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07화 (107/185)

────────────────────────────────────

────────────────────────────────────

에필로그(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클레식한 서양풍의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방안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여성은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원피스 잠옷을 입고 있고 오른손엔 링겔을 주사가 꽂혀있다. 그리고 얼굴 전체를 붕대로 감고 있다. 붕대에 가려진 눈과 전체적으로 연약한 인상을 주고 있다. 그녀는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흠짓하며 문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오래간만인데. 건강해보여."

"한우울?"

남자는 성큼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 침대 옆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았다.

"어. 보기보단 상태가 좋아보이는데 서예린. 내가 시술한 환자가 안 깨어나면 어쩌나 했거든."

"그렇게 오래 잤었나... 근데 왜 눈에 붕대를 감아놨는거야? 만지지 말라고 하고..."

"수술할 때 너의 스테이터스 상에 잠재 마안이 있더군. 하는 김에 [마안개안]까지 같이 했다. 비싼 시술이야. 감사하라고... 일단 잠깐 상태를 볼까?"

한우울은 붕대에 손을 가져간다. 서예진은 낮선 타인의 손길에 흠짓하지만 피하지는 않는다.

"자 눈 떠봐."

그녀의 긴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며 열린다. 그녀는 눈이 부신듯 눈을 깜박이며 쉽게 눈을 뜨지 못한다.

"어느 정도 눈부심 현상이 있을 수 있다. 좀 있으면 괜찮아 질거야."

한우울은 주머니에서 작은 손전등 꺼내 그녀의 눈가를 비췄다. 그러자 눈을 찡그리더니 감아버렸다.

"야 눈 감으면 어떻하냐? 잘 됐는지 볼 수 없잖아?"

"너... 좀 이상해 진 것 같아. 말투도 상냥하고 뭔가 달라졌어."

"너가 잠들어 있는 동안 많은 일이 있거든. 내 성격의 문제점을 고치기로 마음 먹었지. 착해지려고 개과천선 중이야. 그런 의미로 사과가 먼저겠지? 이때까지 네게 너무 심한 짓을 했었어. 지금까지 무례한 행동들 용서해줄래?"

조심스럽게 머리를 숙였다. 서예린은 당황한 표정을 짓지만 나의 진지한 표정에 서예린도 진지해졌다.

"아니... 피차일반 잘한 건 없으니까. 사과할 필요없어. 그리고 너 아니였다면 난 아직도 인간과 마법사의 어중간한 삶을 살아갔을 거야. 오히려 내가 고마워해야지. 근데 한우울한테 그런 소리 들으니까. 정말 닭살 돋는다."

서예린은 양팔을 쓰다듬으며 부르르떤다. 어느정도 빛에 적응하자 눈상태를 확인 할 수 있었다. 푸른색 손전등 불빛이 서예린의 동공에 비치자 눈 안쪽에 발현된 마력선들이 빛난다.

"성공적이야. 시신경도 무사하고 마력회선도 잘 처리됐어. 아직까지 아물지 않아서 사용하는 건 무리지만..."

손전등을 끄며 한우울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 그럼 다음 단계를 진행해볼까? 손을 내쪽으로 펴봐"

서예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지만 한우울 쪽으로 하얀 손을 쭉 폈다. 그런 서예린의 손을 한우울은 마주잡았다.

"앗... 지금 뭐하는 거야."

그녀는 손을 황급히 뺐다.

"뭐 그렇게 당황하는 거야? 신경 회로 점검이야. 지혜의 우물이 생성되었는가 테스트 하는 거고."

한우울을 서예린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한우울의 마력이 서예린의 신경회로를 타고 빠르게 대뇌로 연결된다.

"윽! 여긴...어디야?"

흰색으로 가득찬 공간이 펼쳐지고 서예린이 홀로 서 있었다.

"너와 나의 의식을 전이 시켰다. 지금 전두엽 쪽에 생성된 마법사의 고유기관 지혜의 우물이라는 공간 안에 있어."

서예린의 옆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르지만 한우울이 서 있었다.

"아... 여기가 지혜의 우물...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르네? 아무것도 없잖아."

"당연하지. 아무것도 채운게 없으니, 흰 도화지 상태다. 지금부터 너의 영혼 속에 새겨진  마도서들을 지혜의 우물로 백업시킬 거다. 자 날 봐."

한우울은 서예린의 어깨를 잡고 마주봤다.

