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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4)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설마 눈치 챈건가... 아니... 그럴리가... 아까 발악할 때 냉큼 계약서 줄 걸 그랬나...
혼자 흥분해서 으차으차하다가 망할 기세... 아니 포기하기는 일러
"너 정말 벌래가 되고 싶은 거야. 이게 마지막 기회야"
"인간 말종!! 넌 라는... 얘는 정말... 흑...흑..."
수치스러운지 눈물을 흘린다. 여자의 눈물을 흘린다 한들 눈 하나 깜박할 위인으로 보이는가? 천만해! 더 울부짓게 만들고 더 괴롭히고 싶어진다. 나는 정말 악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 너의 선택을 존중하지"
벌래들이 순식간에 서예린의 주위로 모여든다. 다시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벌래들 그 모습을 보고도 서예린은 의지를 굽힐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눈물을 흘리고 있지만 노려보고 있는 눈빛은 죽지 않았다.. 안 좋다. 시간이 갈수록 공포보다는 증오가 커지고 있다. 그 분노와 증오는 더욱 단단해져 상대방의 의지를 굽힐 수 없게 된다.
사실 지금 사용하고 있는 전략은 서예린이 내게 써먹은 협박을 이용한 페이크, 공포효과를 이용한 계약서 파기작전이다. 벌래가 서예린을 범하기 전까지가 아마 최적기였는데, 너무 즐겨버렸다. 하긴 한번 수치감을 겪은 상황에서 더 저속해져도 매한가지라는 생각인가... 그 논리적이지 않고 자포자기 생각은 작전에 치명적이다. 사실 벌래를 이용한 서예린의 뇌를 장악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저 벌래는 기생충이 아니다. 마법학명으론 [프로라토키로스(원형 세포체)] 치료용으로 고완된 단일 생물체다.
이 생물체는 피시전자에 세포와 융합하는 순간 DNA 구성 물질이 같게 변한다. 대장에 들어가면 대장세포가되고 피부에 들어가면 피부세포가 된다. 지하실에서 서예린의 팔다리를 이어붙혔던 것도 [프로라토키로스]의 덕분이다. 그렇게 때문에 아무리 서예린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한들 몸에 흡수될 뿐 아무영향을 줄 수 없다. 그냥 혐오스러운 외견을 이용했을 뿐, 그리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맹세의 계약서] 마법 술식의 원형은 [절대마법] 중 하나인[금제(prohibition)] 영혼과 영혼을 묶는 술식을 응용해 만든 [스크롤]이란 말이다.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면 마법사들이 [맹세의 계약]을 사용하겠는가?
이 전략은 보통 마법사에게는 절대 통하지 않는 전략이지만 [지혜의 우물]이라는 방대한 서고를 가지지 못한 서예린에게는 당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의 완급 조절 실패로 작전 자체가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있으니... 어떻하면 되냐고!!! 시간이 갈수록 내게 불리한 건 확실하다. 좀 더 혐오감을 주면서 공포를 조성할 수 있는 말빨이 필요한 시점!!
"벌래들의 자가 분열 속도는 0.2초에 두 마리 아마 10분 후면 내 뱃속은 임신 9개월처럼 부풀어 오를 거야. 그러다 20분 후면 터져버리겠지 흐흐... 그것보다 20분을 버틸 수 있을까? 벌래들이 속을 파먹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할거야, 아마 생물이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을 느끼겠지. 이렇게 자세히 설명을 해주다니... 다시 한번 기회를 주지 10초 안에 결정해"
"10"
"9"
"8"
"그럴 필요없어 내 생각은 안 바뀌니까. 다른 마법사들과 다르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그건 순전히 나만의 착각이었네..."
마지막으로 그녀가 짓고 있는 표정은 안타까움이었다. 무언가 가슴 속에서 꿈뜰된다.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수작을 부려도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시야가 비틀어진다.
"어라..."
휭
몸에 힘이 풀리며 그대로 지면으로 무너져 내렸다.
.
.
.
.
그 마법사가 날 구원해 줄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마법사도 인간도 아닌 어중간한 자신, 나를 채워줄 무언가를 필요했던 거다. 계속되는 악몽, 그곳에서 투영되고 있던 건 나 자신이었을까? 이제까지 모른척하며 인간 행세를 하며 연극하던 자신을 향한 질타였던 걸지도 모른다. 인간 서예린을 연극하며 자신을 비웃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 그런 꼭두각시 인형의 삶을 서예린은 만족했던 것일까?
