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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78화 (178/194)

178화

같은 시각. T사의 한국 지사에서 200m가량 떨어진 빌딩 위에서 레비와 민아는 그들이 띄워 보낸 정찰 드론으로 T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다. 워울프들은 죽지 않고 재생을 가속화하고 있다. 앞으로 5분, 아니 3분 뒤 워울프들은 공격을 재개할 것이다. 더 빠르고 더 강하게.”

“뭐 당연한 일이죠. T사 메인 컴퓨터를 해킹해 얻은 라이칸슬로프Z의 설계도를 보니 정말 가당치도 않아요. 이건 뭐 생체 핵폭탄, 아니 반물질 폭탄이나 마찬가지잖아? 제어도 안 되고 멈출 수 없는 저따위 괴물을 만들다니…. T사는 인류를 멸종시키기라도 할 셈인가?”

민아는 이 어처구니없는 생물학적 재앙인 라이칸슬로프Z의 구조를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어떻게 할 셈인가?”

“음…. 좀 더 지켜봐야죠, 뭐. 대책은 이미 세워 놓았으니까.”

“알겠다. 그러나 위험 상황이 닥쳤다고 생각할 경우 가차 없이 ‘대책’을 실행에 옮기겠다.”

“그렇게 해요. 자, 그럼 재생이 끝난 라이칸슬로프Z가 뭐부터 할지 한번 감상할까요?”

민아는 갑자기 팝콘과 콜라가 땡겼다. 역시 스펙타클한 영화를 볼 때는 팝곤과 콜라가 최고였으니까.

그리고 그 스펙타클한 영화는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 * *

쾅, 콰쾅! 쾅-!

쿠쾅 콰콰쾅-!

재생이 끝난 라이칸슬로프Z는 T사의 메인 슈퍼컴퓨터인 ‘사탄’의 제어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다.

그야말로 폭주 상태였다. 누가 명령을 한 것도 아닌데 모든 라이칸슬로프Z들이 방어 모드로 들어간 T사의 건물을 일제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 콰쾅!

퍽억 쿠쿠쾅!

T사의 건물 외벽은 다이아몬드의 10배 이상의 강도로 지닌 형상 기억 합금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일반적인 병기로는 흠집조차 낼 수 없었지만, 라이칸슬로프Z는 일반적인 병기가 아니었다.

녀석들이 한 번 주먹을 후려칠 때마다 T사의 외벽은 금이 가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형상 억기 합금의 재생 능력을 넘어서서 붕괴하기 시작했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으아악! 살려 줘!”

“모두 도망쳐! 난 죽기 싫어!”

미라의 지사장실에 있던 T사의 중역들은 라이칸스로프Z의 공격에 진도 8의 지진이라도 만난 것처럼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지사장실 밖으로 엉금엉금 기어서 도망쳤다.

“큭, 크큭. 캬하하하하하하!”

순식간에 비어 버린 미라의 지사장실. 미라는 미친 듯이 웃었다. 자신이 계획했던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제 저 라이칸슬로프Z는 활동 한계 시간인 3시간 동안 이 일대를 초토화시킬 것이다.

물론 자신이 있는 T사 건물부터 박살 낼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야말로 절망. 더는 꿈도 희망도 없었다. 자살이라도 할까 싶었지만, 지금에 와서 굳이 자살할 이유도 없었다. 싫든 좋든 곧 이 건물은 무너질 것이고 자신도 그 아래 깔려 죽을 테니까.

바로 그때였다. 미라의 등 뒤, 이미 충격을 받아 반쯤 깨진 지사장실의 전술 모니터의 전원이 다시 들어오면서 어디선가 들어 본 익숙한 목소리가 미라의 귀를 타고 들어왔다.

“여~ 미라. 잘 있었어? 우리 못 만난 지 꽤 됐지 않나?”

화면 가득히 들어온 얼굴은, 몇 해 전 자신과 헤어졌던 마하임의 모습이었다. 그는 시간의 흐름이 멈춘 것처럼 그때 당시 그대로의 당당한 모습으로 모니터 앞에 나타났다.

“마하임…! 오빠 사, 살아 있었던 거야?”

“물론이지. 그러니까 이렇게 화끈한 복수도 할 수 있는 거잖아.”

마하임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그럼 지금 이 모든 게, 마하임 오빠가 계획했단 이야기야…?”

