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1화 〉서대륙
수는 다섯.
무기는 창이 하나, 검이 둘, 도끼가 하나에 철퇴가 하나.
꽤 다양하긴 하지만, 그렇게 문제 될 건 없었다.
괴물을 무 썰듯이 썰고 다니고, 신대부터 살아온 마법사도 죽여보고, 거대 괴물을 잡는 건 이제 이골이 날 정도인 내게 있어서, 이정도 상대들은적수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그건 저들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내가 몸에 두른 묵직한 갑주, 등에 짊어진 큼직한 대검, 팔에 찬 삐까뻔쩍한 방패나 도끼를 보면 훤히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나?"
들으란 듯이 일부러 그렇게 말하고는 도끼를 허리춤으로 되돌렸다. 무기를 집어넣으니 그들의 표정에 의혹이 떠올랐다.
"뭐 같은데."
그 산적들은 내 말에 눈치를 보면서 슬금슬금 거리를 벌렸다. 서로 들키지 않으려고 그러는 건지, 아니면 도망치려고 그러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들이 그러는 동안 나는 눈을 돌려 흘긋 누워있던 활잽이를 보았다.
키가 꽤 큰 편이지만, 얼굴은 앳된, 끽해야 소녀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여자.
활을 쓰는지 차림은 가벼웠고, 허리춤에 검집이 있긴 하지만 검은 없었다. 아마 빼앗겼겠지.
귀티가 흐르는, 흙과 피로 더럽혀졌지만 부티가 나는 얼굴. 얼추 보기에도 귀족 내지는 부자인 것처럼 보였다.
늘어진 머리칼도 잘 관리된 것처럼 보였고, 몸에 두르고 있는 갑주 역시 꽤 고급품으로 보였다.
내 등장에 긴장이 풀렸는지 눈을 감고 있었는데, 의식은 없어보였다. 방금까지만 해도 깨어있었는데. 아니면 그냥 상처가 도져서 기절했던가.
반면, 이 산적들은 어떠한가.
들고 있는 무기는 피에 젖은 적이 많은지 언뜻 보기에도 그렇게 상태가 좋지 않았다.
칼밥을 먹고 사는 놈들인지, 아니면 산적인지. 어느 쪽인지 명확하진 않았으나 확실한 것 하나가 있었다.
이 새끼들이 개새끼일 가능성이 높고, 쟤는 선량한 피해자 내지는 정당방위일 거라는 것.
어차피 내가 틀리더라도 언제든 실수를 되돌릴 수 있었다.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풀며 한 걸음 내딛었다.
"너, 너 이 새끼… 남작이 보냈냐? 빌어먹을 애새끼 지키라고 보낼 경호원은 있으면서 자기를 위해서 싸운 놈들한테 줄 돈은 없었다 이거지? 이 개같은 새끼…."
응?
산적 새끼들이 뭔가 오해하는 것 같았지만, 정정하려고 하진 않았다.
정정하기도 전에, 그 산적 새끼가 무기를 붕붕 휘두르더니 소리쳤으니까.
"저 새끼 조져, 씨발!"
그 말과 동시에, 산적 다섯 명이 내게 공격해왔다.
"우와아악!"
가장 먼저 내게 달려든 건창을 든 놈이었다. 나무로 된 손잡이를 가죽으로감아둔, 사용한 흔적이 짙은 창. 딱 보기에도 이 새끼의 유일한 무기 내지는 주무기로 보이는 무기.
이렇다할 묘리 없이, 그저 전신을 운동시켜 빠르게 창을 뻗어냈다. 노리는 곳은 머리였다. 나는 머리를 향해 뻗어지는 창날을 보다가 손을 뻗었다.
콱
"어어?"
창은 가볍게 내 손에 붙들렸다. 붙잡힌 창대는 산적이 흔들어도 떨어지지 않았고, 그 산적은 당황한 얼굴로 창을 빼내려고 끙끙댔다.
"뒈져!"
창을 빼내기도,내 주먹이 꽂히기도 전에 다른 놈이 내게 달려들었다.
부우웅!
무기는 철퇴. 칼날처럼 돋아난 쐐기들이 묵직해보였으나, 손잡이가 나무인 걸 보자면 부러트리기 쉬워보였다.
몸을 젖히며 내리찍는 철퇴를 향해 주먹을 올려쳤다.
콰아앙!
폭음이 숲에 울리고, 철퇴가 머리를 잃는다.
