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39화 〉소에르 수도원 (139/274)



〈 139화 〉소에르 수도원

"어? 뭐, 무슨 일이야?"


앞으로 달려나가자, 바로  등 뒤에서 메이의 당황한 음성이 울려퍼졌다.

하지만 뒤를 돌 틈은 없다. 어둠 속에서 바로 빛살이 날아들어왔다.

[영원의 정신이 발동됩니다.]


콰득!

날아든 볼트를 손으로 잡아채 역수로 들고 투창처럼 내던졌다. 볼트는 내게 날아왔을 때처럼 한줄기 빛살로 변해 어둠 속에 틀어박혔다.

"커헉!"

누군가의 단말마를 뒤로 하고, 어둠 속에서 무기들이 날아들었다.


내 머리를 향해 내리찍어지는 도끼와옆구리를 노리고 뻗어지는 창.

며칠 전 상대했던 기병들이 떠오르는 예리함과 단련된 흔적이 그 무기에 남아있었다.


결코 자작의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 이름은 날리는 용병들인지 공격에 망설임이 없었다.

푸확!

멈춰서기 위해 다리를 내질러  몸을 정지시키고는 그대로 멈춰세운 다리를 걷어차듯 앞으로 내질렀다.


내 발 끝으로 파여진 흙들이 날아들자 무기를 휘두르려던 용병들은 외마디 비명을 내며 눈을 가렸다.

"큭, 이런 개새끼가…!"


퍼억! 뻑!


눈을 가리고 어물대는 용병의 목덜미에 주먹을 꽂고, 창을  놈의 얼굴에 주먹을 휘둘렀다.

 주먹에 닿은 광대뼈가 부숴지고, 쳐맞은 놈의 목뼈가 부러지더니 풀썩 쓰러졌다.

그렇게 쓰러진 이들을 뒤로 하고 다시 물러나는 순간, 내 옆을 불덩이가 지나쳤다.


퍼어엉!

"끄아아악!"


메이의 손에서 쏘아진 화염이 정확히 용병의 머리만을 태우고서는 사라졌다. 이런 게 되나 싶을 정도의 섬세한 컨트롤이었다.


내가 메이를 칭찬하려 하는 때에 바로 다른 용병들이 숲속에서 튀어나왔다.

"이런 씨발,  다 죽여버려! 수색은 그 다음에 해도 되니까!"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상인 쪽의 용병들은 싸움에 합류했다.

용병들이 뽑아든 무기가 충돌하자, 삽시간에 야영지는 시끄러워졌다.


깡, 까아앙


정처 없는 쇳소리가 울리고, 몇 개의 무기나 방어구가 부딪혀 밤 중에 소음을 자아냈다.


일렁이는 모닥불 그림자에 춤추는 듯 보이는 몇명이 제 발밑의 어스름을 뿌리며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한꺼번에 덤벼!"

"마법사부터 조져!"

이쪽의 용병들과 기습한 용병들이 시끄럽게 떠들며 무기를 부딪히는 동안,  내게 다가온 용병에게 달려들었다.

"어, 어어."

용병은 어리숙한 놈이었다. 내가 주먹을 들어올리는  보더니 방패를 치켜올려 제 시야를 가려먹었다.

만약 이대로 방패를 내밀기만 하더라도 내 시야의 대부분을 가로막을 수 있을텐데도, 이 새끼는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방패가 제 목숨을 지켜줄 거라고 믿는지 제 몸에 가까이 붙이고 가드를 유지했다.


그래서 그 위로 주먹을 꽂았다.


콰아아앙!


울리는 폭음과 함께 부숴져 파편이 흩날리는 나무 방패. 가죽마저 찢어져 나무 파편이 방패 안으로잔뜩 흩뿌려졌다.

"크으아아악!"

