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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84화 (184/194)

184화

UN산하 헌터 연맹 이지스의 총본부가 있는 곳은 미국의 뉴욕 맨해튼 자치구였다.

이곳에 이지스가 있는 이유는 아주 심플했다.

UN 본부가 있는 곳이라서 그렇기도 했지만, 그 이전에 뉴욕이 고블린에 의해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공격당한 곳이기 때문이었다.

미국인들은 이 고블린의 습격을 12/12 ‘퍼스트 어택’이라 불렀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12월 12일 오전. 정확히는 8시 15분에 일어난 이 습격으로 인해 맨해튼 자치구의 인구 30%가 단 3시간 만에 사라졌다.

통칭 ‘포탈’을 이용해 아무런 조짐도 없이 맨해튼에 갑자기 나타난 수천의 고블린들은 닥치는 대로 사람들을 납치했다.

고블린은 웬만해선 사람들을 죽이지 않는다. 단지 입 안에서 뿜어내는 마비침으로 사람들을 혼수상태로 만들어 포탈 안으로 납치해 갈 뿐이었다.

간혹 죽이는 경우도 있긴 했는데, 그것은 전투 시간이 길어져 배가 고플 때에 한해서였다. 물론 이것도 추측일 뿐 정확한 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쨌거나 천조국이라 불리우는 미국이라 할지라도 이 미지의 생명체의 습격은 정말 천재지변과 같은 일이었다.

미국의 군경은 이 정체불명의 습격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온 힘을 다했지만, 주력 전차의 주포가 아니면 상처조차 줄 수 없는 고블린 앞에서는 그저 무력하기만 했다.

만약 이날 미 특수부대 SEAL-6 소속의 마크 알릭서 소령이 ‘초인’으로 각성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뉴욕 맨해튼 자치구는 유령 도시로 변하고 말았을 것이다.

당시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인류는 고블린에 대해 1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이를 막기 위해 출동한 경찰과 군대는 속절없이 당할 뿐이었다.

마크가 이끄는 특수부대 역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최전방에서 고블린과 싸우던 마크는 필사의 사투를 벌였지만, 그의 부대원 전부가 몰살하는 데 걸린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그리고 마크 알릭서 자신도 죽기 직전의 상황까지 몰려 결국 고블린에게 사로잡히는 신세가 됐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포탈로 끌려가기 직전, 그는 ‘초인’으로 각성에 성공한다.

그리고 이후 전투의 양상은 180도 달라졌다.

전멸 직전인 미군은 마크의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 덕분에 겨우 전선을 수습할 수 있었고, 고블린과 전쟁다운 전쟁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것은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미국인들은 기적처럼 초인으로 각성한 마크를 이렇게 불렀다.

‘슈퍼맨.’

뭐 초인을 영어로 번역하면 슈퍼맨이기도 했지만, 그의 전투 방법이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과 너무나 흡사했던 것이다.

고블린을 악력만으로 찢어 버릴 정도의 엄청난 힘. 그리고 눈에서 뿜어져 나오는 고출력 레이저 빔은 고블린 수십 마리를 일격에 숯덩이로 만들 만큼 강력했다.

거기다 마크는 음속에 근접한 속도로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영화 속 슈퍼맨이 현실에 등장한 것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아무리 슈퍼맨의 힘이 강력하다 하더라도 이미 납치당한 사람은 구할 수 없었다.

게다가 고블린들은 마크의 등장으로 수세에 몰리자 아무런 미련 없이 포탈을 이용해 도망쳐 버렸던 것이다.

그 후, 3년이 지난 지금도 이 포탈의 정체에 대해서 인류가 아는 것은 제로에 무한이 가까웠다. 다시 말해 추격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그렇게 ‘퍼스트 어택’은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이날 행방불명되거나 사망한 사람은 무려 50만 명이 넘었다.

