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15화 〉귀향 (215/274)



〈 215화 〉귀향

마지막 괴물을 쓰러트리고,  괴물의 살점을 잘라갈까 말까 따위를 고민하다가 가을과 함께 숙영지로 돌아왔을 때, 어느덧 하늘은 어둑해져 밤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둑한 하늘은 제 품고 있는 것을 내어주지 않을 생각인지 구름으로 가득해 별 한 점 보이지 않았다.

그 어둑하고 침침한 하늘은, 보고 있는 나에게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가을의 마녀가 한 말도 있었지만, 주요한  지금의 상황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 걸까.

이 세상을 어째야 하는 걸까.


뭐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괜히 생각이 복잡해졌다.  잘못으로 이 꼴이 되었다면, 내가 책임져야 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어떻게?


내 역량을 벗어난 일이 아닌가.

복잡한 심경을 떠안고, 언제 피웠는지 장작이 가득해 이글거리는 모닥불들을 가로지르며 나아가니 금방 내가 자는 천막과 측근들이 눈에 보였다.


그들은 한데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다가오는 내 기척을 느끼고서 고개를 들어올려 나를 보았다. 그들은 나를 보고도 썩 반가워 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오히려, 뭔가를 불안해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뭐지?

저들이 뭔가를 실수했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망설임 없이 다가가니, 역시 예상했던대로 그들의 잘잘못이나 실수 때문에 걱정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들은 모닥불 가까운 자리에 앉은 무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슨 일입니까?"

내가 말을 거니, 다가오는 걸 눈치챘는지 토니가 손을 가볍게 흔들고 무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내게 얘기를 하기 싫다는 제스쳐 같진 않았다. 무관이 스스로 설명하길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제가 부족하여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곳이 있습니다."


무관은 그 시선을 잘도 읽어내고는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렇게 꺼내어진 이야기는 간단했다.


"역시 도시를 한 번만 다시 들려볼  있게 해주십시오.  혼자 다녀와도 좋습니다."


도시를 한 번만 다시 들리게 해달라는 것. 마냥 거부하거나 승인하기엔 제반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설명을 요구하며 바라보니, 무관은 입을 다물고 대공이 옆에서 말을 받았다.

"무관이 피난할 적에 너무도 급하여 미처 확인하지 못한 곳이 있습니다. 아마 대전사님께서도 익숙하실 곳입니다."


"…어딘데 그럽니까?"


도시가 반파될 정도면 지금 쯤 버티고 있기는 커녕 흔적도 남아있지 않았을 것 같은데, 대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잠시 기다리더니 말했다. 성대나 폐를 거치지 않은 음성이 내게 닿았는데, 그것은 나도 미처 잊고 있던 것이었다.


"지하의 헤로디아의 연구실이 있습니다. 헤로디아가 대전사님과 저희를 해치우기 위해 병력들을 준비하던 공간이기도 했죠. 거긴 대전사님의 완력으로도 완전히 파괴되진 않았습니다. 어쩌면… 멀쩡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살아있을 수도 있겠지요."

처음엔 대공이  부하를 가로막으려는 것인가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공 역시 도시를 들려보고 싶은 눈치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측근들이 그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근위대장은 왠지 불안한 듯한 눈치였고, 기사단장은 묵묵히 침묵을 지키고 있으나 달갑지 않아보였다.

메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른다니까 일단 도우러 가자는 듯 애타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측근들의 표정을 하나하나 확인한 후에야 턱을 쓸었다. 기꺼이 동의하는  보이는 건 세네카와 살로메, 메이. 토니는 표정이 보이지 않았고.


그 외에는 반대인 것처럼 보였다.


나는 결정을 내리고서 박수를 쳐 이목을 끌어모았다.


"결정했습니다. 메이, NM-21, 대공님, 퍼시벌 기사단장님이 저와 동행하고, 나머지 분들은 여기서 숙영지를 지키고 지휘해주십시오. 금방 돌아올 겁니다. 병력도 많이는 안 데려가고, 50명만 데려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관이 내게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하기에, 손을 대충 흔들어 저지했다. 그러나 무관은 여전히 내게 감사를 표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언뜻 더 큰 실수를 저지른 나보다 더 죄악감을 짙게 갖고 있어, 보는 내가 다 불편했다.

*

병력 50명에 기사 넷. 발굴하는데나 필요할 잡다한 공구와 농기구, 잘 차려입은 반신 하나에 마법사 둘, 기사단장, 로봇이라는 모호한 조합을 한 채, 우리는 완전히 파괴된 발데가리아의 어귀에 들어섰다.

