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39화 (3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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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 이야기(후편)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날은 저물어 이내 어두워졌다. 소녀의 작은 손에 따뜻한 체온이 느껴진다.

“아 이름이 뭐야?”

“유아연”

“음... 이름 예쁘다. 이쪽 주택가에 살아?”

“응... 저쪽이야.”

아연이를 잡고 있던 손이 빠져나간다.

소녀는 쫑쫑 튀어가며 모퉁이를 돌아가버렸다.

“아연아?”

아연이를 뒤따라 모퉁이를 돌자. 눈에 들어 온 건 어두운 그림자만이 존재하는 막다른 골목이다.

"!!!!"

순간 머리를 노리고 날아오는 마력탄에 아슬아슬하게 머리를 옆으로 기울여 피했다. 앞머리가 마력탄에 탄 냄새가 난다.

"윽..."

그 직후 다른 한발이 다리를 노리며 고속으로 날아왔다. 사야는 직감적으로 뒤로 백무빙으로 피한다. 마지막 한발의 예측샷이 피할 수 없는 거리에 날아온다. 하지만 유연한 몸을 비틀어 덤블링한다. 마력탄은 허무하게 벽을 부수며 그녀를 스쳐지나갔다.

“칫... 역시 아인종인가?”

담벼락에서 날렵하게 점프해서 내려온 아연이 소녀의 눈빛에는 적의가 담겨있다.

그 소녀의 목소리는 전과는 확연히 틀렸다. 몇 분전에 아연이의 숫기없는 목소리와 완전히 다른 목소리다.

“아연아...”

그 소녀의 붉은 눈동자와 동물의 귀 3개의 꼬리는 유연하게 살랑살랑 움직인다.

“놀라는 표정을 보니 인간인 줄 알았어? 날 먹을 생각이었다면 상대를 잘못 골랐어.”

소녀는 공격태세를 취한다. 당장이라도 공격할 것 같다.

“아니...착각하고 있어.”

사야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머리에 동물의 귀와 붉은 눈 두 개의 꼬리가 치마 속에서 나왔다.

“나랑 같잖아...”

아연이는 놀란 듯 사야를 쳐다보고 있다. 처음 동족을 본 것 같다. 하지만 이내 다시 경계의 눈빛으로 바뀐다.

“나한테 무슨 용무지?”

“아... 나도 동족을 보는 건 처음이거든... 그래서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거든...”

“난 별로 친하게 지낼 마음 없어.”

“잘 생각해봐. 친해지면 여러 가지 이점이 있잖아? 서로 도움도 줄 수 있고...

최근에 이상한 변화가 있지 않아? 요즘 꼬리가 가렵고 머리가 어지럽고 그렇지 않아?”

센타티아의 성장통이라고도 불리는 시기를 아연이는 겪고 있을거다. 옆에 부모가 있었다면 잘 대처 할 수 있을 테지만...

“....”

“그리고 몽유병처럼 나도 모르게 사람의 정기를 취하고 있거나...”

“왜 그런지... 넌 알고 있어?”

“난 알고 있지. 적어도 너보단 오래 살았거든”

사야는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아연이에게 말했다.

“그럼 고칠 수 있는 방법 알아?”

“알고 있어. 대신 내 동생이 된다면 말해줄게”

“으으으으...”

아연이는 불만인 얼굴로 그녀를 노려본다. 곰곰히 생각하더는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지금 자신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대해 정보가 필요했을 거다.

“그래 좋아. 근데 내가 동생이 된다고 해서 당신이 좋을 건 없잖아. 무슨 꿍꿍이야?”

“있어. 난 예전부터 귀여운 여동생 갖고 싶었거든.”

“...”

황당하다는 표정 일순간 지었지만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왔다. 그런 표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동족끼리 해코지 할 이유는 없잖아. 위기에 쳐했을 때 대처하기도 쉽다고 생각해."

"하...그래 좋아. 제안을 받아들이지. 네 동생이 되어 줄게. 하지만 명심해둬. 너하고 친해질 생각은 없으니까."

.

.

.

아연이가 성산 보육원에 온 건 5년 전,추운 겨울날 누더기 옷으로 보육원 앞에 쓰러진 어린 소녀를 수녀님이 발견했다고 한다.

그동안 어떤 고난을 겼으며 여기까지 왔을까...

마음이 찢어질 듯 아프다.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하지만 단 한가지 소망이있다.

아연이가 안전하게 이 잔인한 세상에서 교회의 추적을 받지않고 자유럽게 살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이세계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배워야한다. 내가 있는동안 그걸 가르칠 생각이다.

지금 와서 부모 노릇한다는 게 웃긴 얘기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다. 곧 사냥꾼이 찾아올 것이다. 나는 성산시를 떠나야한다. 아연이를 위해서라도 가능한 빨리...

‘ 라스 나 어떡하면 좋아...’

복잡한 감정을 안은 체성산 보육원에 도착했다. 여기서 주말마다 봉사활동을 한지 어느덧 5개월이 넘어간다.

아연이는 여전히 날 못 믿는 표정을 짓지만 어느정도 친해지는 성과가 있었다.

저번 주

내가 직접 만든 쿠키를 아연이에게 줬다.

이런 걸 받으며 기뻐하는 건 어린 얘들이나 하는 거라고 차갑게 말했지만 나의 등살에 밀려 쿠키 하나를 먹었다.

"어때?"

“음... 보통이야.”

그렇게 말은 했지만 아연이의 손은 멈추지 않았고 쿠키 한 봉지를 다 먹어버렸다.

쿠키 부스러기를 입가에 묻히고 쑥스러운 듯 말했다.

