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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74화 (174/194)

174화

‘좋아. 말해 봐. 그 힌트. 만약 마음에 안 들면 데이트는 취소다.’

‘후훗. 감사해요. 분명 제 힌트가 맘에 드실 겁니다. 지금 모든 전략적 전술적 상황을 고려할 때 고블린의 생포를 배제한 최적의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이이제이(以夷制夷).

이 이상의 방법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예측이 맞다면, 이 전술을 사용 시 90% 이상의 확률로 지금 침략해 오는 고블린 무리를 전멸시키는 것은 물론 T사 한국 지부를 궤멸 위기까지 몰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하임은 민아의 말을 듣고 순간 넋이 나가 버렸다.

‘이이제이라니! 왜 이걸 생각지 못했을까?!’

중국 대륙은 고대로부터 수많은 이민족들의 침략을 받아 온 곳이었다.

실제 중원인들이 세운 수많은 왕조가 이민족들의 침략으로 망하고 다시 건국되는 악순환을 반복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원인들은 이 이민족들을 제압할 전술 체계를 하나 완성시켰는데, 그것이 바로 이이제이였다.

중원인들은 중원 북쪽에 자리 잡은 이민족 세력을 회유와 암살 등의 공작을 통해 이민족들의 분열을 고착시켜 그들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던 것이다.

그 결과 이민족들은 북방에서 자기들끼리 치고받는 과정에 온 힘을 쏟아부어, 결과적으로 중원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발전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몽골의 칭기즈 칸, 만주의 누르하치 등은 예외다.

그리고 이 이이제이의 사례는 중국에 한정되지 않는다.

고대 로마의 경우에도 북방의 게르만족을 취급할 때 이이제이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사례가 있었기에 은근히 많이 알려진 전략이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약점 역시도 널리 알려져 있어, 어떻게 보면 간파당하기 쉬운 그런 전략이 되어 버렸다.

무엇보다도 이 전략을 실행하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이를 실행할 만한 힘, 즉 무력이 있어야만 했다.

다시 말해 적에게 이이제이를 걸더라도 이들이 서로 싸우지 않고 아군 쪽으로 일제히 화살을 돌려 버리는 상황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일례로 서로마 제국은 게르만족들을 용병으로 고용해서 군사력을 보충하고 서고트족과 군사 동맹을 맺는 등 이이제이를 써서 훈족의 아틸라까지 물리치는 업적을 달성하며 팍스 로마나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갈리아, 히스파니아, 아프리카 등지의 속주들이 이민족들의 점령으로 뜯겨져 나가는 등 서서히 제국이 해체되면서 자국의 국력이 날로 저하하고 있었던 탓에 자국의 영토에서 반란을 일으킨 게르만족을 막을 수 없었다.

결국 훈족의 패배와 서로마 중앙군의 와해로 인해 더 이상 무서울 것이 없어진 게르만족 용병 대장 오도아케르에게 로마는 망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의 마하임에게는 이러한 위험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이벤트 호라이즌은 강원도 깊숙한 숲속에 은폐하고 있었고, 마하임이나 현민 팀 역시 그 누구에게도 노출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그들에게 무력이 없느냐? 솔직히 저 정도 고블린 무리라면 마하임까지 나갈 필요도 없이 민아 혼자 내보내 전력으로 배제하라고 명령만 내려도 민아는 해낼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마하임 일행들의 힘만으로도 이이제이를 실행하기에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보스. 데이트 ok? 그리고 팀원들에겐 이게 저의 계책이란 것도 비밀로 부탁드려요. 전 지금까지의 민아면 충분하니까요.’

마하임은 민아의 말에 다시 한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만약 그녀가 마하임 자신의 적이었다면 1순위로 죽여야 할 인물이 틀림없었다.

그녀가 마하임의 수중에 들어와 있다는 것. 그리고 링크로 그녀를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를 일이었다.

