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03화 (10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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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장] 선과 악은 서로를 응시한다. (아케론(Ahkeron) )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점차 빛이 옅어지며 몽환의 세계가 펼쳐졌다. 수 많은 푸른 나무와 식물 풍성한 과실, 푸른하늘, 초원, 봄의 향기, 폭포, 달과 태양이 같이 떠있는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장소였다.

그런 이색적인 풍경에 송민정은 당황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된 일이지? 여긴 어디야."

진마한은 뽑은 검을 집어넣으며 말했다.

"아까 빛과 균열현상, 있을 수 없는 풍경, 지금까지의 정보를 추측해 본다면 [경계전이]규모급 마법 혹은 그에 준하는 대주창일 가능성이 높아."

"경계전이? 대주창?"

"경계전이란 간단하게 말해 현실 세계의 경계를 분리시켜 독자적인 공간을 구축하는 현상을 말해. 종교적으로 말하면 신의 창조영역(the Creation), 마법적으로 말하자면 자연계를 벋어난 독립 레이필드(Independence Layer field)라고도 표현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

"간단하게 말해선 다른 차원이라고 말하면 좋을까? 독자적인 법칙에 움직이는 현실세계에서 조금 벗어난 규격외의 세계가 경계세계다. 그보다 지금 중요한 건, 경계전이를 전개시킨 목적이다. 경계전이는 범용성과 대규모성, 천재지변에 가까운 파괴력으로 성마 대전에 마법측이 교회측에 가장 많은 피해를 준 전술술식 중 하나야. 무엇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불안전하며 공간이기 때문에 유지 시간에 상당한 제약이 있지만 메리트에 비하면 별것 아니다. 만약 경계전이가 맞다면 우린 지금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해있어."

굳은 얼굴로 진지하게 말하는 진마한, 어느새 그들에게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무거운 분위기를 깨버린 건, 풀밭에 정신을 잃고 누어있던 테레사였다.

"여...긴..."

"테레사 깨어났어요."

라미엘이 테레사의 곁으로 가 일어서려는 테레사를 부축한다.

"됐어. 혼자 일어설 수 있다."

그녀는 손을 뿌리치며 일어났다. 그런 그녀를 보며 놀란 표정으로 송민정이 말했다.

"테레사씨는 회복력이 뛰어나군요. 육체에 상당한 과부하가 걸렸을 텐데."

송민정은 테레사의 곁으로 다가가 몸 상태를 체크한다.

"그래도 너무 비정상적인 거 아니에요? 사실 테레사는 인간이 아니라..."

"시끄러워... 주둥이 뽀개기전에 병아리 조용해라... 여긴 어디야?"

"경계세계? 경계전이? 음... 전혀 이해 못하겠어요. 다른 세계라고... 말하던데..."

"하... 터무니 없는 곳에 들어와 버렸군..."

"민정아 그 이유 여기서 찾았는 것 같은데..."

라미엘과 테레사는 풀밭 근처에서 무릎을 꿇고 무언가 진지하게 관찰하고 있는 진마한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가 일어서며 손에 들려 있는 걸 보여준다. 땅에서 채취한 풀의 모종이다. 진마한이 풀잎을 약간 때어내자, 풀잎은 몇 초 지나지 않아 금새 회복된다.

"이 세계는 재생효과가 적용되는 모양이야. 아니 재생이라기 보단 복원에 가까워."

"전투를 하기위해 만들어진 전술술식 치곤 너무 고요한데요. 경치가 무슨 피크닉가기 좋은 동산 분위기고...."

"정말이에요."

라미엘이 고요히 불어오는 바람과 흔들리는 나무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푸른 녹음으로 가득찬 평야, 저편엔 맑은 호수가 보인다. 끝 없는 녹음에 저편은 안개로 가린 듯 흐려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장소가 바뀐다.

녹음은 없어지고 낡은 무너진 돌기둥과 원형으로 된 중세 콜로세움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원형 경기장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이곳은 그들만 있는 게 아니였다.

"구울이야!"

진마한 일행은 서로의 등을 맞대며 무기를 뽑아 사방을 경계한다. 그들이 있는 곳은 3000은 족히 되어 보이는 언데드병력의 한복판, 그 병력들은 듬성듬성 소규모로 흩어져 있다. 만약 공격한다면 손도 써보지도 못하고 전멸하겠지만 언데드 병력은 으르렁거리지만 공격해오지는 않는다.

