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화 〉세상 끝의 수용소
"으어어…."
일어나자마자 이 상황이 존나게 익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데자뷰라고 하던가.
눈 앞이 되게 애매하게 검었고, 팔 다리는 안 움직이고, 목소리도 겨우 나오는 게 겨울의 처녀를 처음 만났을 때랑 엇비슷했다.
좀 다른 게 있다면….
"씹…."
온 몸을 안에서부터 북북 긁는 것처럼 전신이 뒈지게 아팠다.
목소리도 그렇게 잘 나오는 편이 아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여.
끙끙대고 있자니, 다가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발소리마다 절그럭 소리가 들리는 걸 보자면.
"메이냐?"
"…어?"
절그럭 거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내 앞에 멈춰서 주저앉았다.
먼지가 좀 피어올라서 피부에 닿는 느낌이 들었지만 얼굴에는 베일이 덮여있어 지랄 맞게 콜록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잠깐, 나 입고있는 옷이 없는 거 같은데.
뜻밖의 해방감에 내가 어이가 없을 쯔음, 말을 한참간이나더듬던 짱깨가 말했다.
"너, 너!"
"…."
"깨어난 거야? 응?"
"일단 이거부터 치워주고 말하지."
내 말에 메이는 베일을 걷어냈고, 큼직한 눈에 맺힌 눈물방울을 내 얼굴에 떨궜다.
아니, 좀 씨발.
"흑."
그래도 금방 눈물을 그쳐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오히려 눈물을 후두둑 떨구더니 나를 꼭 껴안았―
오.
속옷 안 입었나?
선명하게 유두가 느껴졌다. 촉감도 말캉말캉한 게, 기분 좋았다.
촉감 좆되네.
이러면 웃옷 정도야 뭐.
나는 한참이나 내 목에 팔을 두른 채 꼭 껴안고 눈물콧물을 짜내는 왕가슴에게 나직히 말했다.
"넌 애 잘 기르겠다."
촉감을 즐기려는 순간, 나는 이변을 깨달았다.
…내 바지 어디갔어.
그리고 그걸 깨달은 건 나 뿐만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나를 껴안고 있던 메이의 팔이 경직되는 게 느껴지고, 나도 자지가 메이의 가슴에 꾹 눌러지는 게 느껴졌다. 슬쩍 보이는 메이의 귓불이 존나게 빨갰다.
"…겨울님 좀 불러줄래? 내 바지도 좀 가져다주고."
"으, 응."
그녀는 내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우다다 달려나갔고, 나는 누운 채로 다가오는 두 명의 여성을 보았다.
겨울의 처녀는 드물게 베일을 쓰고 있지 않았다.
아, 내 바지 저깄네.
다행히 나는 모포 위로 실례되는 걸 보여주지 않았다. 애국가를 4장이나 완창하고 나니 국뽕이 솟아올라 추잡한 걸 생각할 틈이 없었다.
메이는 좀 얼굴이 붉은 채로 이따금씩 내 하반신을 힐끔대긴 했지만, 가라앉아 있으니 금방 관심을 돌렸다.
"난 네가 죽는 줄 알았어… 어떻게 그런 괴물이랑…."
아, 내가 생각해도 좀 놀라운 성과긴 했다. 누가 보면 핵이라도 킨 줄 알겠거니 싶은 정도로.
"만약 언니가 약초를 달여다 먹이지 않았으면 죽었을 거야. 언니한테 고맙다구 해."
"감사합니다, 겨울님."
"괜찮습니다. 당신께 봉사하는 게 제가 할 일인 걸요."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표정은, 평소의 자상한 기색이 없이 뭔가 빡쳐있는 것처럼 보였다.
왜 화났을까 생각하고 있자니, 겨울의 처녀는 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보였다.
이걸 찾았다고?
그녀가 보여주는 건 물약병이었는데, 내가 보스한테 좆발리고 다시 싸우기 위해 빨았던 그 약병이었다.
"어…."
"할 말이 있으시지 않나요?"
"그게…."
"흐음?"
"그…."
내가 변명을 궁리하고 있자니, 그녀는 한숨을 내쉬고는 내 뺨에 손을 얹었다.
"다음부턴 이런 약은 쓰지 않도록 해요."
그건 좀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제안은 아니었다.
물론 한 병 전체를 빨아버린 건 좀 병신같은 판단이긴했는데, 그 덕에 내가 쓰러트릴 수 없는 적을 잡을 수 있었다.
심지어 이 약물, 단순히 진통제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건 존나 물건이었다.
역시 뒷골목에서 음침한 새끼한테 산 보람이 있었다.
