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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화 (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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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들이 일어난다. 망자의 전진, 그들이 지나간 자리는 잔해 밖에 남지 않는다. 비명과 괴성이 섞인 혼돈만이 지배하는 세상, 좀비들은 목을 물어뜯고 다리를 비틀고 내장을 끄집어낸다. 갑자기 화면 스크린으로 괴기스러운 얼굴을 들이대는 좀비들, 관객들은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나에겐 그들이 왜 비명을 지르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다. 저 정도의 좀비는 귀여운 수준이다.

하긴 시체를 본 적 없는 인간들은 분명 징그러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봤자 특수 분장 아닌가? 네크로맨서의 입장에선 징그럽기 보단 굉장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실 저기 나오는 좀비들은 이상에 가까운 좀비라고 말하고 싶다.

마치 치타와도 같은 민첩성, 콘크리트 벽마저 뚫어버리고 성인 남자를 찢어버리는 근력!! 제일 마음에 드는 건 하체가 반 토막 나도 움직일 수 있고 몇 년을 가도 저 썩지 않는 저 미친 생존력!! 저런 좀비가 수만 마리가 있다고 한다면 세계 정복은 꿈이 아니다!!

네크로맨서의 일반적인 좀비란?

성인 남자의 절반도 안 되는 근력, 주먹을 날리면 머리가 없어지는 수준? 내구력이라면 아기 가 기는 속도보다 느리다. 이런 저스펙 좀비에게 ‘강화개조술장(Catata Comada)’ 행사해 스펙적으로 업글시키겠다! 라는 미친 동족 새끼가 있을까 라면 없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그런 미친 새끼가 있다면 분명 네크로맨서 학의 갓 입문한 햇병아리들일 것이다. 햇병아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슈퍼울트라 좀비를 몇 개월 동안 공들여 만들 것이며 지상 최강의 좀비라고 자위질 한다. 하지만 그 지상최강의 좀비는 고작 며칠 만에 좀비 보다 낮은 하찮은 스켈레온 되어 자신의 뼈다귀를 핧고 있는 어이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들은 애초에 좀비라는 소환체의 개념을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네크로맨서에게 좀비의 역할이란?

젠장 발정난 미친 성기사 게이새끼들이 집요하게 나의 가랑이를 잡고 떨어질 생각을 안 하잖아! 일단 강력한 파괴마법을 안돼! 강력한 파괴마법을 쓰려면 최소 레퀴엠 급 영창시간이 소요되잖아. 그렇다면 캐스팅 시간을 벌어야 해. 캐스팅 시간을 벌려면 어글끌 소환수가 필요하잖아. 미친 쓸만한 소환수가 다 뒈져버려서 없잖아. 에라이 어쩔 수 없다.

게이새끼들 좀비 롤케이크나 받아라!

“우오오오오”

미친 포스를 자랑해 내며 좀비들이 일어서지만

성기사 3초 끔살.

너희들의 희생은 값지다. 캐스팅 시간을 3초나 벌 수 있었어! 앞으로 27초만 벌면 되잖아!

하 하 하 하 하 하

저렇게 되는 순간, 우리 동지는 성기사의 필킬 각이 되는 중요사례다. 성기사 앞에서 좀비를 꺼낸다는 건, 비추천. 오히려 적에게 불필요한 정보를 줄 수 있기 떄문이다.

성기사는 분명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바퀴벌래새끼(네크로맨서) 오줌 질질 싸고 있구만’ 빨리 돌격해서 비벼라고 동무!

대등한 적과의 전투에는 거의 무쓸모인 좀비. 하지만 인간 같이 약한 동물에는 그럭저럭 일회용으로 쓸만하지만 무장군인에게도 썰려버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좀비 되시겠다. 마력 아껴서 구울 소환하는 게 더 현명하다.

어쨌든 영화에서 과장됐지만, 그게 영화의 재미 아니겠는가? 좀비의 먼치킨적 요소에 별점 4개를 주고 싶다. 하지만 이야기적 측면으로 본다면 주말 막장드라마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듯

그래도 돈 주고 산 티켓 끝까지 봐야 되지 않겠냐? 시간도 많이 남았고...

