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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65화 (165/194)

165화

레비가 ‘풀 다이브’ 상태로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째로 해킹하고 있을 무렵, 마하임은 자신의 머리를 쥐어뜯으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내가 두 번 다시 별점을 믿나 봐라!!!”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영화의 수준은 그리 나아진 것은 없었다. 그리고 별점 조작도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신중히 고르고 또 골라서 본다고 본 헐리웃 영화 대부분이 댓글 조작 및 별점 조작으로, 미치도록 재미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던 것이다.

마하임은 자신의 피 같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 주작 전문 네티즌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단 1분도 아까운 지금 시점에서, 레비의 감시까지 피해 어렵게 만든 시간을 이따위 영화를 보면서 날려 버린 마하임은 분노로 온몸이 떨렸다.

“개자식들! 그래, 오늘 끝장을 보자!”

마하임 역시 나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나름 잘나갔던 해커였고, 지금은 이벤트 호라이즌의 지원까지 받을 수 있었기에 주작꾼들의 신상 정보 및 아이피 정도는 간단히 털 수 있었다.

마하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놈들의 컴퓨터에 다량의 악성 컴퓨터 바이러스를 전송시켜 두 번 다시 같은 컴퓨터로 주작질 못 하도록 CPU 및 메인보드, 그래픽 카드 등을 완전히 박살을 내 버렸다.

하지만 그런다고 흘러간 시간이 돌아올 리 없었다.

마하임의 피 같은 24시간의 휴식시간은 그렇게 끝나 버렸고, 레비는 ‘풀 다이브’ 상태를 풀고 다시금 이벤트 호라이즌을 제어하기 시작했다.

“왜 그러나? 마하임.”

분에 못 이겨 식식거리고 있는 마하임을 바라보며 레비는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마하임은 그저 똥 씹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역시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

“그래. 나도 동감해. 진심으로.”

차라리 고전 영화 재탕이나 뛰었으면 나았을 것을, 하고 뒤늦은 후회를 해 보았지만 이미 버스는 떠난 뒤였다.

아마도 당분간 영화는 꿈도 못 꿀 것이다. 옛말에 이르기를 포기하면 편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마하임은 깔끔하게 포기하고 이제 치료가 거의 끝날 때가 된, 현민 팀들이 있는 치료실로 향했다.

* * *

바로 그 무렵. 지구에서 ‘고블린’이라 불리는 종족의 숨겨진 모성에서는 난리 아닌 난리가 났다.

“고블린 로드가 행방불명됐닥, 믿을 수 없닥!”

고블린들의 왕, 포로노는 자신의 3m가 넘는 비대한 몸을 이리저리 꿈틀거리며 당황해 어찌할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솔직히 인류를 처음 침략할 때 이렇게까지 인간이 반격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물론 전과도 많이 올렸고 많은 인간을 생포해 포식 및 생식에 이용하고 있었지만, 그에 따른 희생도 막대했다.

이미 죽어 버린 고블린 수는 10만 마리를 넘어섰다. 특히 지구에 갑작스레 나타난 초인의 출현은 고블린으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 합쳐 1000마리도 되지 않는 상급 전사, 고블린 로드를 지구 침략에 동원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성과는 예상한 대로였다. 과거 심연의 어둠마저 애를 먹였던 것이 바로 고블린 로드였다.

현 인류의 무기 기술로는 고블린 로드를 죽일 방법이 전혀 없었다.

심지어는 전술 핵폭탄으로도 고블린 로드는 죽지 않았다. 그 정도로 강한 고블린 로드가 이끄는 정찰 부대가 전혀 뜬금없는 곳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던 것이다.

거기다 당시 고블린 로드를 불러오기 위한 포탈을 열고 있던 고블린 주술사 10마리마저도 포탈이 부서지면서 모두 깔끔하게 두 조각이 나 고깃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이 모든 것이 마하임의 짓이란 것을 알 리가 없었던 포로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은 최근 500년 사이에 단 한 번도 없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벌어졌고, 이미 돌이킬 수 없었다.

