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대군주-164화 (164/194)

164화

문제가 있다면, 이 치료는 DNA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상용화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레비아탄과 융합한 마하임은 레비아탄의 지식을 이용해 이 치료기를 업그레이드시켰다.

그 결과 인류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오버 테크놀로지가 완성된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인 치료 과정은 동일했기에 꽤 험난한 절차가 현민의 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악, 물이! 물이 차올라요! 꼬로록….”

“찬호야, 스타x즈도 못 봤어? 거기서 나오는 수중 치료 같은 거잖아. 당황하지 말고, 쿨럭! 쿨럭.”

스타x즈 광인 민아는 나름 아는 척을 하긴 했지만 ‘창조의 물’이 그녀의 입과 코를 가득 채우자 당황 안 할 수가 없었다. 물론 현민과 철광은 말할 것도 없었고.

그렇게 3분이 지나자 현민을 비롯한 4명은 알코올이 가득 든 병에 박제된 개구리처럼 의식을 잃고 창조의 물 속을 두둥실 떠다녔다.

“치료 개시. 완료 시간은 앞으로 12시간 뒤로 예상됨. 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 왜 마하임이 이들을 끌어들였지? 심판을 막기 위해서인가? 그러기에는 너무 약한데…. 일단은 지켜보는 수밖에. 부디 별의 수호자가 되길 빌겠다.”

레비는 그들 앞에서 이렇게 말한 뒤 마하임이 사라졌던 곳과 같은 방향으로 자취를 감추었다.

* * *

“흐음. 이제 어쩌면 좋을까?”

현민 팀을 하이브에 넣은 뒤 마하임은 이벤트 호라이즌의 주조종실의 선장실에 앉아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현민의 팀의 치료가 끝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2시간.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제 필요한 최소한의 사람은 얻었다. 하지만 사람이 있다고 모두 끝나는 건 아니었다.

사람 다음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돈이었다.

나사는 이미 망했고, 현민의 팀 역시도 빚더미에 앉아 있는 상태였다. 달리 말하자면 시드 머니가 제로라는 사실이었다.

물론 돈을 벌려면 방법은 많았다.

지금 마하임의 힘이라면 은행 한두 개쯤은 간단히 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리스크가 크다. 좋든 싫든 마하임이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은행을 턴다니, 신선인 마하임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무리 급해도 그러한 짓은 하기 싫었다.

“레비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마하임은 어느 사이엔가 내 곁에 서 있는 레비를 향해 말했다. 레비는 그런 나를 바라보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

“무슨 방법을 원하는가?”

“쉽고 간단하게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

“돈은 왜 필요하지?”

“널 설득해 심판을 막으려면, 돈은 반드시 필요해.”

“그걸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레비는 차갑게 말했다. 지금 레비는 어디까지나 관찰자였다. 인류를 멸망시킬지 말지는 마하임과 그리고 인류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일단 지켜봐 줄래? 인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야만적이고도 사악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것을 내가 보여 주지.”

“좋다. 일단은. 돈 벌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하지만 ‘막대한’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이다. 정확한 액수를 정해 주었으면 한다.”

“음, 최소 1조 이상!”

마하임은 시작부터 스케일을 크게 나가기로 했다. 지금 지구를 침략하고 있는 몬스터는 강해 봤자 고블린 로드가 전부였지만 앞으로 어떤 외계 종족이 쳐들어올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해당 조건에 맞추어 최적의 방법을 연산해 보겠다. 예상 시간은 3분.”

레비는 그 자리에 서서 두 눈을 감고 ‘연산’ 모드로 들어갔다.

안드로이드 노아를 통해 이벤트 호라이즌의 메인 컴퓨터와도 융합한 레비아탄은 이미 ‘마법사’ 영역의 초 해커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정확히 3분이 지난 후 레비는 눈을 떴다. 그리고 나를 향해 입을 열었다.

