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9화 〉서대륙
"…으, 아, 엄청, 갔어…."
내게 찍어눌러지던 메이는 허리를 가늘게 떨면서 칭얼댔다. 실제로도 메이의 보지, 질구 사이로 정액이 흘러나오는 걸 보자면 그럴만도 했다.
몇 번이었더라, 족히 3번은 안 빼고 싸고 박고 했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메이는 칭얼대면서도 제 몸을 덮은 이불을 끌어올리고, 내 옆에 나란히 누워 숨을 헐떡였다.
"기분 좋았어. 너도 기분 좋았어?"
내쉬는 숨이 달큰한 걸 보자면, 물이 필요해보였다. 협탁에 놓여진 물주전자를 집어들어 메이에게 내미니, 메이는 몸을 반 정도 일으켜 주전자에 입을 가져갔다. 목청이 울렁일 때마다 물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어, 엄청 기분 좋더라. 보지가 꽉꽉 조여줘서 그런지 박는 맛이 좋더라고."
"으, 너무 야하게 말하지 마아… 더 하면 허리 아프단 말야."
그렇게 투덜대지만, 결코 나쁜 기분은 아닌지 메이는 상기된 뺨을 손으로 덮으며 배시시 웃었다.
주전자가 다시 협탁에 오르고, 목을 충분히 축인 메이는 내게 다가와 껴안겼다. 당겨안는 팔에 실린 힘은 미약하지만 거절할 수 없었다. 나는 그런 메이의 등에 팔을 둘러 껴안았다.
그렇게 나는 메이와 한 침대에 나체로 누운 채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둑해지고 있는 저녁 노을이 낮게 깔리고, 단둘 뿐인 침실이 적색으로 물들었다. 그 언뜻 로맨틱한 배경에 내가 메이의 머리 아래로 팔을 밀어넣으니, 메이는 배시시 웃으면서 내 팔을 베개 삼아 누웠다.
"언니 없으니까 솔직히 좀… 독차지하는 거 같아서 좋았어."
"그래? 발데가리아 때처럼?"
"응. 그때처럼."
헤실대는 얼굴이 천진난만해서, 괜히 그 콧잔등을 톡 두드렸다가 떼었다. 메이는 보란듯이 그 손가락을 입에 물었다. 그 작은 입에 들어간 내 검지를, 메이는 벌건 혀를 빼내어 핥았다. 핥으면서 슬그머니 나를 올려다보는데, 강아지가 핥는 걸 떠올리게 해서 귀여웠다.
빨통은 귀여운 게 아니라 폭력적인 수준이지만.
메이가 손가락을 빨게 놔두고 몸을 돌려 메이를 마주 보게 누웠다. 메이는 내 눈동자를 물끄러미 보다가 제 입 안의 내 손가락을 깨물고서 빼내었다.
"왜 그래?"
걱정하는 음색은 아니지만, 명백히 호기심으로 물들어 있는 목소리. 노래하는 듯한 겨울의 신부의 목소리와는 달리 귀여운 목소리였다.
원래는 이 목소리로 중국어를 한단 말이지? 새삼 좀 의외라 픽 웃으니, 메이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냥 뭐… 네 목소리 귀여워서."
"으으, 놀리지 마아."
진짠데. 괜히 메이의 코를 꾹 잡았다가 놓으니 메이가 이불속에 얼굴을 밀어넣으며 툴툴댔다.
물론, 진짜 떠올리던 건 따로 있긴 했다.
그것도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레베카 코넬지어를 껴안으며 선뜻 도와주겠다고 말했던 메이의 모습.
처음에는 메이가 어떤 목적을 가지고 도와주겠다고 한 건 아닐까,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당시의 메이의 표정에서 감돌던 선한 표정을 보면, 도와주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인 것처럼 보였다.
"레베카 코넬지어, 왜 도와준다고 껴안은 거야?"
메이는 그런 질문을 예상하고 있던 게 아니었는지, 이불에 얼굴을 반 정도 가린 채로 눈을 크게 떴다. 크게 뜬 눈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더니, 눈쌀을 좁혔다.
