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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72화 (172/194)

172화

그건 마하임도 알고 있었다. 워낙 유명한 사건이었으니 말이다.

민아가 속해 있던 팀의 메인 멤버들이 게임 도중 단체로 마우스를 집어 던지고 퇴장해 버렸던 것이다.

민아 혼자 게임을 주도해 버리니 자신들은 필요 없는 거 아니냐는 항의 아닌 항의였다.

하지만 결승전은 중단되지 않았다. 왜냐고? 팀원들이 한 명도 없다 하더라도 민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민아는 압도적인 전술과 전략으로 상대 팀을 농락했고 단 한 판도 지지 않고 결국 승리했다.

“그날은 정말 기뻤죠. 솔직히 상대 팀의 실력이 너무 좋았거든요. 물론 내가 몇 수는 더 위였지만.”

민아가 그런 만행을 저지른 뒤, 민아는 팀에서 잘렸다. 감독의 말을 무시하고 멋대로 했다는 이유였다.

민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민아 자신은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었다. 그러나 그 때문에 오히려 욕을 먹고 팀에서 잘리다니, 민아는 억울하고 또 분했다.

“그래서 전 FPS 게임을 때려치우고, MMORPG로 옮겼어요. 협력 플레이 따위는 필요 없는 게임으로 갈아탄 거죠.”

물론 그 MMORPG를 하면서도 ‘여제’ 민아는 단 한 번도 서버에서 넘버원을 빼앗기지 않았다.

그렇게 수년간 게임 속에서 허우적거리다 민아는 어느 순간 깨달았다. 게임이란 나만 재미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때론 일부로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타인을 위해 희생해 주어야 인정을 받고 더욱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MMORPG를 하면서 깨달았던 것이다.

“그다음부터 전 항상 팀플레이를 지향했죠. 직접 싸우는 것은 최대한 자제하고 팀의 브레인으로서 아군을 지휘해 궁극적인 승리를 이끌어 내는 것. 이것이 제 플레이 스타일로 굳어 버린 거죠.”

민아의 썰은 그렇게 끝났다.

그녀의 말을 모두 들은 후에야 왜 민아가 철저히 뒤에서 현민 팀의 서포트 역할만 고집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민아는 쓰랄과 싸울 때도 철저히 현민 팀원들을 보좌할 뿐, 절대 앞으로 나서서 공격하지 않았다.

한다고 하더라도 쓰랄의 시선을 끌어 다른 팀원들의 공격을 도와주기 위해 혹은 피하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서 공격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민아는 하지 않았다.

“그래, 민아야. 네 마음 이해는 한다. 그래서 위화감이 느껴졌던 거로군. 마치 엄청난 고수가 한 수 접어 주고 싸우는 느낌이랄까?”

쓰랄과 현민 팀이 싸울 때 마하임은 민아의 특이한 행동에 유독 눈이 갔었다.

다른 팀원들이 쓰랄에게 10번 이상 즉사할 정도의 공격을 당할 때도 민아는 단 한 대도 쓰랄에게 맞지 않았다.

설령 맞았다 하더라도 그 충격을 최소화했을 뿐만 아니라 이것을 핑계로 잠깐이나마 잠까지 자는 여유를 보였던 것이다.

“좋아. 그럼 진정한 네 힘을 보여 줄래?”

“지, 지금요?”

마하임의 말에 민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민아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보스. 그럼 우선 저의 ‘여제’로서의 ‘지력’을 조금 보여 드리죠.”

민아는 천천히 마하임을 위아래 훑어보면서 날카로운 눈매로 쏘아보았다. 그러다 민아는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입을 열었다.

“둘X. 보스는 둘X시군요.”

“무, 무슨 말이야?”

뜬금없이 민아는 둘X라는 한국 고전 명작 만화의 주인공 이름을 꺼냈다.

그 만화의 스토리를 간략히 언급해 보자면 약 1억 년 전의 지구에 서식하던 평범한 ‘아기 공룡 둘X’는 지구 생물을 조사하는 외계인의 우주선에 납치당해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를 하는 이유인즉슨 지구 생명체가 자신들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존재인지 확인해 보기 위해서 였다.

