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89화 (89/185)

────────────────────────────────────

────────────────────────────────────

[종장] 선과 악은 서로를 응시한다. (연극편) 2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공원은 아비규환이 되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며 거대한 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그때 한 아이가 소리쳤다.

"도와줘요. 환경맨!"

그순간 스테이지에 연기가 깔리더니 펑하는 폭죽음과 함께 영웅이 나타났다. 무릎을 꿇고 천천히 일어나는 환경맨, 연초록색 망토와 헬맷 그리고 가슴팍에 거대한 알파벳e(environment(환경))의 약자가 박혀있다. 웅장한 음악이 깔리며 영웅의 등장을 알렸다.

"환경맨 등장..."

자기 입으로 묵묵히 말하는 환경맨, 엄청 유치한 맨트였지만 룩이 좋은 진마한이 말하니 엄청 멋있어 보였다.

"우괴괴괴괴!!"

그들은 지긋이 서로를 노려본다.

"더 이상 사람들을 해치는 건 그만둬라 쓰레기맨"

"우괴우괴"

쓰레기맨은 수긍하며 초크슬램으로 잡고 있던 남자를 놓아줬다. 마치 쓰레기맨은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는 몸짓을 취한다. 남자는 안도하며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 자리에 털석 주저 않았다. 쓰레기맨은 사과의 표시로 손을 내민다. 남자는 무심결에 그 사과를 받아들인다. 손을 잡는 그 순간, 쓰레기맨은 잔인하게 남자의 머리를 발로 까버렸다.

"크악!!"

남자는 몇번이나 구르며 고통스러워한다.

"우괴괴 우괴괴괴괴!!!(이게 바로 쓰레기맨이다 으하하하하하하하!!)"

"자비도 없는 비열한 괴물아!!!"

"죽여버려 환경맨!!"

성난 군중들이 소리치며 환경맨을 바라보고 있다. 관객석에서 휘바람소리와 진마한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환경맨은 천천히 쓰레기맨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내가 베푼 자비, 아마 후회하게 될 거다."

"우괴우괴괴괴괴!!( 진마한!!!)"

저 열 받게 만드는 얼굴,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화장실에서 한 말은 단지 날 농락시키고 싶었단 건가. 인간 따위가 날 가지고 놀아? 그것도 하나 뿐인 나의 친구이자 좋아했던 송민정을 빼앗아 간 널 용서 할 수 없다.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나도 모르게 연극인걸 잊은 체, 환경맨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이윽코 두 선과 악이 격돌했다. 환경맨의 주먹이 날아온다. 원래대로라면 주먹에 맞아야한다. 하지만 그 주먹을 피하고 진심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상당히 당황하는 진마한 그대로 얼굴에 직격했다.

진마한은 휘청이며 넘어졌다. 헬맷의 투명한 앞면 보호대 부근이 깨져 파편이 떨어진다.  시민 연기를 하는 학생이 급히 달려가 진마한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 충격적인 광경에 관중석이 웅성이며 들썩인다

"헬멧에 금갔어."

"야 진짜 때린 것 같은데..."

순간 주위에 스태프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짓고 지도 선생님에게 다가와 심각하게 무언가 얘기한다. 그제서야 사고가 터졌다는 걸 뒤늦게 인지한 선생님은 연극을 중지 하려는 듯 손짓을 하고 있다.

'저질러 버렸군.'

나도 모르게 사적인 감정이 들어가고 말았다. 스테이지에 연극하는 학생들도 관객석도 혼란이 확산된다.

이걸로 공연은 끝이다. 나는 홀로 공연을 망친 책임을 져야한다. 하지만 진마한의 태연한 목소리에 당황했다.

"쓰레기맨 굉장한 걸... 이렇게 펀치가 쌘지는 몰랐어"

그렇게 말하며 진마한은 부서진 헬맷을 벗어던졌다. 그리고 아무 이상 없다는 듯이 태연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장막 뒤에 선생님에게 계속할 수 있다는 눈빛을 보내는 진마한,  선생님은 수긍하며 다시 장막 안으로 들어갔다. 관객석의 웅성임도 그의 태도에 수그러 들었다.

태연한 표정의 진마한이지만 그눈엔 예기가 감춰져 있다.

'복수라도 할 샘인가... 흐흐흐흐  바라는 바다.'

공연재개다.

"우괴괴괴괴괴!"

"쓰레기맨 왜 넌 인간을 괴롭히지?"

천천히 시계 방향으로 걷는다. 나도 거리를 유지하며 적과 대면한다.

"우괴!"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인간 중 한명을 냅다 넘어뜨린다. 그리고 그가 쓰러지자 재밌다는 듯 우괴우괴우괴를 외친다.

"괴롭히는게 재밌다. 그런 뜻인가? 흠... 내가 보긴  아니야. 넌 너 자신을 잘 모르는 군."

진마한은 담담하게 말한다. 각본에 없는 말을 짓꺼린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냐.

"관심 받고 싶다. 더 이상 소외되고 싶지 않다. 날 이해 돌라는 표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걸?"

진마한이 멈췄다.

"내가 너의 진심을 맞춰보지. 넌 인간을 동경한다. 그 속에 들어가고 싶어하지, 인간이 되고 싶어한다. 하지만 외관과 마음은 괴물의 모습 그대로다. 그걸 이해 할 수 있는 인간은 없어. 그래서 넌 절망했고 인간에게 애증한다."