뭐, 물어보면 안되는 거였던 건가. 메이의 대답을 기다리니 메이는 천천히 대답했다.
"미안, 안 떠올라서 기억해보고 있었어."
"뭐야, 바보인가."
"놀리지 마아…."
"알겠어, 알겠어. 그래서, 떠오른 거 같으니 다시 묻는데 왜 도와준다고 한 거였어? 뭐 목적이라도 있었어?"
메이는 툴툴대던 그대로 턱을 이불 밖으로 꺼냈다.
"사람이 사람을 돕는 법이니까. 사람 돕는데는 이유가 없는 거랬어."
중국인답지 않은 말이었다. 솔직히 들려온 말이 한국어로 치환되어서 들린 것도있긴 하겠지만, 그걸 감안해도 현대 중국인에게서 쉬이 들을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물론 선입견이 아니라고 할 순 없지만, 중국인은 특유의 각박한 사회상 때문에 쉽게 사람을 돕지 않는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메이의 이런 말은 솔직히 뜻 밖이었다. 내가 해설을 요구하는 듯 바라보니, 메이는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중국인들은 서로 잘 안 돕는 편 아니었어? 되게… 길가다가 쓰러진 사람이 있으면 무시하고 그냥 지나간다던가 그런 얘기를 들은 거 같은데."
메이는 내 말에 잠시 조용히 나를 바라보기만 했다. 고동색 눈동자에 맺힌 감정은 내가 읽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정도로 복잡했다. 뭔가 있는 걸까.
혹시 화났나 싶을 정도로 조용해서, 내가 손을 들어올려 뺨을 덮으니, 메이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할머니랑 할아버지가, 나한테 그렇게 가르쳐주셨어."
할머니, 할아버지라.
눈을 감고 있던 메이는 내 조용한 읊조림에 다시 눈을뜨고는 반 쯤 감은 눈으로 말을 이어갔다.
"나도 그 방식을 그대로 따르려는 건 아니구, 그대로 따를 수도 없지만… 여유가 있고 힘이 있어서, 사람을 도와도 내가 곤란해지지 않는다면… 도와도 괜찮은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 적어도 내가 등교 거부할 때에는 여유가 없다면 돕지 않아도 괜찮다고, 할아버지가 그랬으니까…."
그리고는 말이 길어질 수록 웅얼거리는데, 아픈 기억인지 메이의 목소리가 잔잔히 잠겨들었다.
근데 그보다는.
"등교 거부?"
메이는 그제서야 말을 잘못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헙, 하고 입을 닫고는 당황과 불안이 뒤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추 보기에는, 내가 그 말에 실망하지 않을까 살피는 것 같았다.
과연 내 추측이 맞는지 메이의 눈동자는 내게 못박힌 채 내 눈치를 살폈다. 그렇게 물끄러미 나를 관찰하다시피 하던 메이는, 결국에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듣고 싶어?"
"응."
물론 메이의 표정은 그렇게 아주 얘기하고 싶어하는 건 아니었다.
나 역시아주 막 미친듯이 듣고 싶은 건 아니었고, 딱 보기에도 어두운 이야기였다. 떡친 이후에 들을 이야기는 아닌 이야기.
하지만 나는 이 흐름에서 아니라고 말하는 미친 새끼는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말을 꺼냈다는 건 얘기할 각오와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얘기이기도 했으므로, 이런 때에 아니라고 하는 건 결코 좋지 못했다.
"말해봐. 힘들면 천천히 해."
메이는 그제서야 더듬더듬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이야기는 솔직히 꽤 긴 편이었다.
학교를 어떻게 다녔는지, 자기가 등교 거부를 하기 전까지는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지.
심지어는 내가 부정하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인기 있었다는 사실을 내게 납득시키려고 하느라 이야기가 좀 늘어졌다.
알겠다며 이마에 입맞춘 후에야 썰은 이어졌다. 무슨 태엽 인형도 아니고.
