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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아벤트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무리 우연이라고 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진마한과 송민정 더블 리스크가 눈앞에 있다니. 앞줄에서 태연하게 진마한과 걷고 있는 송민정이지만 분명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럴 것이 전의 한우울은 서예린을 아는 친구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분명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들켰기 더욱 그럴 수도 있다. 아벤트에겐 교회측의 핵심 정보원으로서 송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최소한 관계를 악화시킬만 한 일을 하면 안된다는 건 선결 조건이자 전제 조건, 아벤트로선 그녀에게 해명할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단둘이 있을만 각이 안나오는군..."
그렇게 중얼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아이들을 따라갔다.
회전문을 열고 들어가자 큰 홀이 펼쳐졌다. 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기분마저 상쾌하게 만들어주고 있다. 여긴 XX 백화점, 몇개월 전 한우울이 처음으로 적 네크로맨서의 존재를 알게된 장소, 전투흔적은 깔끔하게 복구하고 갔기 떄문에 사람들에게 알려질 일은 없었다. 전엔 차가운 시멘트만 있는 공간이었지만 몇개월 공사 끝에 완공된 백화점은 상당히 화려했다. 거의 서울의 대형 백화점에도 꿀리지 않는 규모라고 할까? 열린 공간에 에스컬레이터가 끊임없이 이어져 있다. 그리고 주말이라서 상당히 북적되고 있었다.
"우와 사람 많다...."
기여움은 감탄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여름방학 시즌에 공휴일이니까."
나시우는 기여움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은근히 자연스럽다? 어디에 손을 올리는 거야."
기여움은 나시우의 손을 탁쳤다. 그리고는 도도하게 진마한에게로 다가갔다.
"우리 마한이 먼저 수영복 골라야지!"
부들부들거리고 있는 나시우를 냅두고 진마한에게 팔짱을 끼며 자연스럽게 이끌었다.
"기여움 요즘 너무 나대는거 아니야?"
성현아는 압도적인 포스로 진마한과 기여움 사이를 파고들었다. 기여움이 성현아를 노려본다.
"여왕벌께서 요즘 앞으로 나오는 일이 많지 않아? 조금 솔직해 지는게 어때? 설마 진짜 마한이 좋아하기라도 하는 거야?"
"그래 좋아해. 친구로서 말이야. 너도 그렇잖아, 친구로서. 그렇게 팔짱까지 나란히 끼는 건 친구들 사이에선 반칙이란 말이지. 아님 정말 나하고 해볼 생각이야?"
평소에 모든 일에 무관심하던 성현아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팔짱 낀 도도한 미소녀의 날카로운 눈빛은 적에게 자비없는 무자비한 말벌과 같았다. 기여움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찡그리며 진마한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봐주는 것도 한계가 있어. 예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내가 마음만 먹으면 너 따위 반에서 매장시키는 거 일도 아니라는 거 알고 있지."
확실히 다른 애들에겐 안들리는 작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아벤트에겐 똑똑히 들렸다. 그렇게 성현아는 무표정하게 기여움을 지나쳐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했다. 기여움은 조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얼굴을 숙이고 서 있었다.
"애들아 갑자기 왜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야. 진정해..."
나시우와 정수빈 분위기를 풀기위해 방방 뛰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확실히 우리반 생태계의 정점은 진마한과 성현아다. 아무리 날 뛰어 봤자, 초식동물 주제에 무지막지한 포식자를 이길 순 없다. 상황을 비유하자면 기여움이라는 다람쥐가 잠자고 있는 암사자의 코털을 건드린 것과 같은 상황, 함께 지낸 시간을 생각해서 암사자는 한번 경고 끝냈지만 또 다시 심기를 건드린다면 어떻게 될지는 뻔했다.
그런 사실은 이제서야 기여움은 자각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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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분위기를 잠시나마 무마하기 위한 방법은 남자 팀과 여자팀을 분리시켜는 일이었다. 물론 이 아이디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은 진마한었으니까. 얼마나 죄깊은 남자란 말인가? 중세시대였다면 둘중 한명을 첩으로 두면 간단한 일을... 현대는 복잡한 일 투성이다. 적어도 아벤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1시간 각자 쇼핑을 한 후 1층 중앙 분수대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정하고 흩어졌다. 중앙 분수대엔 진마한과 나시우 그리고 아벤트가 남은 상태였다.
아벤트는 잘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진마한과 단판을 지을 수 있으니까. 그전에... 저녀석을 처리해야 하지만'
가장 걸림돌이 되는 나시우, 어딘가 보낼 방법이 없을까? 그때 나시우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남자의 쇼핑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하지!! 수영복 빨리 고르고 50분 동안 지하 오락실에서 게임이나 하자 전우들!"
