마 미사일이 격추된 거야?”

미사일은 선두에 선 적 비공정에게 정확히 맞았지만, 레이더에서 적 비공정 반응은 단 한 대도 사라지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근접 전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1분 후 적 비공정과 접촉할 것 같아요. 아무래도 한바탕해야 할 것 같은데요?”

굳은 얼굴로 말하는 안나. 마하임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마하임이었지만 비공정 위에서의 전투는 사실 처음이었던 것이다.

“뭐냐? 방금 그건…. 큭!”

루다크는 비틀거리며 비공정의 조종실로 올라왔다. 바로 그 뒤로는 샤오랑도 서 있었다.

“시오니아의 비공정이에요. 전투를 해야 할지도 몰라요.”

“역시, 그냥은 보내 줄 수 없단 이건가?”

주먹을 불끈 쥐는 루다크. 마하임은 그런 루다크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 조국과 싸워야 한다. 괜찮겠나?”

“조국? 내가 사랑했던 조국은 이제 없다. 차기 제일검이니 뭐니 하면서 이용만 해 먹고 쓸모없으면 버려지는 게 현제의 시오니아다. 나도 나름의 생각이 있으니, 신경 안 써도 된다.”

말은 안 했지만, 루다크도 나름의 사정이 있음이 틀림없었다. 샤오랑은 자신의 품안에서 부적을 한 묶음 꺼냈다.

“이 비공정에 철갑 연쇄를 걸 생각인데 상관없겠소?”

“그게 뭐죠?”

“원래는 철완강시를 강화할 때 쓰는 부적술이오. 이걸 사용하면 한 시진 정도는 이 비공정을 금강석에 버금갈 정도로 단단하게 만들 수 있소.”

“와, 그런 것도 있었어요? 그럼 빨리 사용해 주세요. 전투가 벌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알았소!”

부적을 양손에 나누어 쥔 샤오랑은 잠시 정신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샤오랑의 양손에 쥔 부적이 푸르스름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무위 금강 부여술! 위천 금강!!!”

샤오랑은 힘껏 외치고 부적을 사방으로 휙 뿌렸다. 부적은 사방으로 휘날리더니 순간적으로 비공정 선내의 벽에 덕지덕지 달라붙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푸르스름한 빛으로 비공정을 가득 채웠다.

“됐소. 하지만 이 주술을 광범위 부여술이기 때문에 사용하게 되면 술자인 내가 움직일 수 없소.”

“아아, 그런 것은 걱정 마라. 내가 지켜 줄 테니.”

루다크는 자신의 근육을 한껏 부풀리며 말했다. 이 모습을 본 샤오랑은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혔다.

“그럼…. 부탁하오.”

샤오랑이 주술에 집중할 무렵 마하임은 비공정의 갑판에 나와 있었다. 아직 적 비공정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오페라는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적 비공정 재원 확인. 2문의 기관 포탑을 탑재한 쾌속형 비공정. 기타 개조가 가해진 흔적 있음. 주의 바람.]

그렇다고 완벽하게 적의 정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직접 싸워 보기 전에는 아무것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 마하임은 뚫어지게 허공을 바라볼 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점과 같은 비공정의 모습이 마하임의 시야에 들어왔다.

“드디어 왔군.”

적 비공정은 무서운 속도로 다가왔다. 새까만 선체에 전체적으로 둥근 모양의 적 비공정은 안나의 비공정과 거리를 좁히면서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팟 타타타타탓!

바로 그 순간 선두에 있던 적 비공정에서 총탄이 날아들었다. 이런 공격을 처음 받아 보는지라 마하임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뭐지?!”

“기관총 같아요. 화약 병기는 전부 훼손되어서 사용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된 건지 저도 모르겠네요.”

조종간을 잡고 선 안나가 소리쳤다. 고대인의 병기 중 가장 악명 높은 것은 바로 화약으로 발사되는 총기류였다.

하지만 총기류에 사용되는 화약은 모종의 이유로 모두 훼손되어 현재 사용 가능한 총기류는 없는 것으로 안나는 알고 있었다.

“걱정 마시오. 그 어떠한 무기도 나의 부적술을 뚫을 수 없을 것이요.”

샤오랑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기관총에 맞은 안나의 비공정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적 비공정의 수는 점점 늘어났고 적 비공정에서는 기관총탄이 쉴 새 없이 안나의 비공정으로 날아들었다.

파다다다닷!

푸슝 푸슝 파다다닷!

어지럽게 날아드는 기관총탄은 마치 비처럼 안나의 비공정을 두들겼다. 하지만 그 어떤 총알도 안나의 비공정에 타격을 입힐 수는 없었다.

잠시 후 기관총 소리는 잦아들었다. 아마도 탄알을 다 소비한 듯했다. 마하임을 비롯한 모두는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적 비공정, 다가옵니다!”

기다렸다는 듯 안나의 비공정으로 다가오는 적 비공정. 그리고 적 비공정 안에서 검은 망토를 두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그리고 훌쩍 뛰어 허공을 날더니 안나의 비공정 안으로 착지했다.

“썩을! 흑신선이다!”

마하임이 소리쳤다. 안나도 실제 보지는 못했지만 흑신선의 악명은 익히 알고 있었다.

흑신선이 지나간 곳에는 풀조차 자라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는 만큼 안나는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핫! 흑신선이라고? 잘됐네. 언젠가 한번 붙어 볼 생각이었는데.”

루다크는 순간 몸에 암흑투기를 두르고 안나의 비공정 안으로 들어온 10여 명의 흑신선을 노려봤다.

“루다크. 넌 지금 황제 폐하께 역적행위를 하고 있다. 즉시 투항해서 우리와 함께 싸워라.”

“역적 행위 좋아하네. 난 황제 폐하의 명을 받고 여기에 서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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