"눈을 감고 너의 깊숙한 내면을 봐, 그곳에 문이 있을 거다. 너만이 열 수 있는 문이야. 그 잠들어 있는 문을 여는거다."

서예린은 눈을 감고 집중한다. 그리고 이내 서예린의 몸에서 빛이나기 시작한다.

"꽤나 능숙한데?"

순간 흰색 공간이 채워지며 숲 속 풍경이 나타난다. 꽃과 푸른 나무들 웅장하게 들어서 있고 주변엔 호수가 있다. 기분 좋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고 있어, 상당히 디테일하다.

"일반적으로 바탕을 서재로 꾸미는데, 숲속이라니 독특하구나."

"어... 숲속이 기분 좋지 않아? 딱딱한 책만 있는 것 보단..."

"뭐 그렇긴 하네. 일단 마도서 목록부터 확인 봐. 인덱스(index)를 호출시켜."

"응. 인덱스(index)"

순간 호수의 표면이 요동치더니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공중에 룬어를 그린다. 한우울은 그 룬어를 해독한다.

"...."

"왜 그래? 뭐 이상해."

"아니... 에러 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어. 아니 그런데 상당한 문제가 생겼다."

"?"

한우울은 턱을 쓰다듬으며 유심히 인덱스를 관찰한다. 그러다 서예린의 머리에 손을 얹인다.

"가만히 있어. 에러 체크 할테니까."

한우울의 손에서 푸른 마력선이 그녀의 몸에 스며든다. 하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듯 갸웃둥한다.

"지금 상황을 설명하자면 마도서 목록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즉 계승되어있는 마도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말이 안되잖아? 넌 명문가의 핏줄이고 분명 가계에 내려오는 마도서는 존재한다. 그렇다면 두가지 추측 할 수 밖에 없어."

한우울은 심각한 얼굴로 응시한다.

"태어날 때 어떤 이유로 마도서 데이터가 손상되었거나, 내가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거나."

"?"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건 전자, 상당히 황당한 경우며 이례적인 일이야. 마도서의 유실이라니, 학회에 보고 된적도 없을 걸."

"그럼 어떡해?"

"음... 너의 가문의 마도서를 책 형태로 보관하고 있다면 다시 축적할 수 있겠지만 없다면 방법이 없다. 가계 마도서를 일일히 복원하는 수밖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뭐!?"

"그렇게 노려보지마 내탓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잖아? 아무것도 없는 백지의 도화지에 그림이 있다고 할 수 없는 노릇이고 지워진 건 다시 그려가는 수 밖에 없잖아?"

서예린은 상당히 충격받은 듯 그자리에 주저앉았다. 얼빠진 얼굴로 맨붕상태에 빠져버린 서예린의 어깨를 토닥거렸다. 그러다 뭔가 깨달은 한우울은 손을 쳤다.

"아! 너 오빠있다고 했지? 너의 오빠의 마도서를 카피하면 될 것 같은데?"

하지만 서예린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녀는 몸을 움크리며 다리를 부여잡았다.

"불가능해. 우리 오빠는 절대 안 해줄 걸. 어릴 때부터 사이가 안 좋거든."

서예린은 한숨을 쉬며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산 너머 산 힘내라. 나도 방법을 찾아 볼테니."

.

.

.

.

"벌써 가시는 겁니까? 저녁 준비 중입니다."

라르케피스가 문 앞까지 마중을 나왔다. 한우울과 유아연은 뒤를 돌아봤다.

"요즘 할일이 많아서 일찍 가봐야 됩니다. 식사는 다음에 하도록하죠."

"그렇습니까. 아쉽군요. 앞으로도 예린아가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라르케피스는 정중하게 머리를 숙였다.

"저야말로"

"상당히 말투가 바뀌셨네요."

"여러가지 있었거든요. 언행을 조심할 필요성을 깨달았다고 할까요."

"후훗. 성장하셨네요."

"그럼 나중에 다시 한번 방문하겠습니다. 예린이가 많이 혼란스러워 할테니 잘 챙겨주세요."

"응..."

강석진은 검은 스포츠 카를 끌고 문앞에 주차하며 운전석에서 나왔다.

"엄청 좋은 차를 갖고 계시군요. 최근에 나온 독일제 TEX-110 스포츠 카 잖아요."

"차에 대해 잘 아시는 모양이군요. 전 잘 모릅니다. 그냥 좋은게 나왔다고 하길레 디자인만 보고 샀거든요."

"마법사님의 안목은 훌륭한 것 같습니다."

