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0화 〉영지전 (130/274)



〈 130화 〉영지전

자작령의 병사 중 하나, 일단은 영지전 때문에 차출되었지만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그 남자를 중심으로 수십, 수백에 달할 병력이 그를 둘러싼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정확히는  남자가 중심이 아니긴 했지만,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는 중심으로 생각하는 법이니 큰 차이가 있진 않았다.


남자는 제 주인이라고 할 수 있을 자작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자작의 최근 행보는 그야말로 수상했다. 수상하다 못해 이상했다.

갑자기 사라졌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고, 둘러대기로는 괴질에 걸려서 잠시 몸을 성내에 깊숙히 숨기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걸 믿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자작이 사라지는 것도, 다시 나타나는 것도 아무도 보지 못했지만 그의 부재는 그 부하들이 명확히 실감했다. 중간 관리자 하나만 빠져도 표가 나는 사회에서 가장 높은 자리를 맡고 있던 이가 사라지면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병사는 불만스러웠다. 사라졌다가 나타난 것만 하더라도 충분히 수상한데, 갑작스럽게 출병시키는 것도 굉장히 괴이쩍었다.


하지만 병사에게는 어찌할 권리나 방법 따위는 없었다. 그냥 까라면 까는 수 밖에. 그는 앞장서서 걷는 보병대의 일부로서, 도끼와 방패를 끼워차고서 앞을 바라봤다.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과 들판, 야트막한 언덕은 크게 시야를 가리지 않아 중열에 있는  병사조차도 저 멀리에 있는 요새를  수 있게 만들었다.


"저건 또 뭐래. 예전에 저런 건 없지 않았냐?"

비록 영지전 중이라고는 하지만, 예전에는 빈번히 오고 갈  있었던 인접 영지였다. 이들 중 일부는 직접 남작령까지 갈  있었던 바,  요새가 눈에 익지 않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남작령에서 자작령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보통 괴물이 나오지 않았으므로, 이들 중 많은 수가 그 요새를 보고 의아해했다.


"그렇지. 나도 저런 건 기억에 없는데. 이번에 새로 지었나?"

"용병들이 엄청 쑤셔대서 돈도 없다더만, 잘도 지었네."

"그러게나 말이야."


병사는 자신과 열을 맞추어 걷고 있는 보병과 쓸데없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 얘기의 목적은 그다지 없었다.

도착해서 살육전을 펼치던, 아니면 이미 골골대는 남작령에 마무리를 치던, 어쨌든 남작령까지 가야하니 주고받는 단순한 잡담에 불과했다. 아무 말도 없이 걷는 건 너무도 지루한 일이니까.

잡담에는 당연히 소문이 동반된다. 병사 중 하나가 불쑥 끼어들며 말했다.


"그러고보니  얘기 들었나? 남작령에 괴물이 나타나서 용병들이  죽거나 도망쳤다는 얘기?"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들어본 이야기였다. 기실, 자작령에 살아남은 용병들이 도착해 퍼뜨린 이후로는 듣지 못할 수가 없는 이야기였다.

"나는 신이라고 들었는데."

"에이, 주께서는 그런 짓은  하셔. 그 용병놈들은 괴물이라고 하더라고. 인간의 몸집인데, 칼을 휘두를 때마다 산이 뜯겨져 나가고 구름이 갈라졌다고 하더라. 그 괴물이 소리를 높일 때마다 전열이던 거인 사냥꾼의 중보병이 픽픽 쓰러져 나갔다는데. 내장이 전부 터져있었대."


"어우, 섬뜩하구만. 소문 뿐이라 다행이야."


하지만 그들은 별로 긴장하지 않았다. 괴물이 존재하는 세계임에도 그럴 수 있는 건, 용병들이 그 말을 너무도 허황되게 떠들어댄 영향이었다.

아무도 그 얘기를 믿지 않았다. 그냥 보수가 제때 지급되지 않았거나, 자만하다 남작의 잔존 병력한테 호되게 당하고 변명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변명이라는 점에서는 일부는 맞았다.

그들은 그 광경을 해설하기 위해 일부러 부풀리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렇게 자신의 공포를 감추고, 도망친 자신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아냐, 아냐 씨발, 그거 다 진짜야."

갑자기 병사 중 하나가 제 창을 움켜쥐며 그렇게 말했다.


묵묵히 걷던 보병들이 그 창병에게 시선을 보냈다가 딱하다는 표정으로 도로 고개를 돌렸다.


