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흑마법사의 고백(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빌어먹을 녀석!! 진마한 때문에 고백 타이밍을 잡을 수가 없잖아!!'
머리를 거칠게 끄적이며 짜증을 발산한다. 하지만 이내 책상에 머리를 박으며 힘없이 쓰러진다.
첫 연극연습을 끝으로 4일이 지났다. 아무성과도 없이 말이다. 무슨 이유에선지 진마한은 송민정의 주위를 돌며 내가 말을 걸려고 하면 갑자기 나타나 끼어든다. 설마 녀석도 송민정을 좋아하는건가? 그래서 해방 놓는건가?
그때 화장실에서 친구로서라고 지껄였지만 실제로는 좋아하고 있다? 지금 그의 행동으로 볼때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
하지만 학교 사회적 위치로나 외모로 보나 진마한이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이런 해방을 놓지 않아도 나같은 건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니 처음으로 아웃사이더의 길을 후회하게 된다. 남자가 봐도 멋있는 진마한, 찌질이 한우울이 설자리는 없다.
진마한과 내가 송민정에게 고백한다는 상황을 가정 해본다. 확실히 승산이 없다. 진마한과 송민정은 분명 커플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니,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방법을 생각하고 만다.
흑마법
그 힘을 사용하면 간단히 그녀를 가질 수 있다.
유혹의 묘약 정도는 발로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추악한 사념을 지워낸다. 모든 걸 마법에 의지해선 안된다. 마법은 만능이 아니다. 원하면 원할수록 마법은 그걸 가져가버린다.
[공(空)으로 무언가를 채운다면 그곳에 남아 있는 건 공(空)일 뿐이다.]
어느 현자가 [마법의 진리]에 대해 논한 유명한 말이다.
애초에 없던 것(마법)에서 무언가를 채울 순 없다. 그건 꿈처럼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만큼 덧없다. 묘약으로 그녀에게 족쇄를 채울 순 있겠지만 마법이 풀린 순간, 공(空)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걸 아주 잘 알고 있다.
학교에서 마법을 사용하지 않는 건 나의 신념이란 이유도 있지만 한편으론 현실적 보안의 이유도 있다. 마법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정체를 발각될 확율 또한 커진다. 이 학교에도 교회 인원이 잠복해 있을게 분명하고 가까운 거리라면 아무리 둔감한 교회라도 눈치챌 확율이 높다. 그나마 지금에서 [인터페이스 변환] 기술을 사용하여 백마법을 사용한다면 어느정도는 괜찮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깊게 생각하면 현 상황에서 더욱 문제가 될지도 모른다. 현재 네크로맨서와 교회의 대립구도가 팽팽하고 그를 경계한 북부의 영주가 [감시체계]를 상향시키고 있다. 섣불리 마법을 사용해 정체를 발각당해 마크 당하고 싶지 않다. 얼마나 보는 눈이 많은가하면 바로 창 밖을 보면 알 수 있다.
한 무리의 비둘기 편대가 하늘을 맴돌고 있다. 마력반응으로 볼때 북부의 영주 감시형 페밀리어들이다. 갑작스럽게 증가한 비둘기들은 이제 성산시 어느곳에서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 말은 즉 성산시 안에서 북부의 영주의 눈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지금 벌어질 상황으로 볼때 꼭 그런 건 만은 아닌 것 같았다.
비둘기 편대가 학교 주변 죽은 앙상한 나무를 지나갈 무렵이었다. 순간 비둘기 무리가 공중으로 맥없이 추락하며 지면을 더럽힌다.
'파푸르스의 저주 토템(Papurusu Curus)인가...'
죽은 나무에서 미미하지만 흑마력이 감지된다.
네크로맨서가 설치한 [공격감시기물]이다. 게임 용어를 빌어오자면 모게임에 와드라고 해야할까? 아니 와드 부수는 와드라는 말이 적당하다.