"언데드들의 상태가 상당히 이상하군요."

눈만 마주쳐도 덤벼야 하는 상황이지만 오히려 뒤로 피하고 있다. 진마한이 주위의 언데드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있을 때, 뒤에 있던 라미엘이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봐!"

라미엘의 가리킨 지점, 부서진 좁은 돌벽 사이로 교회군이 어렴풋 보인다. 수적 열세에 가장 방어하기 쉬운 지형에서 방어테세를 갖추고 있다. 좁은 지형에 시야에 가린 탓인지 아직 이쪽은 들키지 않은 것 같다.

"언데드들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공격은 하지 않는 것 같아 안전을 위해선 일단 합류가 먼저다."

진마한이 말하자, 다들 수긍하며 서로의 등을 맞대고 천천히 이동한다. 소규모로 뭉쳐 있는 구울 사이를 지나 교회 기사단이 있는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얼마 후 기사들의 시야에 들어왔고 그들은 경계한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도착했을 때, 정지하라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그 전열기사들 사이로 지휘자로 보이는 천사가 나왔고 수행기사를 대동해서 이쪽으로 걸어온다.

"민정아 날개 숨겨."

"응"

송민정의 등에 있던 날개가 빛나며 소멸된다.

"괜히 신분 불확실한 놈이 가서 팀킬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나와 라미엘이 접선을 하지. 적당히 거리두고 따라와"

테레사는 보우건을 어깨에 걸치고 먼저 걸어나간다. 라미엘은 허둥되며 그녀의 뒤를 따라간다.

"수고하십니다. 전 임무 수행 중인 이단신문관 [세번째 화살 테레사] 이쪽은 견습 이단신문관 라미엘입니다."

"인식코드는?"

천사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테레사는 개의치 않고 인식코드를 말했다. 천사는 디바이스를 검색하여 인식코드를 확인한다.

"프로페셔널 하고 병아리인가... 확인됐어. 이단신문관 친구들... 뭐 내가 상관이니까. 말은 놓도록 하지, 저쪽은?"

"같은 수행관들입니다."

"기사단장 리베레아라고 한다. 뭐... 기사단장 정도면 주교 나부랭이급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부랭이지만 너희보다 한참 위지만 전투 수행 3조 2항에 의거해 본관에 대한 지휘권은 일시적으로 우리 기사단에 귀속한다."

테레사는 리베레아의 말투가 거슬리는지 인상을 찌뿌린다. 테레사의 태도에 리베레아는 한마디 하려고 입을 열었지만 분위기를 읽은 라미엘이 먼저 말했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신성 제어기 방어작전에 대해선 알고 있지?"

"네"

"현시점에서 원군 병력이 언데드 주병력을 맞고 있고 우리1,4 기사단은 혼란한 틈을 타 우회, 먼저 제어기 점령하는 작전 하달받았다. 우린 목표에 도착했고 흑백의 날개를 가진 천사 1기와 검은 기사 1기가 교전 중인 걸 관측했다. 처음엔 천사가 우군인 줄 알았지만1 기사단장을 공격해 의식 불명 상태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흑백 날개의 천사 의한 경계전이급 대주창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단일 천사가 대주창이 가능합니까?"

뭔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진마한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불가능하지. 대주창급이라면 적어도 천사 7명 이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흑백 날개 녀석 상당히 규격외의 괴물급이다."

"여기는? 어딘지 아십니까."

송민정이 다가와 질문한다.

"전혀... 뭔가 오래전부터 만들어졌던 거라고 생각되지만 경계전이 자체가 보기 힘든 현상이다. 알리가 없지. 그보다 강력한 신성파동 숨길려 해봤자 소용없어 천사"

리베레아는 검집에 손을 대고 있고 호위기사들은 대검을 뽑으며 겨눈다. 순간 살기가 흐르기 시작한다.

"천사는 존재만으로도 교회 신부급 이상이지, 이단신문관 주제에 너희보다 높은 계급의 수행인을 데리고 다녀? 너희들 도대체 정체가 뭐냐? 흑색 녀석과 공범이냐!"

분위기는 험악해져 간다. 당황하고 있는 송민정 뒤로 숨기며 진마한이 말했다.

"오해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그때 원형경기장의 분위기가 바뀐다. 어두웠던 내부에 햇살이 스며들며 한층 밝아졌다. 어둠을 몰아낸 거대 콜로세움은 말도 안될 정도로 거대했고 조각된 기둥은 로마 신전 닮아 있었다. 그리고 빛의 중심에 한 소녀의 목소리가 청명하게 메아리친다.

