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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39화 (139/194)

139화

그리고 라르고의 주문이 시작되었다.

다만, 심한 출혈 뒤인지라 제대로 마나를 제어할 수 없다는 것이 좀 문제였다. 그러나 이미 죽음을 각오한 그에게 있어 두려움이란 있을 수 없었다. 그는 지체 없이 마나를 재구성했다.

“만능의 힘 마나! 그 목적 없는 강대한 힘이여. 지금 그대 힘을 바라는 자 있으니, 그 시공을 뛰어넘는 힘으로 나에게 역사하라. 텔레포트(Teleport)!”

6클래스 공간이동 마법 텔레포트. 자신 혹은 지정한 대상을 반경 3km 내의 그 어떠한 곳이라도 순간 이동시킬 수 있는 이 마법은, 6클래스 중에서도 제일 사용하기가 까다로운 마법이었다.

단순히 마나 재구성의 어려움만 따진다면 7클래스의 주문과 동급,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이 텔레포트란 마법은 목표를 원자 최소한의 단위로 분해, 그것을 마나의 흐름에 실어 목표 지점으로 옮겨 재구성하는 아주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시전자의 육체적, 정신적 대미지는 그야말로 극악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이 마법을 항상 사용할 준비를 하고 다닌다. 이 마법은 모든 전술의 기초이자 가장 유용한 36계 줄행랑을 100% 성공시켜 주는 일종의 보험과 같은 것이니 말이다.

루시의 몸은 라르고의 주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그의 몸이 라르고의 마력에 이끌려 분해되기 시작한 것이었다.

원자 최소한의 단위까지 분해된 루시의 몸은 마력의 흐름에 이끌려 라르고가 지정한 곳으로 이동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걸린 시간은 10만 분의 1초. 문자 그대로 텔레포트였다.

라르고의 품에서 누워 있던 루시의 모습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것처럼….

하지만 그가 남긴 따스한 체온은 미약하게나마 루시의 존재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라르고는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허전함에 씁쓸히 미소 지었다. 그러나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끝난 것이다.

남은 것은 그가 무사히 자신이 지정한 지점에 도착했길 비는 것이 다였다.

“자, 그럼 이제 끝을 볼 때가 된 것 같군.”

이미 승객들은 어둠에게 모조리 학살당했다. 남은 사람은 라르고 자신뿐이었다.

“문제는 녀석들의 수…. 생각보다 많군.”

한참 살육의 축제를 벌이고 있는 녀석들을 바라보던 라르고가 중얼거렸다.

분명 조금 전만 해도 저 몬스터들은 마치 투명 마법을 사용한 것처럼 육안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달랐다. 녀석들이 만찬을 즐기는 과정에서 튄 사람들의 피와 살점이 그들의 몸에 덕지덕지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이것들 때문에 녀석들의 움직임은 물론하며 구체적인 형체마저 명확히 구별할 수가 있었다.

녀석들의 개체 수는 약 6마리…. 처음부터 한 마리 이상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이건 너무 많은 수였다.

여기 있는 녀석들 전부를 저승길 동무로 삼으려 했던 라르고는 계획을 전면 수정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 몸의 상태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두 번 이상은 마법의 사용이 불가능할 것 같았다.

쉽게 말하자면 단 일격으로 지금 여기에 있는 몬스터 전부를 죽여야 한다는 것인데…. 그게 그리 쉬울 것 같지가 않았다.

매직 미사일과 그리고 파이어 볼조차도 이들에게 전혀 타격 입히지 못한 것을 볼 때, 최소 5클래스 이상의 공격 마법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러나 5클래스에는 제대로 된 공격 마법이 없을 뿐 아니라 있다 하더라도 한 개체에만 영향을 주는 마법이 전부였다.

결론은 6클래스 이상의 공격 마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다.

“6클래스이라…. 아냐. 이것만으로는 녀석들을 몰살시킬 수 없어. 나의 예감은 틀림없다. 무언가 다른 방법이 필요해. 무언가 특별한!”

라르고는 고심했다. 이것이 마지막 기회였다. 그리고 남은 시간도 촉박했다. 이제 녀석들의 이 축제도 거의 종막으로 향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녀석들의 먹성은 정말 끝내줬다. 객실 상단에는 무려 40여 구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었지만, 지금 보이는 것이라고는 검붉은 살덩이 몇 개가 굴러다니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녀석들은 아직도 성이 덜 찬 모양인지 바닥에 몇 남지 않은 살덩이를 놔두고 서로 으르렁댔다.

굳은 표정으로 묵묵히 이것을 지켜보던 라르고는 갑자기 얼굴이 환해지며 어린아이같이 기뻐하기 시작했다.

“하하하, 내가 왜 이걸 생각지 못한 거지? 후후. 조금만 빨랐더라도 좋았을 것을….”

라르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마나의 재구성을 위해 신경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미 몸이 한계에 다다른 상태에서의 마나 재구성이었기에, 깨질 듯한 두통이 즉시 몰려왔다.

더군다나 그가 지금 사용하는 마법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레벨인 7클래스 마법.

현재 몸 상태로는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인 마법 시전이었다. 그러나 달리 방법이 없었다.

만약 이 마법이 성공만 한다면, 저 증오스러운 몬스터 녀석들에게 이곳에서 죽어 간 사람들의 고통을 똑같이 맛보여 줄 수 있을 터였다.