그렇게 룰루랄라 신이나서 앞장서 걷고 있는 나시우, 그 뒤를 따르고 있는 진마한과 눈이 맞았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장난칠 생각이라면 여기까지 하는게 좋아. 나도 그리 성격 좋은 축에는 들지 않으니까."
아벤트는 걸어가며 진마한에게 들리게 말했다.
"이렇게 연극하는 거, 한우울의 취미 아니었나? 난 평소와 같이 행동한 것 뿐인데 말이야."
진마한은 한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뭐 취미 생활은 맞는데 말이지. 본이 아니게 남에게 취미 생활을 침해 당하는 건 상당히 불쾌한 일이거든. 네녀석이 뭘 의심하고 조사하는지 알바 아니지만 나에 심기를 건드린다면 그냥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아벤트에게 검은 마력이 방출된다.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진마한은 느낄 수 있다. 그건 확실한 무력시위, 해하겠다는 살의가 담긴 마력이다.
"성격이 급하군. 마법사들은 다 성격이 그 모양인건 아니겠지? 일단 너의 심기를 건드린 부분에 대해선 먼저 사과할께. 하지만 부득이하게도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와 대화할 시간을 만들기 힘들잖아?"
"흥... 우리가 대화 할 거리가 남아있나?"
아벤트는 흥미로운듯 마력을 거두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난 널 네크로맨서라고 의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예상도 빗나갈 때가 있는 것 같군."
진마한은 둘둘 말린 종이 쪼가리 한장을 내게 던졌다. 아벤트는 그 종이를 폈다. 룬어로 적힌 문서의 첫 문장은 한국어로 번역하면 [신원 보증서]의 뜻이 될 것이다. 즉 남쪽의 영주 로라바리엘 가문에서 나의 신원을 보증해준다는 문구가 적힌 마법협회 직인까지 찍혀있는 문서였다.
"설마 남쪽의 영주와 관련있는 마법사였다니, 지금까지 무례는 용서해줬으면 좋겠어. 마법측도 교회측도 네크로맨서에 관련되서는 민감한 사항이니까."
서예린이 미리 이건에 대해 처리를 잘해줘서 다행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이 잘 풀릴 수 있을까? 경계해선 나쁜 건 없다.
"알았으면 됐어. 그래 하고 싶은 말은 이것 뿐이야?"
"이제 본론이다. 너도 성산시에 사는 한명의 마법사로서 네크로맨서는 귀찮은 존재다. 이미 성산시의 영주들은 준 전시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고 교회 측도 마법협회와 협정을 맺어 네크로맨서를 배척하기로 [중앙신탁회의]에서 결정이 떨어졌다. 마법협회에 공식문서를 보냈지만 마법협회의 규약상 마법협회의 존속의 위협이 되지 않는 한, 개인 영지에 벌어지는 일에는 협회가 관련하지 않는다고 하더군. 결국 교회가 성산시 영주와 협정을 맺어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하지만 워낙 인간을 하찮게 여기는 영주들 입장에선 전혀 만나줄 생각도 하지 않는 듯하다."
진마한은 담담하게 말했다.
"흐흐흐 그말은 즉 나보고 남쪽의 영주에게 주선을 넣어달라는 소리냐?"
"결과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너도 협조할 수 있다면 좋겠군. 너희 마법사 입장에서도 네크로맨서는 눈에 가시, 같이 협력한다면 그들을 축출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지."
교회는 상당한 피해를 입고 있고 신성력 조차 제대로 공급되지도 않고 있다. 그럼으로 협력을 통해 부대의 재정비와 피해를 최소화 해볼 심산 인 것 같다. 하지만 애초 이런 거래를 내게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
"뭔가 크게 잘못 알고 있는 모양이군. 네녀석 기억력이 호구인지 모르겠지만 한번 더 말하지. 난 내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한 어느 누구에게 상관하지 않아. 뭐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거래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합당한 보수가 있다면 주선해줄 수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흐흐흐"
아벤트에게서 사악한 썩소가 흘러나온다. 진마한은 예상했다는 듯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 들어나 보지. 뭘 원하지?"
아벤트가 입을 열려고 할 때, 나시우가 달려와 끼어들었다.
"둘이서만 뭘 재미있게 얘기하는 거야!! 빨리 따라들 오라고!!"
나시우는 뒤에서 아벤트와 진마한의 강제로 떠밀며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