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82화 (82/185)

────────────────────────────────────

────────────────────────────────────

────────────────────────────────────

────────────────────────────────────

잃어버린 신체(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라르케피스와 이야기를 끝내고 식당을 나갈려고 했을 때, 출입문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너 거기서 뭐하는 거야?"

그 문 뒤에 몰래 숨어 남의 얘기를 듣고 있던 건, 서예린이었다.

"응...? 아... 라르케에게 용건이 있었는데 둘이 얘기하고 있어서..."

"그렇다고 숨어서 몰래 엿들을 필요는 없지 않아?"

"숨은 게 아니라! 뭔가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 나누고 있어서 선뜻 못 들어갔어. 한가지 물어봐도 돼?"

"뭐?"

"학교 가려는 거야?"

"근데 왜?"

"학교 가기엔 조금 위험한 시기지 않아? 걔다가 넌..."

'교회가 흑마법사를 악착같이 찾고 있는 이상, 여기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편이 그나마 좋은 선택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아니 여기도 안전하지 않은 건 마찮가지인가.. 흑마법사와 협력하고 있다는 증거를 교회가 포착한다면 여길 습격할 수도 있는 얘기고...'

결국 안전한 곳은 없다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지만 말이 길어지기 때문에 참는다.

"비기너 주제에 내게 참견하는 거야?"

"참견이 아니라... 걱정하는 거지... 일단 내 마법 스승이고..."

"사실 움직이지 않는 편이 좋지. 아니 성산시를 떠나야 하는게 올바른 판단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드시 해야 할일이 있거든"

"할일?"

내 정체를 아는 서예린에게 굳이 숨길 이유는 없다.

"잃어버린 걸 찾아야 해."

"?"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이다.

[얼어붙은 지옥의 심장(Torenalk ant nolk)]

[검은 욕망의 힘줄(Orcarl; rota)]

[저주 받은 데모닉의 왼팔(toran; oral)]

[묵시록 선서(Corean; ocal)]

[사탄의 사안(coranto;carot)]

'전부 모이는 순간 모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액조디아가 되는거지 하하하하...'

이것들은 전부 21년 이전에 내가 잃어버린 나의 일부들이다.

내가 어떻게 살았으며 어떤 마법사였으며 아버지는 누구였으며 하나도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잃어버린 나의 일부를 찾는다면 기억해 낼 수 있다는 막연한 확신이 든다. 그리고 내가 지금 성산시에 있는 목적이 되어버렸다. 희미해 정확하게 잘 느껴지지 않지만 성산시 안에 있는 건 확실하다. 기억의 잃어버리기 전

'정말 뭐하는 놈이었는지 나도 궁금할 정도로 엄청 강한 녀석이었을테지.'

하나같이 동물에 신체 부위를 넘어, 신화시대에 가까운 S급 이상의 신비를 가지고 있는 아티펙트들이다. 내 몸에 있었지만 내 죽음과 관련되어 흩어져버렸다.

그걸 알게 된 계기는 사야와의 저녁식사 때 느낀 기시감으로 부터, 라스의 [기억의 파편]으로 20년 전의 잃어버린 기억의 조각이 맞춰졌지만 다시 새롭게 등장한 그 이전의 나의 태생에 관련된 기억에 관한 물음은 현재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이단심문관과 전투 이후 [지혜의 우물]에서 과거의 기억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고 [신체 프로세스 관리시스템] 부근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생체부품 정보기록] 육체개조술을 사용하는 네크로맨서는 실험 또는 부상으로 인해 다른 신체부위를 장비하는 경우가 많음으로 관리와 정비를 위해 각 신체부위에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다. 그 부위에 대한 정보가 지혜의 우물에 남아있었고 그 결과 유실된 신체 부위가 존재한다는 기록을 발견했다.

그리고 마치 보물찾기 하듯 신체부분에서 발생하는 마력파장을 추적하여 신체를 탐색했다. 그 결과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가 다니는 성산고등학교 어딘가에 나의 신체 부위가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디있는지 알 수 없었다. 너무나 희미한 파장과 원인 모를 간섭현상 때문에 지금까지 찾을 수 없었다.어쨌든 상당히 위협적인 상황에도 불구하고 성산시에 남아있는 가장 큰 이유다. 그리고 네크로맨서가 활보하고 있는 이상, 녀석들의 종자(사역마)가 학교에 숨어들었을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교회도 마찬가지고...'

