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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와의 만찬(세컨드쉬프트)(close)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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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우울씨 이번엔 또 뭡니까?”
신유림은 한숨을 쉬며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하지만 지금 그것보다 중요한건 내게 주사한 묘약이다. 아마 이 묘약은 첫 번째로 대면한 대상에게 명령권자로 인식되어 명령권자가 말하는 모든 명령에는 거스를 수 없다. 죽으라고 명령하면 진짜로 죽는다. 등에 식은땀이 흐른다. 일단 이 녀석이 눈치 채지 못하게 지금 당장 돌려보내야한다. 그리고 당분간 만나지 않고 약효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그렇게 판단하고 실행한다. 최대한 당황한 기색을 지우며 뻔뻔하게 말한다.
“뭐야. 당연한 거 아니야? 그런 표정은 뭐야. 너도 내가 뭔가 꾸미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온 거잖아.”
“그래. 하지만 그 주사기는 자신에게 찌르려고 준비한 것처럼은 안 보이는데. 후훗”
신유림은 여유 있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말이지. 요즘 물약에 대해서 실험을 하고 있어. 실험체에 주사해 그 효과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체 실험을 해보고 싶었거든, 만약 부작용이 일어나서 죽어버리면 나야 좋은 거고”
"후훗 결국 자기 꽤에 자기가 넘어간 꼴?"
한우울은 식은땀을 흘리며 애써 담담한 척하며 말했다.
"뭐 그렇게 되는 거지. 난 당장 해독해야 되니까. 당장 나가줄래?"
자존심이 중요한 때가 아니다. 비웃으려면 비웃어라. 나도 내가 한심하다. 하지만 더 큰 일이 벌어지기 전에 신유림을 치워야한다. 한우울은 살기를 방출하며 신유림을 위협한다.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는 담담하게 이쪽을 보고 있다. 그 붉은 눈동자로 나를 꿰뚫어보듯 응시하고 있다. 그리고 나의 빰에 손이 닿았다.
“목소리도 심하게 불안정하게 떨리고 있어. 식은땀도 흐르고 있고 갑작스럽게 묻지도 않은 정보를 말할 정도로 불안해하고 있지. 그리고 태도변화 어떻게든 날 내보내고 싶어 하고 있어.”
신유림은 허벅지에 있는 주사기를 손으로 가져간다. 신유림은 주사기를 뽑았고 나의 눈앞에서 주사기를 흔든다.
“이 주사기에 든 약 효과는 과연 뭘까?”
“....”
그 붉은 눈동자는 그렇게 묻고 있었다. 대답할 수 없다. 이미 동작과 목소리 표정 하나까지 저 붉은 눈동자에 읽히고 있다. 지금 이런 상태에서 대답을 하더라도 진실과 거짓을 판별할 수 있을 거다. 저 녀석은 확실하게 상황을 분석하고 날 추적하고 있다. 그런대 반해 나의 맨탈은 주사기가 내 허벅지에 꼽힌 시점부터 이미 깨진 상태다.
심리게임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 냉정하게 상황 판단이 되지 않는다면 상대가 진실에 도달하기 전에 퇴각하는 것도 현명한 책략.
센타티아는 묘한 웃음을 품고 갑자기 날 덮친다.
"뭐하는 거야!"
신유림은 나의 허리위에 올라탄 상태에서 말했다.
“후훗 궁지에 쥐 같은 표정인데, 침묵하고 있는 건 직접 정답을 맞혀봐 라는 얘긴가? 나 이런 퀴즈 좋아하는데, 잘 맞추거든.”
그녀는 자신이 들고 있는 주사기의 피스톤을 제거한다. 그리고 남아있는 묘약의 잔액을 손에 털어놓고는 액체를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본다. 절대 알 리가 없다. 하찮은 미물이 흑마법으로 만든 ‘묘약 제조술’에 대해 알 리가 없다.
“기화하는 잔향이 검은 꼬리를 남기며 사라진다는 건, 상당한 강제 마법, 대상자를 강제하는 효과가 주류라고 생각하는데?”
날 떠보듯 그렇게 말하지만 얼굴을 돌리며 표정을 숨긴다.
마법사로서는 마법이라는 학문에 기초 학문은 기초 마력 성질개론이다. 마력은 결계화 하지 않는 공간에서는 빠르게 기화하며 소멸된다. 불행이도 이 센타티아는 마법에 대해 기초지식은 있는 모양이다.
“추론 1, 해당 시약은 누군가를 강제하는 성분이 있다.
추론 2, 넌 빨리 내쫓고 싶어 한다.
추론 3 한우울이 거짓말을 할때는 미세하게 몸이 떨린다.”
“더 이상 너와 놀아줄 시간은 없어!”
한우울은 [암흑전이]를 캐스팅 했다. 검은 연기가 구체가 되어 빠른 속도로 현관을 향해 날아간다. 지금은 안전이 우선이다. 일단 여기서 떨어지는 것 최우선. 회색 화면이 빠르게 허공을 난다. 현관만 나가면 자유다.
자유가 기다리고 있어!
