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0화 〉용의 도시 발데가리아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깊은 지하, 은은한 초록 불빛만이 아귀처럼 사람을 끌어들이는 그 음침한 장소에서, 두 남녀가 몸을 뒤섞고 있었다.
"읏… 귀족분답지, 않, 으시게… 음란하구려."
"…알고, 있답니다."
여자의 몸은 농익은 요염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커다란 곡선을 그리는 큼직한 가슴과 그 가슴만큼이나 탄력 있는 살결로 이뤄진 엉덩이, 젖가슴에 드문드문 붙어있는 붉은 비늘과 그 비늘보다 한참은 옅을 선홍색 유두까지.
그 아래에 깔려 자지를 빳빳히 세우고 있는 남자는 제 눈앞에서 허리를 흔들어대는 여인이 하라는대로 쾌락에 휩쓸리고 있었다.
허리를 들어올려 물소리가 울리는가 싶으면 여인은 골반을 좌우로 움직여 안에 들어있는 자지를 자극했다. 쫀득하게 달라붙어 오는 질육은 의지를 가진 듯 기둥을 쥐어짜댔고, 남자는 그럴 때마다 시원찮은 신음을 뱉으면서 머리를 치켜들었다.
"윽, 자극이 너무 강하오…!"
"아아, 제 추잡한 곳이 기분 좋으신가요? 얼마든지 사정하셔도 좋습니다. 오히려… 제 안에 사정해주세요."
당신의 욕망을 털어놓으세요.
여인은 그렇게 말하며 꼬리를 끌어내렸다.
붉은 비늘로 뒤덮인 굵은 꼬리는 제 의지를 가진 것처럼 남자의 허리를 훑었고, 남자는 제 골반 깊숙한 곳, 뭔지 알 수 없는 기관에서 밀려오는 쾌락을 느낄 수 있었다. 몸 안에서, 뼈 안에서부터 울리는 듯한 쾌락이었다.
그래서 남자는 사정을 참지 못했다. 그는 요도구를 꿀럭이며 흘러나오는 정액을 전부 여인의 자궁에 토해넣었고, 뜨겁게 달아오른 질육에 몇 방울을 흘리며 자지를 뽑았다.
"학, 후우, 후."
"벌써 끝이신가요?"
여인은 요염한 말씨로 남자를 도발했고, 도발당한 남자는 그걸 참아넘길 수가 없었다. 여인을 밀어눕혔다. 잘 익은 가슴이 중력에 따라 출렁였고, 지방 한 점 없어보이는 매끈한 복부 위로 자지의 흔적이 도드라졌다.
"그 말, 후회하게 해주겠소."
"기대, 되네요."
여인은 자궁이 밀어올려지는 쾌락에 휩싸여 헐떡였고, 헐떡임에 따라 뱀처럼 갈라진 혀가 너울거렸다.
"읍."
남자는 여인의 다리를 쥐었다. 손이 꽉차는 풍만하고 탄력 있는 살결이 손바닥에 휘감겼고, 그는 비늘의 차가운 촉감이 손바닥에 느껴질 때마다 불현듯이 자지를 움찔거리면서 허리를 움직였다.
앞에서 뒤로, 뒤에서 앞으로, 그 성실한 허릿짓에 물이 흥건한 가로틈에서는 애액이 흘러나왔다.
이따금씩 정액이 섞여있었다.
'남아있는 게 나오는 건가.'
대단한 명기였다.
원래라면 이런 이형의 여성과 섹스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나, 이렇다면 얼마든지 하더라도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더 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이런 도시가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에 와봤을 뿐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떡정마저도 솟고 있었다.
도시의 지배자의 남편. 나쁘지 않다.
그는 낙관적으로 그려지는 미래처럼 허리를 움직였고, 여인은 울리는 물소리와 부딪히는 살결에서 겨우 숨을 되찾으며 헐떡였다.
"키스, 키스를…."
애정이 부족했나. 방랑기사인 남자는 그 말에 그녀의 엉덩이를 찍어누르면서 입을 끌어내렸다.
츕, 츕 하는 침을 빨아들이고 혀를 뒤섞는 소리가 어두운 공동에서 울려퍼졌다. 그는 이제 이상한 걸 눈치채지도 못했다. 다만 쾌락에 솔직하게 허리를 놀리고, 여인과 입맞춤을 나누고, 임신시킬 기세로 무작정 사정할 뿐이었다.
