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91화 (91/185)

────────────────────────────────────

────────────────────────────────────

[종장] 선과 악은 서로를 응시한다. (혼돈의 시작) 2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설명은 나중에, 일단 여기서 피하자."

"크앗"

그 여성은 가볍게 날 들어 올렸고 고속으로 구울의 무리를 주파하기 시작한다.

"크오오오오오"

격한 움직임에 반응한 구울들의 타겟이 바뀌었다. 수백은 족히 넘어보이는 구울들이 아인종을 향해 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구울의 추격보다 이 아인종의 빠르기가 한 수 위다.

출입구에서 있던 구울 3마리가 덤벼든다. 순간 빠르게 한마리를 피해버리고 다른 한마리의 몸을 사푼히 넘어, 복도에 들어섰다.

타당타당 타타타타타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화염과 비명소리 총성이 요란하게 울리고 있다.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창가 쪽, 건물과 건물을 잇는 하늘다리 밑, 배수진을 치고 10명의 교회 십자병과 다수의 구울들이 교전하고 있다.

타다다다다당

연신 총성이 울리고 구울들이 볏단처럼 쓰러져간다. 하지만 죽인 수보다 사방에서 뛰쳐나오는 구울들의 수가 훨씬 많다.

"크악"

구석으로 후퇴하며 연신 총을 쏘고 있던 십자병 한명이 비명횡사한다. 등지고 있던 벽을 타고 습격한 구울이 목을 뜯어버렸기 때문이다.

파바바바바방

그 구울의 머리통을 터뜨려 버리며 조금씩 후퇴하며 사격한다.

"전열을 유지해라!!"

분대장 격인 남자가 고래고래 소리치지만 부대원들의 사기저하는 심각해 보인다. 그리고 그것마저 완벽히 꺾어버리는 괴물이 등장했다.

"저건 뭐야..."

3m이상 되는 대형 구울이었다. 마치 흑색 전신 갑주를 입은 듯이 엄청 단단해 보이는 외갑이 눈에 띤다. 일반적으로 구울은 4족 보행을 하지만 이 괴수는 두발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그의 두 손에는 잡기도 힘들 법한 무게의 긴 대검이 손에 들려 있었다. 지옥에서 나올 법한 촉수가 꿈틀거리는 대검을 끌며 괴수는 소리쳤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원 산개 해!! 구울 나이트다!!"

괴수는 지면을 부서뜨리며 단번에 돌격해 들어왔다. 두려움에 미친듯 총을 갈기던 앞열의 부대원 한명을 몸통으로 박아버리자 교통사고라도 난 듯 튕겨나오며 피덩이가 됐다. 그리고 횡으로 휘두른 대검은 3명이 상하가 분리 되어버렸다. 십자병이 한분대가 전멸하는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분대장은 다 써버린 총기를 던져버리고 검을 뽑았다. 마지막까지 굴하지 않겠다는 정신이었을까? 구울 나이트를 향해 돌격하는 십자병

검은 박혔지만 그 뿐이다. 간지럽다는 듯 외피에 박힌 검을 보며 거대한 손으로 남자의 몸을 집어 들어올렸다. 그리고 남자의 머리를 씹어먹었다.

"쿠오오오오오오!!"

피가 난자하는 살육의 현장, 경련하는 시체를 던져버리고 승리의 포요를 외친다. 결착이 나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이 아인종이 날 잡고 한 소품실에 들어가기 전까지 창문 밖에서 벌어진 일이다.

그 아인종은 연극 소품실로 들어가 날 내려놓고 복도를 한번 살피며 문을 닫았다. 갑작스레 날 납치한 아인종을 향해 물었다.

"자 이제 설명해봐 넌 누구야? 왜 날 도와주는 거지?"

"아... 정말 못 알아보네... 네 동거인이잖아."

힘 빠지는 모양으로 말한다.

"유아연?"

팔짱을 끼고 한숨을 쉬고 있는 여성을 훓어본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꼬맹이가 갑자기 성인이 되서 돌아오다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이렇게 단숨에 급성장하는 종이었나?

"나도 20살이라고... 이게 원래 모습이야."

목소리를 잘 들어보니, 확실히 꼬장꼬장한 아기여우가 맞다.

"그럼 왜 유딩 모습을 하고 있었는 거야?"

"나름에 생존전략이야. 보통 어린 여자애라면 남성이든 여성이든 보호본능을 자극하잖아? 쉽게 인간들에게 보호 받을 수 있고 정보를 캐기도 쉽지... 그리고 가장 큰 이유는 네가 로리콘이기 때문이야!!"

"뭔 소리냐..."

자기가 말하고도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몸을 돌려버리는 여우, 이제 아기여우라고 부르기엔 너무 커버렸다. 솔직히 큰 건 부담스럽다. 조금의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자 여우는 말했다.

"뭐라고 말 좀 해봐!"

그런 분위기를 깨며 여우가 얼굴을 돌렸을 때, 소품실에서 적당히 찾은 옷을 여우에게 던졌다. 머리를 덮은 풍성한 옷과 사투를 버리는 여우, 레이스 달린 옷을 치워내며 날카롭게 말했다.

"뭐 하는 짓이야!!"

"옷 입어. 탈출해야 될거 아니야."

"할 말이 그것 뿐이야? 감상 같은 거 없는거야?"

"당황스럽다..."

"역시 로리콘 로리콘 로리콘! 죽어 로리콘! 역시 어린애로 있는게 나았어!! 괜히 변신해가지고..."

빽빽 소리치는 녀석의 입을 막으며 바둥거리는 녀석은 어느새 나와 같은 다크포스를 뿜어내고 있었다.