미국은 이날을 국치일로 정하고 UN에 제안하여 대몬스터 토벌 기구 ‘이지스’가 창설된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헌터 연맹’ 이지스의 시작이었다.

“흠, 여기가 이지스의 총본부인가?”

마하임은 항공사에서 서비스로 제공해 준 리무진에서 내려 100층이 조금 안 되어 보이는 백회색 유리 타일로 도배된 거대한 빌딩을 올려다봤다.

요즘 같은 세상에서 100층짜리 빌딩은 흔하다면 흔한 것이었지만, 이 건물에는 여느 건축물과는 다른 뭔가 특별한 것이 느껴졌다.

“사장님도 느껴지시죠? 건물 전체를 휘감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거 말이에요.”

민아가 마하임의 등 뒤에 다가와 자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민아의 말을 들은 마하임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레비, 분석해 봐.’

마하임은 이벤트 호라이즌에서 가상화폐 거래소 해킹에 여념이 없는 레비에게 링크를 통해 말했다.

‘분석 완료. 차원 간섭을 강제 발생시키는 일종의 방어 시스템이다. 활성화되면 외부에서 들어오는 모든 종류의 위협을 80% 이상 배제할 수 있으리라 판단된다.’

‘그렇군. 슈퍼맨의 숨겨진 힘이란 건가? 뭐 그래 봤자 힘에 취한 애송이일 뿐이지.’

슈퍼맨의 활약상이야 가끔 TV에서도 등장하니 그리 생소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군인이었지, 뛰어난 초인은 아니었다. 마크는 3년 전 갑작스럽게 생긴 이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도 못하고 그저 힘에 휘둘리고 있을 뿐이었다.

지금이야 고블린 같은 약한 외계종과 싸우고 있었기에 상관없었지만, 앞으로 침략해 올 강력한 기술과 초능력으로 무장한 외계종과 싸운다면 손도 쓰지 못하고 패배할 것이 분명했다.

“물론 내가 있는 한 어림도 없는 이야기겠지만.”

거시적인 관점에서 미국의 초인 ‘슈퍼맨’도 앞으로 다가올 전쟁에 반드시 필요한 인적 자원이었다.

굳이 마하임 밑에서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앞으로의 전쟁은 국가 대 국가가 아닌 행성 대 행성, 종족 대 종족이 될 테니까.

이를 위해선 미국의 슈퍼맨 역시도 가르침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가르침을 겸사겸사해서 오늘 이곳에 그가 온 것이다.

“좋아. 시작해 보자. 초인으로 공식 데뷔다!”

“네! 사장님.”

선두에 선 마하임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이지스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 * *

지금 이곳은 헌터 연맹 본부 이지스 타워의 헌터 등급 시험장이 있는 지하 5층 로비였다.

이 시험장은 헌터 등급 중 최상위 등급인 알파 바로 아래의 베타 등급 심사 전용실이라 보통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바로 마하임의 팀이 단숨에 델타, 감마 테스트를 통과하고 베타 등급 심사를 신청한 까닭이었다.

헌터 등급이란 현 이지스의 총책임자이자 미국의 수호신이라 불리우는 슈퍼맨 마크 알릭서가 만든 헌터의 강함을 수치화시켜 구분 짓는 일종의 카테고리와 같은 것이었다.

일반적인 민간인 헌터는 엡실론 등급으로서, 대다수의 정식 라이센스를 지닌 헌터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헌터 등급 중 가장 낮은 등급이었지만, 사실 이 등급을 받기도 엄청나게 까다로웠다.

온갖 화기며 전투 차량을 자유자재로 몰수 있음은 물론하며 특히 열화우라늄탄을 사용하는 대구경 자동 화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어야 겨우 엡실론 등급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엡실론 등급을 받지 못하면 제대로 된 헌터로서의 활동은 시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엡실론 등급의 라이센스를 획득하면, 국제 헌터 연맹 이지스에서 매달 일정 금액의 지원이 나올 뿐만 아니라 헌터들에게 필수품인 강화제 ‘스팀팩’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자격까지 주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헌터 지망생들은 엡실론 등급을 받기 위해 그야말로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고블린의 지구 공격이 시작된 이후, 세계 경제는 그야말로 ‘개판’이 되어 버렸다.

