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18화 (118/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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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저택(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미스유 어떡해 된 일이에요? 새벽에 갑자기... 그 우스꽝스러운 복장은 뭐구요."

약간 푸른빛도는 머리카락의 미소년은 졸린 눈이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주택가에서 빨래 줄에 걸려있던 걸, 손이 가는데로 훔쳤는데, 집어도 이런 걸 집을 줄은 미쳐 생각지 못했다. 그 복장은 핑크 빛 레이스의 치마, 유치 찬란한 망토 그 모습은 한우울이 보던 애니메이션에 나오던 복장과 닮아 있었다. 마법소녀 어쩌구의 핑크밍키의 코스프레 복장이다.

"어쩌다보니... 일단 설명할게 길어 여기서 얘기할 건 아닌 것 같고, 너 혼자 살지? 네집이라도 가면 되겠네 앞장 서."

"이런 늦은 시간에 외간 남자 집에 불쑥 찾아온다는 건 좀..."

아기여우는 전기선의 등을 탕탕 두드리며 말했다.

"설마... 내가 덮칠까봐 무서운거야? 그럴 생각없으니까. 안심해."

"보통 그 역이 아닐까요..."

"전기선은 남자가 아니니까. 괜찮아."

"남성으로서의 무언가를 짖밟힌 느낌이..."

"주절 되지 말고 빨리 가자! 비오잖아."

투둑 투둑

지면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새벽 1시간 조금 넘은 시간.

조금씩 내리던 빛방울이 점점 굵어진다. 손을 내밀어 떨어지는 빗물을 느껴본다. 상당히 운이 좋다. 만약 추적한다면 이 빛물이 내 흔적을 지워 줄 것이다. 인적 없는 행단보도를 전기선가 단둘이 걷고 있다. 주위의 사람의 기척은 없다. 최대한 경계하며 걷는다. 전기선이 이상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묻지는 않는다.

"요즘 뭐하고 지냈어."

주위를 경계하며 전기선에 말을 건냈다.

"저 취직했어요. 영업사원으로 지하철에서 양말 팔고 있거든요. 사장님도 친절하셔서 1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주세요. 아... 설마 다른 일 하는 거 문제되는 건 아니죠?"

전기선은 당황하며 말했다.

"부를 때 재때 나온다면 상관 없을 걸? 그보다 그거 다단계 아니야?"

"그게 뭐죠? 아! 단계! 등급 같은 건 있어요. 전 브론즈지만"

"설마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 사장님이 좋은 사람은 아닐거야. 그만두는 걸 권해."

"?"

전기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정말 저 때묻지 않은 순진함에 감탄하며 길을 걷는다. 허름한 골목길을 따라 엉상한 계단을 올라간다. 언덕 진 길을 따라 낡은 폐가와 같은 건물들이 밀집 되어있다. 달동네, 빈민촌이라고 말 할 정도로 시설이 열악한 지역이었다. 전기선과 함께 도착한 곳은 달동네의 꼭대기에 있는 한 낡은 연립 주택, 반지하였다.

"여기서 사는 거야?"

"네...  솔직히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아니. 다시 보니까. 그렇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해."

"누추하지만 들어오세요."

전기선이 열쇠를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의 아무것도 없는 빈방이 모습을 들어냈다. 담요 한장과 책 한권이 전부인 공간. 공허함과 쓸쓸함이 느껴지는 차가운 보금자리였다.

"미안해요. 마실게 생수밖에 없네요."

"아니 괜찮아 밤늦게 불쑥 찾아와서 내가 미안해."

전기선은 물한잔을 건내며 말했다.

"그럼 무슨 일인지 들어봐도 될까요?"

"응..."

이때까지 일어났던 일을 전기선에게 자세하게 설명했다. 전기선은 진지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하더니, 잠시 침묵을 유지한다. 전기선을 회유하는데는 어느정도 위험부담이있다. 한우울의 고용인인 전기선에게 도움을 구한다는 것은 만약 전기선이 내 말을 믿지  않을 경우, 아벤트에게 밀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겐 이정도 리스크는 최선책이었다 처음엔 남부의 마법사에게 도움을 요청해 볼까 생각했지만 한우울 이미지 세탁과 제자의 연이 공고하기 때문에 내 말을 믿지 않을 가능성이 컸고 상대가 마법사이기 때문에 그대로 잡혀 압송당할 수 있는 공산이 컸다. 그에 비하면 전기선은 회유하기도 쉽고 그나마 위험부담이 적다는 거다.

