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5화 (5/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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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법 (Close)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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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실 문을 열고 데스크에 앉아있는 보건 선생님은 인기척에 나를 본다.

“왔어? 한우울 학생”

의자에 앉아 보고 있는 보건 선생

검은 긴 생머리에 안경을 도도하게 안경을 낀 엄청 미인의 보건 선생이었다. 가슴이 제법 많이 파진 검은색 블라우스에 청바지를 입고 있고 하얀색 가운을 걸치고 있어 더욱 눈을 땔 수 없었다.

“어딜 그리 뻔히 보실까?  한우울.

"아... 하하하 아니에요."

"너 남대문 열렸어.”

"앵."

양호선생의 희고 긴 손가락이 남대문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헉"

첫인상이 중요한데 이런 큰 실수를!!

당황해서 허겁지겁 확인했다. 하지만 나의 남대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숙인 고개를 들며 양호선생을 바라봤다.

“인사할 줄 아네. 선생님을 봤으면 인사를 먼저해야지.”

양호선생은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

그걸 개그라고 하는 걸까. 보기 단 노잼 개그코드를 소유일수도...

하지만 그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이 몸은 로우 개그의 장인. 심해개그까지 섭렵하고 있다. 저와 사귀어 주신다면 다 가르쳐 줄 있어요. 선생님! 영호선생은 갑자기 일어나 나를 향해 다가왔다. 고혹적인 미소, 설마... 나에겐 상상만하면 이루어지는 특수능력이!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다. 벽으로 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귀여운 걸~~~”

양호선생은 나른한 표정을 지으며 나에게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윽고 키스라도 할 수 있는 거리까지 왔다.  양호선생의 붉은 입술에 시선이 빼앗긴다.

두근 두근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긴장감, 밀폐된 공간에서의 금지된 장난

한국 막장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시츄레이션 하지만 양호선생의 붉은 눈동자와 입술에 저항할 수 없다. 탐스러운 입술이 닿기 직전

반사적으로 양호선생을 밀쳐내며 침대 쪽으로 거리를 벌려 경계한다. 쓰러진 양호선생은 나른한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왜 그러니 얘야.”

“뭐하는 녀석이냐.”

식은 눈으로 양호선생을 내려 본다. 이런 비이상적인 상황, 나에게 일어날리 없다. 난 아웃사이더고 친구도 없고 히키코모리에 오타쿠다. 그런 마법사에게 접근하는 인간은 그 이상으로 이상한 녀석이거나 목적이 있는 녀석임이 틀림없다.

“아 역시 마법사의 못 속이는 구나”

어느새 검은 머리카락은 자홍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인간이 아님을 증명하듯 동물의 귀가 쫑긋거리고 있었다. 깨닫고 있을 땐 이미 반인 반수의 이형의 모습은 바뀌었었다. 피의 호수를 연상하는 깊고 붉은 눈 그리고 붉은 입술은 비상식적으로 매료시킨다. 그리고 풍성한 붉은 3개의 꼬리가 살랑살랑 거린다.

"아인종..."

내가 최근에 엮긴 수인종이라곤 아르보르나와 그 녀석 밖에 없다. 아니 몇 개월 전 쫓아낸 그녀석이 틀림없다. 수인백과 학명으로 생명을 빨아드리는 자라는 의미에 센타티아(Sentatia)라고 불리지만 인간들이 흔히 부르는 말로는 구미호, 구미호에 가까울 것이다. 마력과 영혼을 먹이로 사는 육식 센타티아. 생명체에게 위협적인 종이지만 그건 어디까지 녀석이 가진 [마법적 고유능력]이 무서운 것이지. 겨우 꼬리 3개짜리 센타티아 따윈 항마력이 높은 마법사에게는 그리 위협적이지 않다.

한우울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의 넓은 마음으로 방생해 줬더니,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이젠 스토킹이냐. 마법사를 뭘로 보는 거야 내가 호구로 보이냐?”

차갑게 쏘아보는 눈빛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센타티아는 엉덩이를 털며 일어섰다.

“자꾸 날 떼어내려고 하니까. 그런 거 아닐까?”

한우울은 어느새 센타티아의 뒤에 있었다. 한순간 사라졌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그리고 단숨에 팔을 꺾어 벽으로 밀어 붙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벽에 처박힌 센타티아의 짧은 신음소리가 들렸다.

“앗! 흐흠”

센타티아는 이상황을 즐기듯 고혹한 미소를 짓는다.

