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61화 (61/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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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그녀(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여느때라면 11시에 일어나지만 오늘은 6시에 일어났다. 새벽3시에 잤는데 말이다. 이 괴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한다면 설레임이라고 할까? 처음으로 친구가 내 집에 온다. 그것도 인간 여자얘가!! 분명 뭔가 일어나길 기대하고 있는 걸까? 일단 준비를 해야한다.

방 청소를 시작했다. 오랜만에 청소기라는 걸 잡아보니 전원을 어떻게 켜는지도 까먹어 버렸다. 시행차고 끝에 6시 30분, 청소기 소리가 울렸다. 이불도 털어 밖에 널고 잡동사니는 전부 부공방에 다 짱 박는다. 거실을 청소 할때 쯤 옆 방에서 눈을 비비며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나오는 귀여운 생물체가 나를 바라본다.

"한우울... 혹시 미친건 아니지? 청소 단어를 모르는 마법사가 아침에 청소라니..."

"요녀석에 내가 미쳤으면 좋겠냐!! 나도 청소정도는 해왔다고 요즘 바빠서 못한 거지."

"으... 그래.."

듣는 둥 마는 둥 크게 하품을 하는 아연이, 갑자기 팔을 벌려왔다. 뭐야 안아달라는 뜻인가? 작은 몸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리고 한팔로 왼쪽 옆구리에 파지했다. 그러자 아연이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노려본다.

"나는 한우울의 물건이 아니라고!! 정상적으론 불가능한거야!!! "

바둥바둥 열심히 몸부림치지만 이내 힘들었는지 축 쳐져버렸다. 녀석의 요구를 들어주면 한도 끝도 없기에 이 상태로 청소를 하기로 했다. 오른손으로 청소기를 구석구석 청소한다. 이렇게 열심히 청소해본 적 내 생에 처음이다. 얼굴에 땀이 조금 맺혔다. 촉감 좋게 살랑살랑 움직이는 3개의 손수건? 중 하나를 골라 땀을 닦았다. 역시 고급 손수건  품질이 다르네.

아연이는 이내 기겁을 하며 내려달라고 발부둥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려놓자 마자 화장실로 쪼르르 달려가 나오지 않는다. 아마 다신 안아달란 소리 안할 거다. 이것이 바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교육!! 나만의 지도 방법이다. 으하하하하!

청소를 끝내자 8시정도가 됐다. 약속시간까지 2시간...

씻고 머리정리를 왁스와 스프레이로 완벽한 마무리를 한다. 새로 산 유행신상 봄옷으로

깔끔하게 맞췄고 여자가 좋아한다는 xx향수도 뿌렸다. 무언가 나의 바지를 당기는 느낌에 돌아봤다. 고개를 숙이고 나의 바지를 잡고 있는 애완견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가?"

"아 맞다. 얘기 안했었네... 너 송민정 알지?"

"걔 누구야? 여자야?"

애완견 꼬리가 경계태세로 올라가 있다.

"그 있잖아. 보육원에서 처음 만났을 때 옆에 있던 여자얘"

"응..."

"오늘 우리집에 오기로 했거든."

"으응~"

말꼬리를 올리며 소악마와 같이 입꼬리가 올라간다. 역시 모전자전(부전자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뭔가 심히 불길한 느낌이 드는데...

"장난치지 말고 착하게 굴어야 한다!! 알았냐!!"

"음!!~~ 아~~파~ 그만~"

볼을 주욱 늘어뜨리며 소악마 같은 표정을 없애버렸다. 그런데 이녀석의 옷을 뭘 입히지...위 아래로 스캔한다. 헝크러진 머리카락 조금 큰지 한쪽 어깨가 내려간 파자마, 일단 목욕부터 시켜야겠다.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애완견이 도망가려고 했지만 목덜미에 잡혀 욕실로 연행됐다.

"자 됐나!!"