“그냥... 시중에 파는 거랑 맛이 별반 다를 게 없잖아. 이런 걸 나한테 먹으라고 준거야? 다음 주에 더 맛있게 만들어서 가져와...흥”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얼굴을 돌렸다.

귀여워.~~~ 안아주고 싶어~~ 안돼...

나중에 어쩌려고 그래...

무심코 지난주에 있었던 일을 회상하며 미소 지었다.

처음에 아연이를 적지에 맡겨두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아연이의 존재를 교회에선 눈치채기 힘들다. 이곳사람들은 평범한 일반인 이단심문관이 이곳을 의심을 하지 않는 한 들킬 염려는 적다.

"?"

걷는 도중 보육원 정문 앞, 나의 이웃집에 사는 정가인 이라는 사람이 멈춰서 있다. 중성적인 생김새에 움직이기 좋은 편안한 복장을 선호하는 타입인지 청바지를 입고 자켓을 입었다. 얼굴은 항상 무표정한 상태로 감정이 잘 들어나지 않는다.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먼저 건넸다.

“안녕하세요. 여긴 웬일이세요?”

“안녕하세요...아 그냥 지나가는 길이에요.”

정가인은 얼버무리며 말했다.

“그 손에 든 건 얘들 장난감 같은데 이쪽에 볼일 있으신 거 아니에요?”

“이건...”

“혹시 봉사활동 하러 오셨어요? 처음에는 저도 쑥스러워서 들어가길 망설였거든요. 같이 봉사활동하면 즐거울 거예요. 자 들어가요.”

그녀의 등을 밀며 들어가길 부추겼다. 정가인은 당황한 표정을 보였으나 이내 같이 들어가고 말았다.

.

.

.

.

현관문 앞에 많은 아이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정확히 말해서 내가 사온 과자가 목표다. 그리고 뜻밖에 나에게 인사를 사람이 있었다. 성산고 학생들이다.

그 제일 뒤편에서 기분 안 좋은 듯 노려보고 있는 라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보인다.

나의 다리를 잡고 얼굴을 비비고 있는 소녀 당장이라도 울 듯 표정을 짓고 있다. 아연이다.

“신유림 언니...흑”

상당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다. 보통 이런 행동은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하다 직감적으로 알수 있다.

.. 아연이는 라스를 경계하듯 힐끔 쳐다보더니 나의 손을 잡고 교무실로 따라갔다.

.

.

.

.

한우울과 싸웠다. 전혀 나답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후회된다. 아연이가 연관되어 있어서 그랬을까?  아연이에게 그 전날 있었던 일을 들었다. 분명 이단심문관이 아니었으면 아연이는 한우울 손에 죽었을 거다. 자신의 아버지의 손에 말이다.

그 때문에 상당히 흥분해서 그를 몰아 붙혔다. 그의 마지막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한우울 라스"

분명 전부터 의문을 느끼고 있었다. 한우울 안에 라스의 영혼이 있다. 이건 진실이다. 영혼을 감지하는데 특화된 내가 착각할 리가 없다. 하지만 한우울 = 라스 라는 공식은 성립되는 걸까? 나에 대한 추억을 잃어버린 라스를 라스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라스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한우울이라는 마법사가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날 괴롭힌다. 하지만 부정한다.

긍정한다면 나의 존재는 다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니까.

잡념을 털어내며 아연이의 작은 손을 이끌며 아이들이 있는 교실로 들어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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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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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 보육원 폭발 사건 인위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직감한다. 그의 마지막 비장한 표정이 마음에 남아있다. 나는 폭탄의 점화 스위치를 눌러버린 것일까?

띵동~띠릴리...

하교 종이 울린다.

생각을 접고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긴다.

아연이는 가까운 어린이 집에 맡겨놓았다.

지금 가면 딱시간 맞게 데려올 수 있다.

교회의 눈에 띤 이상 성산 보육원도 이제 안전 지대가 아니다. 당분간 아연이와 같이 살기로 결정했다. 어쩔 수 없는 결정이다. 폭파된 A동의 보육원의 아이들은 다른 시설에 옮겨갔다고 들었다. 일단 교회가 어떤 조치를 취할지 모르기에 아연이를 데려왔지만 쫓기는 나와 같이 살 수는 없다.

교회의 인간들이 언제 쳐들어와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다.

나와 같이 있는 건 시간이 길어질 수록 위험해진다는 걸 알고 있다. 대책을 찾아야된다.

"하..."

오후 하교시간

온 종일 생각하며 해답을 찾봤지만 답을 발견하지 못했다.

답답한 마음은 풀리지 않는 실타래처럼 꼬여만 간다.

노을 빛 교정

퇴근길에 우연히 복도에서 우연히 그와 만났다.

"한우울”

“신유림”

“잘 지냈어?”

“그거 일부러 하는 말이냐?”

“단지 인부를 묻고 싶었을 뿐이야. 그 뿐이니까.”

“그래.”

“보육원 네가 한 짓이야?”

“그건 왜 묻는 거지?”

“내가 알고 있는 마법사가 맞는지 알고 싶어서”

하지만 절대 라스라면 이런 일을 버리지 않았을 거다.

정말 변해버린 거야 라스...

“이번 일을 비난하고 싶은 거야?”

“아니... 단지 알고 싶을 뿐이야. 옛날의 알던 네가 있는지...”

“무슨 헛소리냐? 너도 이번기회에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으면 교회에 부지에 들어가는 미친 짓 하지마라. 다음엔 절대 돕지 않을 테니까.”

그는 망설히지 않고 정문으로 등을 돌렸다.

더 이상 말할 수 없이 그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분명 더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다.

라스가 변해버렸다. 더 이상 상냥한 라스 없다. 그가 돌아올 수 없다는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변하는 건 없다.

그가 변했어도 나는 변하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

그와 나눴던 영원의 맹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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