라르고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마나를 불러들였다.

그를 중심으로 주변의 마나들은 마치 폭풍처럼 라르고에게로 몰려들었다. 뒤이어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는 고통이 몰려왔다.

메모라이즈 없는 7클래스 마법 사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라르고에게 안겨 주었다.

그러나 라르고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성공해야만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것만은 성공시켜야 했다.

이곳에서 죽어 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의 흘린 피의 원한을 갚아 주고 싶었다.

이미 살고자 하는 욕망은 그에게서 남아 있지 않았다. 그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오직 피의 보복뿐이었다.

“만능의 힘 마나, 그 목적 없는 강대한 힘이여. 나에게 굴복하라. 나는 마나의 제어자. 나는 마나의 주관자. 지금 그대를 굴복시킨 자 여기 있으니, 정신과 영혼을 제어하는 그 권능으로 나의 앞에 역사하라! 마인드 컨트롤!”

증오에 찬 라르고의 스펠들이 터져 나왔다. 7클래스 궁극의 마법 마인드 컨트롤….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마법이었다.

그의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엄청난 마나가 그에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것은 일찍이 경험해 보지 못한 너무나 거대한 마나의 흐름이었다. 라르고는 자신이 없었다. 이런 강대한 마나를 지금 몸 상태로 다룰 수 있을지….

하지만 그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가슴을 활짝 펴고 이 마나의 흐름을 받아들였다.

“서, 성공한 건가?”

라르고는 믿기지 않았다. 자신의 몸 안에 느껴지는 충만한 마나의 흐름을….

그가 재구성한 마나는 곧이어 라르고의 의지 그 자체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의지는 마치 스스로 생명이 있는 것처럼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마나의 구성은 수초도 걸리지 않고 끝났다. 라르고의 의지와 하나가되어 전혀 다른 무언가로 변한 마나는 그와 동시에 소리도, 형체도 없이 순식간에 몬스터의 몸 안으로 사라졌다.

“크에에엑!”

마인드 컨트롤의 대상이 된 몬스터는 미친 듯이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녀석과 같이 객실 안으로 난입한 다른 몬스터들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녀석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과는 전혀 무관한 일인 양 이젠 얼마 남지도 않은 시체들을 먹어 치우기에 바빴다.

“후, 너도 참 불쌍한 녀석이구나.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데 동료들은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말이다. 하아. 편안해지는군. 이제 남은 건 기도뿐인가?”

마법의 시전이 끝나자 라르고는 극심한 허탈감과 함께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방금 전만 해도 그의 몸을 찢어 놓을 것만 같은 고통은 이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형용할 수조차 없는 평안이 그를 찾아와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죽는다는 것…. 생각보다. 고통스럽지 않을지도 모르겠군.”

무심코 자신의 손을 바라본 라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손은 이미 절반 가까이 사라진 상태였다. 물론 무언가로 절단된 것은 아니었다.

그 때문에 고통도 일체의 출혈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손은 이미 절반 이상 사라져 버린 상태였고 지금도 멈추지 않고 계속 진행 중이었다.

이 사라짐은 점차 빨라져 순식간에 라르고의 양팔에까지 이르렀다.

라르고는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이 현상이 무엇인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말로만 듣던 생명 에너지를 완전 연소시킨 마법사의 최후일 터였다.

생명 에너지는 이 세계, 즉 물질계에서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에너지…. 이 에너지를 생명체가 완전히 소모해 버린다면 남은 것은 소멸뿐이었다.

“이것으로 끝인가? 믿기지 않아.”

비록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었지만, 아무리 봐도 라르고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과는 아무 관계없는 일인 것처럼 지금 이 현상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라르고의 생각이 어떠하든 그의 육체의 소멸은 갈수록 빨라져만 갔다. 양손에서 시작된 소멸은 팔, 그리고 이제는 어깨에까지 미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지금 자신의 몸에 일어나고 있는 이 현상을 담담히 바라보는 것이 다였다.

“그래. 어쩌면 나다운 최후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조금은 아쉽군. 아들 녀석을 다시 한번 보고 싶었는데, 유감…이야.”

이 말을 마지막으로 라르고는 사라졌다.

완전히 사라진 라르고가 남긴 것은 피의 먼지로 범벅된 마법사용 로브 한 벌 뿐이었다.

이것이 빛의 탑 역사상 가장 뛰어난 마법사라 칭송 받던 ‘라르고 에르시온’의 최후였다.

“쿠에에엑, 크으으으. 크르르 크르르.”

라르고가 소멸한 이후에도 녀석의 몸부림은 계속되었다. 바닥에 흥건한 피 때문에 녀석의 몸은 피로 목욕이라도 한 것처럼 검붉게 변한 지 오래였다.

그 몸부림은 정말 처절했다.

라르고의 마인드 컨트롤에 당한 녀석이 느끼는 괴로움이란 고통이란 차원을 훌쩍 넘은 것이었다.

곧이어 라르고가 재구성한 마나는 녀석의 중추 신경을 휘저으며, 순식간에 몬스터의 뇌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격렬한 마나의 흐름에 망설임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녀석의 거대한 뇌는 이 거대한 파도에 전율해야만 했다.

라르고의 수많은 기억…. 그 강렬한 의지는 몬스터의 뇌를 강타했다.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녀석은 결국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리고 이 고통에 몸을 맡기고는 라르고의 의지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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