방패를 들고 있던 놈은 그렇게 소리를 지르며 몸을 숙였는데, 나는 그 새끼가 몸을 숙이는 즉시 무릎을 치켜올렸다. 사슬갑주로 둘러진 무릎이 얼굴을 짓뭉개고, 용병이 피를 쏟으며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지는 놈 바로 뒤에 있던 용병이 어어, 하는 소리를 내기 무섭게 내가 뛰어올라 주먹으로 그 머리를 내리찍었다. 뒤로 접힌 목이 흉하게 몸에서 떨어졌다.

"이런 씨발,  새끼부터 노려!"


그 광경을 바라만 보던 대장 격으로 보이는 놈이 소리를 지르자, 손이 비는 용병들이 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몇은 걸어서, 몇은 달려서. 빠르게 접근하는 내게 가장 앞에 있던용병은 양손검을 휘둘렀다.

부우우웅!

횡으로 크게 휘둘러진 대검은 자신에게 접근하질 않길 바라는 소극적인 풀스윙이었다. 과연, 양손검을 휘두른 놈은 그렇게 휘두른 힘을 원동력 삼아 연격을 이어갈 셈인지 팔을 크게 돌려 다시 한 번 휘둘렀다.

"씨발, 왜  맞는 거야!"

대각선으로 휘둘러지는 양손검을 거리를 벌려 피하고, 대검을 바로 잡은 놈이 달려드는 순간 무릎을 숙이며 앞으로 달려들었다.


콰직!

접근하는 내 몸뚱이를 보고서 검을 들어올리지만, 이미 늦었다.


나는 팔을 뻗어 대검의 날밑에 대고 틀어막았고,  근력 탓에 검을 내리찍는 게 막힌 그놈은 비틀거렸다.


즉시 다리를 움직여 로우킥을 장딴지에 쳐먹였다.

뿌득


"아악, 그윽."

퍼어엉!

고통을 삼키는 소리와 함께 쓰러지는 용병의 머리에 메이가 쏘아낸 불덩이가 날아들어 터졌다. 다른 용병들이 쓰러진 동료의 머리가 불타서 죽는 모습을 보고는 주춤거렸다.

주춤거리다 못해한 눈에 보기에도 공황장애가 온 듯 덜덜 떠는 이까지 했다.

"맹주… 맹주님인가…?"


개중에서는 그런 말을 흘리며 무기를 든 손을 덜덜 떠는 용병도 있었다.

다른 이들도 같은 생각이거나 유사한 생각인지 내게 덤비지 않고 거리를 벌리고 있었다.

퍼엉, 퍼어엉!

"그르륵…."


메이가 쏘아낸 불덩이가 머리를 태우고, 용병들도 사기가 한풀 꺾인 습격자들을 퇴치하고 있었다. 전투에 합류하지 않는  상인과 겨울의 신부 뿐인 것처럼 보였다.


 눈에 보기에도 기울어버린 전황에 침을 삼킨 대장 같은 놈이 일갈했다.

"정신 차려, 멍청한 놈들아! 맹주께서 비록 우리를 떠나셨지만 교단 측에 붙었을리가 있겠냐!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려는 계책이다! 그냥 쳐죽여!"

뭔 소리야 씨발. 그보다 얘네 교단 새끼들이었어?


늘어나는 의문에 눈쌀을 찌푸리고 주먹을 부딪히자, 천둥이 숲속에서 울렸다.

꽈르릉!


"아냐, 이건 아냐. 난, 난 가겠어. 간다고!"

용병들은 그 천둥소리에 몸을 돌려 숲속으로 부리나케 도망치기 시작했다.

"씨발, 돌아와  병신들아! 야!"

순식간에 대부분의 병력이 도망쳐 자신을 비롯한 몇명만 남은 걸 인지한 용병대장은, 찌푸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장검을 단단히 쥐었다.

"병신 같은 새끼들…."

"내가 보기엔 저게 현명한 거 같은데?"


"이죽거리지 마라, 씨발 애송이 새끼야."

"웃긴 놈일세. 맨 처음 깝죽댄  누군데."

비웃는 소리에용병대장이 인상을 더욱 험하게 구기며 장검을 내게 겨누었다.