“대주술사 락카를 불라와락, 빨리!”

포로노는 대노를 하며 고블린 대주술사 락카를 불렀다. 그러자 그의 곁에서 시중을 들던 고블린들은 허겁지겁 포로노가 거처하는 거대한 방에서 뛰쳐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인간의 해골 수십 개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지팡이를 쥐고 고블린 로드와 비교해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 덩치와 근육을 자랑하는 대주술사 락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번 변명이라도 해 보아락, 포탈을 열던 주술사가 모두 두 조각이 났닥. 그리고 정찰 나갔던 고블린 로드와 고블린 모두 일시에 행방불명됐닥.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놈은 심연의 어둠밖에 없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지 않겠직.”

당장에라도 락카를 잡아먹어 버릴 듯한 기세로 포로노는 말했다. 하지만 락카는 아무 말도 않고 조용히 눈을 감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후 그는 눈을 떴다. 그리고 포로노 자신의 왕을 향해 말했다.

“우리의 주신, ‘라’는 말했닥. 심연의 어둠의 방해는 없을 거라고.”

“그럼 이건 어떻게 된 것이냑. 왜 포탈을 열던 주술사는 저 모양이 된 것이고, 왜 정찰을 나갔던 고블린 로드는 행방조차 알 수 없느냐 말이냑.”

포로노는 식식거리며 말했다. 사실 그는 이번 지구 원정을 적극 반대했었다.

이미 지구를 수호하던 신비의 종족 엘다의 주력 함대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웬만한 외계인들은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심연의 어둠이 심판을 지목한 행성에 쳐들어간다니, 그건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다.

심연의 어둠은 전 우주에 자신과 비슷한 문명과 전투력을 지닌 종족들에게, 항상 자신이 심판할 별을 먼저 선전 포고했다.

그리고 만에 하나 심연의 어둠이 심판할 거라고 선전 포고한 별에 먼저 다른 종족이 쳐들어갔을 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종족을 말살시켰다.

그야말로 단 1개체도 남긴 없이 철저히 응징했다.

포로노는 이러한 이야기를 선대로부터 내려오는 지식의 전당에서 충분히 배웠다.

1000년 전 그들의 선대왕은 이를 무시하고 심연의 어둠이 선전 포고한 별에 쳐들어갔다가 고블린들의 고향, ‘에로스’가 초토화되고 고블린 일족은 그야말로 멸종할 뻔했다.

하지만 고블린 일족은 포탈을 사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들은 이 힘을 이용해 지금껏 심연의 어둠의 눈을 피해 이 변방의 지옥과 같은 행성에서 겨우겨우 생을 이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고블린 일족 대주술사 락카는 심연의 어둠이 지구를 침공한다는 선전 포고는 거짓이라며, 지구를 침공해 오지 않을 거라는 신탁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지만, 고블린 일족에 있어 대주술사는 자신 이상이나 영향력이 컸다.

그가 강압적으로 지구 침공을 강요하다시피 하자 포로노는 어쩔 수 없이 지구 침공을 허락했던 것이다.

“‘라’님은 말했닥. 우리의 적은 단 한 명의 심연의 어둠의 최상급 전사라고. 그놈만 제거하면 지구는 우리 차지가 될 것이닥.”

“이 간교한! 그 말을 나보고 믿으란 말이냑! 지금 상황을 보아락. 최상급 전사가 왔다면 다른 레비아탄들도 당연히 따라왔을 거닥! 당장 지구는 포기해야 한닥!”

“그건 용납 못 한닥. 만약 레비아탄 무리가 따라왔다면 이미 우리 일족이 사는 이 별까지 레비아탄 무리가 침략해 와 공격을 하고 있을 것이닥. 심연의 어둠의 잔학함을 벌써 잊어버린 것인각.”