아니다.
이미 모른 척 할 수 없게 되었다.
나라는 인간을 연극하던 서예린은 그날 이후로 죽었다.
그럼 여기있는 나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모르겠다.
이미 밤은 찾아오고 있다. 그 때와 같이 난 알 수 없는 액체를 덮어쓰고 있다.
"피인가..."
방금 전까지 있던 한우울이라는 마법사의 피...
구속되어있던 팔다리가 풀린다.
아직 체온이 남아있는 내장들과 살덩이들 그리고 내 발앞에 구르고 있는 그녀석의 머리통... 내 눈앞에 있던 한우울은 한순간 분해되버린 것이다.
머리가 멍해진다. 지하실의 그 광경이 되살아난다. 살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그 친구의 모습과 피에 젖어있는 나의 모습....
지직 지직...
휘청거리는 몸이 중심을 잡는다.
2m거리, 일본도와 같이 날카로운 칼을 들고 있는 거인, 2m가 넘는 키, 큰 체구의 남자 괴상한 넓은 소매의 상의와 하의를 입고 단단한 팔목보호대를 차고 있다. 얼굴은 방독면을 쓰고 있어, 알 수 없다. 하지만 눈에서 뿜어져나오는 붉은 안광이 섬뜩하게 만든다. 백발의 긴 머리카락이 흔들린다. 몸이 떨린다. 움직일 수 없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간 날카롭게 빛나고 있는 긴 흉기의 먹이감이 될 것 같았다.
"역시 마법사라도 기습에는 장사없는가... 너무하군요. 은거기인!! 그냥 죽여버리면 재미없지 않습니까?"
아슬아슬하게 가로등 위에 서있는 남자가 말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른다. 그 정장을 입은 가면을 썼다. 그의 오른팔에 파지한 거대한 책이 눈에 띈다.
"목표 살해... 수단 방법...가리지 않음"
기계적인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너무 딱딱해서 당신이 싫습니다."
"...."
"거기 있는 여자는 뭡니까"
"목표대상 아님,"
그 귀인은 일본도를 집어 넣었다.
"목격자를 남기는 건 좋지 않습니다."
"...."
"아...하... 제가 처리하죠"
정장의 남자가 나를 내려다본다. 그건 차가운 살의의 시선, 도망쳐야한다. 죽는다
붕괴될 것 같은 몸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달린다.
"오랜만에 토끼 사냥도 괜찮아보이는데요. 토끼씨! 빨리 멀리 도망가야해요. 아니면
간단히 죽이지 않을 테니까요."
오직 살기위해 본능이 몸 전체를 지배한다. 추하다. 아까전까지 죽을 생각을 했으면서 지금은 이렇게 살고 싶어 발부등치고 있다.
자기혐오를 느끼며, 전속력으로 번화가를 향해 달린다. 두번째 골목을 지나면 바로 앞이 번화가다. 일단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가면 추격을 피할 수 있다. 그렇게 몇 분을 달렸을까. 뒤에서 쫓아오는 기색은 없다.
"하...하...하"
터질 것 같은 심장을 억누르며 바로 앞에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다니고 있는 대로로 나오려고 했다. 하지만
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몸이 튕겨져 나온다. 마치 강화유리처럼 무언가 자신을 막고 있다. 바로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사람들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그 앞을 지나간다.
"거긴 막다른 골목이에요. 바로 앞이 세이브 포인트데... 정말 아깝군요."
"당신들 뭐하는 사람들이죠?"
"음 한마디로 말하긴 어렵군요. 사냥꾼? 아니 포식자들인가 흐흐흐"
정장의 남자는 느긋하게 나의 뒤를 걸어온다. 도망칠 수 없다.
"아... 질렸버렸어요. 토끼사냥 끝. 그만 사라지세요."
[sati ga no scariora tosica( 검은 저주의 욕망으로 그대에게 손을 뻗쳐라)]
책이 펼쳐지고 나의 주위로 육망성이 새겨진다. 순간 뻗어나오는 수많은 손들, 그건 저주의 살의, 생명체에게 닿는 순간 부패하며 녹아내릴 극독의 저주다. 간발의 차이로 나의 마법이 발현되었다.