눈 앞에 보이는 도시는  때 바다를 끼고 융성했던 도시라는 것을 체감조차 할  없을만큼 파괴되어 있었다.

반석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도시의 파괴는 중대했다.


가장 커다랗게 와닿는 것은 해안선이었다. 본래 바다가 메우고 있었을 지평에는 까마득하게 솟다가 칼날이나 낫처럼 꺾여 지면을 향해 제 몸을 드리우는 기묘한 산맥이 버티고 서있었다.

 기묘한 모양이나 위압감 넘치는 자태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그 산맥에 '갈려나갔을' 건물이었다. 산맥에 짓이겨진 건물의 목조나 돌 따위가흩어지거나 쏘아져 여기저기에 쳐박혀 있는 것을 보니, 도시의 파괴가 그야말로 급속도로 이뤄졌음을 짐작할  있었다.


"…씨발."

내가 흐리게 읊조린 욕설에 메이가 내 망토자락을 쥐었다.나무라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말하지 않았으면 누군가의 입에서 나왔을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발데가리아의 모습은 황폐했다.

차라리 흔적도 없이 부숴졌으면 허망하여 희망이라도 품을  있을 터였지만, 이렇게 산산히 부숴진 도시는 마치 시체를 떠올리게 했다.

처참한 꼴이었다.

죄악감이 살살 아렸다. 내가 만약 군주들의 아버지를 제때 죽여서 막았다면, 도시가 이렇게까지 박살나진 않았을까?

수많은 사람들이 나 때문에 안 죽지 않았을까?


대륙을 가로지르며 느꼈을 감상은 내게 잔잔한 통찰로 다가왔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내가 해야할 일을 해냈다면, 발데가리아는 건재했을 것이다.

눈을 질끈 감고 숨을 내쉰다. 내뱉는 심호흡에 메이가 내 망토자락을 잡아당기는  쥐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가야했다. 아직 아래에 사람이 조금이라도 살아있다면, 내 죄악감은 그나마 덜어질 수 있을테니까.

무너질 듯이 솟은 산맥은 내 마음을 대변하고 있는 듯 보여서, 괜히 눈에 담다가 발을 옮겼다.

"…상정했던 것 이상으로 파괴되었군요."

도시를 돌아다닐 때 가장 먼저 말을 꺼낸 건 대공이었다.

도시는 개판이었다. 이미 멀쩡한 건물은 하나도 없는  했고, 그나마 축이라도 유지하고 있는 건물은 파편이 어지러이 박혀 내부에 있었을 이들이 허망하게 죽었음을 드러냈다.

차라리 그러면 다행이었다. 도시에는 괴물이 넘쳐났다.


마치 처음부터 괴물의 둥지였다는 듯, 괴물들은 엄청난 양을과시하며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괴물들이 메이와 대공의 마법에 일소되고, 병사들의 공격에 물려지니 괴물들의 양상도 눈에 들어왔다.


그 괴물새끼들은 여기에 둥지를 튼  맞았다. 영역다툼을 하는가 하면 둥지를 틀고서 먹이를 물어다놓는 괴물도 있었다.


보이는 족족 죽였으나 도시가 워낙 넓은 탓에 더 있을 것은 뻔했다.

대공이 착잡한지 탄식을 흘리고, 무관은 허망한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아마 지하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 같았다. 나 역시 괜히 허망해져서 정처 없이 뒤따르는데, 누군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철컹 소리가 나는 금속손이었다.

"…왜."


"자네 괜찮은가? 요즘 영  좋아보이는데."

괜찮냐고?

당연히 안 괜찮지.


하지만 괜찮은 척을 해야한다. 그래서 입을 열려는데, 그보다 먼저 토니가 말했다.

"자네 지금 자기 몰골을 제대로 보고는 있는 건가? 자네 엄청 지쳐보인다네. 그리고 안 그런 척 하려고 애쓰는 것도 다 보여. 지도자라는 게 쉽지 않은 일인  알지만… 너무 몰아붙이는 건 아닌가?"

토니는 그렇게 말하더니,  어깨에서 손을 떼고서 내 옆에서 보폭을 맞췄다. 인간의 옷을 입은 로봇이  팔을 그러모아 팔짱을 끼더니 내 옆에서 나란히 걸었다.


"나 역시 지도자였던 적이 있어 잘 안다네. 나는 물론 정신이 무뎌지는 일이 없어 자네처럼 고역을 겪진 않았다지만, 쉬운 일이 아니지. 그리고 그런 내가 보기에 자네는  쉴 필요가 있어보인다네."