“방법은 약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USA의 무작위 추첨 복권 ‘파워볼’을 조작해 1등에 당첨된다. 최대 수익금은 한국 화폐 기준으로 ‘1조 5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단 여기에 당첨되면 세간의 관심을 한눈에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는다. 그리고 USA에서 떼어 가는 세금을 고려하면 1조 정도가 한계일 듯하다.

두 번째.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를 모두 해킹해 암호화폐를 강탈한다. 암호화폐 자체는 이론상 해킹이 불가능하지만, 거래소는 쉽게 공략할 수 있다.

최대 수익금은 한국 화폐 기준으로 ‘7조 100억 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방법의 최대 장점은 은밀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것과 매우 높은 성공률이다.

단점은 한 달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레비는 두 번째를 추천했다.

마하임은 레비의 말에 한동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레비가 말한 첫 번째도 매력적이었지만 두 번째는 더욱더 매력적이었다.

“정말 이게 가능해?”

“물론 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은 나의 능력 중 하나인 지구 언어로 말하자면 ‘사이코키네시스’ 즉 염동력으로 약간의 조작이면 충분하다.”

“그럼 두 번째는?”

“그것 역시 쉽다. 이미 인간들이 몇 차례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에 성공한 전례가 있다. 이벤트 호라이즌의 연산 능력과 나의 정보 제어 능력이 합쳐지면 전 세계 모든 암호화폐 거래소를 동시 해킹하여 여기서 나온 자금을 완벽하게 세탁, 네가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비자금화가 가능하다.”

속사포처럼 설명하는 레비의 말에 마하임은 넋을 잃고 그 말을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근데 말이지. 암호화폐 거래소 해킹이라니, 사실상 도둑질이잖아. 조금 꺼려지는데….”

“도둑질? 인간의 도덕성을 기준으로 할 때 거래소는 이미 사기 집단이다. 거기다 이미 암호화폐 시장은 본래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한국 기준으로 불법 도박장과 같은 형태로 변한 지 오래다.

다시 말하자면 한국뿐만 아니라 인류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비효율적이며 비생산적인 시스템이다. 요약하면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도둑질이 아니라 인류 혁신을 위한 개혁이다. 이번 기회에 완벽히 분쇄하는 것을 추천한다.”

잠시 말을 멈춘 레비는 마하임의 눈을 바라보았다. 마하임은 레비의 말에 질려 버리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마하임은 인류를 컨트롤 가능한 하나의 단일 국가로 만들어 혁신할 생각이었다.

그렇지 않고선 앞으로 레비아탄이 심판에 의해 인류는 멸종할 수밖에 없었다.

레비는 그런 마하임의 심중을 정확히 꽤 뚫고 있었던 것이고. 더는 할 말이 없어진 마하임은 레비가 추천한 2번째 방법으로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다.

“그래, 그럼 두 번째 방법으로 가자고. 나도 암호화폐는 그다지 마음에 안 드니까.”

암호화폐는 지폐나 동전과 같은 실물이 없이 네트워크로 연결된 암호 공간에서 전자적 형태로 사용되는 디지털 화폐, 또는 전자 화폐를 말한다.

대표적으로는 하나를 꼽자면 2009년 일본의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든 비트코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통상 돈이라고 하면, 중앙에 관리하는 기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이 그 일을 한다.

그러나 암호화폐에는 이런 기구가 없다. 그 뜻은 돈을 찍는 기구도 없다는 얘기다.

그 대신 누구나 암호화폐를 만들 수 있다. 성능 좋은 컴퓨터로 암호화폐 생성을 위해 만들어진 복잡한 수학 문제를 풀면 암호화폐를 대가로 얻을 수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성능 좋은 컴퓨터’만 있다면 얼마든지 암호화폐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문제의 발단은 바로 이것에서부터 시작됐다. 비트코인을 생산하기 위해선 성능 좋은 컴퓨터에 막대한 전력을 투입해 학대하다시피 가동해야 겨우 이익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익이란 문자 그대로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뿐.

농사를 지으면 쌀이란 부산물로 인류의 배를 불릴 수 있었다. 공장을 지어 공산품을 만들면 이 또한 사람들에게 생필품을 제공함과 동시에 소비자의 지갑을 10개 만들어 사회에 돌아가게 만든다.