파푸르스의 저주 토템은 전염성 저주 마법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전염되는 식물성 저주 마법이며 전염된 나무는 급속하게 죽어버린다. 그리고 시전자의 시야와 하급 정신계열 마법 공격 능력을 갖는다. 요즘 상당히 많은 성산시에 가로수들이 죽고 있는 원인이 바로 이런 이유다.
이 저주영창의 알고리즘은 페밀리어에게 걸린 감시마법 프로세스를 폭주시켜 자멸시키는 방식으로 구동된다. 그리고 한가지 변형된 점이있다면...
지면에 우두두 떨어져 죽은 비둘기 편대를 본다. 분명 빌딩 옥상 건물 정도에서 높이에서 추락했고 확실히 머리가 터져 죽었다. 하지만 몇분 후 꿈틀되며 다시 살아난 비둘기 몇마리 태연하게 다른 무리의 비둘기들과 섞여 날아간다.
'패밀리어들을 저렇게 이용할 줄이야...'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상대의 프로세스를 역이용할 줄이야.
이름하여 언데드 뻐꾸기 작전이다.
북부의 페밀리어 비둘기에 자신의 언데드 비둘기를 포함시킨다. 비둘기의 낮은 지능으로 분명 동족이라 인식할 것이고 감시프로세스는 이상을 감지하지 않을 것이다. 즉 북부의 영주가 감시프로세스를 직접 관리하지 않는 이상, 영주가 언데드 비둘기를 눈치채긴 힘들다. 언데드 비둘기와 같이 날아가는 비둘기들은 네크로맨서의 완벽하게 통하고 있다는 증거된다. 영주의 감시체계의 취약점을 파고들어 북부의 영주가 독점하고 제공권 무리없이 같이 사용하고 있다. 뒷세계에서도 인간들의 현대 전쟁에서도 그렇듯이 전쟁에서 중요한 위치를 제공하고 있는건 제공권이다. 제공권을 잡고 있으면 적의 위치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고 손쉽게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초보자가 아니다. 전장을 아는 녀석이다.'
전장을 경험이 없는 내가 저런 녀석과 정면으로 싸우려고 했다니, 정말 안일한 생각 이었다. 교회가 등장이 아니였다면 장난감 처럼 가지고 놀다 죽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한번 녀석이 보낸 자객에 의해 죽어었다.
벨소리가 울리며 수업시작 종이 울렸고 나의 생각도 멈추었다.
.
.
.
.
방과 후
진마한을 감시하며 고백작전의 타이밍을 엿보고 있는 중, 잠시 친구들의 등살에 떠밀려 교실 밖으로 움직였다. 송민정은 가방을 싸고 있다. 지금이 타이밍이다.
주위의 눈에 띠지 않게 조심스럽지만 빠른 걸음으로 송민정에게 다가갔고 말을 걸었다.
"저 민정아"
"응? 우울아"
"잠시 할 얘기 있는데, 단둘이서 말이야."
"응?"
조금 당황한 표정을 짓는 송민정, 이미 되돌아 갈 수 없다.
"옥상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그 말을 송민정에게 남기고 빠른 걸음으로 교실을 빠져 나왔다.
두근 두근
미친듯이 뛰고 있는 심장, 앞으로도 이렇게 흥분되게 할 것인지 모른다. 다만 앞으로 갈 뿐이다.
곧장 옥상으로 향했다. 점점 노을이 져가는 하늘은 고백하기에 이상적인 날씨였다. 휴대폰을 보며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옷무새를 가지러니 한다.
"떨지마라 성공하는 것만 생각해!!"
볼을 때려며 무심코 전투적으로 변해버린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휴대폰에 비친 얼굴에 화들짝 놀라며 억지 웃음을 지어본다. 그때였다.
끼익
유난히 크게 들리는 녹슨 경첩소리에 긴장한다. 누군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뒤돌아 그녀의 얼굴을 볼 수 없다.
