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09화 (109/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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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나의 서막은 시작됐다.)(完)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정말 한우울이 가면의 남자인걸까?'

빈 교실에서 홀로 창가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멍하게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그러던 중 무심결에 어제 일을 생각한다. 교회로 회군하고 있을 때 진마한은 내게 말했다.

"내게 할말없어?"

"으..응"

머리를 저으며 진마한에게 말했다. 진마한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다. 죄악감에 심장은 두근되고 있다.

"감독관으로서 너에 대한 편의를 최대한 봐주려고 해. 하지만 뭔가 숨기거나 보고하지 않으면 나도 대체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널 억압할 수 밖에 없어."

"응..."

진지하게 말하고 있는 진마한, 눈치 챈 모양이다. 하지만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얼마 남지 않은 자유마저 빼앗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 민정아."

진마한은 자신이 낀 반지를 내게 보여주며 말했다.

"[선지자의 눈(Prophet Eyes)]이라는 감시 아티펙트다. 대상의 몸 상태, 대상이 보고 있는 시야, 대상의 위치정보를 3자의 시선에서 제공할 수 있는 물건이지. 내가 널 직접 감시하고 있지 않아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어. 여기에 저장된 내용을 보면 되니까."

"윽..."

심장이 무너진다. 마지막 남은 자유마저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렇다면 최대한 한우울에게 피해 안 가는 선에서 수습할 수 밖에 없다.

"우울이는 잘 몰라, 그런 황당한 얘기 믿을 사람 없잖아? 그냥 코스프레 정도로 생각할 거야."

"한우울하고 같이 있었던 건가? 분명 주의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같이 다녔단 말이냐?"

"우연히 소품실에서 만났어. 다친 얘를 홀로 둘 순 없잖아"

"다쳤다고 어딜?"

"다리가... 절단 됐어."

"보통이 인간이라면 과다출혈로 죽는 치명상이다. 아니 그보다 그 몸으로 어떻게 2층 소품실까지 왔다는 얘기지?"

"잘 모르겠어."

"그럼 언제 헤어졌어?"

"괴물들과 마주쳐서 헤어졌어. 찾으러 갔을 때, 가면의 남자를 만났고 그 남자가 안전한 곳에 있다고 얘기해줬는데... 아직 살아있는지 몰라."

"그래... 살아있을 가능성이 높겠군... 한우울은 몇 달 전부터 너에게 접근한 인물로 의심자로 분류 되어 있었어. 그리고 비정상적으로 높은 마력농도는 인간일 수 없고 아인종이나 마법사일 확율이 굉장히 높았다. 하지만 이번 연극회에서 확신을 가졌어. 녀석은 마법사다. 나의 헬멧 깰 정도의 강력한 마력이 깃든 힘, 마법사가 아니면 절대 사용할 수 없어."

"마법사라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가면의 남자 한우울일 가능성도 높아지지."

진마한의 말은 상당히 충격이었다. 하지만 한우울이 날 해할 존재라고는 전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보다 조금 안도했다. 나만이 아니다. 그도 뒷세계의 삶고 있다면 나를 이해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학교에서 등교한 한우울을 봤을 때 기뻤다. 살아있다. 다친데 하나 없이... 그 말은 즉 한우울은 인간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나와 같은 아웃사이더 나와 같은 동류의 였으니까.

"우울아... 미안해... 결국 이렇게 되버리네..."

하지만 오늘 그 친구를 잃는다. 진마한에겐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놨기에 우울이의 목숨은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난 또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 기억이 지워져, 그에게서 나의 존재는 사라지고 만다. 난 또 혼자가 된다.

물방울이 창가에 떨어진다.

"왜 우는 거야..."

팔소매로 눈물을 닦았다. 그때 나의 눈앞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보라색 나비를 발견했다.

"....?"

그 나비는 내 주위를 한바퀴 돌더니, 뒷문을 향해 날아갔다. 그리고 복도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검은 망토가 펄럭이며 자취를 남긴다. 그리고 빠르게 뒷문의 시야 밖으로 사라졌다.

"누구세요?"

복도로 나갔고 중앙 계단으로 내려가는 망토의 끝자락을 발견했다. 가면의 남자 아닐까? 분명 그는 망토를 착용하고 있었으니까.

"잠깐만요."

중앙 복도를 향해 뛰어간다. 그리고 아래층을 내려다보자 망토자락은 벌써 1층까지 내려가 있었다.

"저기!"

다급히 1층 본관 현관문까지 내려갔고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때 보라색 나비가 나의 주위를 날며 마치 길을 안내를 하듯 날아간다. 그리고 나비는 강당 이중 문앞까지 인도했고 문에 사뿐히 앉았다. 조심스럽게 강당 손잡이에 손을 댔다.

"열려있어..."

끼익

경첩소리와 함께 문을 열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건 푸른 초원이었다. 그리고 거대한 푸른 나무 한그루가 우두커니 서있다.

"여긴..."

강당문이 자동으로 닫히며 사라진다. 그리고 그 나무 뒤에 서 있는 가면의 남자를 발견했다.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고 그는 날 피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습니다. 송민정양."