문득 여인의 허리가 덜덜 떨렸다.
"하하, 갈 것 같으시오? 내 받아주겠소. 얼마든지 가도록 하시오."
여인은 부끄러운지 제 얼굴을 비늘이 덮인 손으로 가렸고, 그는 그런 그녀의 엉덩이에 허리를 문대듯이 하면서 자지를 움직였다. 질육이 맥박치는 것처럼 점차 조여왔고, 그는 결국 마지막에는 압박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조임을 느끼면서 사정했다.
"읏, 흐으."
여인은 교성을 지르거나 신음을 흘리지 않고 조신하게 쾌락을 참았다. 남자의 눈에는 여인의 그런 모습도 사랑스러울 뿐이었다.
"더, 더어…."
하지만 쾌락에는 솔직한지 그렇게 엉겨왔다. 갈라진 뱀의 혀를 내밀어 키스를 조르며 허리를 뒤틀었고, 남자는 웃으면서 자지를 보지에 문질렀다. 정액이 흘러나오는 질구는 제 주인을 만난 것처럼 움찔대며 귀두를 받아들였다.
남자는 한 번 더 여인에게 쾌락을 주기 위해 허리를 밀어넣으며 몸을 찍어눌렀고, 그렇게 입을 맞췄다.
그래서는 안됐음에도.
주르륵
무언가 흘러내린다.
남자는 목에 번지는 뜨거움을 느낄 수 있었고, 그 온기를 느끼기 위해 손을 뻗으려고 했다.
하지만 남자는 제 몸이 기우뚱 하더니 바닥에 쓰러지고 있다고 느꼈다. 실제로도 그랬다.
뭔가 이상하다.
하고 생각하기에는 너무도 늦었다. 그는 치솟는 피를 느끼고, 창백해지는 제 손을 보고, 차가워지는 제 심장을 느끼고 아우성치며 여인을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여인은 반대로 그에게 올라탔다.
"어머, 벌써 끝인가요?"
아랫입으로는 맥동하며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사정하는 자지를, 윗입으로는 남자의 목덜미 살점을 물고 있는 여인.
붉은 어머니, 헤로디아는 그 남자를 세로로 금이 가해진 눈동자로 내려다봤다.
"큽, 크륵…."
"끝인가 봐요. 즐거웠는데… 아쉬워라."
피에 젖은 입가를 틀어올려 매혹적인 미소를 지어보인 그녀는, 제 연인에게 키스라도 하려는 수줍은 처녀처럼 스르륵 몸을 내렸다.
맞대어진 배꼽 위로 피가 줄줄 흘렀고, 남자는 이미 눈동자가 뒤집히고 있었다.
남자가 마지막으로 느낀 건, 날카로운 송곳이 제 목을 헤집는 감촉 뿐이었다.
명확한 쾌감이었다. 그는 이율배반적인 죽음 속에서 사정했다.
아득! 으지직!
나뭇결을 억지로 뜯어내는 듯한 소음과 함께, 분리된 남자의 목은 굴러갔다. 헤로디아는 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웃으며 여전히 사정을 계속하고 있는 자지를 흘깃 보았다.
"버릇이 되어버렸어요. 즐기고 싶었는데…."
더 이상 빨아먹을 생명력이 없었다. 그녀는 아쉬움을 삼키면서 보지에서 한창 꽂힌 채로 경련하는 자지를 뽑아냈다. 머리를 잃은 몸뚱이는 아직도 정액을 토해내며 부르르 떨었다.
이렇게 직접 생명을 흡수하는 건, 그녀가 개인적으로 꽤 좋아하는데다 효율도 좋았다. 도시 전역에 펼쳐놓은 결계보다 압도적인 성능으로 생명을 빨아들일 수 있다.
대신 빨아들이는 대상의 격에 따라 그 결과물이 다르니, 그녀는 종종 이 도시에 훌륭한 영웅이 찾아올 때마다 알 수 없는 흥분과 고양감을 느끼고는 했다.
그녀는 죽어버린 옛 기사에게서 벗어나, 제 수정구가 비추는 남자를 바라봤다. 늠름한 몸, 온몸에 흘러넘치는 신성, 압도적인 생명력.