이제 전략은 완벽하게 갖춰졌다. 세부적인 디테일도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실행에 옮기는 것뿐.

이 전술에 당황해 어쩔 줄 몰라 하는 T사의 지사장 미라의 얼굴이 벌써부터 마하임의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마하임은 저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미소를 애써 감춘 채 현민 팀을 향해 말했다.

“이번 작전엔 기밀이 생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민과 철광은 작전에서 제외한다.”

마하임의 말을 들은 현민과 철광은 납득할 수 없다는 얼굴로 항의했다.

“왜입니까? 제가 그리 약해 보이십니까? 형님!”

“저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저 역시 그 누구보다 강하다고 자부하는 바입니다.”

“알아, 안다고. 근데 너희 기술은 너무 눈에 띄어서 안 돼. 나는 너희의 사장이자 이 팀의 리더다. 그리고 같이 생명을 걸고 싸우는 전우이기도 해. 이번 건은 사장이 아닌 같은 팀의 리더이자 전우로서 부탁한다.

이번 작전에서 빠져 둘은 후방에서 대기하도록. 그리고 필요 시 즉시 투입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것도 잊지 말고.”

마하임이 이렇게까지 말하자 현민과 철광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하임에게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형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죠. 좋습니다. 대기하겠습니다.”

“저 역시 대기하겠습니다. 사장님”

둘에게 명령을 내린 마하임은 민아와 레비에게 각자 명령을 내렸다. 물론 링크를 통한 비밀 회선으로 말이다.

‘레비 넌 민아의 말에 따라 움직이도록. 마무리는 민아와 레비 너 둘이서 한다. 민아에게 이미 모든 것을 알려 놨다. 아니 알아서 할 거다. 넌 민아의 말에 절대 복종만 하면 된다.’

‘거부한다. 나는 심판을 위한 관찰자이다. 내가 왜 인류를 위해 싸워야 하는 거지?’

‘인간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심판을 하려고 해도 뭘 알아야 할 것 아냐. 네가 직접 가서 보고 판단해. 뭐 겸사겸사 우리 일도 도와주고.’

마하임의 말에 레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잠시 후 링크를 통해 레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왠지 속는 것 같지만, 상관없겠지. 일단 알겠다. 네 말대로 하지.’

레비는 뭔가 망설이는 듯했지만, 결국 마하임의 제안을 수락했다. 레비와의 통신을 끝낸 마하임은 민아와의 회선을 열었다.

‘민아, 마무리는 네 뜻대로 해. 무엇을 하려는지 대충 짐작은 가니까. 일단 고블린 무리를 T사 한국 지부가 있는 건물로 유인만 하면 되는 거지?’

‘후훗. 역시나 사장님. 유도만 잘해 주세요. 마무리는 저와 레비가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 일 끝나면 데이트 잊지 마세요!’

‘에효, 알았다. 데이트하자. 해.’

마하임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말했다. 역시 여자는, 특히 민아는 요물이었다.

“그리고 찬호 넌 나와 함께 간다.”

“에? 네?!”

찬호가 뭐라 반응도 하기 전에 찬호의 팔을 끌고 이벤트 호라이즌의 내부의 격납고 안으로 이동했다.

찬호가 혼란스러워할 사이도 없이 마하임은 그를 향해 말했다.

“너 오토바이 잘 타지?”

“물론이죠. 국내 오프로드 오토바이 경기에서 제가 출전한 대회는 1등을 놓쳐 본 적이 없습니다.”

찬호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그의 오토바이 경력은 무려 초등학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빠 몰래 오토바이를 끌고 나갔다가 박살 내 먹은 것부터 시작해서, 그의 오토바이에 대한 열정은 중학교 고등학교, 군에 입대하기 전까지 주욱 이어졌다.

폭주족은 말할 것도 없고 국내외 할 것 없이 수많은 오프로드 오토바이 경기에서 입상 혹은 우승한 경력이 있었기에 오토바이만 있다면 그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찬호였다.

