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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3)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서예린의 서명을 끝으로 계약은 끝났다. 계약서는 희미하게 마력을 뿜어내며 우리들에게 스며든다. 서예린의 딱딱하게 짓던 표정이 좀 풀린다. 역시 연기란 건가... 뭐 아무래도 좋다. 승자로서 당연한 기분이 아닐까. 어째됬건 지금 이 시간 이후로 이 계약은 유효하다. 이제 계획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았으니까...
"그럼 시간과 장소를 정해볼까요."
휴대폰 은은한 멜로디가 울리기 시작한다. 물론 내껀 아니다. 서예린은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간다. 옆쪽에 앉아있는 남여의 무리에 집중한다. 20대 후반 2명과 여성 1명 그리고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신성력, 전에 싸운 심문관의 신성력보다 농도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실력자들은 아닌 것 같다. 아니 뭔가 다르다. 이질적인데... 테이블 위에 홀로 남겨진 성수에 무심결에 눈이 간다.
설마...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빠른 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간다. 그러자 그들 남녀들의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 시선을 무시한체 차갑게 말했다.
"당신들 교회에서 나왔어?"
그들은 아이러니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교회? 무슨 소리하는 겁니까?"
"그럼 이건 알고 있어?"
성수를 그 남자에 눈앞에 보여줬다.
"아...니..."
남자는 눈치를 보면서 말하기를 망설인다. 저 눈빛 아는 것 같다. 성수를 눈앞에 보이며 말을 이었다.
"나와 같이 앉아 있는 여학생에게 받았지? 실험동물이 되는 게 불쌍해서 말해주는 건데, 이거 설마 마신건 아니겠지? 이 액체 수은 및 갖가지 중금속으로 만든 액체야. 한번 몸에 들어가면 배출되지 않지... 이정도 양이면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장담 못하는데"
"뭐!!"
남자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친다. 순간 남녀는 공황상태에 빠진다.
"내가 이상하다고 했잖아!! 끈적끈적 하고 맛도 토할 것 같은 맛인데 그런게 물 일리가 없잖아! 그때 알아봤어야했는데... 그냥 먹고 한 시간 정도 않아있기만 하면 되는 10만원 짜리 알바가 어딨어!! 그 미친년이 우릴가지고 논거라고!"
나에게도 그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없었다. 이 녀석들은 교회와 관계없는 민간인이다. 이단심문관이라면 저런 은은한 느낌에 신성력이 아니다. 한마디로 페이크!! 뻥카에 당한거다!! 젠장! 도대체 어디서부터 거짓말이라는 건가!! 그녀의 신분, 가문 전부 거짓말이라는 건가!! 으아아악! 희대의 사기꾼 같으니!!!
솔직히 내 정체가 발각되어 부정하기 바빴다. 주위를 넓게 생각할 겨를 없었다고 변명하고 싶다. 그런 정신공황에서 결국 그녀의 각본에 완벽하게 놀아났다.
멍청한 놈... 그냥 넌 죽는게 나아....
한참 자괴감에 빠져 있을 무렵 그때 마침 전화를 받고 들어온 서예린이 들어왔다.
"도대체 우리한테 뭘 먹인거야!!! 진짜 우리에게 중금속을 먹인거야!"
그들은 서예린에게 달려가 따지기 시작한다. 카페 안이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한다. 서예린은 당황하며 아니라고 말해보지 그들은 전혀 믿을 생각이없다. 인간이라는 동물은 자기가 믿는 것만 믿는다. 더욱 불신을 주는 환경이라면 절대 자기맹신에서 빠져나올 수 없지.
자기맹신이라...
나도 자기 맹신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내게 있는 패배 근성, 전투에선 졌지만 전장에선 아직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서예린이 그들과 고군분투하는 동안 테이블에 있는 계약서를 가져온다. 이미 효력이 적용된 계약서다. 되돌릴 순 없다. 완벽한 각본과 연출이라고 생각하지만 여기에 에드립 추가하기 나름에 따라 다른 각본으로 만들 수도 있다. 지금 그걸 시험해보려고 한다.
서예린은 진짜 물이라는 걸 입증하기 위해 내가 갖다 놓은 성수를 한번에 들이켰다. 그제서야 그들은 서예린의 말을 조금씩 듣기 시작한다. 저들의 가치는 거기까지다. 뭐 나름대로 유용했다. 서예린의 페이크 카드였지만 재활용할 가치는 충분했다. 그보다 지금 내겐 조커카드를 뽑게 만드는 결정적인 힌트를 준 셈인가... 어수선한 카페를 뒤로 했다.
카페를 나와 도착한 곳은 인기척 없는 소공원, 나는 여길 와본적이 있다. 라스의 기억속에서 마법사와 싸웠던 그 공원이다. 다급하게 뛰어오는 서예린, 숨을 고르며 내게 말한다.
"하...말도 없어... 어디가는 거예요?"
"어디서부터 거짓말이지? 처음부터인가?"
"아니... 그건... 속인 건 미안해요. 강제성이 없으면 계약해주지 않았을 거잖아요? 그리고 제가 남쪽의 영주라는 걸 사실이에요. 이게 증거에요 "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 끼어있는 금속 반지, 로라바리엘 가문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가독의 반지다. 상당한 아티펙트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뭐 아무래도 좋아. 상당히 잘 만들어진 함정이었어. 속아 넘어간 쪽이 잘못이지. 그런데 그런 자질구래한 연극보다 계약서에 시간을 투자하지 그랬어?"
"그게 무슨 소립니까?"
계약서를 펼치며 소리쳤다.