토니의 말은 절절하게 와닿았다. 리더를 맡아본 적이 있는 놈이라 그런지 설득력도 있었다.

하지만 고이 따르기엔 문제가 있었다. 이 모든 지랄은 나 때문이라는 것과, 내가 마지막까지 쉴  없으리라는 사실.


나는 눈을 감았다 뜨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조언은 고마운데, 그렇게 늑장 부릴 때가 아냐. 괜히 위로해주는데 강짜 부리는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지만…."

정말 그랬다. 생각해서 해주는 말인데 일단 거부한다는  괜히 못할 짓 하는 기분이었다. 토니가 어떤 놈인지 잘 알게  요즘이라 더 그렇기도 했다.


하지만 NM-21은 언제나 그렇듯 인자하게 대답했다.


"이해한다네. 미안해 할 필요는 없지. 내가 맡았던  싸우는 이들의 수장이었고, 자네가 맡은 건 살고자 하는 거대한 집단의 구도자이니. 맡은 집단의 무게가 다르지 않은가. 필사적인 이들을 이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닐테지. 원초적인 목적이기도 하고 말이야. 너무 개의치 말게나. 자네가 말하는  옳을테니… 하지만."


나를 긍정해주는가 싶더니, 토니는 말을 끊었다. 그렇게 말을 끊더니, 기계 얼굴을 움직여 나와 눈을 마주쳤다. 존재하지 않는 눈을 마주치며 괜히 진중하게 말하려고 애쓰는 듯 했다. 역시 인간적인 놈이었다.

"내가 도울  있다면 언제든말하게. 자네는 내 은인이지 않은가."

"…고맙다. 한 번 생각해볼게."

"그래, 자네는 남자다운 게 특징이니, 괜히 앓는 건 안 어울려."


허허, 하고 웃는 소리를 흘린 토니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무관이 뛰어왔다.

"찾, 찾았습니다! 입구입니다! 헌데… 입구에 장애물이 많아 조금 도와주셔야 할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뇨, 괜찮습니다. 까짓거 몇 번 힘만 쓰면 되는데요 뭐."


괜히 웃으며 열려있는 지하입구로 향하니, 확실히 장애물이 잔뜩이었다.

주로 암석이었으나, 아예 길을 틀어막은 건축물의 일부도 있었다. 어떻게 지하로 흘러들었는지 모를 것들도 있었고.

나는 그것들을 힘으로 부수거나, 치워냈고, 병사들은 그 잔해 중 자신이 옮길  있는 것들을 성실하게 움직였다.

무의미한 듯한 작업에 넌더리를 내던 것도 잠시, 그렇게 잔해를 치우던 병사가 뭔가를 발견한 이래로 작업 속도는 빨라졌다.


그건 인간의 흔적이었다.


명백히 불을 피웠던 흔적이 잔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자, 병사는 소리를 치며 우리의 주의를 끌었고, 결국 손을 놓고 있던 다른 병사들과 NM-21, 대공과 메이 역시 작업에 동참하게 되었다.

어쩌면 살아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구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병사들 사이에서떠돌자 그들은 다치는 것도 무릅쓰고 빠르게 잔해를 치워냈다.

그렇게 마지막 잔해를 내가 들어올려 내던지자, 마침내 큼직한 석실이 눈에 들어왔다.

공동에 가까운 그 석실엔 인간의 흔적이 짙었다.

"…씨발…."

허나 반가운 흔적은 아니었다.

굶어죽었는지 뻗어있는 괴물들의 시체가 널려있고,  시체의 옆으로 인간의 유골이나  따위가 바스라지거나 부러진 채로 흩어져 있었다.


한 인간을 끼워맞추기도 힘들 유골의 조합에, 병사들은 너나  것 없이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주저 앉거나 들고 있던 잔해를 떨어트렸다.


생존자는 아무도 없었다. 암울함이 삽시간에 병사들 사이를 떠돌고, 무관이 침울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역시  도시에 생존자는 없었던 모양이라는 걸 깨달은 모양이었다.

나는 각오를 하고 있었던 터라 상심하진 않았으나, 메이는 슬픈 표정으로 내 망토자락을  쥐었다.

그렇게 좌절에 가까운 감정이 병사들 사이를 떠돌 때였다.

"―무도 없습니까?"


인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병사들과 메이, 나부터 대공이나 NM-21 같은 비인간까지 가릴  없이 고개를 들어올려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보았다.