 병사는, 주현성이 자작의 군대와 용병대의 혼성 부대를 타격할  그 자리에 있었던 병사 중 하나였다.

동시에 가장 빠르게 도망친 이들  하나였다.  병사는 불안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다 덜덜 떨었다.


"그놈이 또 나타날 거야… 우리를 다 죽일 거야…."

"이 새끼  이 지랄이네. 구라치는 것도 정도껏이지…."


다른 병사가 그 병사의 단단한 투구를 방패 모서리로 툭툭 치고는 혀를 찼다. 얼핏 언성이 커지기 좋은 상황이었으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제 투구에 울리는 작은 쇳소리가 주현성이 다가오는 소리인 것처럼,  병사는  창을  강하게 움켜쥐었을 뿐이었다.


"구라긴 하겠는데, 이 새끼 거기에 있었다고 하던데?"

"그럼 저 니미럴 소리가 사실이라고? 개소리지."


"한 사람이 군대랑 싸운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누가 저 새끼 머리라도 때려서 어디 맛 간 거 아냐?"

이죽대는 소리에  병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고통이 아닌 타인의 고통은 언제나 웃음거리인 법이었다.

왁자지껄한 가운데, 제일 앞에서 걷고 있던 하사관이 빽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너무 높이지 마라!"

"쳇."

그래도 나름 높은 직위인 하사관들의 말을 무시할 생각은 없으니,병사들은 다시 입을 닫았다. 침묵 속에서병장기가 절그럭대는 소리가 울려댔다.


와중에 창병을 옹호했던 병사가 창병만큼은 아니지만, 다소 불안한 눈으로 전장이 될 들판을 눈여겨 봤다.

"이 새끼만 그런 게 아니라, 용병도 그러고 다른 새끼들도 그러는데… 병신 새끼들."

물론  역시 병신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만약 그런 괴물과 싸우는 거라면 진즉 짐을 싸고 도망치는  맞았다는 점에서. 혼자 탈영하는 건 무척이나 죄스럽고 범죄라는 점에서, 행동으로 옮기진 못했지만. 만약 같이 도망치는 놈들이 있다면 사정이 나을지도 몰랐다. 그는  마디 더 얹었다.


"그냥 웃어넘길 일이 아니라고."


병사 중 한 명이  말을 듣더니 코웃음 쳤다.


"그런 일이 있다면 자작님이 미치지 않고서야 병사들을 그냥 거기로 다시 보낼리가 있겠어? 네가 자작님보다 똑똑하냐?"

"…그건 아닌데."


귀족을 꺼내는 건 반칙이 아닌가. 창병을 옹호했던 병사는 그제서야 입을 닫았다. 어차피 웃음거리가 될 거라면 더는 말하고 싶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다시 행렬에 침묵이 찾아왔다. 정기적으로 절걱 소리만이 나는 침묵이었다.

심야의 시계 소리처럼 울리던 절그럭 소리는, 맨 앞에 있던 하사관이 멈추어 섬과 동시에 멎었다. 곧 정지 신호가 부대의 결을 타고 흘렀다.

뭐야 씨발,  멈추는 거야.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그렇게 생각하며 서로의 뺵빽한 머리 틈바구니에서 하사관을 찾았다.

"…앞에 뭐가 있다."

모호한 말. 군대에서는 언제나 명확하고 뚜렷한 명령을 선호했으므로, 하사관의 그런 행동은 그렇게 좋지 못했다.


역시나 좋지 못한 행동이었는지, 병사들은 따지고 싶은 마음으로 행렬에서 머리를 기웃대며 앞을 내다보려고 했다.  앞열을 지키고 있는 병사들 역시 멈추어 서있다는 점을 알아내기 전까진.

트인 들판,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높게 자라난 풀에 발목을 간질이는 평화 그 자체인 초목지. 2열부터 보병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 단지 의구심을 품고는 기웃대기만 했다.

영원할 것만 같은 이상현상에, 그간 불안해하던 창병이 소리를 질렀다.

"그, 그놈이다! 그놈이 왔어!"

소리를 지르는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숨을 헐떡이면서 투구를 내던지고, 부들부들 떨었다. 입에는 이미 게거품이 맺혀있었다.

아, 이 새끼 또 맛갔네. 몇 병사들이 그렇게 생각했다.


