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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67화 (167/194)

167화

멘붕 직전인 찬호가 외쳤다. 그 역시 별의 수호자로 각성했다. 그의 능력은 ‘저격’. 중2병 환자인 찬호가 이름 짓길 ‘마탄의 사수’였다.

그의 손에 들린 모든 원거리 무기는 100% 명중률을 자랑하는 저격총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사정거리는 무려 100km!

목표물이 굳이 자신의 눈에 들어오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정확한 좌표만 알고 있다면 100km 이내의 그 어떤 목표물이라도, 그 어떠한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더라도 시공을 초월해 100% 저격할 수 있었다.

문자 그대로 백발백중의 저격수가 된 것이다.

물론 강력한 초능력 방어막은 뚫지 못한다.

지금 이 능력을 사용하려면 총이 있어야 한다. 물론 있다 한들 쓰랄의 10배나 강화된 피부를 뚫을 만한 무기는 인류에겐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굳이 봉인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이 벌어진 건, 강화된 것이 현민 팀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마하임은 이 고블린 로드를 레비에게 시켜 기존의 고블린 로드보다 이론상으로 10배 이상 강화시켜 놨다.

똑같이 10배니 불만이 없어야 하는 게 레비가 좋아하는 단어인 ‘이론상’으로는 분명 맞았다.

물론 인정사정없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는 현민 팀에게 있어선 전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만.

“반드시 널 쓰러트려 형님께 인정받아야겠다! 나의 주먹을 받아라!”

여전히 낯간지러운 말투를 사용하는 현민. 그 역시 별의 수호자로 각성했다. 하지만 그의 능력은 좀 과할 정도로 엄청난 것이었다.

그의 능력은 인간의 인지를 벗어날 정도의 엄청난 반사 신경과 관성의 법칙을 무시해 버리는 움직임과 힘이었다.

현민은 그 힘과 반사 신경으로 분대 지원형 화기를 양손에 들고 격투술과 동시에 근접 사격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이 능력도 허락하지 않았다.

사실 이 능력이 가장 무서운 능력이었다. 현민의 능력은 관성의 법칙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관성의 법칙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자기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을 말한다.

즉, 정지한 물체는 영원히 정지한 채로 있으려고 하며 운동하던 물체는 등속 직선 운동을 계속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달리던 버스가 급정거하면 앞으로 넘어지거나 브레이크를 급히 밟아도 차가 앞으로 밀리는 경우, 트럭이 급커브를 돌면 가득 실은 짐들이 도로로 쏟아지는 경우, 컵 아래의 얇은 종이를 갑자기 빠르고 세게 당기면 컵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현상이 관성의 법칙의 예이다.

그러나 현민의 초능력은 이 관성의 법칙을 무시한다. 일반적으로 강력한 물리력을 사용하면 즉시 멈출 수 없고 그 반동으로 밀리거나 힘이 부족하면 튕길 수도 있다.

하지만 현민은 이 관성의 법칙을 무시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순간 가속, 순간 정지를 할 수 있었다.

현민이 이 능력을 최대한 발현하면 현재 신체 능력에서 10배는 더 강해진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지금도 그 능력이 강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 초능력을 100% 활용할 수준이 되면 미국에서 활약 중인 초인 ‘슈퍼맨’조차도 가볍게 제압이 가능할 정도였다.

“정말 한심해서 못 봐 주겠네. 어쩔 수 없지. 내가 움직이는 수밖에.”

바나나 우유를 한 번에 들이켠 뒤 마하임은 몸을 일으켰다.

“아무리 최강의 육체를 주면 뭐 하나? 다룰 줄을 모르면 말짱 헛것이거늘. 잘 봐. 지금 나의 몸은 너희들과 똑같은 수준으로 맞추어져 있다. 물론 믿진 못하겠지만, 사실이야. 맞지? 레비.”

“사실이다. 마하임의 말에 거짓은 없다.”

레비는 마하임의 말이라면 오직 진실만을 말한다는 것을 현민 팀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시범을 보여 주지. 이 육체를 다루는 법을.”

