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22화 (22/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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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파편(맹세)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누군가 난장판으로 만들어놓고 멋대로 죽어버린 탓에 밤새 청소를 했다. 12개의 골램들을 이용해 시체를 묻고 핏기도 지웠다.

그리고 발견한 [네크로맨서의 관]이라고 부르는 것, 흑마법사라... 살면서 한번도 본적이 없다.

어떤 방식으로 흑마력을 생성시키고 운용시키는 지 궁금했다.

나의 연구에도 도움 되는 부분이 있을 지도 모른다.

마법사에 있어서 호기심이란 제 1 욕구에 해당되기에 시체를 조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골램들에게 관을 자신의 공방으로 옮기라고 명령을 하고 쉬기 위해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막 문을 열었을 때

나의 침대 누워있는 수인종,

“나는 어디서 잠을 자야하나?”

주변에 앉을 만한 물건을 찾는다. 그리고 생각났다. 이 주변에서 발견한 흔들의자를 주워온 기억이 있다. 한번도 써보지 않았기에 이번에 쓸만한가 평가해보기로 한다. 바로 앞 공터에서 흔들의자를 가져온다. 처음엔 공터에서 흔들의자에 앉아 쉴까라고 생각했지만 이른 아침인지라 바람이 불고 춥다. 일단 집안까지 낑낑대며 가져온다.

“힘들구만...”

낡은 흔들의자는 삐걱대는 소리와 함께 흔들린다. 편안하다. 제법 쓸만한 물건이다. 주변에 있는 책 한권을 집어서 읽기 시작한다. 오두막집에 있는 책의 대부분의 마법에 관련된 서적들이다.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읽었던 책이라 1000번 정도 읽은 것 같다. 규칙적인 삐걱대는 소리와 편안함에 눈이 감긴다. 몇 분 정도 잠이 들었을까? 인기척에 잠이 깼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있는 센타티아

“으앗”

그녀는 놀란 듯 뒤로 넘어진 센타티아는 엉덩이에 충격이 상당한지 인상을 찌푸린다.

“깨어났네?”

“마법사 왜 나를 죽이지 않는 거지?”

그녀는 비틀대며 일어난다. 아직 상처의 회복이 덜 된듯하다.

“나는 누굴 죽이거나 하는 잔인한 위인이 못 되서 말이야. 애초에 죽일 생각은 없었어.”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짓는 센타티아 이내 자조적인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제 나를 어떻게 할 생각이야? 팔 생각인가?”

“너 팔면 비싸냐?”

“센타티아 전문 사냥꾼들도 있는 정도면 꽤나 고가에 팔릴 거라고 생각하는데”

담담하게 말하는 센타티아는 침대위에 걸터앉았다. 마치 어떻게 되도 상관없는 투로 말하고 있다.

“별로 돈에는 흥미가 없어서 말이야. 상처가 낫는 대로 떠나”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는 센타티아 왜 그런 표정을 짓는지 알 수 없다. 보통 다친 자에게 이정도의 편의는 봐주지 않는가?

“여기 머물게 해주는 거야?”

“상처가 나을 때까지 한에서”

센타티아는 회복이 빠른 수인족이기에 하루 내지 이틀이면 다 나을 거라고 생각된다.

‘그나저나 복장이 말이 아니군.’

아직은 앳된 얼굴 태어난 지 20년 정도가? 센타티아는 성장속도가 느린 쪽에 속한다고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인간 나이로 하자면 13~15정도 일 것이다.

거의 다 찢어지다 시피한 원피스를 입고 있다. 오두막이라고 해도 바람만 피할 정도다. 나는 보온마법을 몸에 걸고 있기에 그렇다고 쳐도 저 센타티아는 상당히 추울 거다.

흔들의자에서 일어나 침대위에 걸터앉아 있는 센타티아에게 걸어간다. 그녀는 나의 움직임에 경계하듯 몸을 움츠린다. 185cm의 장신 어린아이에 쪽에서 보면 상당히 무서울 거다. 한쪽 무릎을 꿇어 키 높이를 맞춘다. 그리고 그녀에게 보온마법을 걸어줬다. 센타티아의 몸 주변에서 룬 영창이 활성화 되면서 따뜻한 공기막이 형성된다.

어린 센타티아는 신기한 표정을 짓는다.

“좀 보기 민망하군. 일단 옷이...”

서랍장을 뒤지지만 역시 여자아이 옷은 없다. 나또한 옷을 많이 가지고 있는 마법사가 아니라 줄 수 있는 건 50년 된 와이셔츠밖에 없다. 체구가 작기 때문에 ‘어른 옷을 입은 아이 같은 형상’이 된다고 하지만 다 찢어진 옷을 입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이거라도 입을래?”