일단 위치를 알고 있는 신체부위가 학교 잘 있는지 확인하고 교내 분위기를 살피고 올 필요성을 느꼈다.

'결코 송민정 보러 간다는 얘긴 아니니까... 말 나온 김에 중요한 정보는 빼고 대략적으로 서예린에게 이야기 해놓자.'

그렇게 짧막하게 정리된 이야기를 서예린에게 들려줬다. 서예린은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정리하자면 한우울은 21년 이전의 기억이 없고 지금 성산시에 있는 것도 그 기억을 찾기위해 특별한 아티펙트를 찾아되는 상황이고... 그보다 죽었다 살아나는 생존술식, 말도 안되는 사기성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됐어."

"내 유일한 SS급 마법이니까. 여튼 확인차 잠시 학교에 가봐야 되니까. 넌 집에 얌전히 있으라고"

"알았어. 나도 도울 일이 있다면 얘기해줘."

'이로서 라르케의 걱정도 완료, 쉽게 풀리는데.'

그때 마침 메세지 소리가 주머니에서 울렸고 스마트폰을 꺼냈다.

'송민정이다!!! 사랑스러운 것!!'

무심코 입고리가 올라간다.

"이야기는 끝! 라르케한테 가봐"

"응? 급한 일아니니까 다음에 얘기하면 돼...그보다 처음 봤어. 한우울 너도 웃는구나..."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야?"

"맨날 우울한 표정에 스크루지 입고리처럼 내려가 있잖아... 방금 미소? 미소라고 하기엔 조금 이상하지만 웃고 있는거 처음 봤어. "

'내가? 조금 들뜬 감 없지 않았지만 웃고 있었다니... 그나저나 조금 미묘하게 디스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웃고 있다니... 갑자기 미친 놈 취급하는 거야?"

"음..."

조금 수상하다는 눈빛을 보내는 서예린,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스마트폰을 가르켰다.

"요즘 문자하면서 복도를 걷고 있는걸 종종 보는데... 혹시?"

"혹...혹시 뭐! "

조금 뒤걸음질 치며 핸드폰을 숨겼다.

"설마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건데... 사귀는 사람 있는거야?"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음...? 그전에 집에 찾아 갔을 때, 같이 집에 들어가던 여자애는 친구인거야?"

"당..당연하지..."

조금 재밌는다는 표정으로 지긋이 쳐다보는 서예린, 마치 형사라도 된듯 나를 취조하고 있다.

'설마 눈치챘건가...아니야. 아직 확신을 갖진 못했을 거야... 서예린에게 송민정을 좋아한다는 걸 들킨다면 얼마나 최악일까... 조금 상상해본다. 풋하며 웃음 터트리지 않으면 이상하지... 인간 따위를 사랑한 마법사라니!! 절대 비웃을게 분명하다. 감 좋은 녀석이니 지금 당장 벗어나지 않으면 상당히 위험해.'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숙제나 해서 가져와!! 마지막 테스트가 있어서 간다!!"

도망치듯 말을 남기고 빠른 걸음으로 복도를 걷는다.

바로 뒤에서 쫓아오는 서예린은 나와 나란히 걸으며 뭐가 그리 궁금한지 질문을 던진다.

"매일 꼬박꼬박 문자 하는 사람이 설마 그 여자애?"

"아니거든!"

"또 의외의 점 발견... 한우울 의외로 감정 잘못 숨기는구나."

"쫑알쫑알 왜 따라오는 건데!"

"나도 도서관 가는 길이거든"

'아... 녀석도 거기서 공부하고 있었지...'

"시끄러워 닥쳐!! 너 먼저가 난 천천히 들어갈테니까...!!"

신경질을 내며 길 한복판에서 정지했을 때 서예린은 정답을 내고 말았다.

"그 여자애 좋아하는구나..."

