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2화 (1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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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예감?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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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례는 간단히 끝났고 짐을 챙기는 도중 샷건을 때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괴씸했기 때문이다.

"신유림 신유림 신유림! 망할 녀석!!"

너무 스트레스다. 아무리 느긋하게 참으려 했지만 목에 걸린 가시 마냥 계속해서 찌르고 있다. 너무 스트레스라 소리 지를 뻔 했지만 여기가 학교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교실은 텅 비어있었기 때문에 샷건을 치든 소리를 지르든 별로 상관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하찮은 동물 따위에 내가 소리를 지르고 발광했다는 자괴감에 빠지긴 싫다. 샷건을 때리려던 손을 부들부들거리며 천천히 내려놓고 다시 않았다. 그리고 자기 보호를 위해 회피기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요컨데, 다른 생각을 하는 거다.

‘그래 우리 집 마쿠짱을 생각하며 심호흡을 하는 거야.’

생각의 전환은 중요하다.

'그래 나의 유일한 친구이자, 애인인 마쿠짱을 생각하는 거야. 오늘 저녁은 뭐로 할까 마쿠짱~~ 내가 해주는 맛있는 밥을 먹고 싶은데, 언제까지 내가 너한테 밥을 해줘야겠니... 젠장... 정말 내가 생각해도 내가 불쌍하다.'

정말 여자 친구 갖고 싶다. 여자 친구가 있다면 살림 잘하는 여자와 결혼할 테야!

'애초에 전재가 잘못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난 흑마법사 그것도 네크로맨서다. 미래에 과연 여자 친구 혹은 결혼 상대가 있을까? 이 상태로 쭉 갈 거라고 생각하는데...'

잠시 불길한 생각해본다.

나는 단칸방에 홀로 밥을 먹고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다. 그리고 몸도 삭신도 쑤시고 300년 산 마법사다. 곧 죽을 때가 다가오지... 그리고 독고노인처럼 홀로 쓸쓸하게 홀로 죽는다. 죽어 악취가 심해질 때 쯤, 밀린 방세를 채촉하려고 온 관리실 아주머니가 찾아와 발견한다. 그리고 시체 앞 유서엔 내 주머니 안에 돈이 있으니,

'방세를 뺀 나머지 장례 좀 치뤄 주시오.'

그렇게 친절히 적어놓았다.

불쌍한 독고노인을 아주머니는 장례를 치뤄주지만 중요한 건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당연하다. 내게 아무도 없으니까. 아무도 나의 죽음을 알지 못하고 향이 다 타오를 때 쯤, 나의 존재는 이 세상에서 깨끗이 사라져 있을 거다. 아무도 모른 체...

"안돼!!!!"

생각 만해도 끔찍하다. 정말로 이대로 그렇게 죽을 것 같은 느낌이다.

“꺄악!”

그때 비명소리와 함께 놀라 휘청되는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뭐라 했더라···. 그 압도적인 기여움 패밀리에 들어있는 수수녀 여학생, 존재감은 한없고 평범한 사람이라면 기억하기도 힘들다. 송사리? 아닌데, 송민정이라고 했나?

"너가.... 갑자기 소리질러서 놀랬어."

"잠깐 동안이었지만 끔찍한 생각을 해서 무심코... 근데 할 얘기 있어?"

“응... 우리 주번이잖아”

"아...그래?"

까먹고 있었다. 한번도 실수한 적 없는 한우울이 주번을 까먹다니... 이게다 여우 때문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주번이 수업 교재 준비 및 교실 문 잠그기는 하찮은 일을 한다. 오늘 온종일 얘가 다했다는 소리네

조금 식은 눈으로 송사리를 본다.

그 작은 동물은 조금 뒤로 물러나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도...와줬으면 좋겠어."

"뭘?"

“수업 교재 치워야 하는데 양이 많아서... 같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는 송사리, 역시 보는 그대로 소심하다.

그렇게 몇 분간 침묵이 이어진다. 송사리는 딱딱한 분위기가 숨이 막히는지,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고 있다. 마치 뭐라도 잘못한 사람처럼 말이다.

“주번인거 까먹고 있었어. 미리 말하지 그랬어. 저거 치우면 되는 거야?”