뻐억!
그리고 날아간 철퇴 머리는, 그 주인의 얼굴에 틀어박혔다.
"크륵…."
무너진 콧대에서 피가 흘러나오더니 쓰러지는 남자를 뒤로 하고, 몇명이 소리를 지른다.
"이 개새끼, 죽여버리겠어!"
"기다려, 믹!"
믹이라고 불린 남자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활대를 부러트렸을 도끼를 휘두르는데, 거기에 담긴 힘은 보잘 것 없었다.
부웅!
갑옷에 흠집 생기는 게 싫어 몸을 뒤로 물리고, 방패가 채워진 팔을 휘둘렀다.
까아앙!
방패에 무기를 부딪힌 남자가 그대로 날아올라, 나무에 부딪힌다. 그 이후엔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날아간 동료가 무색하게, 검을 든 놈이 내게 달려들었다. 창을 든 남자와 동시에 소리쳤다.
"잡고 있어, 내가 딱…!"
"윽, 이 개새끼. 놔! 놓으라고!"
지시받은 바와는 다르게 창을 붙잡힌 남자는 용을 쓰며 창 빼내려고 하지만, 거인의 힘을 상대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입에 게거품을 물고 전력으로 잡아당기려는 놈을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존나 조잡하네, 병신들."
솔직히 좀 기대했건만, 이정도 수준이면 몸풀기도 못한다.
붙잡은 창대를 잡아당기면서 다리를 휘둘렀다. 휘두른 다리는 선명한 바람소리를 두르며 쏘아지고, 곧장 창을 든 산적의 다리에 적중했다.
"으아아악!!!"
뿌득, 하는 질감이 발끝에 내달리더니 그의 다리가 앞으로 휘었다.
나름 힘 조절한다고 최대한 약하게 찬 건데, 그걸로도 골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눈물을 맺으며 쓰러지려는 남자에게서 눈을 돌려, 검을 들고 내게 달려들고 있는 놈을 바라보았다.
"으랴아아아악!"
기합을 지르며, 칼을 위에서 아래로 곧바로 찍어내린다. 휘둘러지는 칼에 담긴 힘은 상당한지 바람이 우짖지만, 당장에 얼마 전에 상대한 심해 엘프 만큼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택한 행동은 간단했다. 내려오는 장검을 향해, 주먹을 올려쳤다.
까아아앙!
건틀렛에 금속성이 울리더니, 그대로 부딪힌 장검을 산산조각으로 부숴버렸다.
부숴진 장검 파편은 마구잡이로 주변에 흩뿌려지고, 그 검을 휘두른 놈의 살결에 파고든다.
"끄아아악!"
"시끄러워, 이 씨발놈아!"
고통에 놈이 무릎 꿇기 무섭게 내 니킥이 그 안면에 작렬했다.
뻐걱!
어, 씨발.
내 무릎이 녀석의 얼굴에 닿자마자, 녀석의 목이 가볍게 뒤로 휘었다. 족히 180도는 돌아가 완전히 접히더니 뒤로 풀썩 쓰러졌다.
"…씨발."
또 죽여버렸네.
기절시킬 생각이었는데, 산적의 목은 수수깡처럼 부러져 꺾였다.
거인의 힘의 출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신할 수가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라지만… 갑작스러운 죽음에 내가 얼떨떨해졌다.
"끄으으…."
"쿨럭. 쿨럭."
그렇게 상황이 정리되자, 내 눈에 들어오는 건 참상에 가까웠다.
거인의 힘으로 쳐맞은 새끼들이 나무둥치에 앉거나 바닥에 누워 신음하는 모습이나, 간헐적인 기침을 뱉어내면서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
좀 심했나, 싶어서 고개를 돌리니, 수풀속에서 메이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황 끝."
"아, 응."
메이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우리는 그 산적들을 내버려두고 돌아왔다. 딱 보기에 귀족적인 여자애만 빼고.
원래는 메이가 업고 돌아오고 있었으나, 메이의 근력이 그리 좋지 않은 바 겨울의 신부가 그 역할을 이어받았다. 겨울의 신부가 갖고 있던 가방은내가 챙겼고.
손이 안 비는 두 명을 보호해야하는 임무를 맡은 메이는 의욕적으로 나아갔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문제도 없이 배까지 돌아올 수 있었다. 모래가 파도에 젖어들어 발을 디딜 때마다 철벅철벅 하는 소리를 내는 모래사장을 지나, 우리는 조각배에 올라 배까지 향했다.
