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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60화 (160/194)

160화

“물론 싫다면 지금이라도 거부해도 좋다. 너희에게 딱히 위해를 가할 생각도 없고, 그냥 깔끔하게 헤어지는 거지 뭐.”

마하임은 현민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현민은 그런 마하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굳은 듯 서 있을 뿐이었다.

그러길 얼마나 흘렀을까? 현민은 자신의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진중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부라뇨. 당치도 않습니다. 그 약속, 지켜만 주신다면 저 현민, 모든 것을 바쳐 당신, 아니 사장님을 따르겠습니다.”

그것은 결의였다. 남자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현민은 바로 그런 남자였다.

이미 그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레비의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지만, 진짜 이렇게 고지식한 녀석일지는 몰랐다.

“야야, 관둬. 닭살 돋는다. 어쨌거나 앞으로 각오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제대로 단련시켜 줄 테니까.”

이미 현민 팀의 단련 스케줄을 짜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마하임의 노예 1호의 사냥도 이제 끝을 달려가고 있었다.

T사 헌터들의 주력 전차는 형체도 알 수 없을 정도로 박살 나 있었고 최후의 발악으로 대전차 미사일 런처까지 사용하는 T사의 헌터까지 보였다.

그러나 지금껏 그랬듯이 그 어떠한 병기도 노예 1호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사, 살려….”

푸욱-

노예 1호는 망설이지 않고 마비침을 연달아 토해냈고 T사의 헌터들은 속절없이 당했다.

그러길 30분이 지났다. 마비침이 박히지 않은 자는 한때 마하임의 절친이자 배신자, 유학렬뿐이었다.

그는 T사의 주력 전차가 폭발할 때의 충격으로 이미 의식을 잃고 있었다. 노예 1호는 그런 유학렬을 마하임의 앞까지 데려왔다.

“허, 얼굴이 훤하네, 잘 먹고 잘산 모양이야?”

마하임은 이미 양다리가 부러져 거동조차 할 수 없는 학렬이의 얼굴을 최대한 힘 조절을 하여 손으로 살살 후려쳤다.

레비아탄과의 융합으로 인해 마하임은 아직 자신의 몸을 100% 컨트롤 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조금만 힘 조절에 실패하게 되면 인간의 머리통 정도는 가볍게 부숴 버릴 수도 있었다.

“너, 넌 누, 누구냐!”

정신을 차린 학렬인 마하임을 바라보며 말했다. 당연히 그는 마하임을 알아볼 수 없었다.

마하임은 지금 나사의 최신 기술이 집약된 광학미체 슈트를 입고 있었으니까.

마하임은 얼굴에 쓰고 있던 슈트의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학렬의 얼굴은 놀람과 두려움으로 경악했다.

“마, 마하임이냐?”

“이야, 아직 기억은 하고 있나 보네. 이 배신자 새끼야.”

“그건 오해야. 내가 왜 널 배신….”

“닥쳐!!!”

마하임은 격분해 소리쳤다. 저 새끼는 아직도 마하임 자신을 속이려 하고 있었다.

T사에 광학미체의 정보를 몽땅 팔아넘긴 것도 모자라 약혼까지 한 미라와 짜고 개인 컴퓨터에 바이러스까지 심어, 나사의 1급 비밀 프로젝트를 빼내 산업 스파이에게 팔아 버린 장본인이 바로 저 새끼였다.

“내가 모를 줄 알고 있었냐? T사가 광학미체의 특허권을 통째로 집어삼킬 때 T사의 회장에게 직접 들었다. 이 모든 게 다 네 공로라며? 그래, 친구의 등에 칼을 꽂고 얻은 것이 대체 뭐냐. 저 쓰레기 같은 T사 헌터 팀의 대장이냐?

“…….”

마하임의 분노에 찬 외침에 유학렬이 입을 닫았다. 그리고 갑자기 미치기라도 한 것처럼 웃으며 소리쳤다.

“크큭, 크하하하 친구? 친구라고? 최근 들었던 농담 중에선 정말 최고다. 그래 정말 넌 최고였지. 네놈은 언제나 최고였다! 최고였다고!!”

학렬의 피를 토하는 것 같은 외침이 마하임의 귀를 때렸다.