게다가 보통 이런 게임에 보면, 리스크 없는 싸움은 없었다.
약물, 리스크를 지게 만드는 하이리스크의 수단, 뭐 그런 걸 써야 다크 판타지지.
게다가 앞으로 보스가 더 강해진다는 걸 감안하면, 저걸 포기할 수는―
"대답해주세요."
좀 많이 빡쳐있는 거 같았다. 그녀의 차가운 손이, 내 뺨을 스쳐지나가 내 턱을 잡았다.
씨발 대답 잘못하면 목 꺾이나? 침을 겨우 삼켰다.
"그, 그래도… 그 약 덕분에 다들 살았으니까…."
"쓰지 않도록 해요."
"그…."
내가다시 반박하려고 하니, 그녀는 노골적으로 슬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어떻게 슬픈 표정조차도 예쁠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내 심장이 순간적으로 덜컥했다.
"…안 쓸게요."
"잘 생각하셨어요."
그녀의 표정이 다시 평소의 자상한 얼굴로 돌아오더니 행복한 듯 방긋 웃었다.
메이의 손에서 받아든 베일을 다시 얼굴에 두르더니 겨울의 처녀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배고프시죠? 식사를 가져올게요."
그녀는 그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향했다.
…그러게, 좀 배가 심하게 고픈데. 무슨 며칠은 굶은 것처럼.
"야, 내가 얼마나 잔 거냐? 여긴 어디고?"
큼직한 눈가에 걸린 눈물을 손가락으로 훔치던 메이는, 코를 한 번 훌쩍이고는 대답했다.
"너 3일 내내 잤어. 여긴 수용소고…."
…3일?
씨발 그대로 뻗고 3일?
내 의지와는 별개로 수용소에 도착했다는사실에, 나는 그 약을 다시 쓸 생각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
나는 여전히 고개를 돌리는 게 고작이었다. 전이랑은 다르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었다.
게임에서는겨울의 처녀가 띄워주는 시스템창에서 회복만 누르면 피통이 꽉찼지만, 여기서는 그런 게 없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그러면 겨울의 처녀한테 실시간 회복 받으면서 보스들 뚝배기 까러 다녔지.
허접한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까, 메이가 든 수저가 내 입가를 향해왔다.
"아~"
나는 입을 열었고, 그녀는 내 입에 음식을 밀어넣고는 조심스럽게 수저를 빼냈다.
맛있었다.
그리고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는 겨울의 처녀가 묵묵히 갑주와 무기를 수리하고 있었다.
겨울의 처녀는 본인이 직접 나한테 먹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으나, '그런 사소한 일은 내가 하는 게 맞으며 언니는해야만 하는 일을 해달라.'는 메이의 요청에 의해 묵묵히 수리에 전념하고 있었다.
나는 헤실대면서 음식이 든 그릇을 들고 있는 메이를 물끄러미 보았다.
이 새끼 원래 이랬었나?
뇌리를 더듬어봐도 얘가 이런 성격이었다는 기억은 없었다.
오히려내가 놀릴 때마다 때리거나 이이익 하고 부들부들 거리는 그런 애였던 거 같은데, 뭔가 많이 달랐다.
구태여 말하자면… 너무 상냥했다. 누가 보면 얘가 날 좋아하는 거처럼 보일 정도로.
뭔가 타산적인 판단이 있지 않고서야 하기 어려운 행동이었다.
"너 왜 그러냐?"
"뭐가?"
"아니 좀… 오늘따라 많이 친절한 거 같아서."
그녀는 웃더니 대답을 피했다.
흠, 진위를 좀 알아야겠는데.
나는 머릿 속에서 수많은 짱깨 전용 욕설을고르고 골랐다.
어그로를 조지게 끌어보면, 얘의 본심을 알 수 있겠지.
숨을 고르고, 음식을 씹어삼키고 목을 골랐다.
"큼, 크흠."
"응?"
"타이완 넘버원!"
이건 근래에 들어서는 시들해지고 있는 문장이었지만, 여전히 효과는 쏠쏠한 문장이었다.
나는 이걸로 짱깨4명을 동시에 끌어낸 적도 있었다.
날아올 주먹을 경계하면서 턱을 굳히고 있는데, 메이는 오히려 여상스러운 태도로 수저를 내밀었다.
엥?
"뭐, 뭐야 씨발."
"…."
오히려 굉장히 인자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음식을받아먹으니, 짱깨는 수저를 그릇에 놓고는 자기의 쪼그만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나 죽어가면서 환각 같은 거 보고 있는 건가? 짱깨가 이걸 듣고도 저렇게 반응한다고?