"자 그럼 이만, 아연아 가자."

한우울과 유아연은 차에 탔고 한우울은 능숙하게 차를 몰며 저택을 빠져 나갔다. 그렇게 몇분간 침묵속에서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을 때, 유아연이 운전하고 있는 아벤트에게 말을 걸었다.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아벤트"

"무슨 꿍꿍이라니?"

"한우울이었다면 그런 말투, 그런 가식적인 행동 안했을 거야."

"그 소리냐. 어느 막대먹은 녀석이 신사적인 아벤트님의 이미지에 똥물을 튀겨났지. 똥물 나름이지만 마법계에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남부의 마법사, 친해지면 얻을게 많다. 가식이라면 이때 써먹는 것 다시 말해 튀인 똥물 중에도 황금 똥물이라 그나마 덜 짜증나서 다행이지. 아님 널 차끝에 매달고 달렸을 거야. 그러니 더 이상 그 주제로 말하지 마라. 애완견."

"도대체 넌 어디로 사라진거야... 한우울...!"

고개를 떨구며 아연이는 중얼거렸다. 그런 아기여우를 보며 아벤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하... 애완견 확실히 말하는데, 자꾸 죽었다느니 사라졌다니니. 난 멀쩡히 살아 있는 아벤트다. 전에 난 0 하나 지워져 50살로 착각했지만 너와 생활했던 지금의 난 500년 네크로맨서의 본모습이다. 물론 이때까지 기억 전부 기억하고 있다. 넌 다른 존재라고 말하지만 소프트웨어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존재이며 존재감 자체의 이질감에 의해 달라보이는 것 뿐이다. 단순히 생각해도 답이 나와 멍청한 아인종, 고작 20년 산 가치관과 인격이 500년 산 본래의 가치관과 인격에 영향을 줄 거라고 보냐?"

"그런거 몰라. 단순히 말해. 한우울은 사라졌다는 그 말이 잖아!"

"크윽...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군. 싸가지 없는 널 살려주고 있는 것도 옛 기억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냐? 그때 널 가져온 건 변덕이었지만 이제 기억이 완전히 융합된 이상 정상적으로 인지하고 있다. 만약 내가 동일인물이 아니였다면 아마 지금쯤 벽거리용 장식품쯤 되어 있을거야. 알아들었냐? 망할 아인종..."

"아... 그러십니까. 아벤트님 흥"

"크윽... 예전에 난 이딴 것과 어떻게 공존했다는 거냐... 이젠 인내심에 한계군. 확실히 조교시켜 주겠어. 그럼 저번주까지 했던 조교도 다시 재개해야 되겠군. 흐흐흐 기대하라고"

아벤트는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그 모습에 아기여우는 몸이 굳어버렸다.

"싫어! 더 이상 손톱은 건드리지마!"

두려운 표정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손톱 뽑기는 200년전 고독했던 나의 유일한 즐거움이었어. 옛추억을 생각하며 해보니까. 꽤나 중독성이 강하군. 더 이상 그만 둘 수 없을 지도 흐흐흐"

그때 아연이의 안전벨트가 풀리며 아기여우의 몸이 빠르게 움직인다. 목표는 열린 차창 , 여긴 고속도로이며 시속 180km 달리 차다. 그런 곳에서 아기여우는 뛰어 내릴려고 하고 있다.

"크윽..."

하지만 실행할 수 없었다. 아기여우는 숨이 막히는 듯 목을 부여잡고 아벤트의 무릎 쪽으로 힘없이 쓰러진다.

"시속 180km으로 달리고 있는 차에서 도망이라... 간댕이가 부었구나. 여우야..흐흐흐"

고통스러워하는 아기여우를 왼손으로 쓰다듬는다.

"컥어억"

이미 아기여우는 괴로운 듯 몸을 비틀며 숨이 넘어갈 듯 헐떡거린다. 눈은 이미 반쯤 돌아간 상태이고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

"놔줘라 악령"

아연이의 목을 조이고 있던 투명한 쇠사슬의 힘이 풀린다.

콜록 콜록

아벤트는 즐거운 목소리로 아기여우에게 속삭였다.

"운전 중에 날 뛰는 건 예절에 어긋난단다. 이번 건은 별도로 체벌 할테니까. 기대하세요. 아기여우양 흐흐흐하하하 아하하하하!"

그렇게 사악한 검은 마법사가 탄 스포츠카는 더욱 속력을 높여 고속도로를 달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