"의외 내 비명을 지르지 않다니."

"비명을 지르는 편이 취향이야?"

센타티아는 표정을 찡그리면서도 아직 여유가 있는 듯 보였다.

"네가 이렇게 M이었다면 연구실에서 좀 더 빨리 알아차렸으면 좋았을 것을..."

한우울은 썩소를 지으며 센타티아의 가녀린 오른팔을 단번에 꺾어버렸다.

"아아악..."

센타티아의 입을 막으며 광기로 물든 한우울은 웃으며 말했다.

"흐흐흐하하하하하하. 비명을 지르면 다른 사람들이 알아버리잖아. 선 생 님."

“아... 그렇네. 비명 지르는 편이 취향이라고 해서 무심결에 말이지. 후훗. 네 말이 맞아, 나 꽤 이런 플레이 좋아할지도···.”

허세인지 모르겠지만 꽤나 여유 있는 센타티아 그 도발은 한우울을 자극시키기 충분했다.

“하하하하 아 그러세요? 선생님은 이런 것도 좋아하시겠네요. 그럼 이건 어떠세요? "

센타티아의 입을 막은 한우울의 손이 강제로 그녀의 왼손을 보게 만들었다. 어느새 강제적으로 ㄱ자로 뻗은 양호선생님의 손, 그 가녀린 손가락에 깍지를 낀 상태였다. 자세는 마치 연인들이 백허그를 하는 자세 같아보였지만 그 분위기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마력으로 강화시킨 손은 통상 20배의 힘을 낼 수 있죠. 손가락 하나당 마치 공장의 압착 프레스기와 같은 힘. 손가락에 가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센타티아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맞닿은 등으로부터 떨림이었다. 그건 공포, 두려움, 망설임, 생명체에 내장된 가장 기본적인 생존 프로세스다.

"지금부터 선생님 눈앞에서 손가락 하나하나씩 부러트릴 텐데. 선생님이 얼마나 좋아하실지 기대되네요. 참고로 손가락은 열개 충분히 즐길 수 있어요. 흐흐흐흐"

"안돼!”

파직

깍지를 끼고 있던 흰 검지손가락이 있을 수 없는 방향으로 꺾여 버렸다.

“음!!”

양호실은 신음소리와 뼈 부서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고 있다. 솔직히 이런 건 내 취향이 아니다. 난 S도 뭐도 아니다. 하지만 위계라는 걸 모르는 멍청한 센타티아를 교육시키기 위해선 충분한 두려움을 심어 줄 필요가 있다. 상당힌 시간을 드려 손가락 5개를 다 분질렀을 때, 양호선생에게 물었다.

"어떠세요? 선생님, 좋으세요."

"흐흐흐흐 왼손가락 다 꺽여버렸네. 오른손 다음에 발가락도 부탁하면 되는 거야? 후훗"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붉은 두 눈동자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고통도 아니 그보다 더 큰 강한 의지가 있다. 저런 부류는 오히려 이쪽이 고문하면 할수록 지친다. 질린다는 표정이 정확하다.

"아아아아아아아! 짜증나! 빌어먹을 젠장!"

신경질적으로 센타티아를 바닥으로 내팽겨치고 머리를 난폭하게 헝클어뜨리며 침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센타티아는 미동도 하지 않은 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날 감상하는 듯 보인다. 센타티아는 미소 지으며 괴상하게 꺾여버린 자신의 손가락을 보라는 듯 흔들어 됐다.

그렇다. 난 저 센타티아를 알고 있다.

저 미친 센타티아는 6개월 전에 불가항력으로 알아버렸고 저녀석은 재앙 그 자체인 걸 깨달은 순간 공방에서 강제 방출되었다. 그리고 몇 개월 전까지 내 공방 주위를 어슬렁거리더니 이젠 스토킹까지 하고 있다.

"도대체 목적이 뭐냐? 난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아웃사이더 마법사라고? 네 녀석이 빌붙을 메리트는 없어.”

“전에도 말했지만 메리트 그런 건 몰라. 아... 여성에게 이런 말까지 하게 만드는 눈치 없는 남자에 최악이지만... 그것도 라스의 매력인 걸. 난 모든 걸 감안할 수 있어.”

"전부터 뭐라고 쫑알거리는데 하나도 못 알아듣겠거든요."

"못 알아들어도 상관없어. 어차피 난 너의 비밀을 알아버렸고 우린 한배를 탄 동지. 그만 인정하는 게 어때?"

