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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에 기회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그녀가 앞장서면서 안내한다. 학교와는 조금 떨어진 구석진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갔다. 확실히 사람은 몇 없다. 커피를 대충 주문시켜 받고 좌석에 앉았다.
“보고 한다고 여기까지 찾아 온 거야? 여긴 어떻게 알고 찾아왔지?”
그녀를 노려본다. 개념 없이 날 캐고 다녔다면 당장이라도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의 시선이다.
“죄송합니다. 연락할 방법을 알지 못해서 이렇게 무례를 범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용건이 있기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중요한 용건? 쓸데없는 용건이라면 날 캐고 다닌 벌을 받게 될 거야”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보았다. 하지만 수연하는 정중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연락할 방법이 없어. 뒷조사를 했습니다.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당돌하군. 그건 너가 가져온 중요한 용건이라는 것에 따라 생각해보겠다.”
“네. 우선 이야기 하기 전에 한 가지 질문해도 되겠습니까?"
"그래 해봐."
"혹시 엘릭서에 대해서 알고 계십니까?”
"엘릭서? 마력 증폭과 회복 시켜주는 마정석 정제액을 말하는 건가?"
"네"
"당연히 알지. 날 무시하는 거냐?"
"그런 뜻이 아닙니다."
엘릭서
마법사에게 있어서 더욱 순도 높은 마력을 보유하게 만들 수 있는 비약과도 같은 것. 가격 순도에 따라 천차만별. 마법세계에서 가치 있는 현물로까지 취급 받는다.
비유하자면 인간 세계에 금이 있다면 마법세계에는 엘릭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엘릭서가 어떻게 됐다는 얘기냐?”
그렇게 말하고 최대한 우아하게 다리를 꼬며 권위적인 자세로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네. 저희 영주님 모르게 아르보르나가 엘릭서를 제조하고 있습니다.”
풋
순간 입에서 분출하는 커피 우아한 자세는 어디로 갔는지 누가 봤으면 더러운 인상만 남겼을 거다. 수연아는 얼굴에 뛴 커피를 손수건으로 얌전하게 닦았다.
“그러니까. 너희 제작하고 있다고?”
“네”
전혀 거짓말을 하는 얼굴처럼 보이지 않는다. 내게 그런 거짓말을 해봤자 메리트가 없다.
“아니 어떻게 엘리서를 만들어... 아니 그건 둘째 치고 진짜 단단히 정신 줄 놨구나?”
엘릭서의 유통은 마법협회에서도 엄격하게 관리하는 부분이다. 마법협회에서 승인한 마법 길드에 한해서만 제조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기술은 상당한 고급 기술이며 따라 만든다고 따라 만들 수 없다. 저 녀석들이 가짜 엘릭서를 만들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진짜 길드와 기술유출과 관련되어 있다면 문제는 엄청 심각해진다.
“그래... 이해가 가는 군. 그래서 마정석을 빼돌리고 있었던 거냐?”
“네”
수연아는 표정의 변화없이 그렇게 말했다.
이건 정말 엮여서는 안 되는 문제라는 걸 한우울은 직감했다.. 마법협회의 자금줄이라고도 불리는 엘릭서다. 기술 유출로 판명된다고 하면 관련자 색출은 물론이고 ‘마법군단’을 움직여 성산 시 자체를 지구 상에서 없애버릴 수 도 있다. 분명 녀석들은 무력은 하고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난 못 들었던 얘기다. 아니 난 애초에 너희들과 만난 적이 없어.”
황급히 자리를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수연아는 묵묵히 말을 이었다.
“엘릭서 제조에 어느 정도 관련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마법사님도 마정석을 팔고 있다. 불법으로 채굴한 마정석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요? 그 정답은 아마 저희 쪽에서 대부분 사드리고 있다는 부분을 명확하게 얘기해 드릴 수 있습니다."
수연하는 입고리를 올렸다.
"마법협회에서 마음 먹고 추적한다면 꼬리가 잡히는 건 시간 문제 이겠죠."
쿵
한우울이 테이블을 세게 내리쳤다. 숍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흥분한 한우울에게 보이지 않았다."
"날 협박하는 거냐?"
한우울의 차가운 시선이 수연아에게 향한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단지 저희와 같은 배를 탄 동지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동지? 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
한우울은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섰다. 수연아는 한우울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한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
"닥쳐. 더 이상 화나게 만든다면 상당히 고통스럽게 죽게 될 거야."
수연하는 한우울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말했다.
"이 제안을 받아드리시면 더 이상 교회를 두려워하면서 살지 않으셔도 되십니다.”
그 한마디에 한우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역시 정체를 알고 있었나? 더 괘씸하지만 너의 그 뻔뻔함이 어디까지 일지 궁금하군. 더 지꺼려봐."