배에 오르자마자 그들은 우리가 건네는 짐들을 받아들어 정리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전사들 사이로, 우리는 소녀를 데리고 배 안으로 들어섰다.
빈 방을 찾기란 어렵지 않았다. 내가 요청하자마자 전사들이 방을 비워줬으므로.
겨울의 신부는 방 침대에 소녀를 내려놓고는 상태를 살폈다.
그렇게 겨울의 신부가 소녀를 살피는 사이에,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 들어섰다. 세네카였다.
"어서오십시오, 주현성씨. 정찰은 어떻게 됐습니까?"
"예, 좀 됐으니 돌아왔죠. 특이한 것도 있고… 해서요."
세네카는 딱딱한 말씨로 나를 반겼으나, 손과 표정만은 그렇지 않은지 풀린 표정으로 실실 웃으면서 내 건틀렛 위로 손장난을 쳤다. 한참간 그렇게 건틀렛을 어루어만지더니 침대에 놓여진 소녀를 흘긋 보았다.
"…흐음, 귀족이군요."
"오, 보면 압니까?"
"예, 아무래도 그렇죠."
뭐로 추측했는지 묻기에는 나도 그렇게 짐작하고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소녀가 일어나는 것을 기다리며 정찰 결과로 얘기를 나눴다. 예를 들자면 괴물은 한 마리도 못 봤다던가, 동물들이 많고 식생들은 기형이나 변질, 신성, 마력의 영향이 전혀 없다던가 하는 것들.
그에 그녀의 의견이 나오려는 순간, 누군가 앓는 소리를 흘렸다.
"으… 어… 여긴…."
겨울의 신부가 돌보던 소녀가 눈을 뜨고 있었다. 늘어뜨린 주홍빛 머리가 잔잔히 흔들리고, 소녀가 몸을 일으키다 말고 나를 보고는 멈칫했다.
"…여, 여긴 어디죠? 당신들은…."
소녀의 눈동자는 초록색이었는데, 꽤 그럴 듯한 색이었다. 지구에서도 외국 배우의 눈과 머리색으로 언뜻 본 기억이 있을 정도로.
"기억 안 납니까? 제가 당신 구해줬는데요."
내가 좀더 상냥한 새끼라면 안심하라던가, 안전한 곳이라던가 하는 온갖 클리셰적인 소리를 늘어놨겠는데 나는 그렇게 상냥한 새끼가 아니다.
그래서 단도적입적으로 말했다.
소녀 역시 그게 편한지, 그에 눈을 크게 뜨고는 내 얼굴을 꼼꼼히 살폈다.
아, 투구.
메이가 안고 있던 내 투구를 받아들어 머리에 뒤집어 쓰자, 소녀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 당신이…."
소녀는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사실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했는지 한숨을 내쉬었다.
"우선…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를 도와주신 걸 보면 인근에서 오신 분은 아니신 듯 싶군요."
오, 어떻게 알았지.
도로 투구를 벗어 협탁에 올려놓고, 그 앞에서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겠지만 저를 도와주신다고 해서 저희 가문이 넉넉한 보상을 내려주거나 할 순 없습니다. …아마, 지금 쯤은 멸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요."
그녀의 목소리는 담담한 체념이 담겨있었다. 자신의 죽음이나 멸망 따위를 받아들이는 종류의 체념이.
하지만 뭔 소리인지 좆도 못 알아듣겠어서,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몰랐겠지만, 우리는 당신이 사는 그 대륙이 아닌 다른 대륙에서 왔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어느 가문인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가능하면 당신의 영지, 가문, 아니지. 그 세계 전체를 못 들은 사람에게 말해준다는 걸 전제로 설명해주실래요?"
소녀는 내 말에 당황한 듯 눈을 크게 떴다가, 내 행색을 살폈다.
지금의 나는 폭군의 검과 갑주, 망토에 도끼와 방패를 그대로 두르고 있어 꽤나 신비로운 모습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다행히 소녀에게도 그리 보였는지, 그녀는 머뭇대다가 재차 설명했다.