[신이시여 제물이 준비되었습니다.]

[그들의 몸부림의 신들의 유희며 그들의 생명은 포도주]

[신들이 부여한 극의 시련, 극의 유희를 즐기소서]

흑백의 천사는 황홀한 표정으로 빛속을 춤추며 미소를 짓는다.

[에덴의 유일한 투쟁의 신전, 제물들에게 시련을 부과하소서....! 제물의 아케론(Ahkeron)이여...!]

순간 천장을 부수고 거대한 덩어리가 지상으로 낙하한다.

쾅!!

그 거대한 덩어리가 떨어지는 순간 모래폭풍이 일어나 주위에 모든 걸 휩쓸어버린다. 구울들이 종이처럼 날아가 돌기둥에 박고 터진다. 교회군도 예외는 아니였다. 주변에 돌기둥이나 기물을 잡고 간간히 버티지만 몸이 대체적으로 가벼운 프리스트와 십자보병이 견디지 못하고 3분의 1정도 폭풍에 휩쓸려가버렸다.

"대체 무슨 일이!!"

리베레아는 거대한 덩어리를 바라본다. 그 덩어리는 세포분열 하듯이 점점 커지며 거대한 괴생물체로 변했다. 그 모습은 로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를 닯았지만 9개의 괴수의 머리가 전부 다르다. 그리고 9개의 괴수의 중앙 있는 머리 위에 사뿐히 앉아있는 켈루빔이 모습이 보인다. 그녀의 격양된 목소리가 신전에 메아리친다.

" 아... 신의 수문장 테로트라 거신병인 줄 알았는데 ... 에덴의 강가에서 사는 득보잡 케론타스가 나왔잖아... 불멸의 거병보다 죽일 수 있는 수생 생물이 밸런스 맞지 않겠어? 생체기 하나 낼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ㅋㅋㅋㅋ! 케론타스 신의 제물을 바쳐라!!"

괴수는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며 강력한 에너지가 응축되기 시작한다. 각기 9개의 다른 괴수의 아가리에서 강력한 브레스가 뿜어져 나온다.

쾅!!

거의 전 범위로 방사되는 화염, 산성, 뢰전, 한기, 정체불명의 파괴 에너지가 주위를 쓸어버린다. 재앙이라고 부를 수 밖에 없는 현상, 녹여버리고 지저버리고 태워버린다. 그리고 그 주위에 남아있는 건, 신기하게도 흡집 하나 남지 않은 신전의 돌기둥과 알 수 없는 가루만이 휘날리고 있다.

"버글버글거리던게 징그러웠는데 청소 끝! 음... 어라?"

켈루빔의 시야가 고정된다. 기둥 틈에서 빛나고 있는 반원 모양의 보호막을 보고 말았다.

"아... 질긴 녀석들 [미카엘의 방패]에 [수호방벽], 프리스트 [성구주창]까지 3중 세트를 뚫기엔 딜이 부족했나. 이래서 호수 괴물정도론 깔끔하지가 않아. 뭐... 인간 상대론 [신비]에 의한 공격은 이정도가 한계 그렇다면 물리적으로 리얼하게 뜯어내고 씹고 지포처럼 밟아 죽여주는 건, 그건 신비하고 상관없으니까. 그게 더 흥분되고 재밌지!"

"퀘아아아아아아아!"

거대 괴수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 거대한 발이 움직일 때마다 지진이 난듯 지면이 붕괴되고 흔들린다.

"전원 산개 대형으로!!"

리베레아가 말하기 전, 그 거대한 괴수의 아가리가 지면을 쓸어버린다.

"크아악"

한순간 수백명의 기사단원들이 산체로 잡아먹힌다. 병력들은 소총을 쏘고 검을 휘두르며 견제 해보지만 괴수의 거대한 몸엔 흡집 하나 나지 않는다. 비유하자면 인간은 개미, 괴수는 코끼리 크기, 가려운 수준이다.

"말도 안돼..."

리베레아는 믿기지 않는 듯 중얼거렸다. 괴수는 간지러운 듯 거대한 발을 지면에 내려치자 균열이 생기며 그틈으로 몇 백명의 생명이 사라졌다. 괴수의 거체가 움직일 때 마다 지면이 부서지고 대기가 얼며 산에 녹아내린다. 그런 광경을 리베레아는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그 광경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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