중단에서  심장을 향해 뻗어진 칼날이 섬뜩하게 달빛 아래에서 빛났다.


사용된 흔적은 적었으나, 자세에서 빈틈은 적어보였다.

근력의 압도적인 차이가 있는 이상 그렇게 밀리진 않겠지만….


나는 얼추 티비로 보았던 권투 자세를 어설프게 따라하려다가 포기하고는 정석적인 자세를 취했다.


용병대장은 차게 가라앉은 눈으로 나를바라보았다. 그 눈동자에서는 여러가지 감정이 섞여있었다. 특히나 가장 또렷한 것은 공포였다.

뭐야,  씨발놈. 존나 깝죽대더니 무섭나?

"안 오냐, 씨발놈아?"

"…."

그 용병대장은 그 자세를 유지한 채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메이에게 저 머리를 불로 태워버리게 하는 거겠지만, 굳이 가장 쉬운 길을  필요는 없었다.


어느 쪽이든 쉬운 건 마찬가지니까.


"그럼 내가 간다."


으득, 이 갈리는 소리를 내기 무섭게 바닥을 걷어찼다.

상당한 가속으로 내 몸이 쏘아져 허공을갈랐다. 공기가  몸뚱이가 지나는 걸 견디지 못하고 터져나가고, 그 압력에 바람이 불었다. 날아드는 나를 보며  용병대장은 침착하게 검을 움직였다.

내 공격은 스트레이트. 저 새끼의 공격은….


[영원의 정신이 발동됩니다.]


흘려내기. 비스듬하게 향한 검날이 내 주먹이 날아들 궤적에 겹치고 있었다.


이대로 막아낸 후에 즉시 반격하기 위해서인지 다리를 단단히 딛고 자세를 낮추기까지 했다.


감속된 세상 속에서 용병대장의 표정이 서서히 바뀌고 있었다.


어떤 거력이라도 흘려낼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혹시 검이 아이템이기라도 한다면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방심하지 않고, 철저하게 때려눕힌다. 그 일념 하에 뻗어내던 주먹을 발을 앞으로 내딛어 멈춰세웠다.

그리고 뻗어지던 스트레이트를 거두며 몸을 돌렸다.

"…이런…!"


콰득!


그렇게 몸뚱이에 실린회전력을 추진으로 삼아 내지른 건 로우킥이었다.


거인의 힘이 잔뜩 실린 로우킥. 어지간한 거목도 일격에 부러뜨릴 압력으로.

그 로우킥이 다리에 틀어박히자, 용병대장의 얼굴이 흉하게 일그러졌다. 비명이 그 입에서 터져나왔다.

"―아아아아아악!"

내 로우킥이 꽂힌 다리가 흉하게 옆으로 꺾이더니 피가 터져나왔다. 으깨지진 않았지만 거의 직전에 달하는 수준으로 부숴진 다리에 용병대장이 균형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크으으윽…!"


쓰러진 용병대장이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사이에, 나는 놈이 들고 있던 검을 걷어차 숲 안쪽으로 날려버렸다.


용병대장은 부들부들 떨면서 제 다리를 붙들었다. 나를 치켜 뜬 눈으로 노려보긴 하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할 수는 없는 눈치였다.

어딜 씨발놈이. 이쪽은 기술 존나 좋은 신이랑 준신도 죽여봤는데.


혀를 차면서 몸을 돌리니, 상인이 얼어붙은 채 나를 멀뚱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눈동자를 직시하면서 말했다.

"이정도면 내 결백을 증명하는데 충분합니까?"

상인은 대답하지 못했다. 단지 손을 덜덜 떨고 있었을 뿐이었다.

*

상인이 말을 하기 시작한 건 모닥불에 그를 앉히고 따뜻한 물을 먹인 후였다.

싸운 건 나인데, 이 새끼를 대접해야 하나 싶어서 언제든  모가지를 꺾어버릴  있음을 강조하니 상인을 호위하던 용병들은 불안한 눈으로 내 안색을 살폈다.


