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2화 〉용의 도시 발데가리아
그 모든 게 끝나고, 침대에서 눈을 떴을 때에는 내 양팔은 두 여자의 베개가 되어있었다.
여왕은 심지어 나체였고, 메이는 바지를 미처 입을 틈새가 없던 건지, 아니면 한 번 더 나를 딸감으로 자위라도 한 건지 하반신을 훤히 드러내놓은 채였다.
나는 기왕 그렇게 된 김에 가만히 베개에 머리를 묻은 채로 생각했다. 미묘하게 질감이 뻑뻑한 베개에 머리를 대고 있으니 메이가 새근대더니 내 품으로 파고들었다.
빨통 죽이네.
흘깃 내려다보니 가슴을 만지면서 유두 자위라도 한 건지 앞섬이 풀려나 있었다.
나는 메이를 껴안은 팔을 움직여 메이의 빨통을 주물렀다.
"오…."
생젖가슴 촉감 오지네.
안 그래도 얘 뺨을 당길 때마다 생각했던 거였지만, 피부의 촉감이 상당했다. 뭐라고 해야할까. 쫀득하다고 해야하나.
그에 걸맞게 가슴은 아예 땀에 젖어서 만질 때마다 손에 끈적하게 들러붙는 것 같았다.
"함몰이네."
욕조에서 봤었을 때는 설마 했었는데, 앞섬을 풀어내서 확인하니 확실한 함몰 유두였다.
큼직한데다 핑크 유두에, 함몰이기까지?
무슨 가슴계의 먼치킨 같은 새끼였다.
"읏… 하으…."
감도도 좋은지 내가 그 함몰 유두를 만지작대다가 유륜 안에 손가락을 푹 찔러넣어 유두를 문지르자 메이는 허벅다리를 비벼대면서 쾌락에 허덕였다.
그 귀염상의 얼굴로 찌푸리다가, 헐떡이더니 아예 대놓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아주 자지를 발딱발딱하게 만드는 반응을 보고 있자니,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따먹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얘는 일단 국가는 좀 그래도 현대 사회에서 온 새끼였다. 그리고 화간이 아니면 나, 주현성은 여자를 덮치지 않는다.
물론 성희롱이나 애무는 한다.
한동안 가슴을 주무르고 있자니, 내 왼팔에 머리를 대고 있던 여왕이 뒤척이다가 깨어났다.
"…대전사…."
또랑또랑한 샤론의 목소리는 평소와는 다르게 착실하게 쉬어있어 걸걸했다.
여왕에게로 고개를 돌리자 여왕은 목이 졸린 자국이 선연히 남은 목을 내보이며 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입맞췄다.
혀가 당연하단 듯이 내 입 안으로 파고들었고, 어쩔까 고민하다가 그냥 그 혀를 받아들였다. 혀가 뒤엉켜 얽혀지니 여왕은 내가팔을 둘러 손을 얹어놓은 허리를 흠칫흠칫 떨면서 좋아했다.
"푸하…. 대전사, 아침부터 기운차구나."
샤론은 그제서야 내가 메이의 가슴을 가지고 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툭 내뱉더니 눈을 감고는 내 가슴팍에 볼을 쓸어댔다. 사락거리는 금발 머리칼이 내 자지까지 드리우는 걸 보면서 여왕의 목을 쓸어줬다.
"얘도 나를 딸감으로 삼았으니 내가 만져서 안될 게 뭐냐?"
"흐, 대전사는 참 제멋대로야."
여왕은 풀린 눈으로 한동안 내게 그렇게 들러붙었다. 결국 나는 메이의 앞섬을 여며주고는 팔을 뻬내야만 했다. 메이는 팔베개가 사라지니 잠시 뒤척였지만 곧 다시 잠에 들었다.
가슴을 존나 만져댄 탓에 허벅지는 애액이 줄줄 흘렀지만.
"어떻게 생각하냐."
"미약 말이더냐?"