브라운과 흰색이 섞엔 캐쥬얼 원피스, 앙증맞은 구두, 고동색 토끼귀 같은 형태의 리본이 묶여있는 고동색 모자, 역시 유년기 생물의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귀여움은 이성적으로 견디기 힘들다. 괴롭히고 싶다!!! 안돼!! 난 씨크남이니까!! 욕구를 참으며 말했다.

"꼬리 절대로 내면 안된다."

"흥..."

볼을 불퉁하게 내며 원피스에 나온 꼬리를 연신 흔들고 있다.

"나 학교 갈건데, 뭐 금방 올 건데 집에 있는 편이 낫나... 갔다 올께"

"같이 갈래!!"

허둥지둥 나의 손을 잡는다. 내 키가 183이고 아연이가 120센치, 상당한 차이다. 아무리 봐도 20살이라곤 믿기지 않는 유딩의 모습이다. 라스와 만난 사야도 아연이보단 훨씬 컸다고 생각하는데...

'뭐 알아서 크겠지.'

현관문을 열고 학교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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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시간 보다 30분 일찍 도착했다. 주말의 학교는 고요하다. 색다른 기분을 느낀다고 할까? 정문 앞 시계탑에서 기다리기로 했으니 적당히 어디에 앉아서 킬링 타임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기여우가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뭐가 그리 신기한지 묻는다. 신이 난듯 폴짝 폴짝 뛰면서 혼자서도 잘도 논다. 다음에 개 전용 원판을 하나 살까? 분명 물어온다고 생각하는데

"한우울 저기 꽃 예쁘다 그치"

이번엔 화단에 시선이 끌렸는지 쪼그려앉아 관찰한다.

"흔한 민들레잖아 차 끓려 먹으면 괜찮겠다. 뽑아갈까?"

"미안... 한우울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없는 줄 미쳐 생각 못했어."

"고작 여우주제에 디스를 해!!"

"잘못했어... 머리 누르지마"

누군가 정문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인기척에 무심결에 돌아봤다. 사복을 입은 송민정

흰색의 롱 브라우스와 청바지의 매치가 잘 맞아 훨씬 여성스러워 보인다. 그 두근거리는 감각에 무심코 계속 보고 있었을 것이다.  정강이에 둔한 통증이 없었다면 말이다.

"악!"

"흥!"

분명 아까 전까지 좋았던 기분은 온데간데 없고 또 심술을 부린다. 여우녀석 정말 이해 할 수 없다. 송민정은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쑥스러운 듯이 인사를 했다.

"안녕 우울아 꺄앗~~ 귀여워 안녕 아연아"

내가 인사할 사이도 없이 송민정은 아연이에게 시선이 꽂혀버렸다. 아연이의 표정은 떨더름한 표정이다. 그녀가 인사를 했지만 받지 않고 내 뒤로 숨었다.

"역시 안되는 건가..."

"낯을 많이 가려서 나도 친해지는데 오래걸렸지. 아마 하~하~하"

멋적은 웃음을 날리며 위로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송민정의 눈에선 친해져 보이겠다는 투지가 불타오르고 이었다. 그 투지 나에게 반만이라도 주시면 안될까요? 무난한 화재를 골라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아침 먹고 왔어?"

"오늘 조금 늦잠을 자버려서..."

"그러면 점심 먹으로 갈까?"

"어...점심 만들어 먹지 않을래?"

'만들어 먹어?'

잠시동안 쿨타임이 생겨버렸다. 만들어 먹는다라는 건 요리를 한다는 뜻인가? 우리집에서 요리라는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다. 요리에 비전문가가 시간을 투자해 만드는 것 만큼 비효율적인 활동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 요리 잘못하는데 괜찮겠어?"

"내가 할테니까.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 안 지어도 돼."

그녀는 나까지 편해지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내가 그랬나 하~하~ 그럼 일단 장보기부터 시작인가!"

"근처에 대형마트 있으니까 그쪽으로 가면 되겠다."

