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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대군주-191화 (191/194)

191화

웨어울프들이 사방에서 압박해 들어오자 오크들은 인간 사냥을 포기하고 자신들의 함선으로 퇴각했다.

웨어울프들이 뒤따라 미친 듯 오크를 쫓아갔다.

하지만 오크는 고블린과 달리 투척 무기도 사용할 줄 알았다. 오크의 모선에서 강력한 화살 공격이 쏟아지자 제아무리 웨어울프라도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쿠그그그그-

오크들이 다 타지도 않았는데도 오크의 함선은 굉음을 내며 두둥실 떠올랐다.

지상에 남은 오크들은 자신을 버리고 떠나는 함선을 향해 미친 듯 울부짖었지만, 오크의 함선은 이를 본 체도 않고 고도를 높여 갔다.

슈아아악 파아앙-!

바로 그때 들려온 날카로운 파공음. 그리고 그와 함께 번뜩이는 섬광이 오크의 함선을 뚫고 지나갔다.

미군의 그 어떠한 병기로도 상처 하나 줄 수 없었던 오크의 함선이었지만, 이 섬광 한 방으로 함선 후미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 버리고 말았다.

그 구멍을 낸 장본인은 코드네임 사이클롭스, 위그드라실이 만든 대구경 생체 레이저 포대였다.

그 모습은 커다란 눈이 달린 사자만큼 커다란 덩치의 4족 보행 생명체였다.

어떻게 보면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모습이었지만, 사이클롭스의 생체 레이저 포의 위력은 절륜하다는 표현이 딱 맞았다.

선체의 견고함을 믿고 설쳤던 오크의 함선에 단 일격으로 커다란 구멍을 뚫어 버렸으니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옆구리에 구멍이 뚫린 오크의 함선은 허공에서 순간 휘청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추락했다.

콰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먼지가 사방으로 비산했다.

하지만 워낙 튼튼한 함선이라 바닥에 처박히듯 추락을 해도 큰 손상은 없었다.

도망치는 데 실패한 오크들은 자신의 함선이 추락하기가 무섭게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이를 본 웨어울프들은 미친 듯 오크에게로 돌진했다.

콰득 푸하학-!

두 몬스터 간의 피 터지는 사투가 시작됐다.

신체적으로는 압도적으로 웨어울프가 강했지만, 자신의 모선을 잃은 오크의 최후의 발악 역시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오크들이 들고 다니는 크로스 보우는 제아무리 웨어울프라 할지라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겁 없는 웨어울프들이 이를 무시하고 싸우다 오크의 크로스 보우에 벌집이 돼서 쓰러졌다.

하지만 모선을 잃은 오크들은 이내 밀리기 시작했고 싸움은 웨어울프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다.

오크의 모선에서 그놈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우워어어어어-!

우렁찬 포효와 함께 오크의 함선에서 튀어나온 것은 일반 오크의 두 배가 넘는 키를 지닌 오거였다.

판타지 소설에서 방금 튀어나온 듯한 오거는 실오라기도 하나 안 걸친 나체였지만, 워낙 발달한 근육 때문에 마치 두터운 갑옷이라도 입은 것만 같았다.

크르르릉-!

하지만 웨어울프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오거를 포위한 웨어울프들은 일제히 놈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과 이빨을 꽂아 넣었다.

깨깨개깽!

그러나 웨어울프의 발톱과 이빨은 전혀 오거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웨어울프의 몸통만큼이나 큰 오거의 주먹에 맞아 한 번에 두세 마리씩 나가떨어졌다.

지이잉 슈아아악-!

근처에 몸을 숙이고 기회를 옆 보던 사이클롭스는 오크의 함선을 일격에 추락시킨 예의 열선을 오거에게 쏘았다.

하지만 오거는 귀신같이 공격을 알아채고 몸을 공중으로 날려 가볍게 공격을 피해 버렸다.

그리고 단숨에 사이클롭스와의 거리를 줄여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눈알을 차 버렸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이클롭스의 거대한 눈알이 터져 나갔다.

이를 본 다른 사이클롭스는 재빨리 다음 열선을 준비했지만, 오거가 이를 가만히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슈칵-!

열선을 준비하던 사이클롭스는 순간 자신의 몸이 중심을 잃고 비스듬하게 넘어지고 있는 사실을 깨달았다.