"전부 엉터리야? 이게 마법사끼리 맺는 계약서라고 정말 웃기지 말라고? 효력따윈 거의 전무하니까."
"아니... 그럴리가... 마법적으론 확실히... 재질이나 재료, 마법효과는 완벽했어요."
흑요석 눈동자가 흔들리며 나를 바라본다.
"마법적인 효과는 확실하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건 여기에 쓰인 계약 내용이다."
"네...?"
"맹세의 계약의 내용은 구체적일 수록 강한 효력을 발휘한다. 네가 적은 '정식 마법사가 될때까지 맡은 책무를 다한다.' 뜬구름 잡는 내용일 수록 효력은 약해지지. 이행하지 않으면 조금 마음에 찔리는 정도의 강제력이겠군. 네가 강한 효력을 부여하려면 '며칠까지 알파영역 개방에 성공해야한다.' 라고 적었으면 아마 남은 기간 동안 밤을 세며 연구하지 않았을까? 흐흐흐 뭐 내입장은 좋아? 넌 계약된 기간까지 나에 대한 정보를 일체 보호해야될 권리를 가지니 그 부분은 확실하게 써줘서 감사하군."
"거짓말..."
"뭐 아예 효과 없다는 얘긴 아니다. 불편이야 하겠지만 거부 못할 정도는 아니지."
"지적 감사해요. 하지만 그렇고 해도 변하는 건 없어요."
불안하게 떨리는 눈동자는 이내 고요한 호수와 같이 변했다.
"갱신까지 3개월, 내가 당신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한 다시 나와 계약해야 될거예요. 그냥 계약내용을 지키는게 어때요?"
"그래서 말인데... 지금부터 그걸 해결하려고..."
순간 오른 팔에서 촉수가 뻗어나와 서예린의 팔다리를 속박했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놔줘! 계약자 기본 권리 규약으로 어떤 상해도 입힐 수 없을 텐데."
그녀는 날 노려보며 말했다.
"물론 상해를 입힐 순 없지. 하지만 구속정도는 가능하지. 넌 아무래도 마법이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마법은 만능이 아니야. 엄연히 틈이 존재해."
오른팔에서 수포가 올라온다. 마치 암세포처럼 팽창한 수포는 터져, 그속에서 괴생물체를 토해낸다. 지면에서 꿈틀되고 있는 수백마리의 작은 실 지렁이, 서예린은 협오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도대체 그건 뭐죠... 뭐하려는 거예요..."
"기생충 같은 거야. 이 녀석들은 혈관에 파고들어 뇌속에 침투하지, 그리고 그 대상의 뇌를 지배한다. 이녀석들은 조금 특수해서 피부를 뚫지는 못해 그리고 일정 수 이상이 뇌에 침투하지 않으면 기능을 발휘할 수 없어. 실패율이 상당히 높은 마법이다."
서예린에게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썩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그녀의 배를 손으로 쓰다듬는다.
"그래서 생각했어. 가장 혈관과 가깝고 수백마리 이상 들어갈 수 있는 공간, 자궁에서 알을 깐다면 수만마리 이상은 간단히 넘지 않을까? 그렇다면 거의 100% 성공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
공포에 찬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린다. 그리고 그 검은 눈동자가 보는 건, 토할 것 같은 혐오스러운 벌래, 수백마리에 벌래들은 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싫어! 내가 잘못했어... 제발... 파기 할테니까! 절대 말 안할께... 약속해!"
공포에 떨며 애걸복걸하는 저 표정, 나의 검은 감정을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니 이걸로 부족하다 벌래들에 범해져 더욱 추해져가는 그 표정을 보고 싶다.
무심결에 입고리가 올라간나... 역시 난 악이다. 절대 탈색 될리없는 순수한 악, 그걸 처음으로 음미해보고 있다.
"계약서 파기? 내겐 별로 메리트가 없는데... 그것보다 과연 벌래들의 본능에 의한 규약 위반에 해당되는지 그게 더 궁금하다고 할까...흐흐흐 "
"싫어...!"
서예린은 날뛰며 저항하지만 팔다리를 잡은 촉수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날 뛸 때마다 벌래들은 본능에 따라 안쪽으로 파고든다.
"안에서 움직이는게 느껴지지? 네게 유감이지만 역시 규약위반엔 적용 안되는 것 같은데... 실험은 성공적이다."
귀가에 속삭이듯 흐느껴 울고 있는 절망하고 있는 어린양에 말했다. 듣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조금 더 갖고 놀고 싶었지만 이쯤 해야할 듯하다. 그녀에 다리를 타고 올라가던 벌래들이 떨어졌다.
"이 마법은 상당히 실패한 마법이라서 말이지. 시전자가 컨트롤 할 수 없어. 벌래의 지능으로 지배되는 뇌라... 그건 동물육체를 가진 벌래와 마찬가지다. 마법사를 벌래화시키는 저속 행위를 눈앞에서 보고 싶지 않거든, 아... 난 너무 순해 빠졌어! 이 정도로 끝내주는 마법사는 이 세상에 나뿐 일걸!"
광대 처럼 연기하며 서예린에 어깨를 툭툭쳤다. 하지만 서예린은 머리를 숙인체 반응이 없다.
"...."
"뭐라고 하는 거야?"
"....최악이다. 너"
"뭐라고?"
"정말... 저질이야... 내가 원하는대로 절대 하지않을 거야. 할테면 해봐! 절대 파기 안할 테니까."
어느새 거새게 분노로 타오르고 있는 검은 눈동자가 나를 노려본다. 너무 갖고 놀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