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09화 〉용의 도시 발데가리아 (109/274)



〈 109화 〉용의 도시 발데가리아

우리는 느지막하게 도시로 돌아왔다.


사냥에 대해서 내가 좆도 모른다지만 사람이 하루 외박하고 돌아오면 걱정해야 하건만, 왠지 모르게 사람들은 우리를 별로 걱정하지 않는 눈치였다. 하루 걸러서 돌아온 걸 그다지 신경 쓰는 기색도 아니었던데다, 대공의 경우에는 즐거운 시간이 되셨냐며 반기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나도  즐거운 시간이었으니까.


정확히는 사냥 자체는 그냥저냥 무난했지만, 야영할 때 했던 난교가 생각보다 즐거웠다.

그건 나만의 생각이 아닌지 마리암, 세레나, 샤론은 각기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해산했다.


해산은 즉각적이었고, 나는 그 탓에 바로 업무로 돌아가는 세 사람을 배웅하고서 한가해졌다.

"어서오세요, 당신."


"어서와!"


그런 내가 향한 곳은 숙소였다.

숙소에는 겨울의 신부와 메이만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이 바쁘다는  감안하면 그럴만도 했다. 메이는 마법 수련을 하는 것 외에는 일정이랄 게 없었고, 겨울의 신부는 나를 보좌하는 것 외에는 별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 편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메이는 뭔지 알 수 없는 책을 보고 있었고, 겨울은 메이의 장비와 내 그레이톰의 심판을 수리하고 있었다.


근데 혹시 몰라서 나는  둘에게 동시에 질문했다.

"…뭐하세요?"

"당신과 메이씨의 물건을 수리하고 있어요."


"나는  읽어!"

보이는 그대로였다.


물론 뒹굴거리는 거나 소일거리가 나쁘단 건 아니다. 나만 하더라도 이 도시에서 준비할 게 없어서 당장은 손이 비는 편이었으니.

하지만… 뭔가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결국 짧게 고민하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둘 다 할 거 없는 거 같은데, 바다 가는 건 어때요."


"…바다?"

물론 메이와 바다를 안 갔던 아니었다. 여왕을 끼워서 바다를 갔었던 적은 있었지만, 바닷물에 발을 담궈보기도 전에 미약 쳐먹고 꼴려서 존나 박고 싸고 해대느라 바다는 구경은 커녕 냄새만 맡아본 게 고작이었다.

게다가 겨울의 신부. 그녀의 배경을 생각하면, 바다는 들러본 적은 커녕 들어본 경험도 많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과연 그런지, 겨울은 잠시 불안한  손을 모으고서 고민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당신께서 가신다면 얼마든지 따를게요."

"으음… 나두 갈래. 나 수영 좋아해."


겨울의 신부는 고민 끝에 승낙했고, 메이는 즉답했다.


*


듣자하니, 중세에서는 수영복이란  없댄다.

그에 걸맞게 이 다크 판타지 세상에서도 수영복은 없었고, 수영은 그다지 권장되는 취미가 아니라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수영에 적합한 복장은 찾아볼 수도 없었다.


수영은 알몸 혹은 속옷만 걸치고 한다는데… 속옷 자체도 그렇게 편한 편은 아니라서 그렇게 수영에 적합하지 않았다.

잠깐의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간단했다. 메이는 알몸으로 수영하고, 나 역시 그러는 걸로. 겨울의 신부는 수영은 커녕 보행이 고작이라 수영에는 참가  하지만 물놀이는 즐기는 정도로.

그리하야 우리는 바다에 도착했다.

"…진짜 아무도 없네."

바다에서 낚시하는 사람 한 명 쯤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한적한바다는 밀려오는 파도가 부딪혀 산산히 부숴지는 소음만이 들렸다.

"그러게. 진짜 아무도 없다."

