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혼란(2) Another side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
.
.
.
.
그렇게 같은 평소와 같은 일상 생활이 계속 되리라고 생각했다. 교실에 그 얘기를 듣기 전까지 말이다.
"애들아 들었어? 하윤이랑 한빛이 실종처리 됐데..."
교실에 빈 두자리의 책상, 연락되지 않는 친구들 그리고 교실에서의 아이들의 화제거리로 삼고 있는 건 하윤이와 한빛의 실종 소식이었다. 전신에 힘이 빠진다. 쓰러지려는 나를 친구가 잡아주었다.
"괜찮아 예린아?"
'설마... 아닐거야...'
내가 의식을 잃고 있던 3일, 그녀들이 사라진지 3일 정말 우연일까... 아니다. 너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다.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는 한빛이의 살려달라는 목소리, 잘려나갔던 나의 팔 다리, 피로 물든 지면,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살아있다는 사실이 말이 않된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조용히 교실을 빠져나왔다. 아무도 없는 화장실 세면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다. 평소와 같은 모습, 그때 잘려버린 팔다리는 멀쩡하다. 하지만 꿈이라고 치부하기엔 너무 의심적은 부분들이 많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시체, 폭력의 잔상, 핏물에 스며드는 머리카락
구토감을 억누른다.
세면대에 물을 받아 얼굴을 적신다. 차갑고도 선명한 감촉을 느낀다. 난 지금 살아있다. 그건 명백한 사실, 가지고 있는 정보를 정리해본다. 호신고등학교, 커피숍, 초밥집, 노래방
지직 지직
노이즈가 흐른다. 지하실 내가 봤던 중요한 무언가가 있다. 하지만 마치 기억 속에 한부분을 지운 듯이 기억나지 않는다. 두통이 엄습해오고 더 이상 생각하길 거부한다.
최악의 기분을 진정시키기 위해 일단 밖으로 나섰다.
문듯 구 다목적관이 생각났다. 목적지를 정하고 이동한다. 쉬는 시간은 한참 전에 지났다. 그럼으로 재낀거다. 땡땡이 처음 쳐봐서 조금 긴장된다. 어느덧 도착한 허름한 건물, 이젠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곳이다. 사람이 드물고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 이곳을 이용한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구 다목적관 뒤편, 작은 정원이 바로 나의 조그만 안식처다. 버려진 정원이었지만 재미삼아 가꿔보니 어느정도 정원이라는 느낌이 나게 되었다.
"한빛아, 하윤아..."
점점 꿈이라고 생각했던 허구들이 진실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너무 두렵다. 꿈이 진실이라면 내 친구들은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까... 불길한 예감은 모여 더 큰 불길을 일으킨다. 생각하기 싫다. 모든 걸 잊어버렸으면 좋겠다. 더욱 더 파고드는 그녀들의 비명소리에 귀를 막는다.
귓가로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색에 비명소리가 지워진다.
그건 구 다목적실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피아노 소리, 그 소리가 나는 2층 음악실, 소리를 따라 2층 계단을 올라갔다. 음악실 창문 넘어로 한 소녀가 피아노를 치고 있다. 잔잔한 음색을 타고 그녀의 가녀린 자태가 보인다. 눈을 감고 있는 긴 속눈썹이 음색에 반응하듯 조금 떨렸다.
작은 손은 가볍게 피아노 건반에서 춤추며 여운을 남긴다. 나를 침착하게 만드는 부드러운 음색, 잡념을 떨쳐내고 고요하게 만든다. 그 곡은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고 그녀의 춤추던 고운 손가락도 어느새 멈추웠다.
"쇼팽 녹턴 2번 op 9 No 2 - Gabriele Tomasello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곡 입니다."
창문 넘어로 그녀와 눈이 맞았다.
"너 피아노 잘 치는 구나... 부회장"
한 폭의 그림같이 피아노를 치고 있는 건 부장회 김소연이었다.
"그런 의아한 표정을 지어도 피아노 칠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 잘치는 건 아니지만..."
"수업 빼먹고 여기서 피아노 칠 생각을 하다니, 상당한 배짱인데?"
"저야 뭐 늘상 해왔던 일이니까요. 근데 회장님은 어쩐일 입니까. 땡땡이를 다 치시고"
"한번쯤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오늘 해보네..."
그녀는 피아노 연주를 계속한다.
"진실과 마주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한 법이죠. 그런 의미에서 전 마주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피아노를 치며 나의 생각을 지웠으니까요. 어떤 의미에선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회장님을 다시 볼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무슨 말을 하는거야?"
"지나가듯 흘러가는 이 피아노 음색 같은 푸념이라고 할까요..."
"여튼 넌 정말 별종이야."
"너무 고민하지 마세요. 의외로 답은 쉬운 곳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어?"
"모든 진실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때론 모르는 편이 좋을 때도 있으니까요.저 같은 겁쟁이라면 빨리 눈을 돌려버릴 텐데 말이죠. 선택이 어찌됐던 간에 미련과 후회가 남지 않는다면 그걸로 좋지 않을까요?"
