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90화 (90/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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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 선과 악은 서로를 응시한다. (혼돈의 시작) 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괴수가 말을 하기 시작했어."

"저거 NG 아니야?"

관객석에서 다시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이미 스텝진들은 시나리오에서 벗어나 애드립이 난무하는 공연을 눈뜨고 볼 수 없는지, 선생에게 강력하게 중단을 요구하는 듯 소란스럽다. 장막 뒤에서 분주하다. 하지만 지도 선생은 한숨을 쉬며 묵묵하게 그 공연을 바라보고만 있다.

'이미 수습하긴 멀리 와버렸으니 니들끼리 맘것 날 뛰어보라는 뜻인가... 듣던 중 반가운 소리다.'

검은 비닐봉지에 유일하게 뚫린 2개의 구멍의 눈동자에서 검은 소용도리가 요동친다.

"욕망?"

"이해가 안가는 모양이군, 예를 들어주지."

행인 1에게로 걸어간다. 그리곤 셔츠 앞 주머니에 끼워져 있던 만연필을 빼앗았다. 행인 1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멍하게 만연필을 바라본다.

"이건 행인 1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만연필이지, 이건 아버지의 유품이기도 하다. 그의 아버지는 소설가였고 마지막 순간까지 이팬을 놓지 않으셨다고 자랑스럽게 반에서 떠들곤 했지."

"뭘 하려는 거냐."

환경맨의 표정이 굳어졌다.

"내가 생각하는 그걸 하려고 해."

만연필을 두 손으로 잡고 꺾었다.

"안돼!!!"

행인 1은 소리치며 만연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미 만연필은 부서졌다. 쓰레기 맨은 부서진 잔해를 행인 1의 바닥 쪽으로 던졌다. 행인 1은 지면에 쓰러지듯 주저 앉으며 부서진 만연필을 떨리는 손으로 집어들었다. 그런 행인 1에게로 다가가 속삭인다.

"자... 행인 1 어떤 느낌이야? 너의 아버지를 다시 죽인 느낌일까? 아니야 너의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에 안 계시잖아? 정확하게 아버지에 대한 기억의 증거가 사라진 걸까... 뭐가 소중하다는 거지? 별로 유명한 사람도 아니잖아?"

".... 우리 아버지를... "

"뭐라고?"

"우리 아버지를 함부로 말하지마!! 죽여버릴 거야!!"

행인1은 살의가 느껴지는 외침이 극장에 울려퍼졌다. 행인1은 때 마침 내게 달려 들었고 그의 팔을 꺾어 지면으로 쓰러트리며 제압한다.

"크아아악!!"

행인 1이 고통에 소리친다. 그 리얼리티 넘치는 비명소리에 웅성거리던 관객석도 조용해졌다.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릴 거야!!!"

붉게 충열된 눈동자로 미친듯 저항하는 행인 1, 담담하게 환경맨을 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흐흐흐 참 간단한 실험이지? 이게 인간의 본성이다. 고작 만연필 따위 부셨다고 살의를 품고 죽이려 들지... 뭐 실제로 행인 1이 날 죽일 수 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그 순간 품은 순수한 살의와 분노야말로 인간의 가장 순수한 악, 인간의 모든 행동의 기본이 되는 욕망과 욕구들이지. 하지만 이것들은 충족되면 너무나도 쉽게 사라져버린다."

지면 박혀있는 행인 1의 얼굴 앞에 숨겼던 만연필을 던진다.

"이건..."

제압을 풀자 그는 흐느끼며 만연필을 소중하게 끌어 앉으며 흐느낀다.

"진짜다... 아버지의 낡은 만연필이야..."

"너희가 말하는 선과 악의 실체는 이런거다. 욕망은 욕구를 충족시키면 사라진다. 천사와 악마가 인간의 모습을 닮아 있는 것도 인간을 모티프로 만들었다는 설이있지. 욕망과 욕구 끊임없이 생겨나며 인간의 삶을 이어나갈 수 있게 하는 강력한 정신 에너지이다. 나 쓰레기맨은 그런 인간의 욕망의 잔해 속에서 태어났다. 이 버려진 쓰레기 더미 속에서 말이야."

깡통을 건드리자 깡통이 울리며 굴러가 환경맨의 발에 닿았다.