그러나 암호화폐는 그냥 무형의 전자 코드에 가치를 부여해 이걸 사고파는, 어찌 보면 황당할 정도의 사기였다. 무엇보다 더 문제는 이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거래소였다.

암호화폐 거래소는 암호화폐를 실물 화폐로 환전시켜주는 곳을 총칭한다.

일종의 외환 거래소에 가깝다고나 할까? 하지만 시중 은행과 달리 신용도가 매우 낮은 거래소였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 거래소에 자신의 암호화폐를 은행에 예금해 놓듯 보관하고 있다는 게 문제였다.

툭하면 해킹당해서 고객 개인 정보나 암호화폐들이 털리는 건 둘째 치고 거래소 자체가 국가에서 감시하는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주인 맘대로 운영하는 투기장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특히 타이밍이 중요한 암호화폐의 특수성(하루 24시간 내내 1분 단위로 시세가 실시간으로 변동한다.)을 무시하고 거래소 내부에서 중 대뜸 내부 모니터링이랍시고 입출금을 막아 버리는 짓을 버젓이 자행하고 있었다.

더 가관인 건 거래소가 코인이 실제로 거래 처리가 되는지 공개를 안 하기 때문에 저게 제대로 거래되고 있는 건지 아니면 거래되는 척만 하고 딴짓을 하는지 고객은 확인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거래소는 조작 몇 번만으로도 있을 수 없는 유동성, 즉 암호화폐의 가격을 멋대로 올렸다 내리기를 할 수 있었다.

실제 모 암호화폐 거래소에선 암호화폐를 거래한 것처럼 꾸미고 입금된 고객의 돈을 회사 대표나 임원들의 계좌로 넣어 버린 괴랄스러운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어디 그뿐이랴?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북한에서 암호화폐를 탈취하기 위해 수많은 방법으로 시도 때도 없이 암호화폐 거래소를 공략했다.

그 여파로 수많은 거래소의 보안이 뚫려 암호화폐를 도난당하는 일도 허다했다.

“말 나온 김에 즉시 시작해. 한 달이나 걸린다면서? 나에게 있어 시간은 금보다 더 중요하니까. 후딱 해치워 버리자.”

“알았다. 현시간부로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 312개에 백도어 설치 및 제어 가능한 지향성 바이러스 살포를 시작하겠다. 이벤트 호라이즌 연산 시스템 지원 개시. 외부 채널 개방. 인터넷 라인에 비정규 접속 개시!”

두 눈을 감은 레비의 긴 금발 머리가 순식간에 은색으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레비가 전투 모드에 들어갔을 때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온라인 네트워크상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해킹 행위도 레비에게 있어선 현실의 전투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음. 당분간 레비는 바쁠 테고, 현민 팀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는 앞으로 12시간이나 남았으니…. 간만에 영화나 볼까? 그동안 못 봤던 영화가 잔뜩 있을 테니까.”

레비가 있을 땐 비효율적인 에너지 낭비라며 잔소리를 해대는 바람에 꿈도 못 꿀 일이었지만, 지금 레비는 매우 바빴다.

게다가 레비아탄과 하나가 된 이후, 마하임은 잠을 잘 필요도 없었다. 24시간 내내 깨어 있어도 전혀 피로하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문제가 있다면, 성욕까지 홀라당 날아가 버린 것이다. 물론 생식 능력도 없어져 버렸다.

“어쩔 수 없지. 얻는 게 있다면 잃는 것도 있을 수밖에.”

등가 교환의 법칙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랬지만, 어쨌건 이것이 현실이었다.

멍하니 앉아 있던 마하임은 함교의 메인 스크린을 켰다. 그와 동시에 웬만한 아이맥스 영화관의 스크린보다 더 큰 홀로그램 스크린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 뭐부터 볼까? 간만에 한국 영화부터 좀 봐 볼까? 홈페이지에서 평점부터 확인하고 봐야겠지? 내 시간은 금보다 귀하니까.”

그렇게 마하임은 간만에 12시간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