대주술사 락카의 목소리가 이 넓은 공간을 쩌렁쩌렁 울렸다. 잠시 생각에 잠긴 포로노.

그러고 보니 확실히 이상했다. 정말 자기 생각대로 심연의 어둠의 최상급 전사가 왔다면, 이미 보복을 위해 이 별까지 쳐들어왔어야 정상이었다.

1000년 전 자신들이 살았던 모성 ‘에로스’를 심연의 어둠이 초토화한 바로 그날처럼.

“설령 심연의 어둠의 최상급 전사가 있다 해도 이대로 지구를 포기하면 우리 일족은 멸종한닥. 지금 우리가 사는 행성을 보아락. 우리의 주신 ‘라’님이 계신 마계와 뭐가 다르단 말인각! 위대한 고블린의 왕이면서도 그 정도도 모른다 말인각!”

락카는 포로노를 향해 일갈했다. 락카의 말처럼 그들이 심연의 어둠에게 패배해 겨우 도망쳐 온 이 행성은 이미 죽기 직전의 상황이었다.

고블린의 암컷들은 행성이 죽어 가면서 뿜어내는 유독한 가스에 중독되어 이미 생식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지구에서 생포한 인간 남자는 식용으로, 여자를 생포해 자손을 불리는 데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빨리 지구로 이주하지 못하면 우리 일족은 멸종한닥. 망설일 시간은 없닥. 고블린 로드를 총동원하여 지구를 공략해야 한닥. 특히 정찰 나갔던 고블린 로드가 사라진 그곳에 모든 병력을 집중해야 한닥.”

“으으으. 꺼져락! 네 말 따위 듣기 싫닥!”

포로노는 락카를 자신의 방에서 쫓아냈다. 사실 그의 말에는 틀린 것이 없었다.

단지 화가 난 것은 고블린의 왕인 자신이 이런 상황에 이르러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

“인간 암컷들을 데려와락! 어서!”

포로노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알몸 차림의 5명의 인간 여성이 멍한 얼굴로 포로노 앞에 끌려 나왔다. 이미 그녀들은 고블린이 만들어낸 독에 중독되어 이성과 지성이 마비된 인형이나 마찬가지였다.

“빌어먹을 레비아탄! 절대 용서 못 한닥!”

인간 여자 한 명을 거칠게 바닥에 눕혔다. 여성은 이성과 지성은 마비된 상태였지만 갑작스레 찾아온 고통에 온몸을 비틀며 발버둥 쳤다.

하지만 고블린 일족 중 가장 강한 고블린 킹을 평범한 여자가 감당해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일방적으로 포로노에게 범해지는 여성. 그 여성은 결국 죽고 말았다. 하지만 포로노는 멈추지 않고 계속 여성을 범하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고블린 로드를 집결시켜락. 지구를 친닥! 대주술사의 말이 맞다면 우리의 적은 단 하낙. 최상급 전사 하나뿐이닥. 그렇다면 승산은 있닥! 멸종하지 않으려면 그를 쓰러트리는 것, 오직 그 방법뿐이닥!”

포로노는 이미 죽어 버린 여자의 시신을 던져 버리고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일족의 멸종이 이제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금으로서는 대주술사의 말을 따르는 게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이걸 빌미로 대주술사가 반란이라도 일으키게 되면 아무리 고블린의 왕이라도 감당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은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을 상황이었다.

“심연의 어둠의 최상급 전사를 쓰러트려 우리 고블린 일족의 전성기를 되찾는닥! 가작! 용맹한 고블린 전사들이역!”

고블린 왕은 소리쳤다. 그러자 근처에 이를 지켜보던 수많은 고블린들이 함성을 지르며 전의를 다졌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판단 착오였다.

지구에는 신선인 마하임과 심연의 어둠의 최상급 전사인 레비가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고블린 일족의 파멸은 필연적이었지만, 그들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하여 종과 종의 피할 수 없는 전면전이 지금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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