상인은 내가 자초지종을 묻는 말에 당연히 정보를 흔쾌히 제공할 수 밖에 없었고, 그렇게 나온 이야기는 전투 중에 나왔던 것에서 짐작한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일단 습격해온 놈들은 장검 연맹이 맞았다.


정확한 상황은  수 없었고, 그들도 모른다고 했다. 얼추 장검 연맹의 일부가 교단의 호송대를 습격하는 정황이 있다고 하는  정도.

그거면 충분한 거 아닌가 싶어 말을 이어가게 하니, 확실히  상인을 가장한 놈은 상인이 아니었다.


그는 사제였다. 교단 측의 사제.  품이 어떻니 하긴 했는데 내가 알아먹을  있는 이야기는 아니라서 적당히 흘려냈다.

이어지는 말에서 짐작하자면, 그의 일행은 교단에서 소개해준 성전사들과 함께 얼마 전에 회수한 성유물을 소에르 수도원으로 가져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자니 사제가 고개를 숙이더니 사과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구성이 독특하여 영락 없이 장검 연맹 측에서 보낸 첩자가 아닌가 했습니다. 게다가 소에르 수도원이 목적지이기까지 하니…."

확실히 저런 의심이 나올만도 한게, 장겸 연맹의 시체 중에서는 좀 독특한 구성이 눈에 띄었다.


피부색이 좀 독특한 전사라던가, 여자라던가.

그런 걸 감안했을 때, 그에 준하게 특이한 구성을 갖춘 우리를 보고 첩자라 짐작하는 건 좀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어쨌든 교단 측 얘기는 그정도면 충분했고, 이후는 장검 연맹 혹은 공국 측의 이야기를 들어볼 차례였다.


이미 용병들에게 줘터지고 고문을 당했는지 짧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걸레짝이 된 연맹  용병대장에게 다가갔다.


"말해봐, 넌 어디서 온 새끼냐. 정확하게   하면  손가락을 뽑아다가 네 콧구멍에 넣을 거다."

"미친새끼… 좋다, 어차피 말해줘도 상관 없겠지."


의외로  새끼는 순순히 정보를 털어놓기 시작했는데, 나는 머지 않아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장검 연맹에서 온 일부 파벌이었다.


몰랐던 얘기였지만, 장검 연맹의 상징이자 필두이던 맹주가 갑자기 은거한 이후 파벌이 나뉘어 정쟁을 벌이고 있노라고 했다.

그 파벌 중 가장 거대한 건 둘이었다.

뿌리에 주목해 교단에 대한 항거와 배척, 항쟁을 모토로 삼아 새로운 맹주를 뽑아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는 배척파와 교단은 싫지만 굳이 걔네와 싸울 이유는 없으며 맹주를 찾아 질서를 되찾는 게 먼저라는 수색파.

이 용병대장은  중 배척파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무려 차기 맹주로 유력한 인물의 공작에 따라 성유물을 중간에 가로채러 왔다고 했고, 사제는  말에 침음성을 흘리면서 곤란해했다.


"내부에 첩자가 있다는 얘기군요. 계속하시길."

"그러죠. 야, 왜 성유물을 노리고 있냐? 뭐, 느그 수장인지 뭔지는 말해준 거 없든?"

녀석의 손가락을 붙잡고 말하니 녀석은식은땀을 흘리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씨―발 내가 어떻게 알아! 그, 분은 설명해준 적도 없다고! 그냥 성유물을 가져오라는 말 밖에 안 했다니까.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이유는 모른다지만, 사실 나로서는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성유물 자체는 설명을 듣자하니 그다지 특별할 게 없는 물건이었다. 내가 두른 사슬갑주처럼 특별한 물건이 간혹가다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냥 별  아닌 상징적인 물건일 뿐이었다.


보통 사람에게는 도움이 안되는, 교단 측에서만 기념처럼 보관하고 역사를 기리는 물건.

하지만 보통 사람들에게만 그럴 뿐, 나나 준신들에게는 특이하게도  가지 용도가 있었다.