메이는 그런  옆에 섰다. 얇고 가벼운 가운만을 걸치고 있었는데, 안에 아무것도  입었기 때문인지 몽글몽글한 유륜이  위로 묘하게 티가 났다.

벌써부터 복장이 야했지만, 메이가 수영을 하기 시작하면 더욱 야해질 차림이었다.


 반면, 나는 이미 다 벗었다.


정확히는 여기에 오자마자 다 벗었다.


그 탓에 메이는 은근슬쩍 내 자지를 흘긋 쳐다보면서 모래사장을 맨발로 밟았다.

내 자지에 신경이 쏠린 듯 했던 메이는 모래사장을 밟기 시작하자 신났는지 금세 관심을 돌렸다.


"으히히, 차가워!"

"저녁 다 되어가서 그런가?"


"그런가봐! 언니! 언니도 놀아요!"

메이의 말에 누군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발은 평소에 신던 단정한 모피 단화가 아닌 맨발이었고, 길게 늘어진 드레스는 평소에 그 위에 걸치던 여러 외투나 장식 등이 없어 밋밋한 검은 색이었다.


겨울의 신부였다. 나는 겨울의 신부가 그렇게 얄팍한 차림을 하고 있는 건 워낙 드물게 봐서 그런지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그녀는 손을 뻗어  손을 가볍게 쥐고는 앞으로걸었다.

찰박, 찰박


"…정말로 차갑네요. 물이 더 차가울  알았는데."


중학교  얼추 배우기로는 밤이 되갈 수록 물이 더 차갑다고 했던  같은데, 그걸 굳이 말하자니 원리가 그다지 떠오르지 않아 설명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신  웃고는 겨울의 신부를 끌어들였다.

"햑."

"오, 그런 소리도 내시네."

겨울의 신부는 제 입으로 나온 귀여운 소리에 입을 가리면서 헙하는 소리를 냈는데, 그리고는 보이지도 않을 눈꺼풀을 움찔대더니 슬금슬금 물속에서 발을 움직였다.

깨끗하고, 어쩐지 상처가 드문드문 남아있는 조그만한 발이 물 아래에서 헤엄친다. 나는 그걸 무슨 물고기라도 보는 것처럼 느긋하게 바라보았다.

"…그런 표정도 지으실 줄도 알고?"


그 발에 정신이 팔려 미처 확인하지 못했었지만, 겨울의 신부는 웃고 있었다. 즐거운듯, 편안하게 표정을 풀어 입꼬리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한손으로는 제 드레스 자락을 잡아 올리고, 다른 손으로는 내 손을  잡은 채로, 그녀는 한창 발로 물장구를 쳤다.


그 초인적인 근력이 티가 나지도 않는, 소극적인 물장구.


그녀는 한창 더 물장구를 치다가 퍼뜩 정신을 차리더니, 얼굴을 붉혔다.


"보기 좋네요. 그렇게 계속 웃어주시면 좋을텐데."

"…바다는 처음이예요. 그래서…."

"아, 괜찮아요. 변명하지 않으셔도. 귀여우시니까."

내가 소리내서 웃으니, 겨울의 신부는 내 손을 꼼질거리면서 잡은 채로 한창 물장구를 치거나, 발 아래에서 느껴지는 젖은 모래를 꾹꾹 밟거나 했다.


마치 어린아이를 처음 바다에 데려갔을 때에 보일 법한 반응이어서 넋 놓고 구경하고 있었다.


한참 그녀의 재롱을 구경하고 있으니, 메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현성아! 옷 좀 받아줘!"

"어? 어."

메이는 물장구는 질렸는지 내게 자신이 입고 있던 가운을 벗어서 내던졌다.


벗어올리는 동작에 그 큰 젖가슴이 자유롭게 풀려나 흔들렸고, 나는 그걸 보면서 자지에 몰리는 열과 피를 느낄 수 있었다.

황급히 머릿속으로 애국가를 부르면서 옷을 받아들었다.

"고마워!"