"당신은 그때 행인씨?"

"그렇습니다. 하지만 내 이름은 행인이 아닙니다."

그는 가면을 벗으며 말했다.

"우울아...!"

"어때? 공간간섭 마법을 응용한 결계공간이야. 예쁘지 않아?"

어디선가 날아온 보라색 나비가 그의 손가락 위에 앉는다.

"어떻게... 지금쯤 옥상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옥상에서 있는 건 인형? 더미라는 편이 적절하겠네. 애초 목적은 진마한을 시시콜콜한 얘기가 아니라 널 만나 얘기하고 싶었으니까. 진마한이 계속 내 앞에서 눈에 불을 키고 있으면 다가갈 수 없잖아? 부득이하게 너희 둘을 유인을 했어."

"응... 할 얘기라는 건..."

심장이 두근거린다. 그 불안함을 가속시킨다. 아마 친구로서 있어 달라는 부탁에 대한 답을 하려고 하는건 아닐까... 거부당하면 어쩌지 그런 생각이 머릿 속에 가득찬다. 그때 한우울의 손에 있던 나비가 공중으로 날아간다. 하늘로 높이 날아가 사라진다.

"너와 나 공통점이 뭔지 알아?"

"공통점..."

"우리 둘다 자유를 잃어버렸지. 세상으로부터 환경으로부터 말이야. 부득이한 이유로 교회로부터 같은 같은 마법사로부터도 배척당했다. 그런 환경에서 살기 위해선 누구보다 냉정해야 했고 비겁해야했다. 태생에 불만은 있었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어. 그런 점에선 우리들은 동지라고 해야하나... 하지만 결정적으로 우린 달라."

"다르다고...?"

"나는 자유는 잃어버렸지만 나의 의지는 잃지 않았다. 절망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진 않았어. 그리고 지금도 세상과도 나 자신과도 맞어싸우고 있어."

한우울은 진지한 표정으로 송민정을 응시했다.

"힘들고 고통스러워. 때론 좌절할 때도 있지. 하지만 고난과 역경 그리고 나에게 새겨진 상처들은 나를 강하게 만들었어. 난 환경 때문이라는 구차한 변명은 늘어놓지 않았다. 앞으로 가야할 길은 더 험난하고 나에겐 그럴 변명할 여유는 없거든. "

"...."

"누구에게 조언할 처지는 아니지만 자신의 바램을 얻고 싶다면 절망하지 말고 일어서 송민정. 비록 상처 투성이가 될지라도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가장 큰 의미가 될테니까. 서론이 길었지만 답을 말할께. 친구 있어 달라는 말은 들어줄 수 없어. 너와 난 다른 길에 서 있다. 너가 변하지 않는 한 우린 서로 다른 길을 향할 거야."

한우울은 시선을 돌리며 걸어간다. 그의 등은 유난히 넓어보였다. 손을 뻗어보지만 닿을 수 없다. 나에겐 한우울은 너무 먼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

아니 그건 변명이다. 잡을 용기가 나지 않는 것 뿐이다. 잡아버린다면 난 변해버린다. 내가 아니게 되버릴 수도 있다. 두렵다. 하지만 잃고 싶지 않다.이제 우린 어떻게 되어버리는 걸까... 친구도 애인도 아닌 그냥 타인이 되버리는 걸까... 추억은 사라져 버리고 아무것도 없는 빈 상자가 되어버리는 걸까.

무섭다.

절망 속에서

추운 고독속에서

혼자 웅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보았다. 빈 상자 안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무섭다. 두렵다.

처음 그를 봤을 때 묘한 친근감을 느꼈다. 처음부터 직감했는지도 모른다. 우린 동류다. 같은 고독을 보았기에 우린 서로를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우린 고독했지만 그는 살아있고 나처럼 죽어 있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난 살아있는 망자나 다름없는지도 모른다.

몸은 살아있지만 더 이상 상처 받길 두려워 자신의 마음을 죽여버린 좀비.

그에 말대로 우린 다른 길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

난 이런 결말을 원하고 있는 걸까?

"이 공간은 조금 있으면 사라질 거다. 뒤는 돌아보지 않을거야. 잘가 나의 천사..."

그렇게 차가운 이별을 알리며 떠나간다.

유리조각이 부서지듯 무언가가 떨어져 나간다. 그건 나의 마음을 둘러쌓고 있는 딱지 일지도 모른다. 아니 더 뜨거운 감정이었다.

"인정 할 수 없어..."

"나쁜 놈아... 이미 너 밖에 남지 않았다고...내겐 선택지가 없는 걸 알면서...어떻게 그런말을 할 수 있는 거야. 잔인해... 이 바보야! 흑"

나도 모르게 그렇게 외치고 있었다.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의 등을 꽉 끌어 앉으며 아직 내가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 그의 허리를 꽉 잡은 팔은 나의 마지막 남은 힘이고 이제 뒷일은 어떻게 되도 상관 없었다. 진마한과 아버지의 기대를 배신한 결과가 이미 되어버린지도 모른다. 결국 더 상처 입어 버릴 수도 있다. 한편으로 막힌 가슴이 뚫린 느낌이 든다. 내가 아닌 내가 하고 있는 건, 처음으로 나의 의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버리다니... 그런 적 없어. 변하는 걸 선택했구나. 그렇다면 너와 함께 가겠어. 그게 부질 없는 약속이라도 그 끝이 파멸의 절벽이라도 말이야."

