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현대 네크로맨서가 사는 방법-123화 (123/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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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의 동침 (점심식사)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우와! 배부르다! 역시 사람이 많은 곳에는 이유가 있다니까!"

나시우는 배를 두드리며 말했다.

우리들이 향한 곳은 꽤나 사람으로 붐비고 있던 풍월채라는 퓨전 중화요리 전문점이었다. 사람이 많이 붐비는 관계로 느긋하게 식사도 마치지 못한 체, 바로 나와야 했고 숨막히는 더위 속에 큰 나무가 가려주는 밴치에서 잠시 쉬고 있는 중이다.

"무슨이유? 그저그런 가게인데. 더운 날 왜 사람이 이렇게 득실득실거리는 건 이해 불가야?"

성현아는 짜증나는 듯 말했다.

"이게 다 나시후가 가자고 했는거잖아. 쉬지도 못하고 바로 식사하고 땡볕이라니... 이게 다 나시우 때문이야."

기여움은 비난하듯 말했다.

"엑! 나도 이럴 줄 몰랐지. 그래도 그 가게 인기있는 집이니까. 맛은 괜찮았지 않아? 하하하..."

"치즈 넣은 퓨전 탕수육이 제일 괜찮았다고 생각해."

진마한은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서로 잠시 더위를 피해 쉬고 있는 동안 묵묵히 나무 그림자의 끝에 무표정한 얼굴로 그 모습을 응시하고 있는 한우울, 그에게 다가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는 미안. 표정관리가 안되서...."

"아니.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었고 네게 얘기한 적도 없었으니, 당황하는 게 정상이야. 그리고 이 정도 변수는 상정하고 있었어. 그렇게 걱정스러운 표정 안해도 돼."

한우울은 조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조금 전 진마한 일행들을 따라 점심을 먹을 가게를 둘러보고 있을 때, 한우울이 나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손을 얹혔다. 그러자 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기 시작했다. 자기 공명 술식을 이용한 텔레파시로 지금까지 흘러간 상황을 대략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진마한과 송민정, 정수빈(라미엘)이 교회의 인간이라는 것과 학생문화센터에서 있었던 일과 자잘한 사건들, 진마한이 자신을 흑마법사라고 의심하고 있는 점이 주된 내용이었다.

내 탓에 진마한의 심증을 확고히 해버렸고 지금 현상황, 진마한에게 끌려다니고 있는 건 알고 있다. 만약 한우울이 내 오빠였다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때려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었고 한우울이라면 어느정도 화를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담담했다. 그게 더 죄책감이 들게 한다. 물론 내게는 진마한의 정보가 없었고 내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미안해서 그래..."

서예린은 눈을 흐리며 고개를 숙였다. 그때 그녀의 머리를 살짝 두드렸다.

"그런 표정을 계속 지으면 나를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데? 흑마법사의 신분으로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알아? 이때까지 수 많은 시련과 죽음의 문턱을 넘었고 지금까지 살아있다는 건 그 증거야. 이 정도 시련은 약과라고? 그리고 너가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할수록 진마한이 원하는데로 되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계속 찔러보는 이유는 간단해. 저쪽도 아직 확실한 물증이 없으니 탐색하고 있는 거겠지. 흑마법사는 마법 측에도 교회 측에도 민감한 사항이니까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는 한 섣불리 움직일 수 없어. 그러니까 얼굴 펴."

한우울은 부드러운 그렇게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손길이 고르지 않은 나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정리해준다. 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집중하게 되고 빨려 들어갔다.

마음이 편안하다.

조금 멍한 기분이었지만 순간 정신이 들었고 당황하며 뒤로 물러섰다.

"네 생각을 알겠어. 더 이상 미안해하지 않을 거야...그보다 멋대로 남의 머리카락은 만지지 않는게 좋아. 저기 썸녀가 계속해서 흘끔힐끔 보고 있으니까."

한순간이지만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 표정은 그녀의 고유에 화난 표정이라는 점을 알게 모르게 깨달을 수 있었다.

"하...이런."

한우울은 낭패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렇다는 건 한가지 집고 넘어가야 될 문제가 있다.

"설마 서로 사귀는 건 아니겠지."

"그 설마다."

"정말!"

자신의 예감이 적중하는 순간, 무심결에 상당한 하이 톤이 되버렸고 뒤늦게 입을 막는 건 엿부족 한우울의 친구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둘이 이상한데.... 사촌들끼리 뭘 그렇게 재밌는 얘길 하는거야?"

기여움이 달려와 우리들의 틈에 끼어들었다. 조금 당황해 말을 못하고 있을 때 한우울이 말했다.

"뭐 이런저런. 여움이가 이해하기 힘든 얘기야. 굳이 설명하자면 예린이가 구하기 힘든 몬스터 구울 한정판 피규어를 손에 넣었거든"

"응...? 피규어 얘기했는 거야... 나 전혀 피규어에 대해 모르니까."

기여움은 이해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다시 활기찬 얼굴이 되어 진마한에게 쪼르르 달려가 그의 곁에 앉으며 팔짱을 낀다.

"마한아! 나도 피규어에 대해 가르쳐주라! 수집하는게 취미라 나하고 잘 맞을 것 같아!"