여름의 대전사 주현성.
"아아… 아름다워…."
그래서 그녀는 흥분했다.
흥분하여 보지를 문질렀다.
정액과 애액들이 뒤섞인 끈적한 보지를 피투성이인 제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쑤시고 헤집어댔다.
철퍽철퍽하는 소리와 끈적이는 손가락이 그녀의 쾌락을 증명했다.
달아오르고 첫사랑에 빠진 것만 같은 소녀의 얼굴로 제 쾌락을 탐닉했다.
그렇게 문지르고 쑤셔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마침내 주현성이 제 일행의 입안에 사정하는 순간에.
"읏―!"
그녀는 절정을 맞이하면서 허리를 뒤틀었다. 사내의 목에서 나왔을 피와 정액, 자신의 애액으로 젖은 손가락이 한 줄기 조수를 뿜어내게 했다.
경련하며 쾌락을 즐기던 그녀는 끈적거리는 손가락을 제 보지에서 뽑아냈다.
그리고 피로 얼룩진 그 손가락을 핥고 빨았다. 그러면서 수정구를 바라봤다. 그는 헐떡이면서 정액 투성이의 자지를 제 일행에게 청소받고 있었다.
헤로디아는그것이 몹시 좋았다.
"기다리기 힘드네요, 대전사님."
헤로디아의 붉은 입술이 어둠 속에서 초승달처럼 휘어졌다.
*
"어우, 바다 냄새."
발데가리아는 해안 도시였고, 그런만큼 식사의 대부분 역시 해산물이었다. 특산품 역시 바다에서 왔고, 사람들 역시 종종 바다로 나갔다가 바다로 돌아왔다.
나는 바다는 별로 익숙하지 않았다. 산이 대부분인 한국에서 살았다는 것도 있지만, 원체 서울에서만 살다보니 바다랑 친해질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생선은 자주 먹었는데.
"현성아!"
"어, 왜."
메이는 종종 걸음으로 뛰어왔고, 나는 녀석의 얼굴에서 조금의 걱정거리도 찾을 수 없었다. 어제 그런 걸 본… 건 아니지만 암튼 들었으니 꽤 충격을 갖거나 서먹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되려 녀석은 그런 일이 있었냐는 것처럼 행동했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행동하고 있었다. 나는 메이가 건네는 뭔지 모를 고기가 꽂혀있는 꼬치를 바라보다가 그걸 받아들었다.
"저기 아저씨가 서비스래!"
"오, 인심좋네."
그 개쩌는 젖통 때문에 받은 서비스가 아닐까, 싶지만 메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방실방실 웃으면서 고기를 씹었다. 금세 입이 양념으로 더러워졌다.
"일일히 챙겨줘야겠느냐."
준비성이 좋은 여왕은 그런 메이를 충분히 케어할 수 있었다. 뽑아낸 손수건은 메이의 고운 하관을 슥슥 문질렀고, 메이 역시 검연쩍은지 헤헤 웃다가 여왕에게 꼬치를 내밀었다. 자기가 쳐먹던 꼬치였다.
"전하도 드세요!"
"응? 짐도 말이냐?"
샤론은 그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한 듯 했다.
하기야, 저 새끼는 귀족이니 뭐니 그런 거 별로 신경 안 쓸 거 같긴 하다.
만인지상의 자리에는 주석 한 분만이계시고, 모든 인민이 평등하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나는 메이가 건넸던 꼬치를 베어물고, 우물우물 씹다가 삼켰다. 얼추 어묵이랑 비슷한데 살짝 더 비린 대신 살짝 더 짭쪼름해서뭔가 묘하게 술이 끌리는 맛이었다.
"음, 흠흠. 고맙구나. 짐이 이 은혜는…."
"에이, 우리 사이에 그런 건 됐어요!"
메이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여왕의 입에 고기를 밀어넣었고, 그에 여왕은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기를 씹었다.
평민이나 먹는 걸 먹는 왕족이라.
그 둘에게서 고개를 돌려 걷고 있던 길거리를 문득 돌아보았다.
도시는 처음 도착했던 날보다는 활기찼다. 기이하게도 도시의 중심에 가까워질 수록 무기력한 사람들은 늘어났고, 식물조차 생기가 없었다.