"난 단지 비어있는 깡통이었다. 어느날 그들이 먹고 버린 껍데기에서 검은 욕망이 태어났다. 하지만 움직이기 위한 욕망을 가지지 못했다. 단지 쓰레기 더미에서 인간들을 보며 그들이 나를 만들었고 진정한 목적(욕망)을 불어넣어 줄 수 있다고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몸은 쓰레기로 되어있고 쓰레기 냄새가 항상 진동하지. 난 인간이 버린 배설물이고 추악하고 더럽다. 그런 이유로 인간들은 나를 멋대로 악이라 규정했다.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냐고? 왜 나는 배제 되야 하는가? 이윽고 그 물음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다. 그래... 세계는 인간을 심판할 악을 필요하다. 배척하고 자기 죄를 전가하는 인간들에게 심판을 내릴 순수 악이 말이다. 그걸 깨닫았을 때, 나의 빈 깡통의 심장이 생겨났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살아갈 수 있는 의지를 얻었다. 나의 존재 이유를 얻었다. 그순간 순수 악이 되었다!"

팔 벌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극장에 안에 인간들이 다 들을 수 있도록

"고독, 누군가의 이해 그런 것 따윈 필요치 않아! 원하지 않는다! 설령 그 끝이 파멸이라 할지라도 난 너희들의  악이 되길 원한다. 미워해라! 증오해라! 그것이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며, 내가 파괴하는 이유이다!"

"미쳤군... 쓰레기맨, 그런 궤변으로 너의 존재를 정당화시키지 마라. 세상을 더럽히는 악 따윈 존재 할 이유는 없다!"

더 이상 못 들어 주겠다는 듯 빠르게 공격해 들어오는 환경맨, 가볍게 주먹을 받아친다. 하지만 그전과 같은 날카로움은 없다. 서로의 팔을 부여잡고 그가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환경맨 너도 알고 있을 거다. 선과 악 그건 동전의 앞 뒷면 한쪽이라도 없어진다면 그건 이미 존재할 가치를 상실한다. 생성과 파괴, 삶과 죽음, 시작과 끝, 잃는 것이 두려워 악을 외면하지 마라. 내가 말한 소녀와 쓰레기맨이 파멸을 향할지 몰라도 또 다른 시작 일수도 있으니까."

이걸로 내가 할말은 다했다. 진마한에게 의미가 전해졌을 지는 의문이지만 이만 끝을 고하자, 그림자가 사라질 시간이다. 그 순간 환경맨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몸이 공중에 부유하고 있었다.

"크윽!"

지면으로 곤두박질하며 엄청난 충격과 함께 폐의 산소가 강제로 방출된다.

"꺄악 진마한!!"

"역시 진마한이야!! 쓰레기맨을 단 한번에 제압했어!"

어두웠던 관객석이 다시 환호성이 터졌다. 악은 선을 이기지 못한다는 권선징악을 제대로 보여준 진마한에 다들 감격한 듯 보인다. 연이어 웅장한 노래가 울리며 어두워진다. 바닥에 누어 어두워지는 조명등을 바라본다.

오늘도 악은 졌지만 악을 조금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선이 이기는 이유는 악이 너그러웠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서로의 필요를 알기에 끝까지 대립하단 자멸할 위험을 알기에 악은 항상 한발짝 물러섰다. 빛에 가려 그림자가 되어왔다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렇게 꼴사납게 쓰러진 나처럼 말이다.

막이 천천히 막이 올라간다. 지금부터 지도선생님의 한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저절로 힘이 빠진다. 진마한과 내가 극본도 잊은 체 애드립으로 마무리했으니 말이다.

악을 쓰러뜨리고 유유히 걸어가는 진마한, 표정은 그리 좋은 얼굴이 아니다. 소심한 복수가 꽤나 성공적이었지만 딱히 변한 건 없다. 마지막 승자는 항상 빛이었고 우리는 바탕이었으니까.

그렇게 멋대로 진행한 연극 끝나가는 것 같았다.

진짜 비극의 연극회의 서막이 시작되었는데도 말이다.

펑!

고막을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정신을 잃었다.

"음..."

의식을 차렸을 때 하늘이 보였다. 천장은 반쯤 없어져 버렸고 녹아내린 시멘트 철근이 보인다. 그 위로 보라색 하늘에서 괴생물체의 고동소리가 울려퍼진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거대한 해파리를 닮았고 수 많은 돌기와 눈 같이 보이는 것들이 우리를 응시하고 있다. 거대 해파리는 왠만한 고등학교 규모 이상의 크기고 그 아래로 수만개의 촉수가 꿈틀대고 있다.