좀비에게서 탈출하기 위해 차에 시동을 걸고 있는 여주인공 하지만 잘 걸리지 않는다. 남주인공은 뭔가 다급한 듯이 빽빽 소리를 지른다.

‘저 상황에서 소리 지르면 주위에 있는 좀비들 다 달려오지 쯧쯧’

내 예상대로 몇 초 후 좀비 떼거지가 달려오고 있다. 남주는 조용히 빠루나 도끼를 들고 사랑하는 임을 위해 장렬히 전사하는 감동적인 연출이 나오겠거니 생각했지만 작가는 반전을 주었다. 남주는 멀리서 "도망쳐"라고 소리만 지르고 빠루로 여주를 응원하고 있다. 사실 이건 남주에 의한 남주를 위한 설계각인가?

남주는 나도 노력하고 있소 라고 외치고 싶은 듯 안전지대에서 연신 죽은 좀비만 패고 있고 여주는

‘꺄앗 그만 쫓아오삼!’

찰칵 찰칵

차안에서 좀비와 사진 찍어 SNS에 사진 올리다, 좀비에게 해체된다. 내가 발로 써도 저것보다 잘 만든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유난히 이 영화 여자들이 뒈지는 상황이 많다. 설마 이 작가는 가학적 성취향은 아...아니겠지...

뭔가 나의 아랫도리가 불끈한 느낌이...

오해하지마라! 난 절대 그런 취향 아니다.

절대 하악하악 거리지 않는다고 진심 병원 가야 되니까.

영화는 계속 진행된다. 무자비하게 여주를 뜯어먹은 좀비는 배가 부른 듯 홀연히 사라지고 남주는 가식적인 애통한 표정으로 좀비가 먹다 남은 그녀를 얼굴을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대로 차 밖으로 냅다 던져버린다.

‘와우.. 아메리칸 스타일... 역시 화끈하다. 내 뇌까지 막장이 되는 느낌.’

유유히 남자는 빠져나가며 엔딩 크리딧이 내려온다.

아니 그보다 더 막장인 건, 좀비영화 앞에서 애정행각을 버리고 있는 저 커플이다.

영화 보는 데 집중을 할 수가 없잖아!! 좀비가 물어뜯는 음향보다 쪽쪽 거리는 음향이 더 크다고!

아니 보통은 공포 영화를 보면서 저런 짓을 할 생각이 드는지 의문이다.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드니까 하는 거겠지만 여기는 모두가 이용하고 있는 공공장소. 여기는 공공모텔이 아니지 않아!! 한바탕 외쳐주고 싶었지만, 소시민적인 삶에 익숙한 나로서 두 배로 잡친 기분을 달래며 단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영화관을 빠져나간다. 쓸쓸한 모태솔로. 추운 날씨가 더욱 춥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내 번화가는 연인들로 붐비고 있다.

한우울,

자신의 이름과 같이 우울한 기분으로 밤하늘을 올려본다.

“여자친구는 고사하고 이렇게 영화 하나 같이 볼 친구조차도 없다니···.”

“여기서 뭐 하고 있어? 한우울? ”

톡톡

뭔가 신선한 촉감이...

“헉······. 기여움!!”

붉은 단발머리 긴 스웨터의 귀엽게 생긴 여자애가 웃으며 나의 볼을 건드리고 있다. 우리 반 친구 기여움 되시겠다. 우리 반 권력도 위치로서 소위 상류층에서 노는 애지만 가끔 하류층의 삶을 몸소 경험하기 위해 온정을 베풀기도 하는 기특한 인간이다.

그 뿐만 아니라 저 귀여운 외모는 당장 납치해서 박제로 만들어, 온종일 보고 싶을 정도다.

하악하악

그런 생각 안돼 포돌이가 보고 있다고...

“너도 좀비영화 보고 오는 길이지?”

“어...”

“근데 혼자서?”

기여움이 두리번거린다.