[Soat cotara mto conora(나의 마력의 이치 아래 불꽃의 포대를 이루어라)]
[sotran Set fire(자표입력 발사)]
나의 머리 위로 두개의 구체가 생성되며 고속의 붉은 빛을 뿜어내며 저주의 손들을 요격한다. 고기덩어리들이 터지며 주변에 저주를 뿌린다. 지속시간이 끝났는지 육망성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그 네크로맨서의 장난감인줄 알았는데, 설마 마법사였다니...조금 놀랐지만 뭐 좋아요. 그럼 깜짝 실력 테스트를 해볼까요! 기준미달이면 곱게는 못죽을 거예요!"
[sati ga no scariora tosica( 검은 저주의 욕망으로 그대에게 손을 뻗쳐라)]
육망성 3개가 나의 주위로 생성되며 저주의 손이 뻗어나왔다.
[set fire(준비 발사)]
구체는 손들을 요격해 간다. 하지만 그전과는 다르다. 요격해도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저주의 손, 하나가 나의 팔을 스쳐 지나갔다.
"큭"
상처가 썩어들어간다. 제대로 맞는다면 형체도 남아있지 않는다.
"고작 이정도인가요. 마법사도 별거 아니군요. 하급 아니 초하급 이하에요. 다른 마법을 쓰지 않으면 죽어요."
그는 비웃는다. 분하지만 내가 쓸 수있는 공격마법은 이거 하나 뿐이다. 압축표식을 쓸수없는 나는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선 수만 절이나 되는 영창 술식을 한자도 틀리지 않고 다 외울 필요가 있다. 그건 컴퓨터 프로그램을 저장기능 없이 실행시킬 때마다 다시 프로그래밍하는 것과 같다. 다른 마법사들이 본다면 미친짓이라고 말하겠지만 그게 가능한 이유가 바로 나의 육체 특성중 하나인 [다중가속연산]능력, 즉 마법작성에 탁월한 재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쓴 마법도 보통 마법사들에겐 6시간에 걸쳐 작성할 수 있는 마법이지만 [다중가속연산] 프로세스를 거치면 내겐 6초안에 가능하다.
하지만 그뿐이다. 아무리 술식을 빨리 구축한다고 해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갯수에는 변함이 없다. 1차각성을 하지 못한 나는 구식 머스킷 총과 같다. 한발을 쏘면 그걸로 끝, 다시 장전 해야만 한다. 즉 [회로가열현상]에 의한 쿨타임이 존재는 마법사에게 가장 무방비한 시점이다. 그 쿨타임 시간을 메워주는 것이 마법의 사용갯수다. 다른 마법을 로테이션하여 마법 쿨타임을 초기화 시킨다. 마법사와 비기너의 가장 큰 격차라고 할 수 있다.
나의 [화염 마법]은 일정시간 지속마법, 지속시간은 30초 그리고 그 후에 20초동안 쿨타임이 존재한다.
지금 막아내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마법없이 버텨낼 수 있을까...
절대 무리다.
아슬아슬하게 요격하며 간발의 차이로 막아낸다. 마법은 쿨타임에 들어가며 구체는 소멸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저 마법사도 쿨타임에 들어갔는지 이내 다른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Storant antando cate(통곡의 계곡에서 울부짓는 귀곡의 악령)
육망성이 중앙에 펼쳐지며 검은 마력이 방출한다. 그곳에 등장한 소환물, 잿빛의 저주받은 여인이었다. 차가운 안광을 방출하며 고통에 찬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email protected]!!!!
지면이 흔들리고 벽면에 금이간다. 강력한 음파 공격, 그건 여인에 비명소리였다. 귀를 막아 소리를 차단해보지만 강력한 저주가 담긴 통곡의 비명엔 효과가 없다. 몸을 가눌수 없는 상태, 인체에 연약한 부분이 찢어지고 눈과 귀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하...그만..."
엄청난 소음 공격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지면에 무릅을 꿇는다.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고막이 찢어졌는 걸까... 온통 붉게 보이는 세상, 점점 세상과 멀어지는 기분이든다.
가면의 찢어진 입 주위로 남자가 웃고 있다. 그리고 크게 입을 뻥긋 거렸다.
"재미없네"
남자의 손이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