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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37화 (137/194)

137화

사실 이 느낌은 배가 조난당한 직후부터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그 느낌이 그리 강하지 않았기 때문에 루시는 착각이라 생각하고 이를 그냥 넘겼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판이었다. 이 현상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급속히 팽창해 나갔던 것이다.

“예? 그것은 또 무슨….”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런 것은 처음이라. 뭐라고 말해야 할까? 그래요. 어둠이라고 말하면 될 것 같군요. 그 무엇도 느낄 수 없는 칠흑과 같은 어둠.

그 어둠이 폭풍처럼 몰아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폭풍이 한 번 지날 때마다, 생명의 기운들이 급속하게 줄어들고 있구요. 두려울 정도입니다. 지금의 이 기세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여기도 그 폭풍이 몰아닥칠지도 몰라요.”

“네에?”

라르고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성직자가 아니기 때문에 루시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무언가 좋지 않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설마…. 레비아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상태도 전부 이상했다.

아무리 큰 사고를 겪었다 하더라도, 사람의 이성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뭔가에 홀린 것처럼 너무나 쉽게 이성이 무너졌다.

마치 무언가에 조종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그럴지도 모르죠. 레비아탄 역시 어둠의 하수인, 모든 생명체들의 적이니까요.”

쿠어어어엉!

바로 그때였다. 마치 지옥의 마수가 포효하는 듯한 엄청난 괴성이 갑작스럽게 객실 안을 진동시켰다.

얼마나 그 소리가 컸던지 라르고는 내장까지 떨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빌어먹을, 대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은 사람들이 소리쳤다.

루시는 이 소리에 너무나 놀란 나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버렸다. 이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루시는 분명 느낄 수 있었다.

이 소리 속에 녹아든 질풍과도 같은 살의를….

그것은 살아서 숨을 쉬는 자가 지닐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다.

“피…해요. 벽에서! 벽에서 피하세요!”

어둠…. 어둠이 몰려왔다. 어느 부분 할 것 없이 그것은 사방에서 몰려왔다.

루시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목이 터져라 소리 질렀다. 그러나 그의 이 처절한 외침은 뒤이어 들려온 찢어질 듯한 소음에 묻혀 버리고 말았다.

쿠쿠쿵, 끼이이익 꽈아앙!

귀가 터져 나갈 것만 같은 쇳소리와 강대한 어둠의 기운이 한순간 이 객실을 강타했다.

어둠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들의 첫 희생자를 찾았다. 그들의 첫 목표는 다름 아닌 객실의 양 벽 쪽에서 놀라 아우성치는 10여 명의 사람들이었다.

객실을 감싸고 있는 벽은 최소 경도 8 이상의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지만, 어둠은 그것을 마치 종잇장 찢듯이 가볍게 찢어 버리고는 사람들에게로 돌진했다.

“으아아아악!”

“크악!”

“사, 살려…. 아아악!!!”

또다시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객실 안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 충격 때에는 정전 덕에 그 참혹함의 일부밖에 볼 수 없었지만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지금 이 객실 안에는 라르고가 시전한 라이트닝의 푸르스름한 불빛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여기에 있는 모든 생존자는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혹한 살육의 현장을 여과 하나 없이 그대로 바라보아야만 했다.

“마, 맙소사!”

라르고는 눈앞의 참상에 넋을 잃고 말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터운 객실의 벽을 뚫고 나온 정체불명의 무엇인가는 단숨에 객실 하단부에 있던 10여 명의 사람들을 덮쳤던 것이다.

가장 먼저 희생을 당한 사람들은 벽에 자신의 등을 기댄 채로 있던 몇몇의 사람들….

그들은 마치 능지처참(陵遲處斬)이라도 당한 것처럼 눈 깜짝할 사이에 사지가 찢겨 나갔다.

그리고 찢겨 나간 몸의 각 관절 부위에서는 일제히 검붉은 피가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그들의 이러한 죽음은 오히려 행복한 것일지도 몰랐다.

비록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긴 했지만 그들은 즉사했기 때문에 고통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러나 이 어둠의 공격을 받고도 아직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산 채로 지옥의 고통을 맛보고 있었다.

“오, 릴루시여…!”

너무나 충격적인 광경에 루시는 그저 떨리는 입술로 신의 가호를 빌 뿐이었다.

그녀는 맹인이라 볼 수는 없었지만, 느낄 수는 있었다.

도대체 저것이 무엇이길래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버릴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미 몸이 걸레가 되다시피 죽어 버린 사람을 제외하더라도 지금 그곳에는 4명의 사람들이 생존해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살아 있다고 하기엔 너무나 이상한 모습으로 몸부림치고 있었다.

“컥, 커어억.”

“큭 으…. 살려 줘….”

그들은 허공에 떠 있었다. 마치 무언가 보이지 않는 것에 사로잡힌 것처럼 말이다.

아니 이들은 확실히 사로잡혀 있었다. 적어도 2미터는 훨씬 넘는 거대한 존재에게….

잡힌 사람들의 몸은 이미 하반신이 절반 이상 뭉개져 있었고,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솟아올랐다.

라르고는 당장이라도 눈을 돌려 버리고 싶었지만 그것마도 불가능했다.

미칠 것만 같은 공포와 두려움은 그의 몸을 완전히 경직시켜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라르고는 자신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이 모든 것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보아야만 했다.

으적으적. 빠각, 빠가각.

뼈와 살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객실 안을 울렸다.

여전히 귀를 먹먹하게 만들 만큼의 쇳소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성이 객실을 진동시키고 있었지만 이 소리는 너무나 선명하게 사람들의 귓가에 들려왔다.