“아······. 아니 친구가 화장실에서 잠깐 가서 말이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다크오라 패시브는 숨길 수 없다. 아니 진짜 친구 있거든? 공상이라고... 그 아는 녀석 있는데, 갑자기 급한 일있다고 나가서 말이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러니 절대 혼자 영화관을 온 건 아니다. 옆에 다른 커플이 있었다고? 하하... 그건 당신 눈이 병신이라 그런거 임...  공상이는 분명 있었다고... 이렇게 마음속으로 자위질 해도 점점 비참해지는 나 자신을 속일 순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이미 나의 맨탈은 산산히 부서져, 장애인이 되어있을 거다. 개중에 “영화 혼자 보러왔어. 혼자 보는 취향이라 꺼내는 사람이 있겠지만 나와 같은 아웃사이더 같은 부류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역시 친구 없구나! 후훗’

그들의 평가는 거기서 끝이다.

친구가 있는데 잠시 자리를 비웠다는 설정이 더욱 임팩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친구 없던 인상에서 반전을 주어 ‘친구 있구나.’로 더 좋은 인상을 부각시킬 수 있지 않은가?

“그래? 여자친구?”

“그런 거 아니야. 남...남자야.”

“아...너도 우울하지? 크리스마스 이브, 여친도 없고 하... 인생 왜 이러냐? 한탄하고 있는 거지... 뭐 나도 마찬가지야. 우울하구나~~”

“우응...”

“짜식 힘내!”

팡팡 등을 두드리는 기여움.

미안하지만, 나의 다크오라는 항상 발동형 패시브 스킬이다. 여친없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하지만 저 미소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따듯해진다. 패시브 효과가 상쇄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 더는 참을 수 없어!! 안고 싶다. 저 주체할 수 없는 저 귀여움을 가지고 싶다!! 그렇게 손가락이 마음대로 움직이려고 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조금은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움아 갑자기 사라지더니 뭐하고 있는 거야?”

기여움을 뒤따라오던 두 명의 소녀 중 한 명 묻는다. 웨이브 진 금발 푸른색 투명한 눈 마치 서양인형을 보고 있는 듯한 완벽한 외모다. 마치 연예인을 보는 듯 절 때 일반인이 소화할 수 없는 코트를 입고 있다. 그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이 거리에 있는 남자라면 한번은 그녀를 넋놓고 보고 있지 않을까?

성현아

성산고등학교 킹카 1위, 소위 여왕벌. 상류층 클래스 중 특별 상류층이라고 할까? 상류층 일벌레들은 한 번이라도 관심을 끌겠다고 무한 애정공세를 벌이지만 정작 그녀는 하찮은 일벌레 따위(상류층)에겐 관심이 없는 것 같다.

같은 반임에도 불구하고 성현아는 하류층 따윈 기억하지 않는다. 또 한명은 어제 온 전학생인가?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난 좋아하는 애나 싫어하는 애 아니면 이름을 잘 안 외워서 말이지. 안경을 쓰고 있는 수수녀는 내가 빤히 쳐다보자 수줍은 듯 기여움 옆으로 숨는다.

“같은 반이잖아? 한우울 좌측 구석에 앉아있는 얘”

한번 힐끗 보더니 관심 없는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한다.

“몰라. 관심 없어. 그보다 늦기 전에 그보다 빨리 가자”

“우아~ 우아~ 너무하네!! 존재감 없는 것도 우울한데!! 이름도 우울인데! 반 친구 이름 정도는 기억해 줘야지!!”

가슴에 무자비하게 꽂히는 화살. 다크포스를 더욱 활성화시킨다.

끄윽... 그래도 귀여움에 동정 받는 건 기분 좋지만 조금은 상처 받는다. 그렇게 그녀는 상처만 남겨두고 손을 흔들며 떠나갔다. 그 뒤를 따르는 수수녀. 한해가 지나가는 크리스마스 이브의 날의 마지막 지인이었다. 한우울은 중앙 시계탑을 바라본다. 어느덧 시간은 8시를 넘긴 시각. 밤이 찾아오고 드디어 ‘뒷세계’의 주민들이 활발하게 움직일 시간이다. 한우울은 빠른 발걸음으로 인파 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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