와이셔츠를 건네자 머뭇거리더니 받아 들었다. 입고 온 센타티아는 역시 팔소매를 질질 끌며 나타났다. 긴 팔소매 때문인지 단추도 잠그지 않고 그대로 나왔다.

팔을 접어주고 단추까지 잠그고 나니 이전보다는 훨씬 나았다. 센타티아는 불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내게 잘해주는 거야?”

“보통은 이정도 대우를 해주지 않는 건가?”

내가 사는 동안 이런 일이 없어서 보통의 기준을 잘 모르겠다. 센타티아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것에는 보통은 이런 행동을 안 하는 것인가?

“마법사는 상당히 이기적이고 괴팍하다고 들었는데, 의외로 상냥하구나.”

“내가 생각하기에도 굉장히 관대하다고 느끼고 있어.”

센타티아는 편안표정을 지었다. 약간 웃고 있는 생각도 들었다.

“이상한 마법사네.”

그렇게 기간한정 동거 생활은 시작됐다. 의외로 요리도 할 줄 알고 밭도 가꿀 줄 안다. 그리고 맷돼지를 잡을 정도에 사냥기술도 있다. 서바이벌 기술에 최적화 되어있다고 할까? 여하튼 쓸모없는 골램 12기 보다 확실히 쓸모 있다.

무엇보다 나밖에 없는 외딴 산속에서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다는 건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탁탁한 연구만 할 줄 아는 기계 마법사와 직설적이고 감정이 풍부한 수인종 엄청 밸런스 나쁠 것 같은 조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그늘밖에 없는 곳에 따뜻한 빛을 째어주는 건 이런 격하고도 활발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그렇게 많은 추억과 함께 어느 덧 10년이 흘렀다.

“다녀왔어.”

“갔다 왔어!! 라스!!”

이름이 길다며 그녀가 내게 붙인 이름, 라스 이름이야 상대방이 부르는 것이기에 그녀가 편하다면 그걸로 좋다.

오두막집 문을 여는 순간 뛰어드는 사야를 받아들었다. 언제나 이렇다. 나를 애타게 기다리는 애완견 같다. 나를 안으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는 센타티아가 사야다.

이름이 없는 그녀에게 내가 지어준 이름이다. 상당히 신장도 커지고 여성스러워 졌다. 상당히 부담스러워 졌다고 해야 할까? 예전엔 안는다는 것에 부담이 없었는데, 상당히 발육이 진행된 지금 슬슬 부담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녀는 천진난만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도시는 어땠어?”

“뭐... 여전하지. 너도 따라갔으면 좋았잖아?”

“사람 많은 건 싫어. 그 연구에 쓰이는 외계 관측기(Fortalopga)라고 했던가? 구했어?”

“수소문 해봤는데 의외로 가까이 있었다고 할까? 남쪽의 영주가 갖고 있더구나.

마법사가 대가도 없이 빌려주다니 꿍꿍이가 있는 게 틀림없지만...”

1년 전 네크로맨서의 시체의 마도서를 해석하는데 성공했다.

마법사에 있어서 마도서(Spell book)란 선대부터 이어져 축적되어온 마법들 기록되어있는 마법집합체이다. 마도서는 마법사의 영혼에 각인되어있고 자식들에게 복사되어 축적된다. 이 마도서에서 마법사들은 마법수식을 꺼내 쓰는 것이다. 마도서는 마법사의 영혼에 각인되어 있기에 분리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고 독자적인 패턴과 암호코드를 가지고 있기에 남에게 보여주거나 이식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10년간 반영구적으로 보존되어 있는 시체? 시체라고 말하기 어렵다.

가사상태의 네크로맨서의 마도서를 해독하는데 성공했고 거기서 나의 연구에 필요한 수식을 얻을 수 있었다. 나의 일생을 바쳐 연구한 마법역사를 다시 쓸 ‘외계 귀환’ 수식이 곧 완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밥은 먹었어?”

“아직”

“같이 먹으면 되겠네.”

오두막집의 구조도 상당히 변했다. 투박했던 오두막집은 어느새 개축을 거치면서 커졌고 침대도 2개다. 그리고 부엌도 생겼고 식탁도 생겼다. 큰 옷장도 들어섰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것이 변했다. 인생의 3분에 2이상을 연구에 몸 바쳤다. 몰두 할 수 있기에 외롭지 않다고 생각했다. 아니 무언가 몰두하는 즐거움이 외로움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리고 조금은 깨달았다.

왜 세계는 남과 녀로 구분해 놓았는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혼자보단 같이 있어주는 둘이 외롭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흥얼거리며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사야 이 기회를 틈타 코트주머니에 있는 조그만 케이스를 꺼냈다. 인간들은 이런 물건을 주며 같이 영원히 같이 살자고 말한다고 한다.