굳이 말로 표현할 것도 없는 패닉 상태. 그에 바로 옆에 서있던 보병들이 정신 사납다며 가만히  있으라고 핀잔을 줬으나, 이미 죽음의 공포에 사로잡힌 창병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결국엔 맨 처음 그 창병과 말을 섞고 옹호했던 이가 책임지기로 했다. 그는 대열을 가르며, 어깨를 부딪히는다른 병사들에게 미안한데 좀 지나가겠다며 앞으로 향했다.


그렇게 많지 않은 부대라 앞으로  수록 시야는 탁 트였다.


"나으리, 저기 저놈 뒤로 보내야 하는  아니오?  새끼 많이  맛이 갔는데. 아니면 아예 빼버리던지. 지금도 지랄하고 있는데…."

이상하다. 하사관 역시 반응이 없었다. 병사는 눈쌀을 찌푸리고는, 마찬가지로 얼어있는 병사를 제치고 앞으로 내딛어 밖을 보았다. 대열의 밖, 넓게 뻗은 들판 위로.


그리고  병사 역시 멈췄다. 눈 앞에 보이는 광경이 믿기 힘들고, 풍겨오는 묘한 분위기가 무척이나 심장을 조여들게 했으므로.


들판 위에는  기사가 있었다.

인간이 쓰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인간의 사용을 전제로 두지 않은 듯한 거검. 묵빛이 감도는  끔찍한 질량을 가졌을 검이 바닥에 박힌 채, 어떤 기사가 그 위에 손을 얹어두고 있었다.

그 기사의 외양만 하더라도 평범하지 않았다. 전신에 둘러진 갑주는 얼추 보기에도 마법이 걸린 듯 특별해 보였고, 마찬가지로 기사의 투구나 망토 역시 그러했다.


한쪽 팔에메어진 멋진 만듦새의 방패나, 허리춤에 메어진 일견 신성해보이는 도끼는  어떤가.

그런 기사가 떡하니, 들판 한 가운데버티고 서있었다.


기사의 뒤에는 어떤 소녀가 아름다운 백마에 올라탄 채로 살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조화인지, 그들은 알지 못했다. 다만 하사관들 사이에서 은근히 감도는 이야기가 지휘계통을 마비시키고, 마비된 지휘관들로 인해 부대 전체의 혼란이 빚어졌다.


고작 한 명이다. 이쪽의 수는 수백이다.

 분위기가 흉흉하고 갖고 있는 무장이 좋다고 한들, 이 수라면 절대 질 수가 없었다.


수가 다수 줄어들거나 심리전에 걸리면 시간이 끌려질 수는 있겠지만, 전멸은 커녕 피해다운 피해를 입기에는 너무도 거대한 집단이다.


하지만 그 기사에게서 풍겨오는 흉포한 기색에 그 어떤 병사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럴리는 없다. 그 괴물의 소문은 그냥 소문일 뿐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병사들은 많았지만, 그 누구도 달려들지 못했다. 다들 허수아비처럼 서서 침을 삼키고 있었다.

분위기가 그 소문에 상당한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조용한 와중에 그 기사가 움직였다. 정확히는 말을 걸어왔다.


"들으라."

그 목소리는 결코 크지 않았으나, 들어야 할 이들은 충분히 들었다. 듣고서는 침을 삼켰다. 하사관은 제 옆에 있는 병사를 혼내고 제자리로 돌려보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묵묵히 그 기사를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흠칫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기사가 다음 말을 뱉어냈다.


"도망치면 죽이지 않겠다. 항복하고자 하는 이는 자비를 구하며 엎드릴 게 아니라, 몸을 돌려 도망가라. 네 삶이 그에 달려있다. 허나, 내 경고를 가벼이 여기고 달려드는 이들에게는 자비가 없을 것이다."

 말은  꾸며있었으나 명료했다. 도망치지 않으면 전부 죽이겠다는 이야기. 명백한 축객령. 군대를 앞에 두고 있음에도 망설임 없는 말이었다.

보통이라면 병사들이 웃어재꼈겠지만, 기사의 몸에서 뿜어져나오는 흉포한 기색에 누구도 그게 블러핑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듯 싶었다.


강력한 설득력이었다. 동시에 이질감이었다.


눈 앞의 저 기사가, 자신과 같은 종일 거라고 확신할 수 없는 명백한 흉흉함.

맹수를 눈 앞에 뒀을 때 본능이 도망을 강요하듯, 그들은 본능적으로 조아리기를 강요받고 있었다.