"...."

서예린은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그 말을 듣고 스턴에 걸려버렸다.

'하...하... 역시 감정을 숨긴다는 건 힘든 일이다. 내가 인간이라면 조금 능숙하게 숨겼겠지만 짧은 50년 인생, 마법사로만 산 나로선 너무나도 힘든 일이다. 잠시 말문이 막혀 침묵해버렸어. 그건 곧 긍정의 표시로 해석하고 있는거지... 서예린 날 비참하게 만들어서 좋냐!! 그래 좋아한다!! 됐냐!! 맘껏 비웃어라!!'

잠깐 서예린의 표정을 상상하며 데미지 경감을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론 서예린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의외로 진지한 표정이었다.

"미안... 너무 케물었지... 요즘 감정기복이 심해보여서 혹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혹시 나라도 괜찮다면 연애상담 해줄 수 있는데...자랑은 아닌데 인간친구들 연애상담 꽤 많이 해봤어. 그래서 도움이 될 수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아니 역시 좀 그렇지... 별로 친하지도 않는데 참견하는 건..."

'뭐냐 이 시츄레이션은 비웃지도 않고 오히려 도와주려고 하는데...요즘 따라 교회와 네크로맨서, 서예린 근심걱정이 끊임없고 거기다 송민정의 감정고민까지 하나도 정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건 맞는 얘기다. 하지만 서예린 주제에 도움을 주겠다니 이건 신종 괴롭힘인가?'

"왜 비웃지 않지?"

"응? 비웃다니?"

"아니... 마법사가 인간을 좋아한다는 게 이상하잖아?"

"이상하다니? 그게 왜?"

오히려 이상한 듯 쳐다보고 있는 서예린

"분명 다른 마법사들이 본다면 비웃을 거라고...뭐 아인종 보단 낫지만 인간이라고? 비유하자면 평민과 귀족이 서로 사랑할 수 있냐는 얘기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방금 한말 농담이지? 현대시대에 귀족이니 평민이니..."

"지금 내가 농담하고 있는 걸로 보이냐? 그런게 있다고 뒷 세계에는!!!"

서예린의 표정이 조금 험악해진다. 실망한 표정이 영력하게 보이고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거야? 마법사와 아인종, 인간 사이에 급이 있다고"

"믿고 있다니!! 무슨 바보같은 소릴 하는거야. 당연한 소리를 하는거야."

조금 어의없다는 표정을 짓는 서예린

"그래 그렇다고 쳐... 그럼 학교는 왜 가는거야? 내말대로라면 평민과 귀족이 섞여서 놀 순 없는거잖아?"

"당연히 다수인종의 평민의 세계를 체험해보는 일종의 유희, 일종의 역활극이지. 잃어버린 걸 찾기 위해 위장이라는 것도 있고"

"...."

내 말에 뭐가 당황스러운 건지 말을 잇지 못한다. 그리고 짧은 침묵과 함께 서예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럼... 아연이도 그렇게 보고 있는 거야?"

"애완견으로 충분히 역활을 하고 있어...."

'서예린씨 조금 손이 부들부들 거리는데 한대 칠려고?'

"그럼...그 여자얘를 좋아한다는 건"

"그건 역활극에 치중하다보니... 좋아하게 된것 같다고 말할 수 있겠냐!!! 나도 솔직히 어떡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런 느낌 처음이라고..."

혼자 폭사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럽다. 가르치는 입장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모양 빠진다. 서예린은 팔짱을 끼며 한숨을 쉬었다.

" 내 가치관에 대해 뭐라고 얘기할 입장은 아니야. 하지만 그런 생각 안 좋다고 생각해. 더군다나 인간을 좋아하고 있잖아? 그럼 그런 생각부터 조금씩 고쳐나가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겠지. 한편으론 이 문제 확실히 도와줄 수 있다고 느꼈어. 아니 개선 시킬 필요성을 느꼈어!"

"개선?"

"뭔가 받기만해서 미안했는데. 이제 도울 일이 생겼네요. 한우울 선생님"

반짝거리는 흑요석의 눈동자가 지긋히 날 쳐다보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