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84화 (84/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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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캠페인(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곰곰히 마음 속으로 고백이라는 단어를 되뇌며 요동치는 심장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한우울? 어디 아파?"

그분은 바로 송민정씨였다.

"아... 아니...안녕 민정아..."

"응 안녕 우울아"

뭔가 굉장히 어색한 인사로 송민정과 마주본다. 분홍색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올린 송민정, 그 수수한 매력이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졌고 잠시나마 그녀의 모습을 눈에 세기고 싶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동안, 송민정과 눈이 맞았고 서로 당황해 눈을 돌렸다.

'안돼! 이런 분위기면... 뭔가 화제를!! '

허둥지둥 뇌세포를 풀가동하여 화제를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을 때, 쑥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환경 캠페인에 대해 정해진 내용 잘 모르지?"

"응..."

"가르쳐줄게. 학교 별로 환경에 관한 컨셉을 만들어 문화회관에서 상영하기로 결정했거든. 그리고 우리가 하기로 한 건 연극이야."

"연극?"

송민정은 들고 있던 조금 두깨 있는 종이다발을 내밀었다.

"우리들은 환경을 가꾸기 위해 중요한 건 교육이라고 생각했어. 그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선 어렸을 때부터 환경은 소중한 것이라는 생각하게 만드는게 중요하다라는 결론을 냈어. 그래서 초등학생 저학년을 중점으로 두고한 흥미를 이끌만 한게 뭐가 있을까 생각한 결과 짜잔!!  <구해줘요. 환경맨!> 시나리오야! "

뭐냐... 유치원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작명 네임, 공익 광고라도 할 셈인가? 그런 부정적인 생각에 반해 송민정은 자랑스러운 듯 어깨를 피며 말했다.

"내가 처음 쓴 시나리오이기도 해서 애정 가는 작품이야."

"정말? 너 시나리오도 쓸 줄 알아?"

"아니... 글 적는 건 좋아하지만 정말 한 작품을 써보는 건 처음이야. 이렇게 완성도 있게 만드는 게 가능했던 것도 모두 도와준 덕분이고"

"미안... 도와줘야 되는데."

"괜찮아. 아파서 그런거잖아? 모두들 이해해 줄거야. 그리고 중요한 건 지금이야."

"어?"

송민정은 즐거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부가 함께 만드는 작업이니까. 한명이라도 빠지면 안되잖아? 그래서 역활을 추가시켰어. 우울이 역활은 1 장 보스 <쓰래기 맨>이야. 대사는 외울 필요도 없이 전부 우괴괴괴괴로 통일이니까. 감정연기만 하면 어려운 일 없을거야."

"쓰래기맨..."

'시나리오를 받아들고 1장의 대사를 훓는다. 정말 우괴괴괴가 전부라니... 적어도 말은 할 수 있는 괴물로 만들어 줬으면 좋았잖아...젠장 환경맨은... 역시 진마한 그 자식이군.'

내용은 간단했다. 아이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인해 성산시가 더러워지고 쓰레기맨 찾아오게 된다. 환경을 지키는 정의의 수호자 환경맨, 진마한은 쓰레기 맨에게 잡혀있는 아이들을 구하고 접전 끝에 난 진마한의 환경 엑세런트 빔에 맞고 사망한다. 그렇게 환경앤은 아이들의 영웅이 되며 개과천선한다.

내 파트 1장이 끝난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악역이라는 점이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 진마한에게 죽는다는게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배역을 바꿔돌라는 뻔뻔한 얘길 늦게 참여한 입장에서 그것도 송민정에게 말할 수 없다. 그래 해주자. 오히려 편하다. 단지 평상시 나의 모습이지 않은가?

시나리오는 전체적으로 권선징악의 구조로 어린이들에게 교훈을 주는 내용 뿐이다. 하지만 교훈도 교훈 나름 식상하면 안보는게 유즘 사회, 특히 총질하는 게임을 하는 요즘 어린이들에겐 자극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고 내 입장에서 할말은 아니니 묵묵히 맡겨진 역활을 하면 된다.

"오늘 연습이니까... 같이 갈래...?"

쑥스러운 듯 눈을 못 마주치는 송민정 귀여운 모습에 승낙해버렸다. 애초에 거부할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

.

.

.

"크윽"

방과후

어떻게 그녀에게 말을 꺼낼까. 단둘이라면 절호에 찬스다. 그렇게 무심결에 단둘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진마한..."

내 옆에 나란히 걷고 있는 잘 생긴 녀석, 정말 짜증나는 놈이다.

"한우울 맹장은 괜찮아?"

"어."

"아프지 말라고. 걱정하잖아."