그렇게 두 남녀는 서로를 강하게 끌어앉았다. 강당에 걸린 마법이 홀연히 사라지고 우린 연인이 되었다.

어두운 방안 한 남자가 고급져 보이는 쇼파에 앉아있다. 그에 손에는 붉은 와인이 들려 있고 그는 천천히 냄새를 들이마시며 한모금 마셨다. 그리고 벽걸이 TV 화면을 바라본다. 그 화면에 비춰진 곳은 한우울이란 남자가 보고 있는 시선이다. 그 뿐만이 아니다. 분활된 화면에서 수많은 한우울들이 제각기 움직이고 있다. 그렇다. 학교에 있는 한우울은 더미(인형)다. 그리고 이곳 한우울 인형을 관리하는 중앙 컨트롤실. 아벤트는 다리를 꼬며 거만하게 표정으로 이 상황을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내 신성 감지능력이 떨어진게 아니라 교회의 신성 차단능력(스텔스) 기술이 발전했다는 얘기인가? 실로 교실에 3명이나 교회군이 잠복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말은  얼마나 많은 교회군이 성산고에 있는지 위험요소를 체크할 필요가 있지. 적절한 타이밍에 진마한이 미끼를 물어준 건 참으로 고마운 일이야. 안 그래? 아연아."

아벤트는 옆에 앉아 있는 아기여우를 가볍게 들어올려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 그리고 머리를 쓰다듬는다.

"음...음...!!!!"

"구속구를 풀어달라고 흐흐흐 안돼! 애완견 주제에 넌 너무 말이 많아. 이렇게 가만히 있는 편이 훨씬 얌전하고 귀여운데..."

아벤트는 인형 놀이를 하듯 여우의 손을 움직인다. 여우는 유일하게 자유가 있는 목을 흔들어 저항해 보지만 미력해보인다. 아기여우는 무언가에 속박 당해 자유를 빼앗겨 있다.  아벤트는 시선을 돌려 큰 화면 클로즈 업 되어있는 진마한의 모습을 응시한다.

"역시 내 생각대로 진마한은 정석적인 인간이다. 상당히 상대하기 쉽겠어. 협상은 유리하게 전개 되고있다. 진마한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을 거야. 지킬게 많은 인간을 약점 투성이니까. 자신의 힘의 한계를 넘는 보호욕은 화를 부를 거야. 진마한 그걸 깨달았을 때, 너무 늦게 되겠지. 그보다 송민정을 빼앗긴 걸 알았을 때. 그 표정은 어떨까? 흐흐흐"

아벤트는 다른 화면으로 시선을 돌린다. 그 화면엔 송민정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아벤트는 아기여우를 향해 말을 건냈다.

"여우야! 여우야! 아기여우야. 한우울 인형이 한 건 해냈어. 내 친구 한명 더 늘수도 있겠네. 난 말이야. 조금 강박증이야. 흰색도화지를 보면 낙서하고 싶어지지. 엉망으로 말이야 찢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검게 낙서하지. 낙서를 마음껏 할 수 있는 도화지는 아니지만 흰색 인형이 새로 생겼어. 예쁘게 꾸미면 꽤나 좋은 재료가 되겠지. 그렇다고 단지 내 취미생활 하기위해 송민정 취해 놓은게 아니야. 송민정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일단 교회측 스파이로 쓸 생각이지면 여차하면 내 고기방패로도 쓰기 딱이지 않아?

뭐... 그 전에 그 색부터 바꿔야겠다. 사랑스러운 천사야. 조금만 기다려 나의 색으로 물드려 줄테니까. 흐흐흐"

아벤트는 손을 뻗으며 송민정의 볼을 사랑스럽게 쓰다듬는다. 그러자 아벤트는 가는 목소리로 아기여우를 따라하듯 말했다.

"안돼! 안돼! 아벤트님의 사랑을 받는 건 유아연 뿐이니까! 다른 암컷은 안돼! 자 나의 귀여움을 받아랏 에잇 에잇 에잇!"

아연이의 손을 움직이며 크게 움직이며 최대한 귀여운 포즈를 취한다.

"물론 공평하게 사랑해 줄테니까 걱정하지마. 으흐흐흐 하하하 아하하하하하"

고층 빌딩 옥상 위로 사악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진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진한 어둠을 품고 더욱 사악한 광기를 방출한다. 그는 오만방자하고 영리하며 수명마저 200살이나 오버히트한 흑 마법사.

한 여름 날, 재앙이 성산시에 강림했다.

그 광기의 재앙, 카르벤트 투 아벤트의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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