교탁 위에 있는 수업용 교재를 가리켰다.

송사리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작은 시계 바늘만이 움직이는 교실, 인기척이라고 우리들 밖에 없을 것이다. 학생이 있던 교실은 살아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빠져나가는 순간 교실은 죽어버린다.

정적인 교실

붉은 노을만이 스며드는 그 공간에 둘만이 존재한다. 사실 여성이랑 단둘이 있는 건, 한우울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 하지만 별로 긴장되거나 두근대는 느낌은 없다.

오늘 6교시 마지막 수업이었던 과학선생은 꽤나 괴팍하다. 보통이라면 밑줄 한번 긋고 지나갈 부분을 이런 자질구래한 실험까지하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교탁에 어질러져 있는 플라스크를 정리한다. 송사리는 옆에 있는 동물의 엑스선 촬영 필름종이를 정리한다.

서로 말은 없다.

보통이라면 내가 먼저 침묵을 깨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오늘은 조금 이상했다.

“이거 네가 다 갖고 온 거야?”

엑스레이 사진을 정리하고 있는 송사리가 흠짓 놀라며 말했다.

“응...”

"그렇구나. 미안"

"아니야."

"내게 말 걸기 힘들었다면 다른 친구들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됐을 텐데 말이야. 기여움이라던지."

"...."

송사리 소심한 성격에 남에게 뭔가 요청하거나 부탁하는 건 힘든 일이다. 그걸 알면서 말을 내뱉는 나야 말로 잔인한 놈이지만 그만큼 할 얘기가 없었다.

대화가 끊어지고 침묵이 찾아왔다.

송사리는 엑스레이 사진을 다 정리했는지, 분필지우개를 잡았다. 그리고 칠판을 지우기 시작했다. 빼곡하게 쓰인 글자와 수식들, 무식하게 빡빡하게 쓴 칠판에 그녀의 한계는 다가왔다. 송사리에 손이 닿지 않지 범위, 그녀는 예상대로 부탁하지 않고 혼자서 낑낑대며 발돋움을 한다.

너도 세상 참 힘들게 사는구나.

반대편에 있던 칠판 지우개를 들고 왔다. 그리고 열심히 뛰고 있는 송사리의 뒤에 다가와 단번에 지워버렸다.

“앗”

갑자기 나타난 손에 당황했는지, 이상한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송사리가 뒤를 돌았을 때 지근거리에서 나와 눈이 맞았다.

"....!"

마치 고양이가 놀라 몸을 떨듯 칠판에 그대로 붙어버렸다.

"왜 그래?"

"아니... 갑자기 뒤에서 나타나니까."

"아. 그런가."

뭔가 더욱 괴롭히고 싶은 사악한 마음이 피어오른다.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작은 동물은 몸이 굳어버린 듯 작은 숨소리만이 들려온다. 이윽고 패닉에 빠진 송사리는 도망치기위해 몸부림을 친다. 하지만 양쪽 퇴로를 양팔로 막았다.

"아...? 그런 거야?"

"응... 자...잠깐 비켜줄래..."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에 장난이 심했다는 걸 깨달았다.

"아...어 양쪽에 파리가 있어서 말이지."

없는 파리를 찾는 시늉을 하며 양팔을 땠다. 그러자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는 송민정 하지만 그 행동은 큰 참사의 시작이었다.

"앗"

발이 미끄러진 송사리, 그 결과 앞으로 균형이 쏠린다. 하지만 규형 감각이 좋은지, 간단히 넘어가지 않는다. 마치 한바퀴 춤이라도 추는 듯 한바퀴 돌더니, 뒷거름질치기 시작했다. 그러다 교탁 아래 쪽 낮은 턱에 삐끗한다.

"어?"

뒤로 그대 쓰러지는 송사리, 뒷쪽에 배치된 책상,  정확히 책상 모서리에 뒤통수를 박을 기세였다.

순간 시간이 멈춘다.

절대 가속도, 충격량으로 봤을 때, 경추 1번과 2번 큰 데미지가 온다. 잘못하다가 한 여고생이 주번을 하다 불구가 된 기사가 나올지도 모른다.

"젠장!"