마하임은 성큼성큼 노예 1호, 아니 쓰랄에게 향해 다가갔다. 마하임의 몸 주위에 흐르는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없는 가열한 살기를 느꼈는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기세등등했던 쓰랄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겁먹지 마. 노예 1호, 아니 쓰랄. 아. 입에 익어 버려서 바꾸기 힘드네. 어쨌든 마음껏 공격해 봐. 난 한 대도 안 때릴 테니까.”

마하임은 뒷짐을 쥔 채 쓰랄이 주먹을 내뻗으면 닿을 거리까지 가서 말했다.

마하임의 말을 들은 쓰랄은 깜짝 놀라 그에게 물었다.

“우리 고블린의 언어를 아는각?”

레비는 쓰랄을 개조할 때 더욱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지까지 되살려 놓았다.

“당연하지. 난 레비아탄과 융합한 상태거든. 그래서 ‘마스터 토커’의 능력은 기본으로 지니고 있다.”

“마스터 토컥?”

“음…. 네게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너도 일단은 ‘쓰랄’이란 이름을 우리 팀에게 받았으니 이야기해 주마. 나의 말은 어느 종족이든 어느 생명체든 다 알아들을 수 있고 또한 나 역시 그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지. 레비아탄과의 융합은 그런 것이다.”

“그, 그런각. 우린 정말 무서운 자를 적으로 돌린 모양이닥.”

“잔말 말고 덤벼. 모조리 피해 주마.”

마하임의 도발에 쓰랄의 인상은 굳어졌다. 이건 도발을 넘어선 사실상의 명령. 그의 명령은 쓰랄에게 있어선 절대 거부할 수 없는 힘이 담겨 있었다.

쓰랄은 절대 공격하고 싶지 않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의 몸은 쓰랄의 의지와는 전혀 다르게 현민 팀을 박살 내 버린 그 주먹을 마하임에게로 뻗었다.

부웅-!

공기를 가로지르는 파공음. 그러나 마하임은 옆으로 한 발자국 움직이는 것만으로 쓰랄의 무시무시한 공격을 가볍게 피해 버렸다.

“첫째. 상대방의 움직임을 철저히 분석해 완벽히 간파할 것. 그럼 그 어떠한 공격이라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할 수 있다.”

물론 말은 쉬웠다. 마하임 역시 그걸 알고 있었고. 하지만 이것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고 뛰어넘어야 할 벽이었다.

이 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하면 앞으로 있을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기에….

슈악 훅욱 후칵-!

자신의 공격이 허무하게 빗나간 걸 본 쓰랄은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심정으로 맹렬히 마하임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상하좌우에서 쏟아지는 쓰랄의 공격은 마치 소나기와 같았다. 하지만 그 어떠한 공격도 그의 몸에는 스치지도 못했다.

“둘째. 상대의 공격 경로를 파악하여 적의 공격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한다.”

나의 몸은 마치 연체동물처럼 흐느적거리며 쓰랄의 공격을 모두 스치듯 피했다.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차이로 말이다.

지금 사용하는 것은 지구의 기술로 말하자면 유술(柔術)이란 것과 가장 흡사할 것이다.

“셋째. 상대가 전혀 예상치 못한 패턴의 방법으로 공격을 피해낸다!”

이 유술은 일본의 무예인 전통 유술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계통의,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 쪽에서 시작된 기예였다.

유술은 상체를 뒤로 굽히기(下腰), 물구나무서기(倒立), 다리 쳐올리기(踢腿), 공중제비 넘기(跟斗)의 네 가지 기법을 기본으로 하는 ‘번금두(飜金斗)’에서 분화되어 독립적으로 발전한 잡기 종목이었다.

이는 신체의 유연성을 극대화하여 불가능할 것 같은 형태를 만들고, 이를 유지, 완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현대 서커스나 잡기단에서 유술은 유신술(柔身術), 연공(軟功), 연골공(軟骨功), 축골공(縮骨功)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는데, ‘유(柔)’ 또는 ‘연(軟)’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팔다리와 몸 특히 허리의 유연성을 극도로 강조하면서 여러 가지 기예를 보여 주는 것이 바로 유술이었다.

그리고 마하임은 지금 그 유술의 극치를 현민 팀이 보는 앞에서 선보이고 있었다.

“마, 말도 안 돼. 어떻게 저런 움직임이…!”

“보스, 사기 치지 마세요. 초인의 능력 쓰고 있죠? 그렇죠?”