“당연하지. 그보다도 너 지금 시간 없어. 꼬라지를 보니 10분도 못 버틸 것 같은데…. 옛정을 생각해서 내가 한 가지 제안을 해 볼 텐데, 들어 볼래?”

마하임은 마치 절친에게 이야기하듯 미라에게 이야기했다. 미라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말해 봐, 오빠.”

“1조 달러를 내가 불러 주는 10개의 개좌에 입금해, 지금 즉시. 그럼 내가 T사 건물을 공격하고 있는 워울프, 아니 라이칸슬로프Z를 모조리 없애 주지. 흔적도 하나 남김없이 말이야.”

“뭐, 뭐라고!”

미라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핵폭탄을 제외한 최고의 폭탄이라고 일컬어지는 FOAB조차 라이칸슬로프Z의 재생을 막을 수 없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나타난 자신의 옛 연인이자, 자신이 배신했던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구해 준다는 것이었다. 무려 1조 달러란 거금을 내놓으라 하면서.

“불가능해요! 오빠, 제가 어디서 그런 엄청난 돈을 갑자기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는 거죠?"

“에이, 왜 그래? 클라스 떨어지게. T사 한국 지부 연 매출만 해도 1조 달러던데?”

“거짓말! 만약 그 돈을 줄 수 있다 해도 저 라이칸슬로프Z를 어떻게 없앤다는 거죠?”

미라가 알고 있는 지식으로는 불가능했다. 지금 유일한 방법은 라이칸슬로프Z가 지닌 에너지를 전부 소모하는 3시간 뒤까지 버티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야, 미라 내가 언제 거짓말하든? 맛보기로 한 마리만 처리해 줄게. 잘 봐.”

마하임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새하얀 광선이 어디선가 날아와 미친 듯 T사 건물을 공격하고 있는 라이칸슬로프Z의 등에 직격했다.

슈욱- 콰아아아앙-!

요란한 폭음과 함께 라이칸슬로프Z는 한순간에 시커먼 재로 변해 무너져 내렸다.

미라는 알 리가 없겠지만, 이건 바로 나사의 유사 블랙홀 발생 장치의 부산물인 반물질을 저격총으로 발사할 수 있도록 개조한 것이었다.

이걸 레비가 각각의 저격 포인트에 설치해 놓고 원격 제어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 봤지? 5분 남았다.”

마하임의 말에 미라는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강력한 라이칸슬로프Z가 한순간에 재가 되어 사라져 버리다니, 마하임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미라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서재 위에 있는 인터폰을 눌렀다. 그러자 그의 충성스러운 비서가 즉시 응답했다.

“말씀하세요, 지부장님.”

“즉시 내가 불러 주는 계좌에 10개에 1조 달러를 분할 입금하도록.”

“네에?! 지금 진심으로 하시는 말씀이십니까?”

“닥치고 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하란 말이야! 살고 싶으면!!!”

절규와 같은 미라의 목소리가 미라의 지사장실을 울려 퍼졌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미라의 비서는 언제나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계좌 번호와 은행을 알려 주십시오.”

“알았어. 마하임 오빠, 내 비서에게 불러 줘. 즉시 입금시켜 줄 테니까.”

“ok, ok, 바로 불러 줄게. 계좌 번호는….”

마하임은 거침없이 미리 준비해 둔 계좌 번호를 읊었다.

마하임이 미리 만들어 놓은 가상 계좌. 이 계좌에 돈이 입금되는 순간 동시에 레비가 미리 심어 놓은 바이러스를 통해 1000개가 넘는 은행을 거쳐 완벽하게 세탁되어 완전무결한 비자금으로 마하임의 비밀 계좌에 분할 입금될 것이다.

“ok. 입금 확인. 이번엔 그냥 살려 줄게. 허나, 다음번에 내 눈앞에 띄면 반드시 죽인다. 그것 하나만큼은 약속해 주지.”

그렇게 마하임과의 통신은 끊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T사 건물은 태양빛보다 찬란한 빛이 휘황찬란하게 순간 빛이 났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T사의 건물을 공격하던 라이칸슬로프Z들 역시 한순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렇게 성남시에서 일어났던 이 블록버스터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이 사건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T사 앞에서 벌어진 이 블록버스터는 각종 TV와 방송에 그대로 생중계되었던 것이다.