고블린의 시도 때도 없는 납치극에 전 세계는 신음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경제 활동이 가능할 리 없었다.

주가는 폭락하고 실업률은 하늘을 뚫고 올라갈 정도로 치솟았다. 헌터를 양성할 수 없는 후진국들은 지금 이 순간도 그저 고블린의 납치극을 지켜보고만 있어야만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엡실론 등급의 라이센스를 지닌 헌터는 그야말로 엘리트 중의 엘리트. 출세의 마스터키와 같은 것이었다.

고블린 사냥으로 버는 돈은 물론 하며 재벌 일가의 경호 등과 같은 짭짤한 부수입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수도 없이 주어졌기에 엡실론 등급의 헌터가 되는 것은 일반적인 서민 헌터의 꿈 그 자체였다.

하지만 꿈은 꿈일 뿐. 현실은 가혹하기 그지없었다.

엡실론 등급 라이센스의 난이도는 세계 최강이라 불리우는 미국의 특수부대 SEAL에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웠던 것이다.

게다가 모든 헌터 라이센스는 이곳 이지스 타워에서 직접 시험을 봐야 했기 때문에 부정 합격 같은 것은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힘들게 엡실론 등급에 합격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수도 없이 많았다.

엡실론 등급은 1년에 한 번씩 갱신해야 하는 일종의 갱신제 라이센스였던 것이다.

이 갱신 시험은 처음 엡실론 등급 심사보다 몇 단계는 더 어려워 대부분의 헌터들은 1년 이상 엡실론 등급을 유지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엡실론 등급을 2년 이상 유지해야, 겨우 델타 등급 헌터 시험에 지원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이렇게 까다로운 심사 기준 때문에 델타를 넘어 감마, 그리고 지금 현민 팀이 응시하려는 베타 등급 라이센스를 획득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나 마찬가지인 극악의 난이도를 자랑했다.

“저기, 이렇게 한꺼번에 베타 등급 심사는 좀 어렵습니다. 따로 일정을 잡는 것은 어떠신지요?”

접수대의 여직원은 그야말로 식은땀이 절로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지스가 창설된 이후 한꺼번에 5명이 동시에 베타 등급 시험에 응시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말이다.

“안타깝게도 저희에겐 시간이 별로 없어서요. 게다가 절차상으론 전혀 문제가 없을 텐데요?”

마하임은 유창하게 반론했다.

마하임과 현민 팀은 감마 테스트를 단 1시간 만에 간단히 통과하고 베타 테스트에 정식 신청했다.

델타 테스트는 이미 현민이 델타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면제받았지만, 감마 테스트는 직접 시험을 봐야 했다.

감마 테스트는 순수하게 데이터상의 체력 테스트에 치중했는데 각각의 체력 테스트는 최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급이 아니면 절대 클리어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난이도를 자랑했다.

그러나 마하임과 현민 팀에 있어선 그러한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인류라는 카테고리를 간단히 뛰어넘는, 문자 그대로의 초인이었다.

당장이라도 그들이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전 종목의 금메달을 싹쓸이 해 버리고도 남을 정도였다.

말할 것도 없이 마하임과 그 일행들은 감마 라이센스 승급 심사를 가볍게 통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마하임의 목표는 감마 등급이 아닌, 베타 등급 헌터 라이센스. 그러려면 다음 관문인 베타 라이센스 획득을 위한 테스트를 받아야만 했다.

이미 자격 조건은 100% 갖춰졌기에 마하임과 그의 직원들은 베타 라이센스 승급 심사를 곧바로 신청했다.

그러자 이 소식을 들은 기자들이 마치 먹이를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몰려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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