“찬호. 지금 마하임 님을 능욕하는 건가! 마하임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적어도 동료에게만은.”

차가운 레비의 말에 찬호는 얼굴이 사색이 됐다. 레비의 전투력은 고블린을 맨몸으로 고기 떡을 만들 수준이라는 것을 찬호 역시 알고 있었다. 그런 레비가 화를 내다니, 바짝 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레비 화내지 마. 원래 찬호 저놈은 그런 놈이니까.”

“알았다, 마하임. 찬호, 앞으로 말조심하도록.”

“네, 네 레비님.”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찬호는 말했다. 그런 둘을 힐끔 쳐다본 뒤 마하임은 쓰랄을 향해 외쳤다.

“좋아. 집중하고 다시 시작하자! 공격해, 쓰랄!”

“알았닥! 나의 모든 힘을 쏟아 보이겠닥”

쓰랄은 전보다 더 격렬한 공격을 맹렬히퍼부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쓰랄의 무차별 공격. 레비를 제외하고는 쓰랄의 공격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마하임은 한 대도 맞지 않고 완벽히 쓰랄의 공격을 간파해 피했다.

“인체를 다루는 데 있어 가장 어려운 것은 바로 자신이 상상한 대로, 자신이 의식한 대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지. 이것이 가능해지면 적어도 쓰랄급 몬스터에게는 절대 지지 않을 거다.”

마하임은 폭우처럼 쏟아지는 쓰랄의 공격을 갖은 기괴한 자세로 모조리 피해내며 여유롭게 말했다.

쓰랄 역시 마하임의 유술에 그야말로 경악을 하고 있었다. 마하임의 절대 명령 때문에 공격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지만 않았다면 벌써 도망쳤을 것이다.

쓰랄 자신이 아는 최강의 전사인 고블린 킹과 대주술사가 마하임을 동시에 협공할지라도 그에게는 손도 댈 수 없을 터였다.

“자, 그럼 유술은 이쯤하고, 태극권으로 넘어가자.”

마하임은 쓰랄의 앞에서 뒤로 껑충 뛰어 2미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진식(陳式) 태극권의 기본자세를 취했다. 그러고선 쓰랄을 향해 검지를 까닥이며 말했다.

“이번엔 타격기다. 난 쓰랄 네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공격할 거다. 하지만 넌 날 죽일 각오로 공격하는 게 좋을 거다. 아니면 내가 널 진짜 죽여 버릴 테니까.”

마하임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쓰랄을 향해 말했다. 사방으로 순식간에 퍼져 나가는 살기에 현민 팀은 고블린의 마취침에 맞은 것처럼 완전히 굳어 버렸다.

쓰랄 역시 할 수만 있다면 도망가고 싶었지만, 이번 역시 마하임의 명령은 절대적이었다.

쓰랄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죽기 살기로 자신의 모든 힘을 동원해 강력한 발차기를 날렸다.

콰콰콰콰-!

그 순간 속도는 음속에 가까웠다. 지금 쓰랄의 키는 전보다 1미터나 더 커져 3미터에 육박했다. 그에 반해 마하임의 키는 고작 180cm.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실제로는 저 쓰랄이 다윗이었고 골리앗은 마하임이었다.

물론 성경에서는 다윗이 이기지만, 현실에서 다윗은 절대 골리앗을 이길 수 없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골리앗은 온갖 중장비로 무장한 데다가 다윗보다 몇 체급이나 높았다. 말할 것도 없이 무술에도 능했을 것이다.

반면 다윗은 무술 따위는 배워 보지 못한 양치기에 불과했고, 그의 무기는 조약돌 몇 개와 그 돌을 던질 천 쪼가리로 만들어진 투석기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다윗은 골리앗에게 승리한다. 성경은 말한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는 까닭은 다윗의 힘이 강해서가 아니라 신이 다윗과 함께해서라는 것을.

그렇다면 지금 다윗 역할인 쓰랄이 과연 골리앗인 마하임을 이길 수 있을까?

성경에서 말하는 ‘신의 가호’가 외계 종족인 쓰랄과 함께할 이유가 없었으니, 마하임의 승리는 기정사실이었다.

마하임은 음속에 근접한 속도로 날아오는 쓰랄의 발차기를 정확히 노려보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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