"우울아..."
그녀가 나를 부른다. 기합을 넣고 뒤를 돌았다. 아마 내생에 이렇게 떨리고 진지하게 되어 본 적은 처음이다. 내 진지한 표정 탓인지 송민정도 조금 경직 되어 보였다.
"여기까지 부른 건..."
"기억나?"
"어?"
"우리 옥상에서 이렇게 보는 거 두번째다?"
송민정은 보호팬스가 쳐져 있는 옥상 끝으로 걸어간다. 노을 비친 그녀의 모습이 신비롭게 느껴졌다.
"나 여기 단골이다? 이렇게 멍하니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과 뻥뚫린 하늘을 보는 걸 좋아했어. 달라진 사람들과 환경, 주위의 시선, 나 자신에 대해서도... 여기로 도망쳐 온 걸지도 몰라. 여긴 그런 불편함에서 떨어져 혼자 있을 수 있었으니까. 좋아했던 것 같아."
그녀는 가볍게 뒤를 돌며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 그때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널 봤어. 처음 교실에서의 첫인상은 조금 안 좋았을려나...주번도 까먹고 있었고 특히 갑자기 머리를 만졌을 때 조금 이상한 애라고 생각했어."
"그...그건..."
머리를 둔기로 맞은 듯한 충격에 당황해서 말을 잊지 못한다. 그 모습에 송민정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그땐 미안해. 다치지 않게 감싸줘서 고마워."
"...."
"넌 의외로 상냥한 것 같아. 본인은 아니라고 말하겠지만... 보육원에서도 아연이 때도 격려해주고 많이 도와줬고. 네게 받기만 했네..."
"아니야. 내가 고맙지. 인연이 닿아 여동생도 얻게 되었으니 말이야."
"아니야. 분명 내가 아니였더라도 아연이는 내 동생이 됐을 거야. 둘이 닮았는 걸 후훗 나도 이렇게 아연이를 다시 보게 될 줄 꿈에도 생각 못했어. 너희 집에 갔을 때 전보다는 친해지게 됐고"
조금 경직되는 분위기가 조금 풀리는 듯 보였지만 이내 송민정은 불안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우울아...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있어 줄거지?"
"...."
조금 이해 할 수 없었다. 변하지 않고 있어달라니... 무슨 말이야!!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모든 건 변한다. 돌도 나무도 세상도 우주도 신도... 모두 변한다.
그 순간 서예린이 한 말이 생각났다.
'연애초보씨!! 그렇게 따지면 안된다구요! 여자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면 안돼. 감정은 논리가 아니야. 말이 모순되더라도 단지 이해해 달라는 소리니까. 알았어? 한우울!! 절대 논리적으로 따지지마!!'
그 조언이 없었더라면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건 없어. 그건 진리야.]라고 답할 뻔 했다. 서예린 주제에 연애상담 도움되잖아! 다음 강의 연애소통에 중의적 용법편을 듣고 왔다면 송민정의 말을 쉽게 해석할 수 있었을지도...
[연애기술 Lv 1] 레벨 업!!!
뭔가 떠오른 느낌이...
그보다 송민정의 이해 할 수 없는 말, 아주 중요한 무언가를 담고 있는 것 같은데... 연애스킬이 부족한 나로서는 읽을 수 없다. 뭔가 이해가 되지 않을때 모를 땐, 최대한 제스처를 크게 취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드려라
서예린 선생의 특별지시다.
"당연하지!"
최대한 긍정적인 어조로 말한다.
"고마워..."
안도의 표정을 짓는 송민정 무엇을 두려워 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화기한 분위기고 어느정도 나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도 어느정도 힌트가 되었다. 이 기세다! 고백할 타이밍이라고 직감한다.
"민정아 할 말 있어."
"응?"
"너 좋아해. 나랑 사귀어 줄래?"
진지하게 나의 마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