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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75화 (175/194)

175화

같은 시간, 서울 수도방위 사령부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정찰 위성 및 정찰 드론의 감시망에 대규모의 고블린 무리가 설악산 국립공원, 더 정확히는 정봉산 인근에서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더욱더 큰 문제는 이 고블린 무리들이 서울과 강원도를 잇는 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곧장 서울로 남하하고 있다는 급보가 전해진 것이었다.

“야 이 개자식들아! 뭣들 하고 있어. 탱크든 비행기든 모조리 출동시켜! 포병은 다들 뭐 하고 있는 거냐?! 서울에 고블린이 쳐들어오면 어떤 난리가 날지 알긴 해!?”

현 수도방위 사령관 태랑은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서울은 한국 최대의 도시이자 수도였다. 인구는 900만이 넘었고 한국의 모든 인프라가 총집결되어 있는 세계에서도 20번째 안에 드는 대도시였다.

정찰 드론의 정보가 정확하다면 이 서울을 향해 무려 고블린 1000마리, 거기다 아직 정확한 정보조차 알려지지 않은 고블린 로드 100마리가 미친 듯이 서울로 남하하고 있었던 것이다.

“211포병대 발포 준비 완료! 하지만 민간인의 피해가 우려….”

“지금 그걸 신경 쓸 때야? 저놈들이 서울에 들어오는 순간 서울은 지옥이 되는 거야. 그럼 네놈들이 책임질 거야?! 책임질 거냐고!!”

처음 고블린이 출몰한 것은 미국 맨해튼 자치구였다.

아무런 조짐도 없이 갑작스럽게 출몰한 고블린들은 맨해튼에 그야말로 괴멸적인 타격을 입혔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지닌 미국조차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당했는데 한국이야 말할 것도 없었다.

태랑은 고블린이 서울까지 남하하는 것만 막을 수 있다면, 핵폭탄이라도 쓰고 싶었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에는 핵폭탄이 없었다. 그리고 극비리에 얻은 정보에는 미국에 나타난 고블린 로드를 잡기 위해 전술 핵폭탄을 사용했으나 고블린 로드를 섬멸하는 데 실패했다고 한다.

즉 핵도 소용없는 괴물 중의 괴물이란 뜻이었다.

“모든 포화를 집중시켜! 전투기든 탱크든 몽땅 때려 부어! 최대한 남하를 저지시킨다.”

태랑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사령부 안에 에어컨이 풀가동하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아마도 한국의 모든 전력을 쏟아부어도 놈들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을 끄는 것뿐. 그사이에 서울 시민을 후방으로 탈출시키는 것이 어쩌면 유일한 방법일지도 몰랐다.

“일단, 일단 화력을 전 화력을 집중해. 당장!!”

태랑의 외침에 수도방위 사령부는 남하하고 있는 고블린 무리 인근 모든 부대에게 놈들의 남하를 목숨 걸고 막으라는 명령을 일제 하달했다.

그런다고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지금 태랑이 할 수 있는 일은 이것이 전부였다.

* * *

기이이이잉-

부드러운 반중력 엔진 소리가 연신 찬호의 귀를 간지럽혔다. 모든 작전은 너무나 순조로워 잠이 올 정도였다.

자신이 탄 이 바이크…라고 말하기보다는, 호버크래프트에 가까운 이 녀석의 성능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어때, 내 말 맞지.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고.’

마하임은 찬호에게 링크를 이용해 말했다. 찬호는 그 말을 듣고선 피식 웃으며 기분 좋게 외쳤다.

“정말 끝내주는데요?! 고블린 놈들, 전혀 따라오지 못하네요.”

찬호는 자신의 뒤를 따라 미친 듯이 달려오는 고블린 무리를 바라보며 킥킥거리며 웃었다.

이미 거리는 100m 이상 벌어진 상황. 일부러 속도를 줄여야 할 정도였다.