그는 언제나 2인자였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마하임만은 따라잡을 수 없었다.

마하임은 언제나 당당했고, 자신감에 넘쳤지만, 자신은 그런 마하임에 밀려 외면받기 일쑤였다.

마하임은 학렬을 절친이라고 생각했을지는 몰라도 학렬에게 있어서 마하임은 절친이 아니라 넘지 못할 거대한 벽이었고, 적 그 자체였다.

“네가 2인자의 삶을 알아?! 네가 온갖 관심과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을 때, 그런 널 바라만 보고만 있었던 내 심정을 네가 아냐고?!”

“…….”

학렬에 말에 마하임은 침묵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이건 마하임의 실수가 맞았다.

그때의 마하임은 겸손과 배려와는 거리가 먼, 자신감과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어리석은 신선에 불과했으니까.

하지만 그건 모두 지나간 과거. 그리고 그 과거가 만든 작금의 현실은 처절할 정도로 잔혹했다.

“이제 나는 절대 2인자가 되지 않을 거다. 마하임, 네가 어떤 재벌의 힘을 업고 그런 힘을 얻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T사도 네가 얻은 힘 그 이상을 얻었다. 보아라! T사의 차세대 생체 병기의 힘을!”

학렬은 자신의 어금니를 힘차게 깨물었다. 그것은 일종의 시동키. 이미 학렬의 몸은 평범한 ‘인간’의 몸과는 거리가 멀었다.

학렬의 어금니에서 흘러나온 액체는 그의 뇌간과 중추 신경을 따라 흐르며 그의 몸을, 유전자 그 자체를 변이시키기 시작했다.

그의 왜소한 몸은 순식간에 3m 이상 커졌고, 부러졌던 다리도 순식간에 다시 붙었다. 그리고 온몸이 새까만 털로 뒤덮여 갔다.

얼굴은 마치 거대한 개, 아니 늑대를 연상시킬 정도로 주둥이가 길어졌다.

“이건, 워울프…. 너. 인간이길 포기했구나….”

“크르르르, 널 꺾을 수만 있다면…. 더 한 것도 포기. 할 수 있다. 크르르릉.”

그것은 거대한 늑대, 정확히는 늑대의 얼굴과 인간의 몸, 마치 공포영화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끔찍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마하임은 이러한 종류의 외계 종족을 알고 있었다. 레비아탄과 융합하면서 얻은 지식이었다.

저 늑대인간은 매우 희귀한 외계 종족 노예의 카피 버전이었다.

단순히 카피만 했기에 그 힘은 원래보다 떨어졌지만, 고블린 로드보다는 강한 것만은 확실했다. 마하임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입을 열었다.

“그래? 헌데, 그걸 쓰면 두 번 다시 인간으로 못 돌아오는 건 알고 있는 거냐?”

“뭐라고?!”

학렬은 놀라 소리쳤다. 아마도 마하임의 예상이 맞는 게 분명했다.

T사에서는 학렬에게 인간을 워울프로 만드는 시술을 하면서 이게 현민이 사용하던 스팀팩 계열의 강화제라고 속였을 것이다.

병신 같은 학렬은 이 말을 믿고 워울프가 되는 시술을 받았을 것이고. 하지만 워울프로 변해 버린 이상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크르릉. 그, 그럴 리 없어! T사의 엔지니어는 10분이 지나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걸 코드네임 ‘라이칸슬로프’라 부르는 거고!”

“병신, 그 말을 믿은 거야? 그러니까 넌 만년 2등일 수밖에 없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라. 현대 생명공학이 아무리 발전했다 하더라도 3미터가 넘는 괴물을 원래의 인간 형태로 돌린다고? 그런 건 앞으로 몇천 년 뒤라도 불가능할 거다.”

마하임의 말에 학렬의 멘탈은 단숨에 무너졌다. 거기다 레비아탄의 기억을 살펴본 결과, 저 정도 크기의 워울프라면 수명은 10분 남짓.

다시 말해 10분 뒤에 학렬은 인간으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100%의 확률로 사망 확정인 것이다.

“거짓말! 네 말을 어떻게 믿지?! 이건 T사의 극비 중의 극비인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고?!”