달콤하고도 미심쩍은 말. 하지만 듣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고로 섣부른 판단은 금물, 잡소리처럼 들려도 듣고 판단하자는 게 한우울의 생각이었다. 다시 자리에 앉는다. 녀석의 얼굴을 본다. 흐트러짐 없이 무표정이다. 포커페이스 기가 막히다. 정말 보통 내기가 아니다. 수연아는 커피를 마신 뒤 얘기하기 계속해서 진행했다.
“성산시 북쪽의 영주 유성주 마법명 카트리아 론 아트로스(Caturia;ron;atoros) 북부의 가문, 혈족은 후계자 유세린 아가씨 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법사님께서 그 후계자 자리를 이으심이 어떻습니까?”
그 순간 뭔 뚱딴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냐는 표정이 되었다.
“뭔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는 거야?”
“아직 유세린 아가씨는 18세 전으로 정식 후계자가 아닙니다. 그럼으로 마법협회에 후계 등록이 되어있지 않습니다.”
“나 보고 북부의 영주 상대로 전쟁이라도 하라는 소리냐?”
“전쟁까지는 아니지만 영주의 자리에 앉으실 수 있습니다.”
“너 지금 그 헛소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아니 애초에 마법사 죽이는 건 네가 생각하는 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다. 어디서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는 거냐?”
한우울은 수연아를 노려본다.
어떤 술수를 써서 녀석을 빈사로 만들었다. 그래도 녀석의 생포나 죽일 확율은 낮다. 그 이유는 마법사는 거의 대부분이 ‘생존술식(Oreancato;ot)’라는 마법이 몸에 새겨져 있다. 생명의 위협이 되는 치명상을 입을 시 또는 치명상을 받을 우려가 있을 시에 개개인 마다 다르지만 ‘육체가 한순간 강철로 바뀐다던지’, ‘한순간 재생력이 극대화 된다던지’ 죽이기 힘든 상태로 변한다. 그리고 마법사에게 ‘공간도약’이라는 절대적인 도주기가 있다. 위급하면 퇴각하면 끝. 웬만한 조건과 환경이 갖춰지지 않는 이상 죽이는 건 커녕 치명상을 입히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그리고 애초에 ‘대영맥’을 갖고 있는 영주와 싸움 자체가 되지 않는다.
즉 바위 위에 계란치기.
“마법사님과 북부의 영주와 혈투를 한다는 말은 드린 적이 없습니다. 설령 북부 영주가 죽게 된다면 ‘남쪽의 영주’가 의심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마법사님이 영주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집니다.”
“알아듣게 설명해.”
“영주님을 꼭두각시로 만들고 마법사님이 후계자로 들어가는 겁니다.”
“네 말대로 유세린 뭔가 하고 영주를 꼭두각시로 만들었다고 쳐 마법협회의 눈은 속이기 힘들어 후계인 승인과정에서 신원을 보증할 수 있는 ‘보증인’ 필요하다고.”
보증인은 말 그대로 어떠한 승계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 시에 모든 책임을 지는 마법사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서로 친분이 있는 마법사에게 보증을 서면서 승계를 하는 경우 있다. 말이야 쉽지 마법사처럼 이기적인 종족이 혈육관계에도 친분이 안 쌓이는데 ‘보증인’을 서줄 마법사는 웬만해선 보기 드물다. 그래서 예부터 승계하지 않고 후계자가 강제 점령하여 영지로 새로 귀속되는 경우가 많다.
아까 전부터 헛소리만 하고 있다. 짜증나기만 하고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고 판단 그렇게 마음먹고 있을 때, 수연하는 말했다.
“보증인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에 관해서는 잠시 접어두고 조건이 있습니다. ‘영혼 추출의 비약(soul extraction)’에 관해 아십니까?”
갑자기 뜬금없는 단어가 나와 조금 놀랐다. ‘영혼추출의 비약’ 나 같은 강령술계열의 네크로맨서라면 한번은 써본 비약이다. 무덤이나 시체에서 사념이 강한 악령을 추출할 때 쓰이는 비약이다. 만드는 재료야 비싸긴 하지만 요긴하게 쓰이는 시료 중 하나다.
“그게 어쨌다고?”
“그걸 살아있는 생물체에게 사용하면 영혼을 뽑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육체는 살아있되 의식은 없는 식물인간 상태로 말이죠. 그리고 이런 일에 전문이신 네크로맨서님이라면 분명 꼭두각시로 만드는 건 일도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우울은 턱을 만지며 말했다.
“일반 인간이나 아인종은 가능하지. 내가 적용하고 싶은 건 마법사를 말하는 거 아니야? 섭취나 주입으로 마법사를 꼭두각시로 만들자고? 멍청한 소리하지마. 마법사의 마법저항력을 우습게 보지 말아라! 수인종 그 비약 20L는 직접 주사해도 될까 말까다 애초에 그 녀석이 가만있겠나?”
“가능하다는 말씀이시네요.”
“‘생존술식’이 기동하지 않는 상태에서 대상이 가만히 약물 투약을 하고 있을 경우. 말도 안 되는 얘기야.”