마하임이 일부러 의도한 바였지만, 사실 지금과 같은 세상에 이런 대사건을 은폐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경기도 성남은 서울과 인접한 수도권의 대도시였고, 요즘은 스마트폰으로도 개인 방송을 하는 시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성남과 같은 번화가에 고블린VS라이칸슬로프Z의 활극이 벌어졌으니 그것이 방송을 타지 않을 리 없었다.

덕분에 인터넷은 물론이며 지상파 방송에서도 24시간 긴급 속보가 편성될 정도로 난리가 났다.

난데없이 나타난 고블린 군단이 경기도 성남에 위치한 T사의 한국 지사 앞에서 라이칸슬로프Z와 벌인 싸움 하며, 이 과정에서 수방사가 운영하는 병력의 50% 이상이 전투 불능이 된 상황.

그리고 T사를 비롯한 모든 재벌들의 하청 헌터들이 떼죽음을 당한 사건까지. 한국은 이 사건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용광로처럼 부글부글 끓었다.

하지만 T사 한국 지사는 침묵을 지킬 뿐이었고 3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 어떠한 성명도 내지 않았다. 그렇게 3일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민간인의 사망은 10명도 되지 않았다. 수방사의 빠른 대응으로 성남시 T사 인근 주민들이 재빨리 대피했던 까닭이었다.

최대의 피해자는 T사의 한국 지사 건물이었고, 또한 한국 재벌들 밑에서 일하는 하청 헌터들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하청 회사 소속 헌터들을 거의 씨가 마를 정도로 전멸해 버렸고, 이제 그 누구도 재벌 기업의 하청 헌터로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마하임이 레비에게 부탁해 정보 조작을 했던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조작이 아니라 진실을 인터넷에 올려 버린 것이다.

엉덩국화빵: 소문 들었냐? 재벌들이 하청 헌터들을 고기 방패로 썼다는 거. 지들 도망칠 시간 벌려고.

헬좃선: 야, 당연한 거 아니냐. 걔네들은 인간이 아니다. 재벌의 멍멍이야, 멍멍이. 멍멍이들에게 인권 같은 게 있겠냐? 개죽음이지 개죽음.

애국지사: 야 이 개놈들아! 울 아빠가 저기서 전사하셨다. 너네들 다 고소한다. 스샷 다 찍어 놨다.

헬좃선: 엿 드셈 ㅋㅋㅋㅋ 나 미국 시민권자임. 한국 법으로 처벌 불가임. 할 수 있음 해보든가? ㅋㅋㅋㅋ

음모론1: 야 근데 그나마 다행 아니냐? 고블린이 1000마리가 넘었댔잖아. 그런데 그 늑대인간 비슷한 놈들이 다 죽여 버리고 최후에 자폭까지 해 버렸고. 혹시 그 늑대인간, T사의 작품 아닐까?

내가니아빠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마라. T사의 작품이라면 마지막에 왜 T사 건물을 박살 내는데? 오늘 아침 뉴스 보니까 너무 심하게 망가져서 지사장은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더라.

밀리메냐: 그냥 헬기 보내서 데려오면 안 되나? 완전히 무너진 것도 아니잖아.

진보주의자: 병시나 헬기 뜨면 풍압이 얼마나 센 줄 아냐? 지금 T사 건물 무너지기 직전이란다. 헬기가 근처만 가도 우르르 무너질걸?

빨갱이냥꾼: 이게 다 대통령 때문이다.

너보면짖는개: 아 또 저놈 왔네. 저놈한텐 비가 내려도 대통령 때문이고 눈이 와도 대통령 때문일 거다. 똥 싸는 기계 놀이 그만하고 그냥 나가 죽어!

T사 관련 인터넷 기사 게시판에는 수만 개의 댓글들이 도배되다시피 올라가다 못해 해당 신문사 서버가 터져 버리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한국 정부는 진상 조사를 위해 특별 수사팀까지 꾸렸지만, 그 무엇도 알아낼 수 없었다.

이 사건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T사 한국 지사장인 미라의 생사조차도 지금으로선 애매했으니 말이다.

그렇게 한국 전체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지만, 이벤트 호라이즌에 돌아와 있는 마하임과 현민 팀들은 간만의 휴식으로 축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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