진마한은 조금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흐렸다.

"아... 그래... 나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우울이가 가장 고참이니까. 피규어에 대해서는 우울이가 잘 알 거야."

그렇게 다시 표적을 돌리려는 진마한, 알게 모르게 두남자의 신경전은 시작되고 있었다.

기여움은 다시 한우울을 쳐다봤고 그는 말했다.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확실한 건 좋아한다는 마음이지. 조립 같은 건 설명서에 다 들어있고 단지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하면 200% 즐길 수 있다는 거야. 그런 점에서 비기너들 끼리 같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오~~ 한우울 다시 봤는데. 역시 초심자끼리 하는게 수준도 맞겠지! 난 마한이에게 배울래 모르는 건 서로 알아가면 되는 거지!"

"기여움 너무 붙었어."

성현아는 그런 기여움을 견제하듯 밴치에 두사람을 갈라내고 그 중앙에 앉았다. 그리고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성현아는 말했다.

"나도 수집하는데 취미가 있거든, 피규어 수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성현아는 다리를 꼬으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말은 즉 같이 하고 싶다는 얘기었다.

"어이어이! 너희들만 하는게 어딨어! 나도 나도!"

나시우는 물타기에 이끌려 참전했고 그 거짓말은 점점 커져간다. 일에 심각성은 진마한의 난처한 표정이 말해주고 있었다. 거짓말쟁이들끼리의 불꽃 튀는 거짓말 전쟁, 딱 그 생생한 현장을 말해주고 있다. 스코어는 1 대 1 동점, 초반에 한점을 앞서간 진마한이었지만 진마한의 스파이크를 받아내 역으로 1점을 따냈다. 그 부풀려진 거짓말의 폐해로 진마한은 보지도 못한 피규어를 사야할지도 모른다는 난제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거짓말쟁이들은 주변사람들을 속이고 속이는 전투를 계속하고 있다. 서로의 눈빛이 짧게 교차되며 말해주고 있었다. 흑과 백, 그들의 난전은 계속되고 있다.

그 화제가 사그라들 쯤 나시우가 말했다.

"아... 이제 할것도 없는데 오락실이라도 갈까?"

기여움은 화를 내듯 소리쳤다.

"무슨 소리하는거야. 아직 민정이 수영복 안 샀어. 지금부터 사러갈 예정이니까."

"아... 나 못갈지도 모르는데..."

"갈 수도 있다는 얘기잖아? 그때를 준비해서 사두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우리가 모인 이유 수영복 때문이잖아."

"그 얘기 들은 적이 없어..."

"그런 사소한 걸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전혀 중요한 얘기가 아니니까."

이미 그녀의 표정은 송민정과 같이 바다를 가는 것이 확정인 모양이다. 도망칠 틈을 보고 있던 한우울은 기회를 잡고 말했다.

"같이 식사할 수 있어서 좋았어. 바다 조심해서 갔다 오고 그럼 우린 바빠서 이만."

그때 잽싸게 기여움은 나의 손을 잡아버렸다. 소악마와 같은 눈매로 우릴 쳐다봤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는 거야! 돌려말하는 건 귀찮으니까. 직설적으로 말할게. 난 네가 마음에 들어. 그래서 우리 파티에 초대하고 싶은데 당연히 우울이도 말이야. 7월 15일 청춘의 바다로 떠는 파티!"

그때 그말을 들은 나시우는 찜찜한 표정으로 기여움에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러면 조금 불공평하지 않아? 선착순으로 뽑힌 얘들은...."

"그딴 거 몰라! 내가 주최자고 내가 왕이다!! 당연히 왕 마음이지! 난 그렇게 하기로 정했으니까."

"아 예..."

"그럼 결정! 작은 가게를 둘러보는 것보다 xx 백화점에 가는 게 낫겠지? 자... 백화점으로 고고!!"

기여움은 활기차게 잡은 손을 붕붕 휘둘렀다.

"아... 기여움씨"

"씨는 뭐야? 같은 친구끼리 여움이라고 불러! 뺄 생각은 노노! 딱봐도 한가한거 알고 있으니까 너희들의 거짓말로는 이 천하의 기여움님을 속이지 못한다구!"

그렇게 기여움에게 등살에 떠밀리며 앞으로 걸어갔고 한우울을 쳐다 봤지만 조금 두통이 있는 듯 머리를 잡고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진마한은 미소지으며 마지막 마무리를 했다.

"분명 좋은 추억이 될거야. 그리고 우리 아직 할 얘기가 많이 남았잖아?"

진마한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를 일어났다. 한우울은 인상을 구겼지만 평상시로 돌아갔다. 그리고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집어넣은 뒤, 일어나는 일행의 뒤를 따라간다. 할 수 없이 나도 한우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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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억... 커억..."

창백한 혈색의 한 남자가 백화점 안을 들어갔다. 백화점 안은 방학 시즌으로 많은 사람이 붐비고 있었다.

남자는 흐리멍텅한 초점을 이리저리 굴리며 천천히 걸어갔다.

마치 병이라도 걸린 듯 침이 한 두방울씩 바닥에 떨어진다.

"먹고 싶다...."

그남자는 그 말을 연신 중얼거리며 사람들이 많은 중앙 홀의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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