샤론은 나를 마주 보게 돌아눕고는, 그 자안을 깜빡이면서 생각하는 듯 보였다.
그 사고의 접경지는 나와 부분적으로 겹쳤다.
"붉은 어머니의 소행인 건 당연한데, 왜 나를 덮치러 안 왔을까?"
그 미약은 상당히 강력했다. 반반 나눠서 먹었을 뿐인데도 나와 샤론은 짐승처럼,이성이 아닌 본능에 휘둘리며 교미했고, 쾌락 역시 평소의 몇 배는 됐다.
지금 덮치러 온다면 본래의 목적은 가볍게 달성할 수 있을텐데도, 헤로디아는 그러지 않았다.
그 이유가 뭘지 고민하고 있자니, 여왕은 그런 내 얼굴을 물끄러미 보다가 가까이 다가왔다.
내 손을 겹치게 잡고, 손을 끌어당겨 제 가슴 위에 뒀다.
"…짐의 가슴은 충분치 않으냐?"
"응, 그보다 대답이나 하지."
그녀는 흘긋 메이를 봤다가 패배감이 넘치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내 얼굴에 가까이 입술을 가져가 입맞췄다.
그 입맞춤을 가만히 받아들이니 그녀는 한참 내 눈두덩에 입맞춘 후에야 떨어졌다.
…갑자기 왜 이런데.
의구심을 품고 바라보니, 그녀는 헤실헤실 웃고는 대답했다.
"짐이 보기에는… 대전사가 이 근처에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면 곤란해지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마침 도시의 설계에 공백도 있겠다. 이 인근에 지하시설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거 그럴 듯 했다.
그래서 상으로 그녀의 유두를 문질러주자샤론은 흣 하는 소리를 내고는 내 손을 끌어내렸다.
"갑자기 그러지 말고. 짐은 피곤하다."
"그래, 그래."
"아무튼… 계속하자면 이렇게 짐과 그대의 종자, 그대까지 모두를 피폐하게 하고자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구나. 사냥을 하기 전 몰아세우는 거지."
그것도 그럴 듯 하긴 한데, 영 아닐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헤로디아는 고대인 마법사다. 그런 체계적인 사냥 계획이 있을 거라고 생각되진 않았다.
끽해야 음모 정도나 꾸미겠지.
다른 음모는 빨간색이겠고.
그런 내 표정을 읽었는지 샤론은 머리를 들썩여 제 머리칼을 내 팔에 얹어놓고는 턱을 괴었다.
"세번째 추리는 그대도 꽤 마음에 들겠지. 그 년이 대전사를 덮치려는 의도를 약간 섞고, 그대가 이 구역을 조사하는 걸 막기 위해서 이런 약을 먹인 게 아닌가 싶구나. 즉, 복합적인 계략이지."
아마 그거인 것 같았다.
확실히 시간을 벌어야하는 일이라면 시간을 착실히 벌었고, 만약 샤론에게 모든 욕구를 부딪혀 싸지르지 않았다면 덮쳐지고 있더라도 이상하지 않았을테니.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샤론은 웃었다.
"도움이 되어 기쁘구나."
샤론의 목소리는 여전히 쉬어있었는데, 이게 목을 졸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신음을 너무 내서 그런 건지는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럼 어떻게 할테냐, 대전사. 바로 부두를 탐색할테냐?"
여왕은 최대한 기품 있는 표정을 짓고 싶은 듯 했지만, 쉰 목소리에 목에 목졸린 자국이 남아있고 눈이 쾌락 때문에 아직 몽롱한 탓에 좋게 봐줘도 영락한 귀족 영애가 창녀가 된 걸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모욕적인 생각을 하는 표정이구나, 대전사야."
"뭐그럼 어쩔 건데."
"짐이 어쩔 수 있는 건 없지."
그녀는 선선히 인정하면서 다시 내 가슴팍에 뺨을 기댔는데, 그렇게 하면서 허벅지를 내 다리에 걸쳤다.