"도대체 저건 뭐야..."

분진 파편 속에서 하나 둘씩 정신을 차린 학생들, 거대괴물을 멍하게 쳐다본다.

"꺄아아악"

그리고 곧 자신의 주변에 흩어져 있는 고기덩어리의 잔해들을 보며 경악한다. 수 많은 파편들에 의해 짖눌려 버린 인육 파편들과 자신의 몸에 묻은 대량의 피는 감당할 수 없는 충격일지도 모른다.

100여명 정도의 남은 생존자들은 부서진 객석과 파편의 잔해를 넘어 허둥지둥 출입구로 뛰어간다. 그 순간

출입구 벽면이 수류탄 터지듯 터져 폭발한다. 그 광경은 처참했다. 100명의 인간이 다져진 고기 파편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출입구 쪽, 분진 속에서 개미 때처럼 기어나온건 단단한 검은 갑피를 두른 구울들이었다.

"크윽!! 젠장!!"

이제서야 상황파악이 끝났다. 네크로맨서가 습격했다. 구울들은 짐승과 같은 속도로 뛰어다니며 생존자들을 사냥하고 있다. 한번의 손짓에 머리통이 날아가고 팔다리가 날아간다. 하지만 그 상황에 별 감흥은 없다. 다만 내가 살길을 찾을 뿐이다.

아직 날 발견하지는 못했다. 움직임에 민감한 구울의 공격 대상 순위 탓이다. 가장 우선순위가 마력을 가진 존재이니 마법 제어석을 착용하고 있는 이상, 생존자가 활발하게 움직여 준다면 공격 대상이 되는 일은 낮다. 구울들의 눈에 띠지 않게 낮게 포복하여 조용히 빠져나가기로 했지만 한가지 문제가 생겼다. 붕괴된 천장의 시맨트 덩어리가 완벽하게 다리를 부셔버렸다.

"크윽..."

통증을 참으며 빠르게 오른팔 칼날로 변형시켜 단번에 왼다리를 잘라버렸다. 그리고 빠르게 신경계를 차단한다.

[신경계 G1-2121 차단-----]

중추 신경계를 강제적으로 차단시켜 통증을 막는다. 다리 혈관을 재구축시켜 급한 출혈도 막았다. 고작 이 정도로 상처론 네크로맨서에겐 치명상이라 부르지 않는다.

다리를 끌며 낮게 포복하며 무대 커튼 안쪽을 향한다. 그때 한마리의 구울이 스테이지로 도약한다.

"쿠아아악"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냄새를 맞는다. 그리고 날 발견한다.

"쿠옥?"

천천히 경계하며 4발로 걸어오는 구울

"잠깐!! 타임"

손을 펼치며 타임을 외치자 구울은 뒤로 경계하며 도약했다.

"잠깐만 시간을 주지 않으련..."

구울을 주시하며 왼쪽 손반지에 천천히 손가락을 갖다댄다. 흑마력 소모가 적은 [암흑전이] 한번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식은 땀을 흘리며 경계하는 구울을 자극시키지 않고 서서히 빼려 했지만 구울은 송곳 이를 들어냈다.

"미친"

반지를 빼지 못하고 오른손을 변형해 도약해 들어오는 구울의 오른손을 튕겨낸다.

불꽃이 튄다. 불안전한 자세 때문인지 오른팔이 크게 튄다.

"캬아아아아아"

연속해서 들어오는 손톱, 막을 수 없다.

파직

피가 분출한다. 분명 확실히 죽었다 저 구울이 말이다. 사선으로 두동각난 구울에서 대량의 산성피가 쏟아져 나와 지면에 스며든다.

지익

바닥이 타들어가며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말해준다. 오른손을 변형해 방패를 만들지 않았다면 상반신이 그대로 녹아 내렸을 거다.

"괜찮아...? 설마 피가 산성으로 되어 있을 줄이야..."

붉은 채직을 회수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인종, 붉은 머리카락에 동물의 귀에 붉은 눈동자, 풍성하고 긴 꼬리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지만 틀리다. 알몸의 글래머한 여성, 분명 오늘 극장에서 난동을 부린 아연이를 생각하지만 키로 보나 발육으로 보나 다른 아인종이다.

"누구냐...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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