학교에선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건 자기와의 약속이었다. 하지만 학교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그건 예외다.

[육체강화(Exchant ; ocat )]

마력을 개방시켜 다리근육에 때려박는다. 순간 근육이 수축하며 폭발적인 에너지를 낸다.

반신불수까지 남은 시간은 1초 남짓, 거리 2m

시간을 맞추려면 일시적으로 제트기속도의 급가속이 필요하다.

"크앗!"

마력과 함께 근육이 폭발하듯 앞을 내지른다.

구르르르 쾅! 쾅!

책상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만큼 엄청난 속도였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감각 마저 느낀다. 느리게 송사리를 낚아챘다. 그리고 곧 현실로 돌아온다. 등으로 묵직한 충격이 전해진다.

전신이 흔들린다. 대 물리방어 트리쉬가 없었으면 갈비뼈 한두개 정도는 나갔을 것이다. 주위에 책상은 튕겨나가 대열을 흩트렸고 내가 지나간 방향에 깨진 플라스크가 비산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세이브했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마치 캐치볼하듯 내 품속에 쏙 들어가 있는 송민정의 뒷모습이 보인다.

머리카락에서 좋은 냄새가 난다. 분명 샴푸 냄새겠지. 송민정은 멍한 표정으로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백허그 하듯 안겨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꺄앗!”

얼굴이 붉어지면서 마치 폭주기관의 동력이 폭주한 듯 뛰기 시작했다.

"야. 날 뛰다가 또 넘어지면..."

쾅!

주르르르

"어떻게 해줄수 없다고..."

폭주 기관차는 달리다, 그만 교탁에 머리를 박고 콤보로 떨어지는 다량의 엑스레이 사진을 깔린다.

"으으으으으..."

“크흐흐 너 뭐하냐?”

웃음을 참으며 말한다.

"...."

뾰루퉁한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본다. 표정을 보니, '왜 웃는거야? 다 너 때문이라구!' 라는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외모로 봤을 때, 상당히 조신하고 꼼꼼해 보이는데, 역시 겉과 속은 다른 걸까? 이렇게 상당히 덜렁이에다 머피의 법칙에 영향을 쉽게 받는 부류 송사리, 다시 봤다.

“아까 그건 별 의미 아니야. 나 때문에 책상 모서리에 머리 찍혀서 엠뷸런스에 실려 가면 안 되니까. 아슬아슬 세이브! 아 하하하 이래봬도 운동신경 좋거든...아... 하...하..하...”

"그래?"

고개를 갸웃둥거리는 송민정

"괜히 이상한 짓해서 미안."

“아니... 미안할 건 없어. 다 내가 멋대로 넘어진 거니까...”

송사리는 다시 얼굴이 붉어진다. 그리고 얼굴을 숙인 채 주섬주섬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줍기 시직한다.

그 모습이 조금 귀엽게 보인다.

설마... 그럴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한우울...

.

.

.

.

교실은 난장판. 어질러진 책상과, 유리조각을 정리하는데, 다소 시간이 걸렸지만 둘이서 정리하니 생각보다 많이 걸리지 않았다. 과학교재실에 교제를 가져놨다. 깨트려버린 플라스크는 모른 척 할 생각이었지만 그 소심한 송사리가 갑자기 성격이라도 변했는지 결사반대를 해서 결국 교무실까지 가버렸다. 다행이도 변상은 안해도 됐지만 송사리 주제에 굉장히 성실하다. 마지막 교실 정리를 하고 문까지 확실히 잠궜다. 시간은 어느덧 5시 반을 가리키고 있다.

서로는 여전히 침묵을 일관한 채, 교문까지 나갔다.

“그럼 내일 봐.”

"응 내일 봐"

송사리는 여전히 어색한지 고개 숙이고 작게 손을 흔든다. 그렇게 서로는 각자의 길을 걷는다.

"그러고 보니, 나 보통 때와는 달랐지?"

다른 사람들과는 말더듬이 심했던 나다. 하지만 송사리와의 대화는 뭔가 편안했다.

"송사리... 요긴하게 쓰일지도 모르겠다. 흐흐흐"

실실 쪼개고 있는 한우울의 모습은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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