그제야 사람들은 넋을 놓고 이 참혹한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자신의 어이없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객실의 하단부에 있는 루시에게로 일제히 달리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안 돼요. 이리로 와서는 안 돼요!!!”

또 다른 어둠이 일렁이고 있었다. 그 어둠은 다름 아닌 루시가 서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져 않은 객실의 천정 위쪽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루시는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강렬한 살의를 뿜어내고 있는 이것이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한순간에 깨달을 수 있었다.

이것이 웅크리고 있는 곳은 자신에게 달려오는 사람들의 진로 바로 위였으니 말이다.

루시는 이들을 저지하기 위해 목이 터져라 소릴 질러 보았지만 이 혼란 통에 재대로 전달될 리가 없었다.

쿠지직, 콰아아앙!

그 일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웅크리고 있는 어둠은 천정을 단번에 부숴 버리고 바로 그 밑으로 지나가던 8명의 사람들을 덮친 것이다.

어둠의 바로 아래에 있던 사람은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프레스에 눌린 것처럼 납작하게 찌그러져 버렸다.

이것을 본 나머지 사람들은 비명과 함께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러나 이 어둠은 단 한 명의 사람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흩어진 사람들에게로 날렸다.

“아…. 흑, 으흑. 제발 그만…. 제발…!”

사람들은 그야말로 앗 하는 순간에 난도질이라도 당한 것처럼 사지가 절단되어 바닥에 나뒹굴었다.

그것은 악몽에서조차도 보기 힘든 처참한 광경이었다.

직접 눈으로 볼 수는 없지만, 그 참상은 손에 잡힐 정도로 선명하게 느껴졌다.

루시는 이것을 현실로 인정할 수 없었다. 바로 얼마 전만 해도 같이 생사고락을 같이했던 사람들이 지금 그녀의 앞에서 살과 핏덩이로 변해 버렸던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이것을 현실로 받아들이란 말인가!

그러나 모든 것은 이미 시작되었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지금도 사람들은 죽어 가고 있었다. 형체조차도 볼 수 없는 이 지독한 어둠에게 사람들은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지금 루시의 앞에 펼쳐진 현실이었다.

“만능의 힘 마나! 그 목적 없는 강대한 힘이여. 지금 그대 힘을 바라는 자 있으니 그 의지에 따라 7개의 힘으로 적을 쳐라. 매직 미사일!”

“만능의 힘 마나! 그 목적 없는 강대한 힘이여. 지금 그대 힘을 바라는 자 있으니 그 타오르는 심연의 불길로 적을 쳐라. 파이어 볼!”

침묵을 지키고 있던 라르고의 입에서 연이어 스펠이 터져 나왔다.

그가 시전한 마법들은 시전자의 다급한 마음을 알기라도 하듯 지체 없이 지금 이 살육의 장을 펼치고 있는 저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로 날아갔다.

쿵, 쿠앙앙 콰아앙!

가장 속도가 빠른 7개의 광구, 매직 미사일의 푸른 섬광과 함께 폭음이 시작되었다.

비록 2클래스 정도의 약한 공격 마법이었지만 그 하나하나의 위력은 절대 무시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특히 이 마법은 하위 클래스 중 유일하게 물리적 공격과 마법적 공격을 동시에 퍼부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유도 기능도 있었기 때문에 명중률도 상당했다. 그 때문에 마법사들은 공격 마법을 배울 때 이 마법을 가장 먼저 익혔다.

퍼어엉 푸화핫.

그리고 뒤이어 거대한 파이어 볼이 충돌하며 거대한 화염의 벽을 만들었다.

이것에 직격당한 주위는 순간적으로 발생한 2만 도에 다다르는 초고열로 인해 모든 것이 불타올랐다.

그러나 이 불길은 물리적인 것이 아닌 마나에 의해서 발생된 열이었기 때문에 객실 내부에는 거의 손상을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이 불길 속에 존재하는 유기질, 다시 말하자면 이미 절명한 사람들의 시신들을 순식간에 재로 만들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저, 저 녀석들은 지옥에서 온 거야…. 지옥에서 온 거라고!”

루시의 옆에서 멍하니 입만 벌린 채 객실 상단부를 바라보던 승객의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나 루시는 이제 말할 힘도 없는지 그저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악몽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객실의 상단부에는 마치 거대한 용광로가 연상될 정도의 불길의 벽이 맹렬히 타오르고 있었다.

3서클 동급 최강의 주문인 만큼 그 위력은 매직 미사일과 비할 것이 못 되었다.

이 불길이 닿는 곳에 있는 모든 유기질 물체는 마치 증발하듯이 재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갔다.

그러나 이 지독한 불길 가운데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은 이 불길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듯, 이미 잿더미로 변해 버린 시신을 마구 파헤치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마법이 안 먹히다니…. 뭐야! 저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그나마 평정을 지키고 있던 라르고조차도 이 광경 앞에서는 치를 떨 수밖에 없었다.

지금 불길 속의 저것은 그의 지식의 범주 안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의 모습은 마치 독이 잔뜩 올라 전반신(前半身)을 세운 코브라와 비슷했다.

물론 근본적인 형상은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었지만 적어도 이 녀석은 뱀이 이동하는 방식과 같은 원리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뱀은 다리가 없기 때문에 자신의 끈같이 긴 몸을 구부려 곡선의 정점에 힘을 주어 끌어당겨서 앞으로 나아간다.

이것은 뱀의 특이한 구조의 근육 조직과 배비늘, 복린(腹鱗)때문인데 이를 이용해 뱀은 직선 또는 주름 식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몬스터 역시 그와 같은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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