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13화 (11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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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가면을 쓴 아벤트는 항상 웃고 있다.[4]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나도 모르게 책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때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신음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하...하..."

그 소리는 서예린에게 쪽에서 났다. 서예린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악몽에 시달리는 듯 몸을 떨며 슬픈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사죄했다.

"미안해 애들아."

"서예린."

서예린의 어깨를 가볍게 치자, 흑요석 같은 눈이 반쯤 열렸다. 거칠게 몰아쉬는 숨, 힘없이 일어나는 상체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괜찮은 거야?"

"응..."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상당히 안 좋아보인다.

"쉬는게 좋아보이는데..."

"아니... 괜찮아.

"아직도 악몽에 시달리고 있는거야?"

"...."

고개를 숙인 체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서예린, 그런 녀석의 시선에 맞춰 무릎을 꿇는다. 그리고 살며시 고개를 들어올린다.

"내 눈을 봐 서예린. 매일 악몽을 꾸는거야?"

서예린은 울것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트라우마인가. 일반적인 정규 코스를 밟은 마법사는 누군가의 죽음에 그렇게까지 시달리지 않아. 물론 스승이나 부모가 죽었을 때 슬퍼하지. 하지만 그 뿐이다. 마법사들은 강한 독립성을 타고 났어. 비유하자면 우린 호랑이와 같다. 혼자 사냥하고 짝짓기 할 때 잠시 수컷과 공동생활을 하지. 그리고 새끼들은 크면 그들은 혼자만의 길을 간다. 하지만 어린시절 인격형성 전에 인간의 가치관에 과도하게 노출되어버린 넌, 정신적으로 인간화 되어버렸지. 그건 마법사에 있어서 치명적인 결함이다."

서예린의 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마법사는 정신적으로 강해야한다 서예린. 모든 마법은 정신력에서 나온다해도 과언이 아니야. 지금 연약한 너의 정신 상태로 트라우마 극복은 무리가 있다. 지혜의 우물 생성 후 1년은 마법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점이고 더 이상 트라우마가 지속된다면 아직 완벽히 정착되지 않은 [마법회로계의 시스템]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치료는 빨리 시작할 수록 좋아"

"치료할 수 있는거야?"

"그래. 치료방법은 간단하다. 원인을 지우면 결과는 자연히 살아지는 법."

"그게 무슨 소리야?"

"네 친구의 기억을 지우는 거야."

"...."

"운이 좋군. 흑마법사를 스승으로 둬서 말이야. 일반 생체 분야 전공 마법사도 뇌 쪽은 아직 미개척지다. 그나마 직접 뇌쪽을 다루는 강령계 네크로맨서 정도가 건드릴 수 있지. 상당히 손가는 시술이지만 지혜의 우물 고착 때보단 쉽지. 오늘 당장이라도 해주고 싶지만 이 시술도 준비할게 좀 있어서 말이지. 내일 스케줄 비워둬."

그 말에 서예린은 표정을 흐린다. 그런 서예린의 머리를 사냥하게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걱정할 필요없어. 간단한 시술이다. 악몽으로부터 해방시켜 줄게"

"아니... 그게 아니야...친구들의 기억 지울 수 없어."

서로의 얼굴이 불과 몇센치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난 친구들을 기억해야할 의무가 있어.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다면 불쌍하잖아. 그리고 이 악몽은 '우릴 잊지 말아' 라고 말하는 것 같아. 친구들이 먼저 죽지 않았다면 시체가 된 건 나였으니까. 혼자 살아남은 죄로서, 마땅히 받아야 할 고통일지도 몰라."

아벤트는 표정을 흐리며 말했다.

"난 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그런 생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고 느끼는데? 조건은 똑같았다. 단지 너가 운이 좀 더 좋았을 뿐. 그리고 주범은 따로 있잖아? 너의 탓이 아니야."

"아니... 내 잘못이야. 조금 꺼림직하다고 느꼈는데. 애써 무시했어. 그 때문에 친구들이... 내가 친구들을 말렸다면 아마 그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잖아."

서예린의 빰을 타고 눈물이 흐른다. 그런 서예린을 살포시 다독이듯 살포시 끌어안았다. 거부감 없이 가슴에 파고들며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다. 조금 진정되었다. 서예린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솔직히 이해되지 않지만... 서로가 다른 세계에 살았던 이상 관점이 좁혀지긴 힘들겠지. 하지만 하나만 알아줬으면 해. 넌 혼자가 아니야 네 주위에는 라르케피스나 함께 생활하는 식구들이 있잖아? 항상 걱정해 주는 녀석들이 있다는 거. 우린 죽은 자들을 애도 할 순 있지만 죽은 자들만 보며 살아갈 수 없어. 우린 살아있으니까."

서예린을 조금 떼어놓자. 조금 상기된 그녀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오늘 따라 유난히 연약해 보였다.

"고마워."

"천만해. 그럼. 이제 그만 놔도 되겠지?"

서예린은 당황하며 내 허리를 감싸던 손을 풀었다.

