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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저택(2)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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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중앙 홀
동양의 단정함과 깔끔함, 청순함을 강조한 절재의 미 그리고 서양의 드레스의 화려함이 같이 공존하고 있는 독특한 아름다움이었다. 가벼운 색조화장에 검은 머리카락을 푸른색 나비 비녀로 단정하게 올려 묶고 푸른색 계통의 서양식 드레스 같으면서도 조금 캐주얼한 드레스, 등의 흰살결이 노출이 있는 드레스를 입은 서예린은 상당히 지친 표정으로 집무실 앞쪽 핸드레일을 잡았다.
"설마 했는데 80개를 전부 입혀 볼 줄이야..."
서예린은 한숨을 쉬며 중앙 홀 아래를 내려다본다. 중앙 홀에는 저택의 사용인과 미리 도착한 칼스의 사용인들이 파티 막바지 준비로 분주하다.
"오호... 아가씨 상당히 예뻐지셨습니다. 평소에 이렇게 하고 다녔으면 어떻겠습니까?"
복도 쪽으로 걸어오는 정장을 입고 누구나 봐도 두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인상의 거구의 남자. 나의 통학 운전기사이며 본업으론 영지 수비군 웨어울프 대대 대장급 직책의 강석진이다.
"쉿 강석진씨 빈말이라도 그런 소리 하지 말아줄래요? 8시간동안 탈착만 80번 했는 이쪽도 좀 생각해주세요. 라르케피스가 들으면 정말 그렇게 할지도 모른단 말이에요."
"어이쿠. 남성이 전투와 보호의 상징이라면 여성은 미의 상징와 출산의 상징! 미를 가꾸려면 어느 정도의 노력은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뭐 라르케피스님이 그 정도까지 할줄은 몰랐습니다만..."
"하지만 이거 너무 과하지 않아요. 겨우 오라버니 오는데 이렇게 야단 법석이라니."
"로라바리엘 가문의 수장이신 칼스님이 오시는 건데 이정도는 준비해야 격식에 맞지요. 오해를 하지는 마십시오. 아가씨도 가문을 지탱하는 버팀목. 아가씨였더라도 이 정도 준비는 했을 겁니다."
"빈말이라는 거 다 알고 있습니다. 나도 내 주제 잘알고 있어요. 뭐 하나 특출나지도 않고 그냥 가문의 장식용품 같은 존재라는 걸."
멍하게 홀을 응시한다. 강석진은 뭐라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홀 중앙에 라르케피스가 마지막 점검을 하듯 꼼꼼하게 체크를 한다. 그 뜻은 오라버니가 올 시간이 다가왔다는 의미다.
이윽고 대문이 열리고 10명의 검은 양복의 남자들이 일렬로 줄을 선다. 그 검은 길 사이로 오라버니 서진형과 라르케의 언니 루데아 모습을 들어난다.
사용인들은 모두 고개를 숙이며 정중히 맞이했고 서진형은 손을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받아줬다. 그리고 중앙 복도에 있던 서예린과 눈이 맞는다.
서진형은 비웃음을 날리며 눈길을 돌리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10년 만의 만났는데, 첫대면이 무시야..."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시나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가씨 어디 가십니까?"
"아무래도 이 파티엔 재가 필요없는 것 같아요. 강석진씨는 열심히 오라버니를 축하해주세요."
"아가씨!"
강석진씨의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침대 위에 쓰러지 듯 파묻었다. 어두운 방 안에 낡은 시계의 시계바늘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사용인과 오라버니의 귀환을 축하는 하객들의 소리로 요란하다.
"나하고 상관 없는 얘기야."
베게에 얼굴을 파묻으며 소리를 막는다. 그리고 눈이 스르르 눈이 감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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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의 모습과 어머니가 보인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어머니?"
"우릴 위협하는 적을 무찌르기 위해 전장으로 가는 거란다."
"언제 돌아오시는 건데요?"
"빨리 끝내고 돌아오마."
나는 어머니의 치마자락을 꽉 잡으며 말했다.
"같이 가면 안돼요? 혼자 있기 싫어요."
"칼스가 있잖니..."
나는 머리를 젓는다. 그런 모습을 보며 상냥하게 어머니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너무 위험한 곳이다. 널 대려갈 순 없어. 그 대신 내게 이걸 주마."
어머니는 자신이 걸고 있던 목걸이를 나에게 주었다.
"나의 소중한 목걸이란다. 이걸 담보로 내게 맡겨 놨으니, 빨리 끝내고 돌아올 수 밖에 없어. 이 목걸이는 그 만큼 내게 소중한 거야. 그리고 내가 없을 때 널 보살펴 줄 거야."
수수하지만 예쁜 디자인의 목걸이 그걸 받아든 난 소중하게 가슴에 품었다. 그 기억이 어머니와의 마지막이었다.
"어머니..."
서서히 의식이 돌아온다. 그새 울어버린 것 인지 눈가가 촉촉하다. 그때 불쾌한 촉감이 나의 얼굴에 닿는다.
검은 남자의 손.