무겁다고 꾸중을 하기에는 상당히 가벼웠다. 한 편 보지가 아직도 끈적거리는 탓인지 습한 온기가 느껴졌다.
나는 그 허벅다리를 쓸다가 엉덩이를 움켜쥐었고, 그녀는 달아오른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눈을 마주쳤다.
"여기 여관주인이 음식 내놨을 거 아냐. 그럼 걔를 심문하면 되는 거지."
"아."
머리는 좀 돌아가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딸리는 모양이다. 허당이네, 이 년.
전에도 나한테 깝치다가 병력이 일소될 뻔 했던 걸 감안하면….
내 말을 곱씹으며 내 가슴팍에 검지를 얹고 빙빙 돌리던 그녀는, 내 유두에 후, 하고 바람을 불어넣고는 말했다.
"…근데 대전사야, 오늘은 존대하지 않는구나."
"사적인 자리에서는 그러려고."
왠지 샤론은 미묘하게 기뻐보였다.
그녀는 파들파들 떨리는 입꼬리를 간신히 억눌렀다.
"그런데 대전사야, 미안하지만 한 가지만 더 부탁해도 되겠느냐?"
"뭔데."
"…조금만 더 자고 움직이면 안되겠느냐? 짐의 허리가 대전사의 자지에게 완전히 패배한 듯 싶구나."
그런 암컷 선언은 바란 적도 없는데, 그녀는 일어나려고 할 때마다 아기 사슴 밤비처럼 떨려오는 허리를 보여줌으로써 나를 설득했다.
나는 메이의 머리 아래에 다시 팔을 넣어주고, 샤론을 내 품에 안아 뉘였다.
샤론은 금방 잠에 들지 못했고, 우리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게 퍽 기뻐보였다.
*
심문을 하려고 내려가서 주인장을 찾았을 때에야 우리는 이변을 눈치챌 수 있었다.
메이가 어색하게 나를 바라보는 것도, 샤론은 나한테 앵기는 것도 그 이변에 비하자면 그냥 참아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분명 북적북적하게 선원, 창녀, 일꾼 등으로 가득차있던 술집이 텅 비어버린 것과 비교하자면, 참을만하다는 이야기였다.
이건 또 뭔 씨발.
나는 있는대로 인상을 찌푸리면서 장검을 뽑아들었다. 뽑아든 그레이톰의 심판은 회백색으로 빛나면서 주변에 빛을 뿌렸고, 나는 그렇게 빛나는 장검을 휘두르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주변을 훑어댔다.
"다른 방은 좀 어때."
"비어있어!"
메이는 내 말에 뛰어가서 방을 두드리거나 귀를 가져다대거나 했고, 소음 차단 효과 같은 게 좆도 없는 중세 다크 판타지임에도 어떤 반응이나 소리 하나 들려오지 않았다.
그야말로 쥐죽은 듯한 고요였다.
"시간이 어떻게 됩니까?"
"음… 잘은 모르겠지만 짐이 보기엔 정오는 가볍게 넘었겠구나."
그럼 이건 명백히 이상현상이었다.
아마 높은 확률로 붉은 느금마의 소행.
나는 숨을 들이켜고는 장검을 거꾸로 쥐고는 낙인을 뽑아들었다. 내 왼손에 들려진 도끼가 거세게 드글거렸다.
"뭐가 나오든, 제 뒤에 있으세요."
"아, 물, 물론이지."
여왕은 전투력이 없고, 메이는 약간 컨디션이 나쁘긴 하지만 못 싸울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메이라면 이런 상황에 최적이었다. 메이는 적조를 뽑아들고는 그 위에 화염을 덮었고, 불타오르는 적조를 주변에 겨눠대면서 두리번거렸다.
나, 메이, 여왕은 한데 모여 주변을 경계했다. 우리는 그렇게 경계하면서 문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까지는.