“예 마법사님이 말하신 그 상태로 무력화시킬 방법이 있습니다.”
“아까 전부터 계속 헛소리를 하고 있는데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
한우울은 일어서려 했다.
수연아를 한마디로 정의 한다면 미친년이었다.
앨릭서를 무단으로 제조하는 것과 역모까지 꽤하고 있다. 녀석으로 인해 성산시는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녀석을 처리한다 하더라도 영악함을 뛰어넘은 미물은 이미 계산된 체스판 위에서 나와 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섣불리 손댔다가 오히려 당할 수 있다.'
아까 전부터 주변을 기웃거리는 녀석들의 인기척을 느낀다.
과연 그렇군
이 도시만큼 허술하고 돌아다니기 쉬운 땅도 없었다. 북쪽의 마법사가 워낙 영지 관리를 소월 했기 때문에 말이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이단 심문관도 엘릭서에 관해 조사하러 올 마법협회도 있기에 이제 여긴 안전한 도시라고 생각하기 힘들어졌다. 재앙이 오기전에 피하는 것. 그것이 오래 사는 지름길이라는 걸 한우울은 알고 있다.
근 시일 내에 거처를 옮길 필요가 생겼다.
그 머리 아픈 잡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작은 케이스를 나에게 보여줬다. 주사기와 약품이 들어있다. 마법물품으로 보이진 않는다.
“정맥 마취제입니다. 아무리 마법사라도 생물, 마법적인 저항력은 강할지 몰라도 약품에는 내성이 일반 인간들과 같습니다. 이걸로 무력화가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걸 어떻게 주사하겠다는 건데?”
“저는 이래 뵈도 표면적으로 영주님의 측근입니다. 매일 영주님의 시중을 들고 있습니다. 물론 밤 시중도 말이죠. 만약 마법사님이 승낙하신다면 반드시 지근 거리라면 빗나갈리 없습니다.”
“그래 잘 되서 꼭두각시로 만든다고 치자. 내 말은 그 후계자도 그렇게 만들어서 보증을 세우자 이 말이지? 그렇게 안 돼. 마법협회의 후계심사를 할 때 직접 와서 해야 된다고 그때 모든 마법적인 검사를 하게 되어있다. 분명 걸릴 거야.”
“그 문제는 염려 안하셔도 됩니다. 보증은 이 일을 계획하신 유세린 아가씨께서 해주실 겁니다.”
“뭐?”
한순간 한우울은 모든 걸 이해할 수 있었다. 마법사는 170년은 거뜬하게 사는 종족이다. 영주가 죽을 때까지 자신은 만년 후계자. 후계자가 영주에게 후계자가 스파이를 심는 건 없는 일도 아니다. 유세린이란 후계자는 지금 반란을 준비하는 거다. 마정석을 몰래 캐는 것도 엘릭서를 만드는 것도 그걸 위한 자금이라는 건가?
“본말전도잖아? 반역을 꾸며서 영주가 되고 싶어 하는 건 유세린이잖아? 왜 나에게 영주자리를 걸면서 제안하는 거지?”
“유세린 아가씨는 영주자리에 흥미가 없으십니다. 단지 자신의 자유를 찾고 싶으신 겁니다.”
“자유?”
“유세린 아가씨 태어나신 순간부터 영주님에 의해 감금당하고 있으십니다. 그래서 네크로맨서님이 후계자 자리를 주는 대신 자신을 해방시켜주는 조건입니다.”
그 후계자가 협력해 준다면 불가능했던 모든 일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서 대두되는 문제는 신뢰성이다. 너무나도 믿기 힘든 달콤한 말. ‘맹세의 계약’을 작성하면 문제 없어 보이지만 무슨 꿍꿍인지 도저히 알 수 없다. 반역. 잘되면 영주 실패하면 교수형. 일단 내가 영주가 된다면을 생각해본다. 영주를 꼭두각시로 만들어 후계자 자리에서 그를 조종한다. 무엇보다 신원이 확실해지고 내가 무슨 짓을 하던 교회는 함부로 나를 건드리지 못한다. 그리고 그 방대한 재산과 토지, 백성들을 내가 다스린다! 흥분되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맨날 도망치는 인생도 끝이라는 거다.
일생일대의 기회!!
충분히 목숨 걸만한 가치는 있다. 그런 면에서 진의 확인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뒤통수 당하는 순간, 이쪽은 목이 날아간다.
“유세린하고 만날 방법은 없나?”
“없다고 봅니다. 유일하게 식사시중을 들 때 잠깐 볼 수 있습니다.”
“일단 알았어. 어떻게 하면 유세린과 대화 할 수 있는 지 생각해봐. 그게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거래를 할지 정하지.”
“예. 알겠습니다.”
애초에 계획과는 달리 미심쩍고도 혼란스러운 미소녀와의 두 번째 만남도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