마법사에겐 결혼이라는 풍습이 없기에 인간의 풍습을 적용하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는 이상태가 좋고 나의 삶을 마칠 때까지 변함없었으면 하는 마음은 진심이다.

그렇기에 인간의 풍습을 빌어 반지를 그녀에게 주고 싶다. 그녀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딱 이 긴장감은 나의 가설을 입증하는 실험을 하는 순간의 느낌과 비슷하다.

맞으면 맞는 거고 틀리면 틀린 거다. 단지 그뿐 하지만 이 느낌이 그 느낌과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 한다면 엄연히 다르다.

만약 틀렸다 하더라도 논리적으로 오류라 하더라도 부정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할까. 그래 감정이라는 건 원래 그런 것이 아닐까? 잡생각을 하는 동안 스테이크를 가지고 오는

사야에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긴장되는 순간이다.

“많이 기다렸지.”

“아니...”

가설이 틀릴 거라고 생각하고 실험을 하지 않는 마법사는 마법사가 아니다.

불안을 없애며 그녀에게 말한다.

“할 말이 있어.”

전과는 다른 분위기를 느꼈는지 사야는 긴장한다.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보지만 그녀는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설마... 조금 두려움이 든다. 거절의 의사인 걸까. 하지만 망설이지 않는다.

“우리...”

“잠깐... 스테이크는 식고 나면 맛이 없어. 식기 전에 먹고 얘기하면 안 될까...”

“아...그래”

나의 고백은 그 한마디로 막혔다. 서로 아무 말 없이 식기가 움직인다. 사야는 어두운 표정으로 먹는 둥 마는 둥 스테이크 조각을 끄적거린다.

역시 그런가... 하긴 별난 마법사와 일생을 같이 살자고 하는 건 힘들 거다.

애초에 수인족과 마법사라니 다른 마법사가 나를 본다면 제정신은 아니라고 말하겠지.

그렇게 길고 침묵에 시간이 끝났다. 난 식사를 다 마쳤고 사야는 고스란히 남긴 스테이크에 수저를 놓았다.

결전의 순간이다.

어느 때보다 비장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한다.

“저 우리...”

“미안해 내가 잘할 테니까... 제발 쫓아내지 말아줘...”

사야는 울먹이는 말투로 말한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표정을 알 수 없다. 다만 먹지 않은 스테이크로 떨어지는 물방울 보일 뿐이다. 내가 생각한 상황과는 정반대의 행동에 말을 더듬는다.

“아... 아니..”

“마음에... 들지 않은 점... 있으면... 고칠 테니까...으으..”

더욱 격해지더니 결국 사야는 울어버렸다.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그게 아니라고!!”

“흑...흑... 아니야...?”

나는 반지 케이스를 꺼내면서 보여줬다. 아직 울음이 멈추지 않는지 훌쩍대고 있다. 조금 당황스러운 상황에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이 반지는 말이야... 인간들은 반지를 주며 평생을 약속한다고 하더군... 인간 아닌 내가 이런 걸 하자고 하는 건... 그...나의 수명이 다 할 때까지 네가 내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

아직 눈물이 고여 있는 촉촉한 붉은 눈동자가 놀란 듯 동그랗다. 아직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훌쩍된다.

“허락해 주겠니?”

“라스!!”

나에게 달려오더니 그대로 나의 가슴에 그녀의 얼굴이 파고들었다. 의자가 뒤로 넘어지며 등 쪽으로 상당한 충격이 전해졌지만 그보다 울고 있는 사야에 더 당황했다. 머리를 쓰다듬으며 등을 토닥여보며 달래보지만 쉽게 그치지 않는다. 그 상태로 몇 분이 지났다. 조금은 진정되었는지 훌쩍이며 말한다.

“떠나라고...할...까...봐...흑 얼마나 무서...웠는데...흑”

말하면서 서러웠는지 나의 가슴을 부여잡고 울려고 한다. 이미 나의 가슴은 이 녀석의 눈물과 콧물로 축축하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까 전까지만 하더라도 울고 있었지만 정반대로 내가 끼워 준 반지를 보며 함박웃음을 짓는다. 침대위에 걸쳐 앉아있는 나에게 뛰어올라 나의 허벅지에 정면으로 앉는다. 얼굴과 상당히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는 기쁜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고마워”

서로의 왼손을 깍지를 끼며 끼워진 반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그녀는 맹세 하는 듯 말했다.

“내 생명이 다할 때까지 아니... 다해서도 영원히 당신 옆에 있어 줄게...”

그렇게 말하곤 그녀의 따뜻한 입술이 나에게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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