"...."

"한 공허한 여자 애가 너에게 관심을 보였다. 알게 모르게 그들은 비슷했던 것이다.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독한 괴물과 여자애는 처음으로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꼈다. 괴물과 여자애는 서로 사랑한다고 착각한다. 서로의 고독함을 친근함과 편안함을 사랑이라고 착각한다."

'닥쳐'

"그 결과는 안 봐도 알 수 있다. 서로의 상처를 핡아가며 곪아서 터져버린다. 파멸이다. 애초에 괴물과 인간은 서로를 이해 할 수 없다. 전혀 다른 종이니까."

'닥쳐! 닥쳐!'

"닥쳐라! 환경맨!!"

"알겠냐? 너의 속에는 무엇이 존재하며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건 뭐냐. 무엇을 감추고 있는 거냐 쓰레기맨!"

이성을 잃고 달려가고 있었다. 주먹엔 어느덧 마력이 들어가 있었다. 상관하지 않는다. 저 입을 다물게 할 수 있다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작 그 정도야? 그런 나약한 정신으론 무엇도 이룰 수 없어."

인간이라면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속도의 주먹, 하지만 진마한은 아슬아슬하게 주먹을 피하며 안으로 파고든다. 그의 두려움을 잊은 돌격, 팔을 회수하며 방어하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복부가 그대로 노출되고 환경맨의 삼연격이 들어갔다.

깔끔하게 턱, 명치, 발차기가 마치 영화의 액션신처럼 완벽하게 들어갔다. 관중석은 환호한다. 아무도 그게 진짜 주먹질이라는 걸 알지 못한다. 그 만큼 멋있고 화려했다.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신음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쾅!

"커억"

쓰레기통이 요란하게 넘어지며 내용물이 쏟아졌다. 캔들과 점심 도시락의 남은 국물이 복장에 스며든다. 쓰레기맨은 쓰레기 덤이에 파묻혀 쓰러졌다.

"쓰레기맨 아무리 원한다 해도 넌 가질 수 없다. 넌 날 이길 수 없거든, 쓰래기 속으로 돌아가라. 쓰레기맨"

관객석에서 연이어 환호가 터진다. 디스녀와 초딩들도 반한듯 그를 응원한다. 역시 쓰래기 맨에겐 아무도 없다. 고독하다. 이해받을 수 없다. 그래... 난 인간의 따뜻함을 원했다. 그건 언제 였을까. 인간에 대한 나의 집착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 수 없다. 내 기억이 완전하지 않은 까닭이다. 아니, 그건 중요하지 않다. 난 녀석의 말에 흔들리고 있다. 동요하고 있다.

그래 부정할 수 없는 나 자신에게 있다.

혼란은 가중된다.

정말 송민정을 좋아한 것일까... 녀석의 말대로 단지 서로의 고독감을 친근함으로 착각한 것일까...

뭘 원하며 인간들 속에서 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거기 쓰러져서 뭐하는 거야! 쓰레기맨! 진짜 쓰레기가 될려는 거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친근한 목소리가 들린다. 쓰레기 틈 사이로 보이는 중앙 관객석, 한 꼬맹이가 인간들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좌석 위로 올라서 소리친다.

"그러고도 쓰레기 맨이야!! 넌 악이잖아! 넌 괴물이잖아! 고작 인간의 말 따위에 현혹되서 쓰러지지 말라고!! 바보 같은 자식아!"

극장에 울려퍼지 듯 소리를 지르는 소녀, 관객석이 다시 웅성거린다. 미친x 취급하는 사람도 있고 사진 찍는 사람도 있다. 소녀는 뭐가 그리 당당한지 팔짱을 끼고 남들의 시선따윈 신경쓰지 않는다. 관객석은 더욱 소란스러워진다.

뭔가 조금 부끄러워졌다. 내 자신이 한심스러워졌다.

쓰레기가 흔들린다. 깡통캔이 요란하게 울린다. 쓰레기 더미에서 일어난 쓰레기맨은 진짜 쓰레기맨이 되어있었다. 마치 좀비 같이 팔을 늘어 뜨리고 허리를 숙이고 있는 쓰레기맨, 점점 그의 몸에 달린 쓰레기들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한다.

"흐흐흐흐흐흐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미친듯 웃는다. 웅성이던 관객석도 나의 광기에 조용해졌다.

잊고 있었다. 그래, 난 쓰레기맨이다. 난 악이다. 지금 이곳은 돼지의 사육장이고 두려움에 떠는 돼지들은 돼지들의 왕을 통해 악을 멸하려하고 있다. 고작 그런 보잘 것 없는 돼지들에게 쩔쩔메고 있다니, 정말이지... 별것 아닌 일에 고민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다.

답은 간단하다. 그 답을 말하려 한다.

"흐흐흐 너무 웃겨서 말 안 나오네, 인간 주제에 나에 대해 지껄이다니... 이렇게 괴물과 인간이 한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회도 흔치 않지, 환경맨 넌 분명 내게 무엇이 존재하고 원하는가 그렇게 물었지? 흐흐 그건 너희들이 가장 잘 알고 있는 거다. 너희들의 존재 그 자체, 너희들이 가장 꺼리며 격멸하는 악, 바로 검은 욕망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