“좋아. 너에게 특명을 내리겠다. 넌 지금 출몰한 고블린 무리를 유인해, T사 한국 지부로 간다.”

“네에에?!”

찬호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찬호 역시 초인이긴 했지만 그의 능력은 총이 없으면 사용조차 못 하는 능력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현민 팀 중 근접 격투에 있어 제일 약한 몸치였다.

“야, 벌써 겁먹으면 뭘 하겠다고. 리더가 팀원을 죽이겠냐. 살려서 뼛속까지 우려먹을 테니 작전 성공에만 집중해라.”

마하임은 그렇게 말하면서 이벤트 호라이즌의 격납고 한쪽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일반 바이크 크기보다 약간 더 커 보이는 크기의 물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벤트 호라이즌, 고스트x 시동 켜.”

마하임의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의 앞에 있던 물체, 다시 말해 나사의 범용 고속 이동 장비 ‘고스트x’의 동력이 들어왔다.

“이, 이건 뭐죠?”

뒤따라 다가온 찬호가 말했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매끄러운 유선형 몸체의 탈것으로 보이는 물체가 지상 1m 지점에 두둥실 떠올라 있었다.

“이름은 고스트x. 1인승 초고속 정찰 및 직접 타격 장비. 최고 속도는 500km. 나사의 자랑인 반중력 엔진 탑재. 유사 블랙홀을 응용한 공간 왜곡 실드가 장착되어 있어 레일건 말고는 고스트x의 실드를 뚫을 수 없을 거야.”

찬호는 넋을 잃고 마하임의 말을 듣고 있었다. 마하임은 그런 찬호를 무시하고 설명을 이어 갔다.

“넌 이 고스트x를 타고 고블린 무리를 유인해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T사 한국 지부로 간다.”

이 말을 마친 마하임은 이번 작전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무기를 찬호에게 내밀었다.

겉보기에는 분대 지원용으로 개조된 소형 기관총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 내용물은 기상천외한 것이 달려 있었다.

“나사의 기술이 듬뿍 담긴 총이다. 정식 제원은 비밀. 여기에 사용된 총탄의 내구력은 다이아몬드 10배를 자랑한다. 총탄은 총 100발. 너의 능력과 이 무기라면 고블린 로드조차 일격에 죽일 수 있을 거다.”

“네, 보스가 그렇다고 말씀하시면 그렇겠죠.”

이미 마하임이 말하는 게 무슨 의미인지 감조차 못 잡고 있는 찬호는 멍하니 기관총을 쓰다듬었다.

“그렇다고 학살하듯 다 잡아선 안 된다. 너의 주목적은 유인이다. 조금씩 약 올리듯 고블린 무리를 자극해 T사로 유인만 하면 된다. 고스트x의 조정은 내가 직접 할 테니 너는 네 초인의 능력을 이용해 고블린 무리를 유인하는 데 집중하도록.”

“하아, 일단 해 보죠 뭐. 선택의 여지가 있나요. 에효.”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찬호를 향해 마하임은 녀석이 좋아할 만한 미끼를 하나 던졌다.

“무사히 성공하면 성공 보수 현찰 500만원 주겠다. 그럼 됐지?”

“어…. 넵. 맡겨만 주십시오! 이 찬호 목숨을 걸고 완수해 보이겠습니다.”

금방 의욕에 넘쳐흐르는 찬호. 역시 녀석은 돈을 좋아했다. 고작 500만 원에 목숨을 걸 정도로 말이다.

어쨌든 이번 작전은 회사의 명운까지는 아니라도 처음으로 개시하는 미션이기에 마하임은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물론 민아가 세운 계책이니 민아의 말대로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90% 이상의 확률로 성공할 것이 뻔했지만.

그렇게 마하임이 세운 회사의 첫 번째 미션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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