하지만 도시 외곽에 가까운 구역일 수록 되려 생기가 넘쳤다. 마치 다른 도시라도 온 것처럼.
나는 그래서 이 두 여자를 데리고 데이트에 나섰고, 저 둘은 즐거워하면서도 꼼꼼히 주변을 살폈다.
여왕의 날카로운 자안이 주변을충분히 훑은 후에야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현성아, 나 조금 배고파."
길거리를 지나 탁 트인 정경 사이로 드물게 건물이 들어선 부두, 그 한 켠을 걷던 나는 들려온 말에 꼬치 두 개를 다 비우고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메이를 돌아보았다.
입에는 양념 한 방울 없었지만, 얘는 아직도 배가 고프신댄다.
대단하네.
"아까 먹었잖아."
평소라면 돼지라고 놀렸겠는데, 전에 돼지라고 했다고 엉엉 울어가지고 달래야 했던 기억이 떠올라 그만두었다.
물론 핀잔을 안 준다는 건 아니었지만.
"마침점심 때긴 하지. 짐 역시 배가 고프구나."
"전하도요?"
그건 이상한데.
샤론 레크노미어는 일단 꼴에 여왕이라고 확실히 관리된 몸을 하고 있었고, 그 탓에 과식은 커녕 소식을 하는 편이었다. 몸도 어제 보기로는 슬렌더했고.
근데 얘까지 배고프다는 건 이상했다.
심지어 나도 좀 배고픈 것 같았다.
"흐음, 그럼 식당이라도 들어갑시다."
여왕과 메이는 선선하게 동의했고, 나는 그 둘을 끌고 조금 더 걸은 끝에 부두에 위치한 식당을 찾을 수 있었다.
식당이긴 하지만 여관을 겸하는지, 부두에서 가까운 자리에 위치한 그 식당에는 선원들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비우거나, 창녀를 끼고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해산물은 좀 좋아해?"
"나 못 먹는 거 없어!"
"그럴 거 같더라."
"그럴 거 같다는 건 뭐야아."
메이는 헤실헤실 웃으면서 나랑 농담을 주고 받았고, 그러는 사이에 여왕은 자리를 잡았다. 나무로 된 창틀 너머로 바다가 보이는 자리였는데, 샤론은 그 자리에 먼저 앉아 우리를 기다렸다.
나는 샤론의옆에 앉았고, 메이는 그 맞은 편에 앉았다.
앉자마자 다가온 종업원인지 아니면 아니면 주방보조인지 알 수 없는 차림의남자에게 간단하게 주문을 하고서 바깥을 바라보았다.
"…여기는 평화롭구나."
"그러게요."
그 망할 다크 판타지 세계관이 맞나? 싶을 정도로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바다 너머에서는 해적은 커녕 괴물 하나 없었고, 마찬가지로 도시를 두른 성벽에서는 병사들이 늘어지게 졸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한 거지만요."
"그렇지, 으음."
샤론은 불편한 표정으로 고민하다 나오는 음식을 받아들고서야 겨우 입을 열었다.
"대전사의 말대로구나. 이 도시의 설계는 전제부터가 기이해. 짐이 보기에는 역시 지하에 뭔가 있을 거 같구나.
"역시. 그럼 역시 지하를―"
파삭
나는 말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생소한 식감이, 분명 느껴져서는 안될 음식에서 느껴졌으니까.
잠시 멈췄던 나는 튀긴 생선의 단면을 입에서 떼내어 내려다봤고, 그러자 그 속살 사이에 박혀있는 조금 큼직한 구형의 무언가를 발견했다.
"이게 뭔…."
충격은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편안히 잠자고 있던 내 자지가, 갑자기 급발진을 하는지 바지를 뚫을듯 치솟았다.
동시에 일어난 충격적인 상황에 내가 말을 멈추자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여왕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샤론도 보았다. 정확히는 내얼굴을 한 번 거쳐서 떨군 고개를 따라 자지를 보았다.
"…."
"저 약 쳐먹은 거 같아요."
메이는 갸우뚱하더니 내 안색을 살폈고, 나는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그걸 바라보는 여왕을 마주보았다.
"미약이요."
그제서야 메이의 얼굴도 붉어졌고, 여왕은 잠시 망설이다가 손을 끌어내렸다.
그 손이 내 앞섬을 덮고 나서야 나는 종업원을 불러 숙박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