내가 옷을 받아드는 걸 확인한 메이는 그렇게 빽 외치더니 바다에 몸을 내던졌다.

10점 만점의 얼추 5점은 조금 넘을 법한 동작으로, 메이는 제 몸을 물 위에서 밀어내며 수영을 하기 시작했다.


그 큼직한 빨통과 음탕한 엉덩이가 팔을 움직여 밀어낼 때마다 드러났다. 속도가  나온다는 점에서 놀랍기는 했지만, 더 놀라운 건 나에게 그 음탕한 몸매를 보여주는 게 부끄럽지 않은 것처럼 구는 메이의 행동거지였다.


이 새끼, 내 자지 건강에 안 좋네. 내가 피식 웃으며 겨울의 신부를 돌아보니, 그녀는 이미 바닷가에 놓여진 바위에 걸터앉아 물속에 발을 집어넣고 있었다.

나는 다소 소금물에 젖어든 가운을 곱게 접어 어깨에 걸치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즐거우세요?"

"네, 당신께서 있으셔서…."


"에이, 빈말 말고요. 재밌냐구요."


"당신께 빈말을 한 적은 없지만… 네, 즐거워요."

겨울의 신부 옆 바위에 옷을 걸쳐놓고는 나는 그녀의 옆에 앉았다.

그녀는 내 존재감을 느낀 건지, 아니면 체향을 맡은 건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앉았다.

그 투명한 피부에 수줍은 미소가 떠올랐다. 나에게 적극적이고 어쩐지 인간사회에서 유리된 듯한 느낌만을 주던 평소의 그녀가 아닌, 왠지 한꺼풀 벗어내린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가 어깨에 기대게 두고는 웃었다.

저만치에서는 메이가 한창 즐겁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메이가 팔을 들어올리며 몸을 돌리자 그 순산형 엉덩이가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른쪽 팔을 들어올리자 그 개쩌는 빨통이 나타났다. 그렇게 반복하며 메이는 나아갔다.

한참 메이의 그런 수영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니, 옆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하세요?"

"…처음 보는  있어서, 만져보고 있었답니다."


그녀는 소금물에 젖은 머리칼을 내게 기댄 채로 처음 보는 소라를 만지고 있었다.

큼직한 그 몸체에는 다소 짭짤한 윤기가 감돌았는데, 나는 그 소라가 지구에서 봤던 그거랑 별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하긴, 인간들도 비슷한데. 소라도 비슷하지 못할 건 없지.


그렇게 잡생각을 흘리고 있으니, 겨울의 신부가 문득 빙긋 웃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표정을 지그시 보았다.


"그래서, 만져보니까 어떠신가요?"


"…으음, 독특하게 생겼네요. 먹진 못하겠어요."


나는 그녀의 생뚱맞은 대답에 픽 웃었다.


그녀는 내가 터트린 웃음에 샐쭉하게 웃고는, 내 손을 문득 쥐었다.


길게 뻗은, 창백하고 차가운 손가락. 체온을 짐작할 수도 없을만치 차가운 피부가, 내 손을 잡아끌더니 소라 위에서 겹쳐졌다.

겨울의 신부의 손에 겹쳐진  손 아래에서, 까끌까끌한 촉감이 느껴졌다.

그 촉감 위에는 부드러운, 여체 특유의 설레는 촉감이 맴돌았다. 씨발, 연애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설레지.


괜히 웃겨서 웃으니, 겨울의 신부는 웃는 낯으로 내 손을 짚은 채로 소라를 만졌다.

우리는 그렇게 말 없이 소라를 함께 만졌다.  목적이나 의도는 알지 못한 채로,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결국 내가 소라의 촉감을 선명히 기억할 무렵, 그 소라가 바닷속으로 풍덩 빠지더니 겨울의 신부가 내 손을 깍지 껴 잡았다.

"바다는 처음이예요."

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담담해서, 나는 새삼스럽게 그녀의 배경을 되새겨야만 했다.