나의 본 공방에는 대 수인족 결계가 쳐져있어 녀석은 들어 올 수 없다.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이 시약의 강제 효과는 감각기관을 사용한 전달 뿐, 텍스트나 문자로는 전혀 효력을 가지지 못한다. 벗어나기만 하면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탈출고로 도착하기 0.1초 그때, 신유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멈춰”
그 순간 허공에서 둔탁하게 몸이 떨어졌다. 어깨 쪽으로 묵직한 충격과 함께 지면에 쓰러진 채 움직일 수 없었다.
“젠장!! 움직여!!”
이미 나의 몸은 통제를 듣지 않는다. 마치 몸 전체가 돌이라도 된 듯 말이다.
“와... 정말이야?”
신유림은 놀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다. 그리고 이내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짓는다. 저 표정 진짜 위험하다.
“진실이란 때론 잔혹하지. 좀 더 빨리 깨닫고 도망갔다면 좋았을 걸 후훗”
신유림이 중얼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온다. 심장이 덜컹 내려앉는다.
“일단 일어서 소파에 가서 앉아”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몸은 소파로 가서 앉는다. 이미 이 몸은 신유림의 것이다. 신유림도 사뿐하게 걸어와 나의 허벅지 위에 앉았다.
“원하는 게 뭐야.”
나는 이미 패배자다. 패자는 패자답게 승자에게 비위를 거스르지 않게 기는 일만 남았다. 자존심은 버릴지언정 일단은 목숨을 보존하는 게 최우선이다.
“으응~ 뭘 원할까. 일단 손가락이라도 꺾으면 좋겠어?”
신유림은 나의 손을 잡고 들어올렸다. 그리고 나의 약지를 잡는다. 그러더니 그 걸로는 부족한지 과도를 들었다.
"자... 잠깐 신유림 난 너 같이 뭐든지 회복하는 몸이 아니야. 잘리면 회복 불가라고 그건 좀 봐주시면 안될까요. 신유림 선생님."
최대한 비굴한 표정으로 말하는 한우울
"우와 기분 나빠. 진짜 정떨어지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말아줄래?"
"네."
으아아아앙아악 굴욕이다. 죽고 싶다. 그냥 죽여줘....
이미 반쯤 멘탈이 나간 한우울의 다크오러가 더욱 강해진다. 신유림은 고민하는 표정을 짓다가 나의 손을 내려놨다. 그리고 묵묵히 과도를 들었고 남은 사과의 부분을 깎아간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불안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설마 과도로 눈을 도려내거나...'
잠깐 동안 그런 끔찍한 상상을 했다. 사실 내가 한 짓은 좀 너무했다. 생물에겐 손가락이 얼마나 중요한데,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1000배로 갚아 줄 거다. 분명 내게 찍힌 상대는 아마 고문하다가 죽어 있을 확률이 높지만... 마법사적 사고로 생각했을 때, 복수를 하고 살려주는 메리트가 없다.
하지만 신유림은 목적이 있고 그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선 아마 내가 생존해야 있어야 하겠지. 단순한 추측이다.
“뭘 멍하게 있어. 먹어봐”
“어? 어.”
사각사각
사과를 씹고 있지만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정신적으로 육채적으로 피폐해져 있는 상황. 당장이라도 혼자 방에 틀어박혀 저 녀석에게 당했다는 걸 부정하며 자위질 하고 싶다.
“어떻게 복수할까. 한우울”
나의 허벅지에 앉아 있는 녀석은 태평하게 말했다.
"켁켁"
순간 목에 걸려 기침을 크게 한다. 곰곰이 생각하던 신유림은 결정했는지 소악마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팔 벌려”
설마 팔을 부수겠다고!! 너 손가락 2개랑 마늘 밖에 안 먹였는데, 너무한 거 아니야. 약효가 풀린다면 1000배 갚아주겠어! 그런 생각과는 달리 몸은 주인님의 말을 아주 잘듣는다. 신유림 한우울의 팔은 자동적으로 크게 벌렸다.
일시적인 고통이다.
일시적인 고통이다.
단지 신경계를 타고 오는 전기일 뿐이다.
그렇게 자기암시를 자기에게 건다. 일시적으로 신경계를 차단시킬까 생각했지만 이건 나 자신에 대한 벌이다.
방심한 죄.
나의 팔아 안녕...
하지만 준비한 마음과는 달리 느껴지는 건 따뜻한 체온과 가벼운 중량, 몸은 소파 위로 쓰러져있었다. 그리고 동물의 귀가 쫑긋 코를 간질거린다. 센타티아는 그리운 체취를 느끼는 듯 나의 가슴 속으로 파고들었다.
"뭐... 뭐하는 거야?"
“아무 말하지 말고 그냥 꽉 안아줘”
한우울은 명령대로 그녀를 꽉 안았다. 품안에 쏙 들어가는 안정적인 느낌, 체온 그리고 채취가 내 안에 잠들고 있던 무언가가 뚫고 나오는 이상한 감각을 느낀다. 예전부터 느껴왔던 감정, 복잡한 기분, 한마디로 정의 할 수 없다.
점점 나를 타고 얼굴 근처까지 도달한 센타티아.
"이게 나의 복수야."
신유림은 입술이 닿을 듯한 거리까지 접근한다.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에서 아픔이 느껴진다. 마치 웅덩이 속에 파문을 남기 듯 빠르게 확산되어간다. 점점 다른 나가 되어간다. 아니 내가 아니다. 그건 이미 다른 인격이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다만 쾌락적이고 본능적인 감정에 휘둘리며 격정에 몸을 맡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