들려오는 방향은 석실의 한 켠이었다. 뭔지 알 수 없는 구조물의 위로, 자그마한 구체가 둥둥 떠있었다.

 구체는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하더니, 그 속에서 소리를 토해냈다.

"―는 고대의― 아무― 습니까?"

지직거리는 음성은 제대로 들리지 않았으나, 그 목소리는 익숙했다. 세레나였다.


나는 빠르게 그 석실의 한 켠까지 달려갔고, 병사들도 내 뒤를 따르거나 했다.

코앞에서 도착해서야 알았지만, 그 마력은 웜홀과 유사했다.

아니,웜홀이었다. 존나 작아지고 곧 뒈지려고 하고 있었지만, 웜홀이었다.

대공은 그 웜홀을 확인한 후에 흐억, 하는 숨소리를 삼키며 말했다.

"워, 웜홀실이 여기까지 내려앉은 모양입니다."

"그런  됐고, 이거 되살릴 수 있습니까?"

"해봐야지요. 메이양, 도와주십시오."

"네!"

메이를 비롯한 병사들에게서도 활기가 떠돌았다. 메이와 발데가리아 대공은 빠르게 웜홀에서  떨어진 거리에 자리를 잡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끌어올려진 마력이 문자 같은 형태로 허공에 떠오르고, 웜홀로 빨려들어갔다.

만약, 만약 이게 잘된다면 굳이 고대의 도시까지 걸어갈 것도 없이 바로 저기로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좌표도 들어가서 고정하면 그만이었고. 아니면 새로 여는 것도 방법이었다.

어느 쪽이든 가능하다면 이딴 암울함은 끝인 거나 다름 없었다. 난민들도 문제가 없을테고, 병사들도 문제가 없을 것이었다.


내가 기대를 담아 웜홀을 바라보니, 웜홀은 조금 더 커지고서 음성을 토해냈다.


"여기는, 여기는 고대의 도시. 발데가리아 들립니까? 아무도 없습니까?"


분명히 세레나의 음성이었다. 오랜만에 듣는, 세네카보다 조금 더 카랑카랑한 음성에 괜히 웃음이 픽 새어나왔다.

안부를 전하기도 전에, 세레나의 음성은 이어졌다.


한숨과 함께.


"여긴… 여긴 상황이  좋습니다. 거긴 어떨지 모르겠으나… 여기 전선은 계속해서 밀리고 있습니다. 화살이 부족하고, 무기도 부족하며, 갑옷도 부족합니다. 도시 내의 장인들 대부분은 목숨을 잃었고, 시민들도 많이 죽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시민들을 징집병으로 차출하고 있습니다. 저흰… 저흰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다시   한숨. 그 소리에 내 얼굴이 굳는  나도 느낄 수 있었다.

"외벽은 진즉 포기했습니다. 증축한 내벽도 거의 포기하기 직전이고, 전선이 너무 밀려서 내성과 동굴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병력이 너무 부족해요. 그러니… 부탁입니다. 발데가리아, 듣고 있다면. 부디 병사를 보내주세요. 병사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자잘한 도움이라도 좋습니다. 화살이라도 지원해주세요."

망설이는 듯 소리는 끊겼다.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있을 침묵에, 나는 입을 열었다. 위로라도 하기 위해, 내가, 그 도시를 구하기 위해 가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하지만 그보다 먼저 웜홀이 일렁이더니 지직거렸다. 노이즈 낀 텔레비전 화면처럼 흩어지려는 모습에 내가 대공을 돌아보자, 대공은 당황한  높아진 음성으로 말했다.

"웜, 웜홀이 닫히고 있습니다. 이, 이게 무슨…!"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메이와 함께 웜홀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웜홀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했다.


나는 그렇게 지직거리는 웜홀을 보고서, 이를 바득 물었다.

뭐라고 말하면, 뭐라고 말하면 세레나가 희망을 놓지 않을  있지?


말을 골라내는데, 웜홀은 무섭도록 흔들렸다.  음성조차 닿을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하고 재볼 여유는 없었다.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버티고 있어, 내가 갈테니까!"

웜홀을 붙드려는데, 그보다 먼저 내 손이 웜홀을 통과했다. 지직거리고 있는 웜홀은 그림자가 비추어지는 빛에 사라지듯, 허공에 녹아들었다.

그렇게 녹아드는 웜홀의 뒤로, 마지막 음성이 멀거니 울려퍼졌다.

그 오 오  오 오 오 오!!!

마침내 웜홀이 완전히 닫혔다. 사라지는 웜홀과 함께, 석실에 침묵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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