그렇게 나온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볼 법한 내용이었지만 그렇기에 메이가 얼추 왜 이렇게 되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메이는 어느 따돌림당하던 아이를 위해 조부모님들이 해줬던 말을 떠올리며 나섰고, 영웅처럼 그 아이를 변론하고 도와주고 이끌어준 대가로 그 다음 왕따가 되었다.
당연히 꽤 순수한 편인 메이에게는 견딜 수 없는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에 맞게, 메이는 그 대목을 얘기할 때는 울적해했다. 각오했던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 겪을 때의 상처가 줄어드는 건 아니니.
그렇게 왕따를 당하며 겪은 수모는 이루 말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상세하게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고, 물을 생각도 없었다. 어떤 상처는 꺼내는 것만으로도 덧나기 마련이니.
따돌림을 받으면서메이는 그 후에 우울감에 빠져 스트레스 해소로 폭식을 택하게됐다. 그러면서도 무너지지 않으려 애써 자기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고 사는데, 메이는 나름 견딜만 하다고 했다. 그게 견딜만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메이를 무너뜨리고 가장 아픈 기억이 되었던 건 그게 아닌, 다른 부분이었다. 메이는 우울감이 젖어든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그때 그, 내가 도와줬었던 애가 이제는 나한테 뭐라고 하더라구. 돼지라던가, 더럽다던가, 왜 여깄냐던가, 진흙탕에서 나뒹굴어야 하는 거 아니냐던가. 때리기도 하구. 그래서 좀 울고 싶었는데, 그 애가 그 뒤에 자기 괴롭히던 애들이랑 어울리고 있었어. 그게… 그게 좀 그랬었어."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합류, 조부모로부터 사람이 사람을 돕는 법이라고 배웠던 순수하던 여자애는 큰 충격을 먹고 학교에 안 나가기 시작했다. 그녀로서는 당연한 도피였다.
"졸업하고 나서는, 그냥 할머니 할아버지 고아원에서 애들 돌보기만 했어. 애들은 적어도 나를 따돌리려고 하지 않으니까… 게임도 그때부터 했던 거 같아."
다소 횡설수설하고, 늘어지기도 하고,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의 당사자가 눈 앞에 있으니 좀 착잡했다.
왜 저런 찐따 같은 성격인지 알 수 있을 법한 이야기였고.
간단히 정리하자면,순수하고 착해서 손해봤다는 이야기였다. 안쓰러워서 손을 뻗어 메이의 뺨을 어루어 만지니, 메이는 그 손길에 얼굴을 부벼댔다.
그럼 레베카 코넬지어를 왜 돕겠다고 나섰는지도 얼추 알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처럼 패배하지 않을테니까. 여유가 있고 힘이 있는데다, 도와줄 사람도 있으니까.
결론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도 하고.
메이는 내 손길에 헤실헤실 웃다가, 문득 말했다.
"현성이는 그래서 좋아."
"내가?"
잘생겨서 꼴리는 거 아니었나.
뭐 어디가 좋다는 건가 싶어서 바라보니, 메이는 제 뺨에 얹어진 내 손을 겹쳐서 잡고는 다소 촉촉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세레나 언니가 희생하려고 했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이면 머뭇대다가 기회를 놓쳤을텐데, 현성이는 바로 나섰잖아. 내가 위험할 때도, 누가 위험할 때도, 현성이는 망설임 없이 자기 몸을 던지니까… 망설임 없이 자기가 정한 걸 하니까."
메이는 고개를 돌려 내 손바닥에 입맞췄다. 진하게, 어떤 감정을 띄고 있는지 명확히 알 수 있을 정도로.
"그게 멋있어. 그래서 좋아해."
원체 그런 성격이니 그럴만도 하지. 그렇게 생각하고 대답하려던 나는 멈칫했다.
…응?
좋아한다고?
멋있다는 건 이해한다. 내가 보기에도 난 멋진 놈이니까.
하지만 좋아한다니, 이건 그러니까… 고백 아닌가?
색다른 어휘였다. 여태 사용했던 어휘와는 살짝 다른, 진정성이 짙게 느껴지는 촉촉한 목소리인 것도 있고.