그건 공포였다. 살고자 하는 삶의 움직임.


 와중에 공포를 기어이 투쟁하기 위한 연료로 바꿔낸 이들이 있었다. 족히 10년 이상 전쟁에서 구른 경험이 있어 하사관으로 발족된 이들이었다.


진짜 전쟁의 베테랑들. 전장의 철저한 중간관리자.


이 전투의 머리 역할을 자처해 나온 지휘관이 명령하기도 전에, 하사관들이 무기를 뽑아들었다.


"돌격, 돌겨어억!!!"


그럴 듯한 말이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말들도 있었지만, 공포를 겨우 이겨낸 하사관에게는 이정도도 한계였다.


하지만 효과는 있었다. 병사들 중 얼어있었던 이들이, 명령에 고무받아 공포를 분노로 바꾸었다.

"으, 으아아아!!"


"돌겨억! 돌겨어어억!"

"씨발 죽여어어어!!!"


공포에 떠는 만큼, 본능으로 느낀 힘의 크기만큼, 그들은 울부짖으며 무기를 뽑아들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궁병들은 쇠뇌에 화살을 걸고, 검을  이들은 검을 높이 치켜들며, 창병들은 찌르기 위해 몸 가까이 창을 붙이고,   명에게 쏟아붙기엔 너무도 과한 화력을 과시하듯 지면을 걷어찼다.

우르르르르르


그렇게 몰려오는 발소리는 겹치고 겹쳐 산사태처럼 느껴졌다. 흙이 비탈을 구르며 자아내는 굉음처럼, 기사에게 도달하려고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굉음이 다가오는 걸 보며, 주현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메이, 물러나."


"응."


백마가 물러난다. 물러나 거리를 벌리기 시작하는 모습에, 병사들이 이상한 점을 눈치채기 시작했지만 그걸 신경 쓰기엔 너무도 늦었다.


기사가 하늘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기사의 귓전에 기계음이 울렸다.


[화신 강림]

투박한 기계음과 동시에, 들판을 메우고 있던 굉음이 멎어들었다.


―!


소리를 지르는 병사도, 발을 구르며 앞으로 달려나가던 병사도, 꺼낸 뿔피리를 불면서 사기를 진작시키려던 하사관도.

모두가 이상하게 생각했다. 갑자기 소리를 누가 훔쳐가기라도  것처럼, 삽시간에 조용해졌다.


제 심장소리만이 겨우 들릴 정도의, 끔찍한 적막.


그 적막감에 병사들이 무심결에 하늘을 올려다봤다.


무언가 다가오고 있었다.

갑자기 적막을 가르고, 굉음이 흘러나왔다. 그 모든 소리를 먹어치운 존재였다.


오 오 오  오  오  오 오!!!


 소리는 영혼까지 찢어버릴 기세로 지천을 뒤덮었다. 마치 산양의 울음소리 같았지만, 그걸 듣는 이들 중 산양을 연상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이들의 얼굴이 구겨진다. 그 구겨진 얼굴에 담긴 것은 선명한 공포였다.

쿠 우 우  

거대한 무언가가 떨어지며 공기가 찢어져, 사방으로 거센 열풍이 불어왔다. 그 열풍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으, 으아아아아아!!!"

드디어 소리가 돌아왔다. 소리를 되찾자마자 병사들이 한 것은 간단했다. 소리를 지르는 것. 소리를 지르며 도망을 치거나, 멈춰서는 것.

전신을 운동시켜 달려나가던 이들이 멈추는 일은 대단히 어려웠다. 특히나 가속도가 실려있었다면.

그렇게 패닉한 병사들이 멈춰서려고 하자, 계속 달리려던 뒷 병사와  병사가 부딪혔다. 부딪혀 뒤엉킨 이들은 서로의 몸을 으깰듯 밟아대면서 억지로 일어나려고 했다.

질서가 없이 무작정 살기 위해 몸을 굴리니,  중 누구도 일어나지 못했다. 뒤엉킨 병사들이 제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거대한  개의 발굽을 보며 비명을 질렀다.


"으, 아, 아아아―"

쿠우우우웅


발굽이 지면에 추돌하는 순간,  한참 전부터 등을 보이며 도망치고 있던 이들은 보았다.


 자리에 태양이 피어나, 들판을 살라먹으며 타오르는 것을.

피어오르는 죽음과 불타오르는 살내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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