"…저는 코넬지어 남작령의 후계자이자 남작 영애, 레베카 코넬지어입니다. 저희 가문이자 남작령의 정당한 주인인 코넬지어 가는 최근 바로 인근에 영지를 접해두고 있는 자흐렌 자작령과 영토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저희와 자흐렌 가는 오랜 앙숙. 당연히 이번 분쟁 역시 시덥잖게 끝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녀는 눈물이 차오르는지 제 눈가를 문질러 닦았다.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더군요. 근래에 황제는 폭정을 거듭하고 있고, 이해할 수 없는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원로회의 집단 처형도 그 중 하나죠. 기이하게도 불만은 나오지 않았지만… 변방에 있는 대부분의 귀족들은 지금을 기회로 받아들였습니다. 적극적인 영토 분쟁을 시작한 거죠. 저희 코넬지어 남작령은 그 피해자입니다."
뒷배경은 아무래도 좋았으나 생각보다 제대로 중세 판타지 느낌이 나는 설명에 기묘한 감상이 들어 차마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얘기는 하지 못했다.
뭔가 본격적으로 판타지라는 느낌이랄지.
대륙 하나를 건너왔을 뿐인데 다크 판타지에서 일반 판타지가 되어버린 듯 했다.
"전황은 안 좋게 돌아갔습니다. 제 숙부님을 비롯한 영지의 주력 전투원 분들도 돌아가시고, 아버지께서는 제게 지원병력을 데리고 오라며 용병대를 붙여주고 내보냈습니다만…."
용병대?
호위 병력이 있었다는 느낌은 없었다. 오히려, 아무도 없이 홀로 맞서야만 했다는 느낌이었는데.
내 의아한 표정을 보고 소녀가 불편한 낯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예, 생각하신 게 맞습니다. 기사님이 해치우신 그들이, 저를 호위하기로 되어있던 용병대의 일부입니다. 아마 약속했던 보수가 지급되지 않는 것에 불만을 품고 저지른 것 같았습니다. 아마 본대는 자작령에 합류하러 갔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나를 보자마자 우리한테 줄 돈은 없는 거냐면서 화내더니 덤벼왔으니.
메이 역시 그 대화를 들었었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어쨌든, 소녀의 설명은 그게 마지막인지 착잡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떨궜다. 눈물을 떨어트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용하다 싶을, 그야말로 존나 좆된 상황이었다.
어떤 병력을 데려오더라도, 전황을 한 번에 뒤집을 순 없으니.
반신에 혼자서 군대에 맞설 수 있는 핸섬가이라면 모를까.
그래서 나서려는데, 그보다 먼저 메이가 소녀에게 다가갔다.
다가가서, 그 커다란 가슴이 눌리도록 소녀를 껴안았다.
"앗…."
그렇게 껴안긴 소녀는 메이의 큼직한 가슴에서 안전함과 따뜻함을 느낀 것인지, 부들부들 떨더니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메이는 그렇게 우는 소녀를 조그만한 손으로 토닥토닥 두들겨 달래주면서 말했다.
"걱정마, 우리가 도와줄게. 네 아버지도, 네 집도 우리가 되찾을 수 있게 해줄게."
어, 진짜?
내가 말하려고 했던 거라 딱히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메이가 먼저이런 얘기를 꺼낼 줄은 몰랐던지라 눈을 크게뜨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히끅대면서 메이를 껴안고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아!"
설마하니 얘도 눈치챈 건가.
어차피 여기가 대륙이라면 우리의 정보력과 인력만으로는 봄의 순례자를 찾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우리의 세력을 굳혀놓는 것도 분명 좋은 선택지다.
거기에 이 대륙에 웜홀 거점을 만들어야 고대의 도시와 발데가리아를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을텐데, 그런 곳은 또 경비의 필요성이 있는 편이다.
그런데 지금 남작령에 빚을, 그것도 다 갚을 수 없을 막대하고 강력한 빚을 만들어놓으면 이들은 우리 대신 웜홀 거점의 관리 및 정보 수집도 도와줄 가능성이 높았다.
지금 이 잘 모르겠는 남작의 후계자를 돕는 일이, 지금은 쓸모 없어보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여기서 세를 불리는데 중요한첫발이었다.
마법을 배우면 똑똑해지는 건가? 괜히 뿌듯해져서 메이의 옆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아."
그럼 그렇지.
메이의 표정은 그냥, 평소의 천사표 같은 행동을 할 때 나오고는 했던 상냥하고 자상한 표정이었다.
별 다른 속뜻이나 꿍꿍이가 존재하진 않는, 그런 표정이었다.
메이는 멍하게 바라보는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씩 웃었다. 마치 '도와줄 거지?' 하는 그런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