현재 속도는 시속 170km. 최대 속도의 4분의 1도 안 되는 속도였지만, 고블린들은 겨우 뒤쫓아 오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일부 약한 고블린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뒤로 뒤처졌따라오다고, 그 결과 일렬로 주욱 늘어서서 릴레이 달리기를 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그나저나 대단한데요. 지금 고스트x는 완전 불가시 모드에다 자외선 적외선까지 모두 투과시키는데도 정확히 우리 위치를 알고 따라오고 있는 걸 보면, 고블린들의 능력은 정말 엄청난 거 같아요.”

“그게 아니다. 내가 일부러 냄새를 흘리고 있어서 그렇지. 나사의 기술력을 우습게 보지 마라. 이 고스트x는 F-35조차도 쥐도 새도 모르게 간단히 잡을 수 있는 기동력과 화력을 지니고 있다.”

마하임은 멋도 모르고 지껄이는 찬호의 말에 쐐기를 박았다. 찬호는 눈이 동그래져 더는 말하지 않고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기 보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지요?”

“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진입, 곧장 T사 한국 지부가 있는 성남시 판교로 향한다.”

“그런데 이 상태로 가면, 민간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요?”

“약간의 피해는 어쩔 수 없지. 하지만 너도 보다시피 이미 레비가 교통관제 센터를 해킹해, 양양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일반 차량을 모두 통제시킨 상태다. 다시 말해 민간인의 피해는 그다지 없을 거다.”

“확실히 그렇군요. 어쩐지 아까부터 차 한 대 안 보이더라.”

양양 고속도로는 그야말로 시원하게 뚫려 있었다. 가끔 차가 보이기도 했지만, 몰려오는 고블린 무리를 보고 기겁하며 양양 고속도로 밖으로 도망쳤다.

물론 고블린 무리는 그들에게는 신경조차 안 썼다. 놈들의 목표는 바로 이 고스트x였다.

그도 그럴 것이 찬호는 자신의 초인으로서의 능력으로 일격에 5마리의 고블린 로드를 사살했던 것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찬호 혼자서도 이 많은 고블린들을 단숨에 섬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전은 그게 목적이 아니었다.

이이재이. 다시 말해 고블린들을 이용해 미라가 총지휘하는 T사 한국 지부를 궤멸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고블린 무리를 T사까지 끌고 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

“자, 이제 곧 시작될 거다.”

“뭐가요?”

마하임의 말에 찬호는 반문했다. 마하임은 그런 찬호를 바라보며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이 바보야. 고블린 1000마리에 니가 죽인 고블린 로드를 빼더라도 95마리의 고블린 로드가 서울로 향하고 있다. 그럼 당연히 수방사에서 난리가 날 것 아니냐. 곧 비 오듯 포격이 쏟아질 거다.”

“악! 그럼 우리 큰일 난 거잖아요!!”

떨어지는 포격, 다시 말해 고사포의 포탄에는 눈이 없다. 닥치는 대로 이 주변을 초토화시킬 것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찬호 역시 그 영향권 안에 들어갈 게 뻔했다.

“우리가 큰일 난 게 아니라 찬호 네가 큰일 난 거지. 난 지금 이벤트 호라이즌 안에서 너랑 이야기하고 있는 거니까.”

“악! 너무해요, 보스! 지켜 주신다면서요! 이건 말이 다르잖아요!”

“하아, 넌 어찌 발전이 그리 없냐. 니가 타고 있는 고스트x가 저따위 고사포에 부서질 것 같냐? 흠집도 못 낼 거다. 절대!”

그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고스트x는 공간 왜곡을 통한 철통 방어력을 자랑했다.

총알이나 폭탄 같은 물리 공격은 완전 면역이었고, 광학 병기 즉 레이저 병기는 가볍게 굴절시켜 튕겨내 버렸다.

만약 고스트x를 잡으려면 최소 고폭탄급의 화력은 필요할 것이다.

“이번 작전의 핵심은 온전하게 고블린 무리를 T사에 배달하는 거다. 지금부터 시작되는 수방사의 집중 공격으로부터 고블린 무리를 완벽히 보호해야 한다.