“아, 그거? 나도 어쩌다 보니 인간이 아닌 뭔가가 되어 버렸거든.”

마하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것이 우연이든 계획적이었든 그는 레비아탄과 융합함으로서 더는 ‘인간’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그러나 마하임에게는 그것이 행운이자 기연이었지만, 학렬에게는 더없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크릉 하, 하하. 그래, 어쩌면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네. 지금껏 네 말이 틀린 적은 없었으니까. 크르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묻자. 그럼 10분 뒤, 난 어떻게 되는 거지?"

“죽어. 완벽하게. 네 몸속의 세포가 순식간에 괴사해서 흔적도 없이 녹아 버릴 거다.”

마하임의 말을 들은 학렬은 완전히 변이해 버린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180cm가 조금 넘는 마하임이 조그마한 꼬마로 보일 정도로 자신은 거대해졌다.

학렬 역시 나름 천재로 분류되는 인물이었기에 T사가 이 기술에 대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 정도는 그도 이미 눈치채고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걸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고. 그러나 이걸 사용해 버린 이상 망설일 여유는 없었다.

“크르르르르. 그렇군. 10분이 앞으로 내게 남겨진 최후의 시간이라 그건가? 뭐 좋아. 그렇다 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다. 나는 너를 쓰러트릴 거다. 이 온몸이 터져 나갈 것만 같은 이 힘이라면, 10분으로도 충분하다!”

워울프로 변신을 마친 학렬은 성큼성큼 마하임에게 다가왔다. 주인의 위험을 눈치챈 노예 1호는 재빨리 학렬의 앞을 막아섰지만, 고블린 로드가 워울프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퍼어억!

쿠에에엑-

노예 1호는 학렬의 발길질을 보지도 못했다. 3m에 다다르는 장신의 워울프였지만 그 움직임은 고블린 로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빨랐다.

학렬의 발길질을 맞은 고블린 로드는 보기 좋게 하늘로 튕겨 올라 바닥을 나뒹굴었다.

“역시 상대가 안 되는구나.”

마하임은 일격에 나가떨어지는 노예 1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다행히 고블린 로드는 회복 능력 하나는 끝내줬기에 타격은 입었을지언정 죽지는 않았다.

“노예 1호 넌 빠져. 나중에 또 써먹어야 하니까.”

마하임은 노예 1호를 앞으로의 싸움에 말려들지 못하도록 뒤로 물렸다.

노예 1호를 폭주시켜 학렬과 자폭시킨다는 빠르고 깔끔한 방법도 있긴 했지만, 왠지 그것만은 싫었다.

“마하임, 여긴 내가 맡겠다.”

“깜짝이야! 난 네 적이 아니거든? 기척은 좀 내고 와.”

“알았다, 마하임.”

현민 팀 모두를 치료한 레비는 마하임에게 소리 없이 다가와 말했다.

레비는 심연의 어둠에게 신뢰받는 전투 병기인 만큼 그녀의 지식과 전투법은 인류의 상식을 아득히 뛰어넘는 것이었다.

솔직히 지금 레비와 마하임이 싸운다면 100% 마하임이 패배할 것이다.

그런 그녀의 힘이라면 아무리 워울프가 강하다고 하더라도 10분, 아니 5분이면 정리가 가능했다. 그러나 마하임은 레비의 제안에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한때 같은 친구였고 동료였다. 마지막은 고통 없이 보내 줘야지.”

“마하임의 몸 상태는 비정상. 레비는 걱정된다. 아직 완전 회복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상관없겠나?”

그녀의 말대로였다. 이벤트 호라이즌이 추락하면서 마하임은 치명적인 데미지를 입은 상태였다.

그래서 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고.

지금에 와서야 겨우 몸은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본래 힘의 5%도 제대로 사용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충분해. 워울프 따위도 못 잡을 정도면 애초에 신선이 되지도 못했을 거야.”

마하임의 곁에서 멍하니 나와 레비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현민을 바라보며 말했다.

“잘 봐 둬. 너도 앞으로 이 정도는 싸울 수 있도록 내가 만들어 줄 테니까.”

“아, 네.”

현민은 저도 모르게 느껴진 한기에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 마하임은 그런 현민을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다 슈트의 헬멧을 다시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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