녀석은 오히려 부드러운 음색으로 말했다.
"차이나 넘버원. 타이완 넘버 나인티나인."
"…."
이걸 이렇게 받아친다고? 짱깨인데?
내 경악을 읽었는지, 메이는 재차 입을 열었다.
"너도 언젠간 이해할 거야. 중국이 최고라는 걸…."
"너… 너 설마."
"…."
"내가 지금 못 때리는 걸 알고…?"
"응…."
씨발.
씨발!
"으아악! 인중 대! 인중 대라고!"
"차이나 넘버원."
"으아아악!"
짱깨는 한참간이나 나한테 중화의 위대함을 늘어놓았다.
*
메이는 한동안 그렇게 식사를 먹여주거나, 내 수발을 들어주거나 하면서 나를 돌보더니, 결국 어둑해질 무렵에는 내 옆에 모포를 가지고 와 딱 붙어 누웠다.
따뜻하게 해주겠다는 게 그 요지였다.
그렇게 누운지 한참이 지났고, 왠지 잠이 오질 않아 눈만 꾹 감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으응."
신음이 들렸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돌리려다가 다시 하늘을 보았는데, 희끗하게 시야 끝에서 보이는 메이는 내 팔에 얼굴을 묻고 있었다.
자는 건가?
자는데 야한 꿈이라도 꾸는 걸까?
애써 그렇게 합리화를 해봤지만, 메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달뜬 숨을 뱉어냈다.
성적 흥분이 감도는 종류의 숨이었는데, 나는 그 숨이 내 팔을 데우기 무섭게 메이가 킁킁대며 내 체향을 맡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 잠깐. 씨발?
"…자?"
발기할 것 같아서 애써 머릿 속으로 애국가를 외우는데, 메이는 달큰한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미묘하게 들떠있고, 묘하게 색기 있는 물기 어린 음성이었다. 뭘 하려는 건지 모를 수가 없는 음성이었다.
그래서 난 섰다.
거하게 섰으나 타들어가는 모닥불 정도로는 내가 이불 속에서 텐트를 쳤다는 사실이 들킬리 없었고, 그 탓에 메이는 신음을 흘리면서 내 팔을 들췄다.
뭐, 뭘 하게 씨발.
메이는 그렇게 내 품에 안겼다. 내 팔을 베개 삼아 품에 꼭 안기더니 한손을 이불 속으로 밀어넣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찌걱찌걱 하는 소리가 들렸다.
"흣…."
그리고 한손이 더 이불 속으로 들어가더니, 그 모포를 들추면서 하반신을 드러냈다. 메이의 하반신은 실오라기 한 올 없었다.
메이는 두 눈을 꾹 감은 채로, 질구를 질꺽대면서 문지르고 클리토리스를 다른 손으로 문질러댔다.
씨발, 존나야하네.
메이는 하아하아 달궈진 숨을 뱉으면서 내 가슴팍에 다시 코를 묻었다. 킁킁대는 콧김이 간지러웠다.
심지어 내 팔을 베개 삼아 누운 탓에, 내 손은 필연적으로 메이의 엉덩이에 걸쳐져 있었다.
몇 번 눈요기 삼기는 했는데, 생각보다 엉덩이는 큼직하고 탄력 있었다.
메이는 헐떡이면서 자위를 계속했는데, 오히려 내 손이 엉덩이에 닿아있다는 사실이 흥분되는지 몸을 뒤틀거나 숨을 뱉어내거나 하면서 자위에 열중했다.
그 영원처럼 느껴지는 괴롭고, 한 편으로는 즐거운 상황이 이어지다 끝이 다가왔다.
"으, 으읏… 하아, 하으…."
메이는 가버렸는지 내 가슴팍에 아예 머리를 대고서 몸을 부르르 떨었고, 엉덩이에 걸쳐져 있던 내 손에 애액이 튀었다.
"…자?"
메이는 다시 내게 물었고, 나는 자는 척을 했다.
새근대는 내 숨소리를 듣던메이는 달궈진 숨을 한창 내 얼굴 위로 뱉어내고는 모포를 두르고 잠에 들었다.
얼추 20분이 지났나, 메이가 잠들었음이 확실해졌을 쯔음에 나는 눈을 떴다.
굉장히 심란하면서 굉장히 꼴려있었지만, 20분이나 가만히 있으니 자지는 금방 가라앉았다.
심리적으로는 존나 꼴리긴 하는데….
큼직하게 눈앞에 떠있는 메세지를 보니 뭔가를 할 생각도 없어졌다.