순식간에 다가온 오거가 로우킥으로 사이클롭스 다리를 부러트려 버렸던 것이다.

이때의 충격으로 열선은 맞은편 사이클롭스의 얼굴을 정확히 관통해 버렸다.

형세는 이제 완전히 역전되었다. 오거는 전쟁의 신이라도 되는 양 날뛰었고 웨어울프는 저항조차 못 하고 죽어 나갔다.

아우우우우-!

그렇게 전장이 정리되어 갈 무렵 또 한 번의 반전이 일어났다.

죽어 가던 웨어울프들이 일제히 울부짖기 시작한 것이다.

일방적인 살육을 저지르고 있던 오거도 뭔가를 느낀 모양인지 움직임을 멈추었다.

“칫, 위그드라실 놈. 고작 저따위 몬스터 때문에 나를 깨웠단 말인가?”

그의 이름은 아카드.

빛의 탑의 마법사 중 가장 강력하고 가장 사악했던 마법사. 인성을 버리고 마도의 길을 걷다 스스로 흡혈귀가 되어 버린 당사자였다.

아카드는 비틀거리며 태양 아래 초토화되다시피 한 LA의 거리를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위아래 검은색 정장을 입고, 중절모를 쓰고 있었다.

마치 미라처럼 삐쩍 마른 체구에 번뜩이는 두 눈. 겉보기에는 인간과 매우 비슷하게 생겼지만, 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색 안개는 그가 인간이 아님을 분명히 말해 주고 있었다.

쿠어어어어-!

그러나 오거는 거침이 없었다. 땅이 울릴 정도로 크게 울부짖은 오거는 아카드를 향해 미친 듯 뛰어갔다.

“어리석은 것….”

아카드는 입 하나 까딱하지 않았지만, 오거는 놈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심연의 가장 깊은 곳에서, 내가 왔으니.”

아카드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은색 안개가 폭발하듯 솟구치더니 찰라의 순간에 오거를 휘감았다.

오거는 본능적으로 이 안개에서 빠져나가려 하지만 이 안개는 물리적인 것이 아닌 초자연적인 힘 그 자체였다.

“크아아아아-!”

오거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주위를 쩌렁쩌렁 울렸다.

오거는 마치 거미줄에 걸린 작은 나비처럼 꼼짝도 하지 못하고 허공에 떠 있었다.

이 속박을 벗어나기 위해 미친 듯 발버둥을 쳤지만 그럴수록 더 이 검은 기운은 오거를 죄어 왔다.

“오거의 피라…. 난 정말 행운아로군.”

유령처럼 다가온 아카드는 고통에 몸부림치는 오거를 보고 말했다. 그러자 오거는 처음으로 입을 열어 외쳤다.

“이 더러운 흡혈종! 어서 이 사악한 술법을 풀고 조상의 명예를 걸고 나와 맞서라!”

“명예 따윈 관심 없다. 이제 그만 나의 피와 살이 되어라!”

아카드는 가차 없이 오거의 목에 자신의 이를 박아 넣었다. 오거는 격렬히 저항했지만 그 저항은 곧 잦아들었다.

그는 단순히 피만을 빨아먹는 지구식 흡혈귀가 아니었다.

흡혈종은 상대의 피뿐만 아니라 특수 능력까지 모조리 흡수한다. 그리고 흡수당한 상대는 어김없이 웨어울프로 변했다.

“크르르르….”

오거의 눈동자가 생기를 잃었다. 터질 것만 같은 녀석의 근육은 순식간에 쪼그라들었고 그 대신 웨어울프의 회백색 털이 온몸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오거의 외모는 온데간데없고 또 한 마리의 웨어울프가 탄생했다.

아우우우우-!

오거, 아니 이제 웨어울프로 변해 버린 녀석은 하늘을 향해 힘껏 울부짖었다.

그러자 다른 웨어울프도 기다렸다는 듯 로스앤젤레스의 하늘을 바라보며 거침없이 하울링을 시전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의 밤. 로스앤젤레스는 그렇게 인외의 세계로 변해 갔다.

* * *

맨해튼과 LA가 몬스터의 습격으로 괴멸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맨해튼에 이어 LA까지 잃은 미국은 그야말로 치명타를 맞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진 맨해튼에 비해 LA는 복구가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마하임에게 있어서 미국의 사건은 그리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구의 상황, 아니 정확히는 인류의 상황은 당장 언제 망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다 오늘 D-Day가 정해졌다.