부드러운 미소로 가볍게 어깨를 툭 치는 진마한

한 없이 잘 생긴 외모에선 빛의 광선이 쏘아진다. 젠장!! 얼굴이 탈 것 같다.

학생문화회관 강연당의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꽤나 많은 학생들이 일찍부터 모여있었다. 소품제작을 하는 5명의 학생들과 연기 연습을 하고 있는 학생들, 다들 제각각 맞은 역활을 다하고 있었다. 바야흐로 인간의 짧은 생 중 가장 에너지로 충만한 순간이 바로 이때 아니겠느냐! 좀 더 인간의 청춘이라는 걸 느끼고 싶다!!

그 감상은 여성의 비명소리에 깨져버렸다.

"진마한 선배님!!!"

여자아아들은 '꺄' 하며 소리를 지르며 진마한에게로 모여든다. 진마한은 손을 살짝 흔들며 인사를 한다.

그런 녀석을 놔두고 송민정은 먼저 가보겠다는 제스쳐를 취한다. 바로 앞 시나리오 팀이라고 생각되는 5명의 남녀가 섞인 무리에게로 그녀는 다가간다. 그 중 한 남학생이 송민정에게 말한다.

"어 송민정 왔어. 갑자기 대본을 추가하다니... 7일 밖에 안남았는데 무리수가 될 수도 있어."

"죄송해요. 그래도 최대한 수정하는 작업은 피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얼핏 듣기에도 나 때문에 송민정은 억지로 내 역활을 끼워넣었다. 그런 무리를 해가면서 날 생각해주다니 감격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민정에게 폐가 되지 않게 완벽히 역활을 해내는 것이다.

강연 중앙에서 연기하고 있는 한 무리에게 다가간다. 중앙에 서 있는 머리를 묶은 캐주월 해보이는 여성이 날 발견하고 말을 걸었다.

"넌?"

"한우울이라고 합니다. 맹장염 때문에 입원해서 초기에 많이 빠졌어요. 죄송합니다."

"아 그래... 내가 새로 추가된 쓰레기 맨이지? 날 모르는 모양인데. 문과 아니지?"

"네"

"그럼 처음 보겠군. 문과 현대문학 담당 강소라야. 연극부 고문선생이기도 하지. 잘 해보자고!"

자신감 넘치게 자기소개를 선생님, 얼떨결에 악수를 했다.

"자 연습 시작해볼까?"

그 선생은 얘들을 불러모았고 인원 체크 후 곧바로 연기연습을 시작했다. 복장과 연극소품은 거의 갖혀진 상태, 연극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연습에 투입되었다.

"쓰레기맨! 아이들을 놔줘!"

"우괴괴괴괴괴괴"

슈퍼맨 복장 비슷한 연극복을 입은 진마한, 조잡하기 짝이없다. 중앙에 부착된 환경인증제품 마크에 더욱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진마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연기에 임한다.

"선배님 멋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여성들을 환호성, 비록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긴하나, 그 모습이 모든지 완벽한 진마한에서 인간적인 진마한의 모습을 부여하고 있어,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급 상승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내 꼴에 비하면 훨씬 나을지도...'

아이들이 버린 쓰레기를 얽기설기 달고 있는 쓰레기 맨 걸을때 마다 깡통소리가 난다. 쓰레기맨의 주어진 사명을 다하기 위해 진마한에게 소리를 지르며 달려간다.

"우괼괼괼괼!! 우괼!(죽여버리겠다! 쓰레기 펀치!)"

짜여진 각본대로 깡통 주먹을 날리는 쓰레기맨 그 공격을 능숙하게 피해 환경맨은 반격을 한다.

퍽!

"우괼!(크악)"

'이새끼 진짜로 때렸어!!'

복부를 관통하는 둔탁한 충격에 비틀되는 쓰래기맨

"넌 내게 안돼... 쓰래기맨"

나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이며 도발하는 환경맨, 여성진들은 꺄아앗 멋있다며 열광한다.

저런 소름 돋는 유치한 멘트을 날린다는 자체가 어이가 없었지만 소리지르는 여학생들은 더욱 거슬렸다.

진짜 열받는 건, 진짜 날 보고 하는 소리로 느낀다는 것이다. 그런 대사 애초에 대본에 없었다고!!

"우괼괼괼!!( 진마한!!)"

끓어 오르는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진심을 담은 펀치가 환경맨을 향해 뻗어나왔다. 애드립에는 애드립, 진심 한대 치고 싶은 나의 주먹이었다.

휘릭

순간 자연스럽게 나의 주먹 안쪽으로 파고든 환경맨, 나의 허점을 연타한다.

"괴에에에엑(으아아악)!"