그 목소리는 무척이나 익숙했다. 평소라면 칼부터 내지르고 봤을텐데도 참을 수 있을 정도로.
나만 그런 건 아닌지 메이 역시 얌전했고, 여왕은 한술 더 떠 그 목소리의주인을 불렀다.
"발데가리아 대공?"
"예, 맞습니다. 이거 본의치 않게 혼동을 드린 것 같군요. 한창 즐기시고 계시기에 부를 수도 없었으니 양해를."
고아한 동작으로 인사하며 걸어나온 해골은, 전신에 잘 어울리는 화려한 의복 같은 걸 입은 채였다.
허리춤에는 짧은 소검이 달려있었고, 그런 그의 뒤에서 나오는 부하들 역시중무장에 화려한 복장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나를 해치울 생각으로 온 거라면, 그 병력은 턱도 없다고 하고 싶은데."
배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씹어뱉으며 전신을 검은 사슬갑주로 뒤덮으니, 대공은 놀란 듯 손을 내저었다.
"아, 아뇨! 그럴리가요! 저희가 뭐라고 신께서 내리신 전사분과 싸우겠습니까? 저희는 준비하던 일 때문에 여기로 온 겁니다!"
대공은 드물게 큰 소리를 냈고, 나는 눈쌀을 찌푸린 채로 갑주를 풀어 흉갑으로 되돌렸다.
"뭘 준비하고 있길래 이런 술집으로 온 겁니까? 그것도 부자연스럽게 사람들 전부 쫓아내고."
"…으음, 대전사께 숨기는 건 도리가 아니겠죠."
대공은 곤란해하더니의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그 손짓에 따라 의자에 앉으며 무기를 허리춤으로 되돌리니 대공은 그 앞에 마주보게 앉았다.
"저희가 시민군이라고 했으니 아시겠지만, 저희는 이 도시에서 그녀와 그녀의 지지 세력을 몰아낼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이건 그 일부죠. 여기 인근에 그녀의 지하 연구실이 있습니다. 그녀가 도시민들의 생명력을 빨아들여 저장하는 그 시설이죠."
거기까지 얘기한 해골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나를 바라봤다. 그 검게 뚫린 눈구멍이 나를 향해있었다.
"아…! 대전사께서도 그걸 눈치채고 오신 거군요? 역시 예리하십니다. 왜 여기에 계시나 했는데…."
거의 한 반 정도는 착각인 거 같긴 한데, 나는 애써 정정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공의 목소리에 놀라움이 서렸다.
"그래서, 그 지하 연구실에는 바로 진입합니까?"
"예? 물론 아닙니다."
대공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건지, 아니면 내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 건지 침묵했다.
나 역시 말을 하지 않으니 그는 내 눈치를 보다가 말하기 시작했다.
"그 연구실에 쓰이는 장비나 자원, 실험체 등은 헤로디아 그녀 혼자서는 구할 수도 보관할 수도 없는 것들입니다. 이 인근에 입구가 있는 건 파악했으니, 이 인근에 있는 유력한 토호들이나 부호들이 그 지지 세력이겠죠."
오, 그렇겠네.
내가 납득한 듯 보이니, 해골은 해골 이빨을 부딪혀댔다.
"…그래서 제안하는 겁니다만, 그 지지 세력의 일소에 대전사님도 협력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응?
내 도움이 필요한가?
대공의 병력을 바라보자, 대공은 내 눈이 어딜 향해있는지 알아차린 건지 즉각 말했다.
"물론 병력은 충분하지만, 헤로디아의 지지 세력은 단순히 인간 토호들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밑에 있는 마법사, 강화된 인간들 역시 섞여있죠. 저희만으로는 성공률이 마냥 높지만은 않을 겁니다. 부디 도와주십시오."
마침 심심했고, 그 썅년이 자꾸 나를 감시하거나 수작질 거는 게 빡치던 참이었다.
나는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대공은 그 해골 이빨을 부딪히며 기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