그녀가 치던 피아노 곡이 끝났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서 천천히 나에게로 걸어온다. 그리고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마음 끌리는 곳으로 가세요... 그럼 먼저 가보겠습니다..."
덧없이 사라져버리는 음색과도 같이 그렇게 나와 교차되어 사라져간다. 작은 음악회는 이걸로 끝이 났다. 하지만 떠나지 않고 잠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잠시나마 편한하게 했던 여운을 느끼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를 괴롭히고 있는 혼돈, 그 혼돈을 거두기 위해선 진실이라는 열쇠가 필요하다. 그래... 어떤 진실이던 난 볼 의무가 있다. 설령 그것이 비극이라 할 지라도...
12:00
// 시내
학교에는 몸이 좋지않다는 핑계로 조퇴를 했다. 그리고 내가 처음 호신고 남학생들을 만커피숍으로 향했다.
"꿈에서 본 커피숍 있었어..."
똑같은 이름에 간판 그리고 같은 구조의 가게, 더욱 억누를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망설이다. 커피숍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점원은 친절하게 말했다.
"손님 어떤 걸로 도와드릴까요?"
"죄송합니다. 저... 몇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여기 왔어요. 이상하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혹시 3일 전에 7시 넘어서 절 본적 있으세요. 아님 이 학생들..."
지갑에서 하윤이와 한빛이의 사진을 보여줬다. 점원은 곰곰히 생각해보는 듯 했지만
기억 안나는 표정이다.
"기억이 나지 않군요. 여기 워낙 사람들이 많이와서요... 죄송해요."
"아... 아니에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꿈에서 갔던 장소를 다 뒤졌지만 날 기억하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 다른 가게도 번화가에 자리 잡은 가게들이다. 특별한 일이 없었다면 점원들이 수십명 오가는 손님을 기억하기엔 무리가 있다. 더군다나 3일이나 지났다. 이 방법으로 사실을 증명하기엔 힘들다고 판단했다.
"그래... 그남자들 호신고등학교라고 했어."
그남자들의 존재유무를 확인해보는 편이 가장 빠르다고 생각했다. 버스를 타고 호신고등학교 바로 앞 정류장에서 내렸다. 꿈에서 본 그 교복이다.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 아마 점심시간인지 학교는 조금 시끌벅적하다. 여학생들이 교문 쪽으로 향하는 걸 확인하고 그 학생들에게 접근했다.
"저기..."
"네?"
"저 한가지 물어봐도 괜찮을까요? 혹시 이 학교에 김성우 학생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김성우라면 그 김성우를 말하는 건가?"
그녀들은 웅성이기 시작한다.
"대한그룹 사장 아들 김성우라면 알고 있는데..."
"혹시 몇 반인지 알 수 있을까요?"
"아마... 2학년 D반 나하고 같은 반이거든 만나러 온 거라면 학교에 없어. 나도 오늘 알았는데 실종됐데..."
경찰서로 사실 확인을 위해 갔다. 김성우 얼굴과 실종신고 처리 되어 있었고 그 지하실에 있던 두 남자의 행방 불명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보다 꿈 속의 남자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었다. 밝혀지는 사실은 점점 꿈과 멀어지고 있다. 그럴수록 점점 불안감은 확산되어간다.
17:00
// 대로
한참을 정처없이 멍하게 걸었을까? 꿈이라는 증거를 찾기위해 하루종일 찾아 다녔지만
명확한 성과는 없다. 오히려 더 미궁 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꿈에서 본 사람이 전원이 행방불명 됐다. 그렇다고 꿈이 사실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찾지 못했다.
툭
지나가던 한 한 남자와 어깨가 부딪쳤다. 어느 학교인지 모르겠지만 고등학생 교복 상의가 눈에 띠었다.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저 교복... 순간 머리가 지끈거린다.
데자뷰 같은 영상이 머리 속에 흐른다. 쾡한 눈동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은 내게 말했다.
"눈 똑바로 뜨고 다녀"
지직 지직
머리 속 노이즈가 심해진다. 누락됐던 기억들이 희미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 지하실
엄청난 파괴의 진동, 괴물과 싸우는 남자, 마법이다. 노이즈와 함께 영상이 바뀐다. 내게 다가오는 남자 그는 진지한 얼굴로 나의 목에 손을 댄다.
모퉁이에서 부딪친 그 남자였다.
"저기요... 괜찮아요?"
남학생은 지면에 웅크리고 있는 나의 어깨를 살짝 흔들었다.
"네... 괜찮아요..."
아직 가시지 않은 두통을 참으며 일어섰다.
"죄송하지만 어느 고등학교 다니세요?"
"어...저 성산 고등학교요..."
지하실에서 싸우고 있던 남자, 그때 부딪힌 남자와 동일인물이라는 점에서 분명 이 사건의 전말을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