그 글자는 한글이었고, 존나게 빛나고 있었다.
[권능 - 거인의 힘을 획득합니다]
[적응도가 높지 않아 그 수준과 지속시간이 격감합니다.]
이 게임에는 죽여야하는 대상이긴 하지만 신이 있고, 그에 걸맞게 권능 역시 존재했다.
보통 다른 게임에서는 신앙 끝에 받아내는 게 당연할 권능은, 어떤 수단이든 얻어낸다면 권능을 소유하고 있던 신을 죽여도 유지됐다.
분명, 해방자가 신에 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던가? 아니다, 신을 죽여서 신에 가까워졌다고 했던가?
"으음, 중요한 건 아닌데…."
"으응…."
내 혼잣말에 메이가 꿈틀대더니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그런 메이를 물끄러미 보다가, 이제야 좀 움직이기 시작하는 손을 뻗어 글자를 움켜쥐었다.
뭔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더니, 그 글자가 내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여전히 어떻게 쓰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게임에서는 단순하게 물리 데미지를 증가시켜주는 단순무식한 이 권능은, 폭군의 검의 원래 소유자 겨울의 폭군이 사용하는 권능이었다.
설정상으로는 사용자의 근력을 거인과 동격으로 만들어서 데미지를 올리는 거였는데, 설정이 충실하게 적용되는 이 다크 판타지 속에서는 진짜로 내 근력이 올라갈 공산이 높았다.
유지 시간이나 수준이 떨어진다고 하니 아예 거인에 맞먹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왠지 차오르는 기대를 담아, 저만치에 놓여있는 폭군의 검을물끄러미 보았다.
나는 저 검을 보고 있자니, 저걸 휘두를때 느꼈던 전능감이 새삼 떠올랐다.
단순히 전능감만이 있던 건 아니었지만, 저런 걸 휘두를 수 있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
내 양쪽 팔이 거뭇하게 될 정도로 박살이 나긴 했었지만.
그리고 뒤를 이어 약의 부작용이 떠올랐다.
고통이없어지니 당연히 신체가 제한해야할 출력을 마구잡이로 내게 되고, 그 탓에 나는 내 팔이 완전히 파열되는 것도 모르고 연신 검을 휘둘러댔다.
그 보스몹이 느꼈던 공포가 이제야 이해가 됐다.
다 죽어가면서 양쪽 팔에서 피고름을 퍽퍽 터트리며 칼을 휘두르고 웃어대는데, 나라도 무섭겠다.
피식 웃으니 메이가 다시 잠꼬대를 하며 얼굴을 내팔에 부볐다.
"에휴."
얘도 얘였다.
처음에는 걍 개념 없는 씹뉴비 핵쟁이 짱깨인 줄 알았는데, 그렇게 나쁜 년은 아니었다.
내가 시킨 건 반드시 해내려고 하고, 본성도 그렇게 나쁘지 않고, 좀 음습 중화자아가 심하긴 해도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이 녀석이 보스를 잠깐이라도 붙잡지 않았다면, 나도 겨울의 처녀도 위험했을 거다.
나는 몸을 만 채로 편안한 표정으로 잠꼬대를 하는 메이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체온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머리칼이 손 안에서 부스럭댔다.
물론 내가 자고 있는데 나를 딸감 삼아 자위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는데.
사실 얘도 여기에 오고서 욕구불만이었을 것을 생각하면 참아넘길 수 있었다.
대신이랄 건 없지만 메이의 빨통을 옷위로 주무르니, 메이는 으응 하는 달큰한 소리를 내더니 잠꼬대를 뱉었다.
"중국… 채고옷…."
잠꼬대 한 번 병신 같네.
뭔가 저지를 마음도 없어졌다.
그래서 실소를 터트리고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메이는 깨어나지 않았다.
근데 겨울의 처녀는 어딨지?
아늑한 소리와 함께 타들어가는 모닥불을 흘깃 본 나는, 몸을 일으켜 주변을 둘러봤다.
물론 그녀의 인지 능력과 근력을 생각하면 별 일이 없겠지만…여기 보스를 생각하면 조심해도 나쁘지 않다.
여기 보스는 지금 만난다면 무조건 개죽음 확정인 유형이니까.
그래서 나는 좀 더 주변을 둘러―
"찾으셨나요?"
"우오아아악!"
겨울의 처녀가 어느새 내 뒤에 나타나, 우아하게웃고 있었다.
"제가 놀래켜드렸나요?"
그녀는 즐거운 듯이 웃었다.
요망한 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