날 때부터 수용소에 있었다고 하는 여자. 게임에서는 엔딩까지 주인공과 함께 하는 여자. 초인적인 근력을 가졌지만, 왠지 나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여자.

바다는 물론, 세상의 대부분은 그녀가 겪어본 적 없는 무언가였다.


그걸 되새기니 왠지 기분이 밍숭맹숭했다.


"당신께서도 그러신가요?"

그녀는 대뜸 그렇게 질문했다.


나는 그 대답을 위해 잠시 고민하면서 그녀의 정수리에 머리를 기댔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댄 채로 조용했다.


"아뇨,  좀 봤었죠. 하지만 그리 자주 보진 않았고요."

겨울의 신부는 내 대답에 잠시 조용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의 노래를 부르는 듯한 아름다운 음색이 파도소리 사이로 흘렀다.


"당신께서는 이보다 더 많은 풍경을 보셨겠네요… 당신께서는 어떤 풍경을 가장 좋아하시나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풍경이라.


여러가지가 떠오르지만, 내가 직접 본 걸로 서술하는 게 좋아보였다.


나는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직접 본 풍경들, 비 내리는 오후의 칙칙한 하늘과 비내음, 눈 내린 아침의 상쾌함, 아무도 없는 밤의 적막함.


하나하나 서술할 때마다 그녀는 이런저런 호응을 내놓았다. 이건 어떻겠다던가, 그건 자신도 좋아한다던가. 그런 거.

그렇게 내 말을 듣던 겨울의 신부는 내 손가락 틈을 제 손가락으로 쓸면서, 나를 끌어안았다. 그렇게 끌어안으니 그녀의 물에 젖은 흰 머리칼이 늘어져  나신에 드리웠다.

"그 풍경에 제가 있어도, 당신께서는  풍경을 좋아하실까요?"

그렇게 말하며 끌어안은 팔을 조금 느슨하게풀더니, 나를 향해 고개를 들어올린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이 태양빛에 번들거리고, 그녀의 감은 눈이 파르르 떨린다.


"물론이죠."

내가 대답하자, 그녀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왔다. 그리고 입맞췄다.

깍지 껴 잡은 손을 손가락을 움직여 단단히 쥐고, 그렇게 입맞추면서 우리는 서로의 입술로 상대방의 입술을 쓸어주었다.

내가 먼저 입맞추고 그녀의 입술을 쓸면, 그녀는 놓칠세라 바로 파고들어 내게 입맞추고서 입술을 우물거린다. 꾸물대길래 내가 쓸어내리면, 다시 그녀가 입맞춘다.


우리는 그렇게 입맞춤에 꼬리를 물면서 몇 번 더 호흡과 타액을 주고받다가 입술을 떼냈다.

감고 있던 눈을 뜨니, 태양빛이 비치는 바닷물 위로 그녀의 옷차림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와."

검은 실크 드레스가 소금물에 젖어 그 음란한 바디라인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달라붙은 엉덩이하며, 메이 바로 다음 갈 크기 정도는 될 큼직한 가슴까지.

그리고 감은눈꺼풀의 새하얀 색과 바닷물에 젖은 머리칼이 늘어지는 것까지.


나는 아래에 쏠리는 혈류를 느끼고는 잠시 경직했다.


이거 어쩐다. 애국가 부르기엔 늦은 거 같은데. 깍지  잡은 손 때문에 그녀의 팔뚝에 발기 자지가 닿고 있었다.

겨울의 신부는 그런  행동에 쿡쿡 웃더니 다른 손으로 제 옷자락을 슬쩍 들어올렸다.


"섬기는 부군의 성욕을 해소하는 건, 신부로서의 당연한 일이랍니다. 부디, 사양하지 말아주세요."

들어올린 옷자락, 정확히는 드레스 밑단 아래에서, 그녀의 보지가 애액으로  젖어 끈적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