부전자전이라고 했나...

아니 말 잘못했군. 애초에 난 애 부모가 아니라고...

연극소품실로 숨었던게 다행이었다. 계속 알몸으로 돌아다녔으면 여길 돌아다녔으면 돌아다니는 십자병에게 의심받을 수도 있다고 미친X라며 갈겨 버릴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뭐 보기에도 민망했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이거 쫌 작은 것 같은데... 근데 하필 메이드 복이야... 혹시 이쪽 취향이야?"

"그럴리가... 그게 제일 큰 건데..."

검은 색과 흰색 바탕에 레이스 달린 전형적인 메이드 복, 가슴이 상당히 타이트한지 연신 만지작 거린다. 가슴이라... 전혀 문제 없어보이는 그 복장이 떠오른다.

.

.

.

.

"절대로... 이건 사심이 들어있어..."

"맞는 옷이 이거 밖에 없잖아? 몸을 변형시킬 수 있으면 가슴은 줄일 수 없냐?"

"한우울씨 내가 변신로봇이라도 되는지 알았습니까..."

"아니였어...?"

"아닙니다."

"그래도 이게 그나마 괜찮지 않아? 연극 코스프레 하기에는 안성맞춤, 수인화 상태에서도 별 무리없이 다닐 수 있어."

아연이의 모습은 단 한마디로 표현 할 수 있었다. 여. 우. 동. 분홍갓, 여우 귀가 쫑긋거린다. 그리고 붉은 머리카락을 미녀로 단정하게 고정시켰다. 속이 비치는 색시한 기녀복 상의 그리고 치마 아래로 5개의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인다.

'전체적으로 잘 어울린다. 코디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거 아니야? 하하하하! 뭐 본인은 불평하지만 알몸으로 다니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본다.'

"괜찮다는 얘긴 한우울 기준에선 예쁘다는 거야?"

"뭐 그래..."

갑자기 다소곳이 앉은 여우는 기분 좋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나의 팔에 딱 달라 붙는다. 가슴의 촉감에 묘한 기분이 들지만 지워냈다.

"크흑... 붙지마. 일단 상황 파악부터 먼저다."

녀석의 옷을 뒤지는 도중, 소품실에서 박혀있던 문화센터 안내 지도를 발견했다. 안내 책자를 지면에 펴서 현 위치를 파악한다.

마력 제어 반지를 뺀지 15분, 어느정도 흑마력이 차올랐고 마법 사용에 문제는 없다.

탈출 방법은 가장 먼저 공간전이를 사용해, 탈출하는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역시 순조롭게는 안된다. 문화센터를 주변으로 반경 100m 이내는 이계감옥화 되어있다. 결계 안의 시전자가 결계를 거두자 않는 한, 없애지 않는 한, 절대 마법인 [공간전이]는 쓸 수 없다. 그리고 이 정도 규모의 이계 감옥을 시전했다는 건, 마법사 개인이 만들 수 있는 규모를 훨씬 넘고 있다. 분명 결계 제어장치가 이 주변에 존재 할 것이다.

대략적인 정보를 아연이에게 얘기하자, 아연이는 골똘히 생각한다.

"결계 제어장치가 어딨는지 알 수 있다면 탈출 방법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잠깐의 침묵을 깨고 아연이가 말했다.

"대략 예상가는 지점은 있는데..."

아연이는 안내 책자에 한 건물을 가르켰다.

"대강당?"

"이경로를 지나왔거든 냄새? 기운이 났는데, 그냥 무시하고 왔어."

"그럼 일단 여길 수색 해보자."

책자를 접으며 일어서려고 했을 때 몸이 기우뚱거리며 아연이 쪽으로 쓰러졌다.

"앗... 갑자기 왜 그래? 내 가슴이 좋아서 그러는 거야?"

아연이를 덮쳐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풍만한 가슴 속에 얼굴을 파묻힌 상태로 대답했다.

"그럴리가 있겠냐... 왼쪽 다리가 없다는 걸 깜박했다."

"도저히 이 상태로는 같이 다니는 건 무리인 것 같네..."

"네크로맨서를 무시하지마라 아인종! 다리 하나 없다고 전혀 문제 될거 없으니까."

"쓸데없이 오기 부리지마. 내 속도 따라올 자신있어? 그렇다면 같이 갈수도 있지만 아니면 짐이야. 장애인씨는 얌전히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후훗"

어이... 그 속도 다리 두쪽 멀쩡해도, 육체 강화해도 못 따라 잡는다고...

"우움.... 뭐하는... 짓이냐."

가슴을 더욱 짓누르며 180도 회전해 지면으로 깔아뭉게더니, 상반신에 올라타 연신 볼을 잡아당기며 가지고 노는 빌어먹을 여우

애완견 주제에 주인을 갖고 놀다니!!

"적당히... 해라!"

"귀여워!! 아... 조금 더하면 화내겠네 후훗"

누가 누굴!!! 귀엽다고 하는 거야! 이 지옥의 흑마법사 네크로맨서인 내가 귀엽다니!!

항의하는 눈빛을 보내지만 무시하고 문밖을 향하려는 여우,

누운 상태로 담담히 마지막 말을 전했다.

"조심해라."

"오케이! 내 걱정하지 말고, 잘 숨어있어."

마지막 미소를 남기고 문을 향했다. 문이 닫히는 순간, 여우의 인기척도 사라졌다.

"널 쏙 빼 닮은 건 물론이고 저건 더욱더 진화된 생물체다. 이제 내 맨탈로는 상대하기 버겁다고..."

잠시동안 세상에 존재 했었던 한 여우에 대해 생각해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