하지만 당시 공룡의 지능이라고 해 봤자, 돌고래보다 못한 수준이었기에 이 생명체가 자신들을 위협할 여지는 조금도 없어 보였다.

그래서 외계인들은 둘x를 풀어 주며, 조사에 협조해 준 보답으로 둘X의 뇌를 수술해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다.

“요리 보고~ 저리 봐도~ 흠흠.”

민아의 귀여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것은 아기 공룡 둘x 오프닝 주제곡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지저귀는 새소리처럼 상쾌하게 귓가를 간지럽혔다. 노래를 끝낸 민아의 눈에는 살짝 눈물까지 맺힌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노래는 끝났다. 민아는 노래를 멈추기가 무섭게 마하임에게 바짝 다가와서 말했다.

“보스는 이미 인간이 아닌 거 같아요. 인간과 뭔가 다른 이질적인 것이 섞여 있는 느낌? 마치 둘x가 외계인들에게 개조를 당해 초능력을 사용하고 말도 하는 공룡이 된 것처럼 말이죠. 어때요? 제 추리가? 몇 점 정도 주실 수 있을까요?”

민아의 말에 마하임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민아는 그가 레비와 하나가 된 상태라는 것을 이미 꿰뚫고 있었다.

“90점 이상. 어떻게 안 거지?”

“그냥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내 물음에 대답해. 너…. 정말 인간 맞는 거냐?”

마하임은 날카롭게 민아에게 쏘아붙였다. 그러자 민아는 배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어휴, 농담도. 보스는 이미 저의 DNA 분자 구조까지 다 스캔해 보고 심층 의식까지 다 뒤져 보셨을 거잖아요. 전 100% 순종 인간입니다. 단지 좀 특별한, 그래요. 비유하자면 초인 같은 거랄까요? 태어나자마자 각성해 버린….

뭐 그 정도라 생각하면 될 거예요. 어? 근데 또 각성하다니, 이상하긴 하네요. 어쨌거나 강해졌으니 된 거 아닌가요?”

민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을 끊었다.

민아가 자신의 능력을 자각했을 때는 3살 때였다. 분명 자신이 몰라야 할 언어나 단어조차도 한 번만 들어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무엇을 뜻하는지 말이다.

어디 그뿐이랴. 문자 그대로 하나를 보면 열을, 아니 백을 깨우칠 수 있었다.

그냥 보았을 뿐인데도 그것의 근원, 그것이 움직이는 이유, 그것에 관한 진실과 거짓까지 모두 손에 잡힐 듯 선명하게 느껴졌다.

이 넘쳐나는 능력이 뭔가 이상한 것이라는 것을 민아는 본능적으로 눈치채고 이를 철저히 숨겼다.

하지만 넘쳐 흐르는 이 ‘초능력’을 모두 숨길 정도로 민아의 정신력은 강하지 못했다.

그래서 민아는 자신의 이 능력을 배출함과 동시에 숨길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고, 그래서 그녀가 선택한 것이 바로 프로게이머였던 것이다.

“후, 이거야 원. 진짜 먼치킨은 여기에 있었네.”

마하임은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어쩌면 저 민아라는 여자애는 하드웨어 말곤 자신보다 훨씬 더 우수할지 몰랐다.

하나를 보면 백을 깨우친다니. 이건 신의 영역이나 마찬가지였다.

“좋아. 그럼 민아 너의 진정한 전투력을 한번 봐야겠어.”

“어? 왜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거죠?”

“넌 내 부하 직원이자 동료다. 나는 너희의 생명을 책임져야 한다. 그러려면 부하의 진정한 역량 역시 모두 알아야 한다.”

마하임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쓰랄과 현민 팀이 전투를 벌였던 전투 실습장으로 향했다.

민아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표정이었지만 별말 않고 마하임의 뒤를 따랐다.

“내가 좋아하는 고사성어가 하나 있지.”