그때도 그랬다. 불쾌한 손이 나의 몸에 닿는다. 토해 내고 싶을 만큼 끔찍한 기억들이 연속적으로 마치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죽은 망자들과 악마 같은 그 놈의 얼굴이...
"흑!"
순간 굳었던 몸이 풀리며 검은 손을 쳐냈다. 도망치듯 기어가며 침대 끝머리까지 도착했고 손을 뻗었다. 순간적으로 마력이 라디아(압축술식)에 점화되어 팔에 새겨진 각인들이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다. 그 빛으로는 어두운 방안, 괴안의 모습을 보기엔 너무 빛이 약하다. 하지만 적을 조준하기에는 충분한 시야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어둠 속에 가려진 남자를 언제라도 쏠 수 있다.
"누구야...!"
"어릴 때부터 도망치는 건 하나 빠르더니 여전한 모양이군."
남자의 팔이 빠르게 움직여 나의 오른팔을 잡았다.
"윽!"
오른팔에 장전된 마법을 방출하려 했으나 점화 됐던 라디아가 작동을 멈추며 허무하게 각인의 빛이 소멸한다. 그리고 괴한은 날 덮쳤다. 상체에 올라 탄 괴한은 마지막 남은 왼팔은 남자의 다리에 짖누르며 구속하고 왼팔이 나의 목을 잡았다. 괴한의 악력이 서서히 강해지며 나의 목을 졸린다. 필사적으로 저항하지만 미미하다. 그때와 마찮가지로 마법도 육체적 힘도 월등히 상대가 앞선다.
또 이렇게 무력하게 당하는 걸까?
"버르장머리 없는 것 오라버니의 목소리 마저 잊어버린 거냐."
서진형은 내 눈앞에서 날 보고 있다.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서진형, 분명 즐기고 있다. 그는 목을 조르던 손을 풀었다.
"콜록 콜록 이게 무슨 짓이야!"
"날 못 알아봐서 너무 괴심해서 장난 좀 쳤어."
그는 구속을 풀고 침대 근처 가까운 쇼파에 앉아 미니테이블에 거만하게 다리를 올리며 앉았다.
아직 압박감을 받고 있는 목을 만지며 달빛에 비친 서진형을 노려본다.
"나에게 무슨 용무야."
"별 다른 용무는 없어. 내 환영파티에 참석하지 않는 괴심한 여동생의 면상을 보고 싶었을 뿐이니까."
"봤으면 됐잖아. 이제 나가줄래?"
"그 말투 심히 거슬린다. 오라버니에 대한 태도냐?"
"그럼 오라버니는 아까 한짓은 여동생에 대한 태도야?"
공기가 동결된다. 그 강력한 마력파동을 뿜고 있는 건 서진형이라는 걸 깨달았다.
윙
쿵
순간 몸이 뜨더니 바닥으로 날아가 내동댕이쳐졌다.
"꺄앗"
둔탁한 고통을 참으며 몸을 이르켜 세웠다. 바로 정면에 내려다 보고 있는 서진형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테이블에 올리고 있던 발을 내리며 몸을 숙여 나와 가까워진다.
"사실 용건은 있었어. 얼마나 오라버니에 대한 공경심이 부족했으면 날 무시하고 멋대로 행동하는 건가 하고"
"무시한 건 그쪽이잖아."
"당연히 무시하는 쪽은 나다. 주제를 알아라, 암케. 너 따위에게 무시당할 존재가 아니야."
순간 몸이 굳어버렸다. 움직일 수 없다. 서진형은 천천히 나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비웃는다. 그리고 그대로 밀어버렸다.
"윽..."
옆으로 쓰러졌지만 여전히 움직일 수 없다.
"겨우 마력 방출에 의한 공간동결 조차 버텨내지 못하다니... 가문의 수치에도 정도가 있다."
"...."
"실력차이는 뇌없는 너라도 몸소 느꼈을 거고. 이제부터 어떻게 기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분명 깨달았을 거야. 인간보다 못한 비기너라는 존재란 얼마나 하찮은가도 말이야. 앞으로 행동 조심하는 게 좋을거다. 이보다 심한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그 녀석은 경고를 하고 싶은 거다. 이제 왕이 돌아왔으니, 확실히 기던지 나가던지 선택을 강요하고 싶은 건가...
그말을 끝으로 서전형의 차갑게 내려보던 시선이 사라지고 공기가 풀린다. 경직 되었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고개를 들었고 서진형은 나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하... 정말 나는 항상 왜 이런 거야."
한숨을 쉬며 비틀되며 일어났지만 다리에 힘이 빠져버려 침대 턱 쪽으로 주저 앉아버렸다. 그리고 무심코 창문에서 내려오는 한줄기에 달빛에 시선이 고정된다.
"어머니..."
밝은 보름달이다. 그 보름달은 어머니의 모습처럼 환히 나를 비추고 있었다. 그 달빛이 그립게 느껴지는 건 나만의 착각 이었을까? 오늘 따라 유난히 어머니가 보고 싶은 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