"솔직히 전 잘 모르겠습니다. 전 고용주님에게 고용되어 있는 상태고 사실 하는 일도 없이 돈을 계속 받고 있기까지 합니다. 어쩌면 미스 유에게 협력하는 건 배신행위에 가까운 일지도 모르고... 하지만 미스 유의 말이 사실이라면 한우울님은 위기고 이제 밥 값을 해야할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협력해 주는 거야?"

"네. 돕겠습니다. 아쉽지만 취직한 회사는 그만둬야겠네요."

"한편으로 널 위해서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저 해맑은 표정을 짓는 전기선의 모습에 감탄을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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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의 저택 집무실

라르케피스는 들고 있던 전화기를 서예린에게 말했다.

"아마 도련님은 오늘 8시~9시 사이에 도착할 걸로 예상됩니다."

"그래..."

서예린의 표정이 굳어진다.

"걱정하실 필요없습니다. 도련님께 별다른 보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용인들 입단속도 철저히 시켜 놨고 트집 잡힐 만한 건 다 배제해 놓았으니 안심하셔도 됩니다."

"그래도 왠지 모르게 불안하단 말이야..."

서예린은 길게 한숨을 쉬며 책상에 엎드렸다.

따르릉 따르릉

집무실 전화가 울린다. 그 전화를 라르케피스가 받았다.

"안녕하십니까. 한우울님"

라르케피스는 몇 마디 주고 받더니 수화기를 내려 놓는다.

"무슨 일이야? 한우울 전화야?"

"어제 유아연님이 실종되셨다고 합니다. 저희 쪽에 있는지 물어보시더군요."

"그 한우울과 같이 사는 아인종 말하는 거야."

"네."

"음... 큰일이네. 우리도 도와줘야 되는 거 아니야?"

"자주 있는 일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만약 이쪽으로 오면 연락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내일 수업을 연기하신다고 하십니다. "

"오히려 잘 됐네... 내일까지는 눈에 거슬리지 않게 조심하는 게 좋겠지."

"도련님이 미리 보낸 물건은 창고에 정리해 뒀고 집안 정리는 거의 끝났습니다."

"수고했어. 라르케피스 그리고 항상 고마워."

"아닙니다. 제 할일을 하는 것 뿐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10년만에 가족과 만나는 거네. 모처럼 여름방학 시즌이고 가족끼리 휴가라도 갔다오는 건 어때?"

"언니하고 그렇게 친한 사이도 아니고 애초에 휴가를 보낼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데드 병력이 언제 움직일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지금은 경계하며 지켜볼 때 입니다."

"라르케 말대로 언제 움직일지 모르는 상황이잖아? 신경만 곤두세우고 있으면 지치기만 할 뿐이야. 내 생각이지만 그정도 병력을 소모했으니 당장에 움직일 여력이 없지 않을까? 상대방도 정비할 타이밍이고 장기전을 위해 체력을 비축해 둘 필요가 있어."

"음... 확실히 일리기 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를 모시는 거야 말로 제겐 휴식이나 다름없습니다."

"하... 그정도면 병이야. 일 중독이라고..."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라르케피스는 시원하게 인정했다. 그리고 서예린을 보며 재차 말했다.

"오늘 도련님의 파티가 있는 건 까먹지 않으셨겠지요? 급한대로 재단사에게 몇벌의 드레스 제작을 의뢰해두었습니다."

라르케피스가 가볍게 박수를 두번쳤다. 그러자 문을 열고 메이드들이 수십벌의 드레스를 가지고 들어온다.

"드레스? 너무 과한거 아니야? 딱히 누가 오는 것도 아니잖아... 오라버니와 나 둘뿐인데 그냥 있는 옷 입으면 안돼?"

"최대한 파티의 예우를 갖추는 것이 레이디의 미덕. 흩트러진 모습은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알겠어. 그런 눈으로 보지마. 입으면 되잖아... 드레스"

"그럼 이쪽부터 입어 볼까요?'

라르케피스는 메이드가 건낸 옷을 받아든다.

"지금?"

"당연합니다. 적어도 이 옷들을 피팅해 보고 어울리는 드레스를 찾을려면 도련님이 오시기까지 시간이 빠듯합니다."

"이걸 다..."

"물론 입니다!"

눈을 반짝이는 라르케피스.

"공적인 일에 사적인 취미생활을 넣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라르케피스는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고쳤다.

"그런 일 없습니다. 공적인 일이니까요."

"공적인 취미생활이겠지..."

서예린은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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