지금 이순간 내뱉는 괴성은 진짜 아파서 내뱉는 소리다. 저 자식 합기도라도 했나! 내 공격을 피해 카운터를 치다니!!  크윽... 이렇게 되면 난타전이다!!

연극이라는 것 자체를 잊어버리고 진마한에게 달려들려고 두 손을 뻗었지만 선생에 의해 연극이 일시적으로 중단되었다.

"잠깐 여기까지!"

선생의 표정은 심기불편이 아니라 만족스럽다는 표정이다.

"한우울 의외로 처음한 것 치곤 잘하는데? 진마한도 그렇고 방금 액션과 애드립 박진감 넘치고 좋았어! 연극에서 써먹자고 그리고 이 부분하고 이 부분...다시 한번 해보자"

다시 큐 싸인이 떨어졌고 한번도 제대로 된 반격을 해보지 못한 체, 맞다가 내 파트 연습이 끝났다.

욱신거리는 몸을 이끌고 객석에 앉아있을 때, 누군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한우울!"

객석에서 보고 있던 송민정이 쪼르르 달려왔다.

"민정아"

"연기 잘하던데. 솔직히 놀랬어. 환경맨과 그런 박진감 있는 액션신이 가능할 줄이야.

진마한 하고 조금 불편해 하는 것 같던데 실은 서로 친한 거 아니야?"

박진감 날 수 밖에 진짜로 싸울 기세로 주먹을 날렸는데, 그리고 일방적으로 맞았다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여튼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민정이의 모습에 반론하지 못했다.

"고마워. 나도 연극에 재능이 있을 줄 몰랐네."

"아직 일주일이나 남았으니까.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렇게 화기한 얘기가 오가는 사이, 끼어드는 불청객이 있었다.

"여기 있었어?"

자연스럽게 파고드는 환경맨, 진마한 그 자식이었다.

"수고했어."

"민정이도 고생이 많지? 요즘 수정작업 때문에..."

"내가 하는 일이라곤 그 정도니까."

"그 정도라니 굉장히 중요한 일이야."

"요번 연습 둘이서 잘 맞던데?"

"우울이가 연기를 잘 해준 덕분이야."

한 사람을 패놓고 연기라고 둘러댈 줄이야. 상상 이상으로 더러운 녀석 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민정아 잠깐 단둘이 얘기 좀 할까?"

"어... 응"

송민정을 낚아채듯 데리고 가는 진마한, 아주 잠깐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내려다보는 듯한 그 눈빛, 무언가 경고를 주는 듯한 그 인상이 잠시나마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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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내리던 날]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흰 눈이 내리던 날이었다.

숲이 울창한 외딴 교외, 소녀는 처음으로 본 밖의 풍경은 너무나도 하얀 세상은 아름답게 느껴졌을 것이다. 순백의 세계에 홀로 남은 소녀와 그 앞, 이질적인 붉은 궤적을 그리며 걸어오는 소년과 만나고 말았다. 소년의 모습은 흰 색 도화지 위에 스며든 잔혹함을 강조하듯 강렬하게 느껴졌다. 비릿한 붉은 액체에 전신을 칠하고 있는 어린 소년, 그 눈엔 절망감을 품고 있다. 손에 잡고 있던 검을 떨어져나가며 떨리는 몸을 가누지 못한 체 소녀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전 사람을 죽였습니다...이 손으로 말입니다... 죄의 무게를... 이 고통을 견딜 수 없습니다. 이 아픔을 잊을 수 있게 벌을 주세요! 제발...!"

소년의 절규어린 외침에 어린 소녀는 잠시 동요했다. 괴로워하는 소년, 그는 이미 죽어가고 있었다. 그런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온 소녀는 망설임 없이 안아주었다. 붉은 액체가 소녀의 흰옷을 더럽히는데도 말이다.

"안타깝게도 전 벌을 줄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한가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을 자해한들 구원받을 순 없습니다. 물론 전 신부는 아니거니와 성녀도 아닙니다. 일개 어린아이인 쟤가 당신이 가지고 있는 깊은 상처를 알 순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절망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다면 당신이 느끼고 있는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조용히 속삭이듯 소녀는 말했다. 그와 동시에 소년의 몸이 점점 떨리기 시작한다. 그 떨림 커졌고 아까 느끼고 있던 절망감과는 조금 다르게 보였다.

소년은 구원받은 것이다. 그를 구원해준 건, 신부도 하느님도 아니였다. 소년보다 눈앞에 작은 소녀의 따뜻한 체온과 마음에 안에 담아왔던 모든 추악한 내용물을 토해내었다.

절망, 고통, 분노, 갈망 그 이기적인 부의 감정들이...

그 흰 눈과 같은 작은 소녀에게 스며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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