실습장에 도착한 마하임은 민아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어찌 보면 괘씸했고, 어찌 보면 깜찍하기까지 한 민아의 행동.

뭐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의 민아는 마하임의 사람이었으니까.

“제가 맞춰 보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맞죠?”

민아는 전혀 당황하지 않고 내가 사용했던 태극권 자세를 그대로 재현했다.

“…벌써 그걸 익힌 거야?”

“제가 이미 이야기했을 텐데요? 전 하나를 보면 백을 깨우친답니다. 물론 동료들에게 비밀로 해 주실 거죠? 전 우리 팀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답니다. 아, 이젠 보스를 더 사랑할지도 모르겠네요.”

활짝 웃으며 민아는 놀라운 속도로 마하임에게 돌진해 왔다. 무려 선제공격을 해 왔던 것이다.

“선수 필승!!!”

날카로운 민아의 주먹이 뺨을 스치듯 지나갔다. 지금의 마하임은 레비와의 일체화 문제 때문에 몸은 일종의 봉인 상태였다.

그래서 단순히 육체적 능력은 민아의 몸이나 그리 다를 바 없었다. 즉 하드웨어는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하임에게는 선술과 레비의 전투 능력이 있었다. 그 기술로도 방금 민아의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피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반격은 어림도 없었고, 마하임은 허겁지겁 뒤로 물러났다.

“아, 아깝다. 시원하게 한 방 먹여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역시 그렇단 말이지? 좋아, 나도 나름 전력으로 상대해 주지.”

“그건 안 되죠. 보스는 인간이 아니잖아요. 제발 살살 부탁드려요. 전 앞으로 결혼도 하고 아이도 가지고 싶답니다. 그리고 천수를 누리다 자연사하는 게 꿈인걸요? 그리니 제발 살살 해 주세요. 플리즈~”

민아는 마하임에게 윙크를 날리며 말했다. 마하임은 더는 할 말이 없어 그저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그래, 살살 하자 살살.”

마하임은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전혀 망설임 없이 민아를 향해 돌격했다.

“이번엔 내가 먼저 간다!”

“……!!”

민아의 눈에는 순간 마하임의 모습이 없어진 것만 같이 보일 정도의 빠른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하임의 공격을 좌로 몸의 중심축을 움직이면서 단 한 발자국만으로 피해 버렸다.

“보스가 전에 보여 주신 기술, 중국식으로 말하자면 반보(半步) 맞죠?”

민아는 여유롭게 그의 필살의 일격이라 생각했던 공격을 피하고 말했다. 마하임은 그저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무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하나였다. 가장 적은 타격을 입으면서 상대를 무력화하는 것.

그를 위해서는 철저히 상대방의 움직임을 읽어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적의 공격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필수였다.

그리고 마하임이 이전에 한 번 보여 줬고 지금 민아가 펼친 반보라는 기술은, 회피술의 극치에 다다르지 않으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후딱 끝내죠. 어차피 실전도 아닌 테스트잖아요.”

“난, 항상 실전과 같은 테스트를 추구하지. 봐주지 않겠다!”

마하임은 민아를 1급 경계 대상자로 분류하고 그가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물리력을 최대한 발휘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직후 터져 나오는 강권. 그러나 민아는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그 공격을 모조리 흘려보내 버렸다.

“이건 말이죠. 게임을 보고 힌트를 얻은 기술인데요. 이름은 ‘팔괘유술’이랍니다.”

민아의 몸은 마치 술을 잔뜩 먹어 취한 사람처럼 좌우로 흐느적거리기 시작했다.

마하임이 저런 형태의 기술을 모를 리 없었다. 저건 인체의 유연성을 극한으로 올리기 위한 예비 동작. 즉 저건 중국 팔괘장에서 따온 게 분명했다.

“격투 게임에서 힌트 얻었지, 그거.”

“아, 보스도 아시는구나. ‘철x’ 시리즈의 ‘레x 우x’의 기술 중 일부를 모방해 제 오리지널 기술로 만들었죠. 이 기술 생각보다 엄청나답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태권도 선수도 일격에 보내 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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