"비밀? 동지? 어이가 없어서. 난 지금 널 포박해서 교회에 던져 줄거든. 더 이상 우리 만날 일은 없을 거야."

“아...아... 마법사라고 다 똑똑한 건 아닌가봐. 날 교회에 던지는 순간 당신 정체도 폭로되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뭐?"

"나도 배척 종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그쪽도 마찬가지, 안 그래 흑마법사 아니 네크로맨서씨?"

한우울의 표정이 굳는다. 그리고 담담하게 일어서 말했다.

“그냥 모른 척 떠났다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때 죽일 가치가 없다고 한 거 철회야. 고마워. 널 죽일 가치가 생겨버렸거든.”

아까와는 확연히 다른 살기를 뿜는 한우울, 그건 확고한 의지였다. 한우울에게서 방출된 마력이 모든 물질을 동결시킨다. 센타티아는 오히려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감는다.

"그래. 네가 눈을 뜰 수 없다면 너의 손에 죽는 편도 나쁘지 않을 거 같아."

한우울의 왼팔이 검게 변한다. 그리고 기하학적인 마법 문양이 떠오른다. 일명 강탈자의 손(Araman cotoca) 이 손에 닿는 생명체는 생명력을 빼앗아 버린다. 그 뒤에 남은 건 말라버린 미라의 껍데기 뿐. 왼손은 망설이지 않고 센타티아의 목을 잡았다. 그 순간 마치 검은 팔은 강력하게 그녀의 목과 접합하면서 힘차게 생명력을 빨아내기 시작한다.

“아아아아아악”

이전에는 듣지 못했던 비명이 울려 퍼진다. 마치 생명을 분쇄시키는 드릴과 같이 난폭하게 빨아들이는 검은 팔, 보건실에는 이미 결계가 쳐져 있다. 아무도 올 수 없고 비명이 나가는 일 따윈 없다. 단지 한우울이 사라져가는 생명의 임종을 지켜볼 뿐이다.

하지만 녀석의 눈동자에 있던 건, 괴로움, 두려움이 아니였다. 오히려 편안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동자 깊은 곳에 있던 건, 외로움, 고독

녀석이 원했던 건 안식이었다. 고독 속에서 자신을 구원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게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누군가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랬다. 적어도 자신의 마지막을 기억해주는 누군가를 말이다.

센타티아의 왼손이 나의 얼굴에 닿는다.

"죽여줘...라스..."

그 한마디와 함께 검은 회오리속으로 의식이 빨려들어갔다. 뇌 혈류가 스파크가 튀는 감각과 노이즈 섞인 검은 TV 화면이 눈앞에 떠오른다.  알지 못하는 기억들이 자신을 뚫고 지나간다. 마치 홍수와 같았다.

순간 끊기는 영상

전과 똑같은 상황이다. 그리고 뇌를 태워버릴 정도의 고통이 연이어 방문한다. 엄청난 두통의 엄습에 그녀의 목을 잡고 있던 손이 풀렸다. 그리고 옆으로 쓰러졌다.

둔탁한 충격과 함께 바닥의 감촉이 느껴졌다.

센타티아는 놀란 표정으로 날 끌어앉는다. 뭐라고 말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점점 시야가 검해지며 그대로 의식이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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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빛의 노을이 나의 얼굴을 비친다.

노곤한 감각 희미하게 주황빛 황혼의 천장이 눈에 들어온다.

보건실이라고 생각되는 장소에 침대에 누워있다.

'망할 센타티아. 이불까지 잘 덮어주다니···. '

주위에는 인기척은 없다. 그리고 죽을 만큼에 두통도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아마 오후 수업은 끝났고 하교 시간일 것이다. 일어나 주위를 살핀다. 공허한 공간이 되어버린 보건실은 약품 냄새만이 아련하게 난다. 그녀의 데스크톱에 조그마한 메모와 열쇠가 눈에 띈다.

‘ 내일 봐~ 문 잘 잠궈 놓고 교무실에 갖다놓고~’

“정말 목적이 뭐냐! 그보다 어떤 정신 상태로 움직이는지 진심 밝혀내고 싶다.”

6개월 전, 녀석을 방생한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내가 그 녀석을 죽이지 못하는 이유 나도 알 수 없다. 그 녀석에게 살의를 품는 순간 두통과 함께 이 모양이다. 녀석을 생각하면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일단 문을 잘 잠궈서 양호실을 뒤로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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