내 표정을 보고는 메이가 앗, 하는 소리를 흘렸다.
"너 혹시 나 좋아하냐?"
메이의 얼굴이 붉어졌다. 안 그래도 조막만한 얼굴이라 엄청빠르게 붉어졌다. 타임랩스로 찍어다가 저장해두고 싶을 정도로 빠르게.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메이가, 더듬더듬 내 손을 꼭 쥔 채로 눈을 내리깔았다.
"아, 으, 응. 나, 나 현성이 좋아해. 엄청, 엄청 좋아해. 그래서 그게…."
숨이 거칠어지는지 메이가 눈을 꼭 감았다가 뜨며 나를 올려다봤다. 눈동자에는 눈물마저 맺혀있었다.
"…안돼?"
메이의 표정이 새빨갛게 물들여진 얼굴에 어울리게, 수줍음을 띄고 나를 향했다.
그렇게 나를 향해있던 표정은 빠르게 펴졌다. 입꼬리가 올라가고, 입이 열린다. 행복감이 여실히 드러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 혹시 대답했나?
메이의 반응을 보건데,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된다고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건 메이의 순진하고 바보 같은 머리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명확한 고백 수락이었다.
다른 여자들은 나름의 자기합리화가 가능하지만, 메이와 사귀는 거면 그냥 얄짤 없이 연애인 게 아닐까?
그런 내 숙고를 가르며 메이는 나를 껴안아왔다. 행복감을 띄는 미소로 나를 껴안고 얼굴을 마구잡이로 내 가슴팍에 부벼댔다.
…그래, 뭐, 나도 메이 좋아하니까.이런 빨통에 이런 태도인 애를 어떻게 싫어해. 괜찮지.
어차피 저지른 김에 무를 수도 없고,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하고 손을 뻗어 메이의 등을 쓸어주었다. 은근히 가냘픈 등이 손바닥 아래에서 느껴졌다.
공식으로 사귀는 사람이 생겼다는 실감이 생기기도 전에, 메이가 얼굴을 들어올렸다. 행복감에 젖어든 미소는 이제 다른 종류의 미소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발정난 암캐 같은 표정이었다. 메이는 흥분을 여실히 드러내는 녹아내린 표정으로 내게 입맞췄다.
"한 번, 한 번만 더 하자. 나, 으, 현성이랑 사랑하고 싶어. 응?"
와, 진짜 개노빠꾸네.
살짝 놀라울 정도의 돌진력과 전염되듯 나마저 잠식하는 흥분에, 자지가 천천히 커지고 있었다. 큼직해진 자지가 자신의 아랫배를 누르니, 메이가 흐, 하고 숨을 흘리면서 다리를 비틀어 제 허벅지 사이에 내 자지를 끼웠다.
"응? 하자아, 현성이도, 현성이도 나 좋아하니까…. 응? 응?"
까짓거 한 번 더 할까. 결단을 내리려는 순간.
뎅, 뎅, 뎅, 뎅
갑자기 종소리가 들려왔다.
그 종소리는 무척이나 익숙했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시끄러운 소리에 찾아오는 밤을 수면으로 보내려던 병사들이 부리나케 달려나가는 소리가 창문 밖으로 들렸다.
동시에 목소리도.
"적습이다! 적습이다! 적이 오고 있다!"
그 종소리는 적습을 알리는 신호였다. 적이 지평선에서 나타났을 경우에 망루를 담당하던 병사가 울리도록 되어있는 간단한 신호.
그 말인 즉슨, 나와 메이가 빠르게 옷을 챙겨 입고 밖으로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메이의 표정이 빠르게 식었다. 싸하게 굳었다. 서리라도 내리는 듯싸늘해진 그 표정에서는 살기마저도 느껴졌다.
"…."
메이는 흥분으로 짓고 있던 미소를 지운 채, 그 살기를 어딘가를 향해 드러냈다.
나는 부디 그 살기가 종을 울리고 있는 병사가 아닌, 지금 습격해오는 적을 향하는 것이기를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