"차...착각하지마! 네가 멋대로 안은 거니까...."

서예린의 당황한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그리고 점점 기어들어간다.

"원래라면 오늘 마법 기초에 대해 가르칠려고 했는데, 뜻밖에 이벤트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써버렸어. 서예린양의 컨디션도 안 좋아보이고 오늘은 이만 돌아가도록 할게."

"미안 항상 걱정만 끼쳐서. 역시 내 생각대로 착한 마법사였네."

서예린은 미소지으며 말했다. 나의 입고리가 조금 미묘하게 올라간다.

흐흐흐 착한 마법사! 내가 착하다고! 재밌는 생각이다. 그 순수함 싫지는 않아. 오히려 가지고 싶을 정도니까. 흐흐흐흐

서예린을 보며 미소를 돌려주며 말했다.

"닭살 돋는 말은 하지 말 것. 저택 주변이 소란스럽던데, 너의 오빠가 온다지?"

"응. 아마 내일 중으로 올 것 같아."

"아직 공부 중이라고 하던데, 네크로맨서 녀석 잡을 때까지는 계속 있는 거야?"

"응 그럴거야. 하지만 워낙 변덕이 심해서 어떻게 될지는 예측 못하지만...아마도. 그건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럼 나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거야?"

갑자기 놀란 표정을 짓는 서예린, 뭔가 간과하고 있었다는 표정이다. 아니 그보다 큰일 났다는 표정에 가까웠다.

"얘기한 적 없어. 아니 얘기했으면 큰일 났을지도.."

"무슨 소리야?"

"오라버니는 내가 마법 배우는 걸 싫어하거든. 오라버니가 저택에 있을 때 마도서나 아티펙트를 만져 볼수도 없었는 걸? 괴짜에 유별나. 초등학교 때 동네 남자들과 축구하고 친구집에서 레슬링하며 놀았거든. 어느날 오빠한테 들켰어, 엄청 구린 표정을 하더니 그 날부터 저택에 감금시키고 고용인까지 고용해서 남자애들을 협박해서 놀지 못하게 만들었어. 그 뿐만이 아니야. 기독교 여고에 기숙사라는 감옥에 넣은 것도 다 오라버니의 짓이고 아니 그건 약과야 나 어렸을 때 애완동물 키우는 거 좋아했거든, 요크셔테리어부터 대형개까지 5마리 키웠어. 어느 날 오빠가 그 모습을 보더니, 뭐가 마음에 안드는지 수컷들은 다 거세시켜 버리고 저택의 운전수들은 강석진씨 빼고 전부 여자로 교체 시켜버렸어. 도대체 내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맨날 날 볼 때마다 쓰레기 취급 하면서 도대체 뭐가 불만 일걸까? 분명 내가 마법을 배웠다는 걸 알면 난리 칠 거야. 그보다 고민인건 널 어떻게 소개할지..."

서예린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윤기나는 머리카락을 쉼없이 매만지다. 폭주하며 그대로 책상에 쓰러져 버렸다.

서예린의 오빠라는 작자, 지금까지의 정보로만 본다면 상당한 괴짜임이 분명하다. 오히려 그편이 좋다. 교섭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열쇠는 이미 손 안에 있다고 확신했으니까 서예린! 아마 그 변태새끼에겐 소중하고 물건이고 최고의 약점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회로 서예린에게 확실한 신뢰감을 얻었겠다. 서예린을 쥐락 펴락할 주도권은 내게 있지 흐흐흐흐

아벤트는 생각을 정리하며 태연하게 말했다.

"뭘 그렇게 걱정하는 거지. 그냥 스승이라고 소개시켜주면 되잖아?"

서예린은 상당히 긴장하는지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아니 당분간 그냥 비밀로 하는게 나을 것 같아. 분명 알게 된다면 널 죽이려 들수도..."

"뭐... 좋을대로 숨기고 싶다면 당분간 여기 올 수는 없을테고... 수업은 어떡해?"

"내가 너희집으로 가면 안될까?"

"뭐... 상관 없어. 내일 학교 마치고 문자해 데리러 갈테니까."

"고마워."

"그럼 정리됐는 걸까? 이만 가야겠다."

도서실 출입구까지 서예린의 배웅을 받았고 길을 나서려는 찰라에 그녀가 말했다.

"약간 뭐라고 할까? 전과는 다른 존재가 된 것 같아. 솔직히 적응 안되지만 훨씬 좋아보여. 도대체 내가 잠든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많은 일이 있었지. 개인적으로 말이야."

"앞으로도 쭉 그 모습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하... 그런 말하지 않아도 그때로 돌아갈 생각은 없어."

그렇게 말하고 손을 흔들며 뒤를 돌았다. 그때 서예린의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도... 친구로서 스승으로서 있어 줄거지."

"당연하는 얘기를 묻는 거냐?"

서예린의 배웅을 받으며 서로 손을 작게 흔들었고 아벤트가 뒤를 돌았다.

사악하게 올라간 입고리를 보지 못한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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