고블린 로드야 어차피 고사포 따위엔 기스도 안 나겠지만 일반 고블린은 분명 피해가 나올 거야.”

“흑흑…. 보스 너무해요. 보스는 저보다 저 고블린이 더 소중한 거죠? 정말 실망이에요.”

“야! 말이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너도 민아에게 옮았냐?!”

“뭐 좋아요. 대신 성공 수당 500만 원 추가 콜?”

“하아, 누가 현민 팀 아니랄까 봐…. 좋다, 콜이다. 대신 지금부터 네 몸뚱이는 내가 제어한다.”

“네? 네에?!”

찬호가 놀랄 사이도 없이 마하임은 찬호의 몸속에 존재하는 링크 회선을 제어해 찬호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지, 지금 뭐 하시려는 거죠?”

“당연히 10km 앞으로 다가온 저 고사포 탄을 모조리 떨어트리는 거다.”

마하임은 씨익 웃었다. 수방사는 바보가 아니다. 한국에 있어서 서울은 최대의 도시이자 반드시 지켜야 할 수도였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터였다.

그래서 마하임 역시 나름대로 준비를 해 왔다.

“잘 봐두고 머릿속에 넣어 놔. 언젠가 이 기술을 네 것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찬호의 등에 메어져 있는 분대 지원용 기관총을 꺼내 들었다. 물론 나사가 특별히 개조한 녀석이라 일반적인 기관총과는 차원이 달랐다.

“자, 온다. 이 꽉 깨물어!”

마하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찬호의 눈에는 수천 발의 고사포 탄이 증강현실로 리모델링되어 모조리 표시되었다.

“악! 저게 다 폭탄이에요?!”

“물론. 잘 봐! 지금부터 너의 진정한 ‘초인’의 힘을 개방할 테니.”

한 손으로 총을 꺼내 든 마하임은 고사포 탄이 날아오는 방향으로 총구를 향했다.

그리고 단숨에 100발이 든 탄창을 고사포 탄을 향해 난사했다.

투타타타타타탕-!

총알의 속도는 음속을 능가해 거의 레일건급 속도로 총구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단 한 발도 빗나가지 않고 고사포 탄을 박살 내 버렸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총구를 벗어난 총알들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매처럼 방향을 틀더니 아직도 남아 있는 다른 고사포 탄을 향해 날아들었다.

퍼펑 퍼퍼퍼퍼펑-!

파파팡 쿠아앙!

투앙 쿠콰콰캉!

하늘에서 마치 폭죽놀이라도 하듯이 연이어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폭탄이 부서진 파편이 눈처럼 주변을 순식간에 가득 채웠다.

“맙소사. 날아오는 포탄을 전부 맞추다니….”

찬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제대로 겨냥도 안 하고 그저 총을 난사했을 뿐인데, 음속에 근접하는 속도로 움직이는 고사포 탄을 모조리 격추하다니!

찬호는 믿으려야 믿을 수가 없었다.

“놀라기는 일러! 내가 준 이 총에 쓰인 총알은 다이아몬드보다 10배 강한 ‘울티하르메이드’라는 금속이 쓰였다. 이 금속은 너에게 맞춤으로 제작된 정신 감응 금속이기에 찬호 너의 뇌파에 반응해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 두도록.”

마하임은 천천히 친절하게 설명까지 해 주면서 이 총의 사용법을 찬호에게 가르쳤다. 멍청한데다 태도까지 불량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그의 식구였으니까.

“와, 진짜 끝내줘요! 정말 믿을 수 없네요.”

총알의 궤적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니, 그야말로 공방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능력이었다.

“3차원 레이더에 전투기 및 폭격기가 다가오는 게 잡혔다. EMP 쇼크 미사일 준비!”

찬호의 입을 빌려 마하임은 말했다. 그러자 고스트x의 정면 상단부의 커버가 열리면서 1m 정도 길이의 막대기 모양의 미사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공군에게는 미안하지만, 방해받을 수 없지. 적당히 안전한 곳에 추락하길 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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