준신을 만들어내고, 신성을 흡수할 수 있는 충전지로서의 역할.

그 말인 즉슨, 배척파의 수장이 준신이거나 준신들에게 고용되었다는 뜻이었다.


어쩌면 이걸 역추적해 나가면 준신들의 소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턱을 쓸고 있으니, 사제가 불안한 눈으로 짐마차를 바라보았다.

저기에 있나? 사제의 눈빛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눈빛을 나처럼 읽어내고 있던 용병대장이 바닥에 꿇은 채로 킬킬 웃었다.

"…씨발, 가로채지 못해도 상관 없어. 우리는 선발대에 불과하니까. 성공하면 좋지만, 성공 못해도 아무런 상관도 없는 씨, 발놈의 선발대라고."


그제서야 사제가 몸을 돌려 그를 응시했다. 그 묵시에 담긴 감정을 읽은 용병대장이 히죽 웃었다.

"이미 수도원에는 다른 병력이 가고 있다. 너희가  개짓거리를 해도 뒤집을 수 없는 병력차로 말이지. 크큭, 그 씨발놈의 수도원 따위는 아예 먼지로 만들어버릴  있는 병력이라고!"


"…그런 짓을 하면 제국이 가만히 있을 것 같습니까?"

"제국? 제에국? 그 씨발놈의 제국이 승인한 일이야,  머저리 샌님아! 그리고 씨발, 승인 안 하면 어쩔 건데? 제도가 씹창난 건 애새끼들도 다 아는데, 뭘 어쩌게? 뒈진 제국의 시체에다 빌어보게?"

키득대는 얼굴이 띠꺼워 인상을 찌푸리니, 그 용병대장은 나를 노려보면서 외쳤다.

"대인전도 후달려서 공국 때도 쳐발린 샌님새끼들이, 우리를 이겨먹을 수 있을 거 같냐? 이 괴물새끼랑  괴물 계집년만 없었어도 너흰 다 뒈졌어, 알아? 씨, 발 어쩌다 이딴 새끼가 걸려서… 명심해  씹새끼들아! 우리가 반드시―"


따악!


 존나 시끄럽네, 씨발놈이.

 손가락이 튕겨져 녀석의 콧대를 두들기자, 강렬한 충격에 녀석이 눈물을 쏟으며 부러진 콧대를 움켜쥐려고 했다.

그보다 빠르게 내가 이 새끼의  손목을 붙들어 막았지만.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고통스러워 하는 놈을 바라보던 나는 고개를 휙 돌려 사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낯빛은 푸르죽죽했다.

"이 새끼 말 맞습니까?"


"예… 맞을 겁니다."

순순히 인정하네. 조금 놀라워 하면서 말을 골라냈다.

"그럼 제가 당신 따라가서, 수도원 방어하는 걸 도와서 쳐들어오는 새끼들 머리 다 부숴버리면,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겠습니까?"

"…예? 무, 무슨…."

사제가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는 사이, 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병력이 급한 상황 아닙니까? 그리고 방금 보셨잖아요. 제가 어떤 새끼인지. 제가 장비 전부 챙기고, 저기 제 연인 도움 받아가면서 상대하면, 앵간하면 상대할만하지 않을까요?"


 제안에 의심하는 눈치로 상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과연그게 가능할지 어떨지,  거래가 합당한지 숙고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결국 사제는 입을 열어 작게 속삭였다.

"무슨 부탁입니까."


내가 터무니 없는 걸 요구하면 그만둘 생각인지, 사제는 자뭇 심각한 표정으로 내게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나를 가늠하려는 듯 예리하게 뜬 눈초리로.

그 눈동자를 바라보던 내가  웃었다.

이 부탁이라면 거절할  없을걸. 당당한 미소와 함께 내 당당한 대답이 날아들어 사제의 뇌리를 관통했다.

"친하게 지내자는 부탁이요."


"…예?"

사제가 당황해 눈을 크게 뜨는 동안, 결국 용병대장은 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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