“그럼 3년…. 남았다는 건가?”

무겁게 입을 연 마하임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

3년. 그것은 레비아탄 무리가 지구에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레비가 강제로 링크를 끊어 맨해튼 때처럼 전이를 통한 순간이동을 하는 사태는 막았지만, 우주를 날아 통상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은 막을 방법이 없었다.

“걱정한다고 미래는 바뀌지 않습니다. 그럴 시간이 있다면 짐이라도 하나 더 옮기시죠?”

하륜이 넋이 반쯤 나간 마하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마하임은 공장을 만들고 있었다. 문자 그대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무인 스마트 공장이었다.

물론 재료가 필요하긴 했지만, 설계도만 있다면 이론적으로 이 공장은 고체 액체 할 것 없이 무엇이든 만들 수 있었다.

하륜은 잊혀진 ‘지식’의 산물이라고 말할 뿐, 더 이상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리고 마하임 역시 굳이 알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의미가 있을까? 레비아탄 한 마리만 지구에 떨어져도 인류는 괴멸일 텐데….”

마하임은 회의적이었다. 지금 옆에서 묵묵히 이 거대한 공장을 ‘생산’하고 있는 레비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였지만, 승산은 없다고 보는 게 옳았다.

“가능성은 0%가 아닙니다. 승률은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다만….”

“다만?”

“그분의 이야기도 들어 봐야겠지요.”

하륜은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놓았다.

지금 이곳은 이벤트 호라이즌이 추락해 있는 강원도 오지 중의 오지. 이곳에 누군가 방문한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하륜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3대의 헬기가 하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더가 반응 안 했다?!”

“스텔스겠죠. 미국에서 높으신 분이 오셨나 봅니다. 예상은 했는데 꽤 빨리 오셨군요.”

하륜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고도를 낮추고 있는 헬기 3대를 바라보았다.

마하임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착륙한 헬기로 쪽으로 걸어갔다.

“수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만나지 않는 걸 추천한다.”

레비가 마하임의 앞을 가로막았다. 하지만 마하임은 괜찮다는 듯 레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괜찮아. 우릴 죽이려고 들었으면 폭격부터 했겠지.”

착륙한 헬기에서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가장 마지막으로 등장한 사람은 다름 아닌 미연방의 현직 대통령이었다.

“사진으로 본 거랑 똑같군. 내가 누군지는 알고 있겠지?”

“의외군요. 각하는 분명 인간이신 걸로 알고 있었는데.”

마하임은 날카롭게 눈매를 번뜩이며 말했다.

그는 선술을 익힌 신선이었기에, 인간과 비인간 정도는 간단히 구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마하임 자신 앞에 서 있는 자는 인간과 동떨어진, 기계와 생명체가 뒤엉킨 기묘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숨길 생각은 없었네. 이제 와서 숨길 필요도 없고.”

미 대통령의 모습이 바뀌고 있었다. 순식간에 몸이 부풀어 오르더니 이젠 꽤나 익숙한 형태의 괴물, 웨어울프로 변해 갔다.

“마법이나 주술적인 건 아니고, 생체공학의 괴물…. 정확한 정체가 뭡니까?”

마하임은 전혀 주눅 들지 않고 말했다. 늑대인간 정도야 T사의 라이칸슬로프와 싸우면서 질리도록 봐 왔던 것이었기에 새삼스러울 것도 없었다.

“큭, 놀라지도 않는군. 좋아, 마음에 든다. 이 몸은 나의 아바타에 불과하다. 나는 위그드라실. 인류의 계통을 이을 다음 단계의 존재다.”

“아아, 결국 그 깡통이 미국을 점령해 버렸나 보군요.”

갑자기 말에 끼어든 하륜. 하륜은 손에 끼고 있던 작업용 장갑을 벗으며 말을 이었다.

“근데 이 누추한 곳에 웬일이신지요.”

“그래. 네놈의 정보도 알고 있다. 하륜이라고 했던가? 불사자 하륜, 아니 정확히 전생자 하륜이라고 불러 줄까?”

“멋대로 하시죠. 제게 이름은 시대를 비추는 거추장스러운 드레스에 불과하니까.”

“뭐 좋다. 심판이 눈앞인데, 물불을 가릴 상황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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