그렇게 결성된 인간, 수인종, 마법사 아주 이상한 조합의 파티는 장보기라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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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점심은 카레로 결정되었다. 그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아연이가 카레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뭐 나야 민정이가 만들어 주는 건 다 맛있게 먹을 자신이 있기에 상관은 없지만 모든 포커스가 아연이에게 맞춰져있다는게 조금 쓸쓸할 뿐이다. 나를 좀 생각해줘...

장을 보고 해바라기 맨션 앞까지 도착했다. 그리고 맨션 앞에서 두리번거리고 있는 수상한 여성을 발견했다. 웨이브 진 긴생머리, 클레식이 가미된 흰색 셔츠, 붉은색 끈으로 포인트를 살렸다. 조금 짧은 치마와 검정 스타킹과 롱부츠, 현대 클레식 믹스 스타일라고 할까? 남자라면 한 번쯤 눈길 가는 미소녀였다.

하지만 여기서 계속 시선을 주게 된다면 민정이에게 실례다. 남자라면 난 너밖에 없다는 시선으로 그녀만 바라봐야 된다. 아마 여기서 호감 포인트가 3점 이상 오르겠지.

"송민정 우리 집 여기야"

해바라기 맨션을 가리키며 그녀의 얼굴에 집중한다. 절대 다른 여자는 보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으로!!

"우울아 왜 그래 뭐 묻었어?"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니..."

"배고파!!"

바지를 계속 끌며 보체고 있는 애완견, 조금 참아라 나 지금 호감도 올리고 있잖니!!

맨션 입구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그때 앞쪽에 있던 미소녀가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착각이겠지. 저런 미소녀에게 말도 걸어본 적 없는데, 그녀를 지나치며 맨션에 들어가려고 했을 때다.

"한우울씨 맞죠?"

뒤에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뭐지? 이상황은... 뒤를 돌며 미소녀와 눈이 맞았다.

"네 맞는데..."

그녀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얼음이 되었다. 그녀석이다. 어제 비기너!! 그렇게 경고했는데 내 집까지 찾아오다니!!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나!! 마음 속에서 살의가 일어난다.

"우울아? 아는 사람이야?"

송민정은 궁금한 표정으로 내게 묻는다.

"어...어..."

"한우울씨 저하고 얘기 좀 하시죠."

내 앞의 소녀는 다른 사람은 안중에 없는 듯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도 최대한 냉정하게 민정이에게 말했다.

"민정아 먼저 아연이랑 올라가 있어 아연아 열쇠있지?"

옆에서 팔짱끼고 새로 등장한 여자와 나를 노려보고 있는 아연이는 심기가 불편한 듯 혼자 맨션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아연아 같이가! 그럼 먼저 올라가 있을께..."

민정이는 심각한 분위기를 감지하고 아연이를 따라간다. 아... 이 좋았던 분위기가... 정말 돌아버리겠다. 그녀석을 지나치며 차갑게 말했다.

"따라와."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갔다. 사방이 벽으로 막힌 막다른 골목, 비기너도 따라 들어왔다. 단숨에 이계 감옥을 쳤다. 순간 골목의 공간이 마력선으로 붉게 변했다. 뒤에 있던 여자의 멱살을 잡고 벽에 밀어 붙였다.

"윽"

"내가 말했을 텐데... 얼쩡거리면 죽여버리겠다고?"

"위치를... 말해주세요. 그럼 깨끗이... 사라져 들릴께요."

머리에서 나사 하나가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검게 변해버린 오른손은 흉폭한 파공음을 내며 그녀 얼굴을 향해 내질러진다.

"꺄앗"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 떨어져 나간다.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소녀의 바로 옆, 벽이 주먹이 박혀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지고 있다.

"칫"

잡고 있던 멱살을 놓자 여자는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콜록 콜록"

연신 기침을 헤대며 곧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다. 주머니에 전에 별장 위치를 메모해 놓은 종이 쪼가리 한장을 던졌다.

"마지막 경고다."

차갑게 그말을 남기고 골목을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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