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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2)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자 야들아 이건 어떠냐!!"
혼자서 떠들고 있는 나시우를 한심한 듯 쳐다보고 있는 아벤트 그리고 얌전하게 수영복을 고르고 있는 진마한, 이런 이상한 분위기는 뭐란 말인가 정말 한숨 밖에 안나오는 상황이다. 그렇다. 여긴 2층에 구석에 있는 남성 전문 수영복 매장이다.
"이거 괜찮은 것 같은데. 어때 한우울?"
진마한은 태평하게 푸른색 바다와 노란색 모래사장 그리고 정말 안어울리는 귀여운 상어 한마리가 그려진 수영복을 집어들고 나를 향했다.
"크윽... 그게 정말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냐?"
"음... 내 생각에도 나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해. 하지만 반대로 생각한다면 나의 이미지라는 걸 반전시켜 보고 싶기도 하고 난 원래 이미지였다고"
진마한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흥. 그런 의도라면 너가 그 수영복을 든 시점부터 성공이군. 그런 농담 같지도 않은 개그가 가능한 녀석이라는 걸 알았으니 말이야."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정했어. 저기 이걸로 주세요."
진마한은 점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오오오오!! 진마한 과연 빠르다. 어떤 거야? 보여줘!! 나도 같은 걸로 할까나~~~"
이곳저곳 기웃거리고 있던 나시우는 어느새 진마한에게 다가가 그렇게 말했다. 진마한은 선듯 포장된 귀여운 상어를 보여줬다.
"켁... 마한아 이건 무리라고 생각하는데."
나시우는 미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금은 변화를 주고 싶었다고 할까. 시우의 반응을 보니 어느정도 성공인 모양이야."
"그게 뭔말이야..."
나시우는 이해 안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던 도중 뭔가를 발견하고 소리치며 달려갔다.
"오 저건 딱 내 스타일이야!! 나 입어보고 올게"
코끼리 그림이 그려진 수영복을 들고 탈의실로 향하는 나시우, 도대체 저 상어랑 뭐가 틀리단 말인가...
아벤트는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가게를 나갈려고 했다. 그때 진마한이 어느새 나의 앞을 막으며 말했다.
"한우울 네 수영복 골라줄까?"
"큭... 냄새 나는 수컷끼리 이런 곳에 온것도 모자라, 수영복까지 게이 같이 골라준다고? 좋은 말할 때, 꺼져라."
아벤트는 토할 것 같은 얼굴로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하지만 진마한은 태평하게 말했다.
"음... 역시 한우울도 남자네. 역시 여자가 골라주는 편이 좋겠지? 난 남자들이랑 오는 편이 편하다고 생각했거든, 여자 얘들이랑 있으면 진행이 안된다고 할까..."
"자랑하냐."
"자랑은 아니고 그렇단 얘기. 이왕 온 거, 골라보는게 어때?"
"난 바쁜 몸이다. 한가하게 바다 갈 여유 따윈 없거든. 어느 누구란 달리 말이야."
아벤트의 날카로운 눈동자가 진마한을 비스듬하게 바라본다.
"상당히 아니꼽게 보는구나."
"뭐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말이야. 상당히 태평하다고 생각해서 말이지. 이미 성산시 교회는 코너링에 몰려 언제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인데 말이야. 크크크"
진마한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뭐 코너링에 몰린 건 사실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긴장하고 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오히려 스스로 자멸할 우려도 있고 말이야. 자고로 싸움이란 끝까지 서 있는 놈이 승자란 말이지."
"승자라도 된 것 같은 말투군. 그 자만이 네 목숨을 빼앗을지도 흐흐흐"
"충고 고맙군. 자 그럼 들어볼까? 네가 원하는 대가 뭐야? 참고로 나 말단이라 들어줄 수 있는 범위는 상당히 좁다구."
"내가 네 상황까지 고려해줘야되냐? 흐흐흐 미안하지만 애초에 교회와 손잡을 생각도 없었어. 교회 친구이 상당히 거슬렸거든 요번 기회에 정리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몇일 내에 언데드 군에게 함락당할 것 같아보이지만 말이야. 열심히 몸부림쳐보라고 친구! 자 간다."
아벤트는 짧게 손을 흔들고 출입문에 손을 옮겼다. 그때 진마한은 조용히 말했다.
"너의 솔직한 진심을 들었으니 나도 하나 말해볼까? 사실 애초에 네가 흑마법사든 마법사든 상관없었어."
진마한은 변함없는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말을 무시하고 문을 열려고 했을 때, 똑똑히 들렸다.
"아... 혹시 그거 알아? 중세시대 교회가 선량한 처녀들을 마녀로 몰아 죽인 수, 얼마나되는지 알아?"
순간 그 말이 뇌리에 박혔다. 그리고 진마한이 자신을 이곳까지 끌고 온 이유가 알것 같았다. 선한 표정에서 나온 협박, 진실을 숨기기 위해 교회가 행해왔던 거짓들, 선이라며 사람들을 선동하며 그림자 속에서 악을 행한 그들의 본 모습이다. 본디 인간 그 자체가 천사와 악마를 동시에 가진 모순적인 존재다.
그럼으로 인간은 가장 자신을 윤택하게 만들어주고 지적으로 만들어주는 장난감이라고 아벤트는 생각했다.
"진마한 잘도 웃는 얼굴로 그런 협박을 지껄이는군."
아벤트는 발길을 돌려 진마한을 쳐다봤다. 아벤트는 보지 않아도 알았다. 녀석은 변함없이 그 추악한 가면을 쓴 채 웃고 있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널 마법협회를 끌어낼 교섭카드로 쓸 생각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 교회는 질 나쁜 집단이거든. 다수의 대의를 위한 소수의 희생정도야 아주 간단히 행할 수 있어. 단지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하면 되니 말이야. 어때 너무 간단하지 않아? "
진마한은 말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어. 세계의 균형이란 잠잠한 호수, 조그만한 파문에 깨져버리는 불안전한 세계니까 혼돈과 혼란을 막으려면 어쩔 수 없이 교회라는 양면을 가진 필요악의 존재는 불가피하다. 난 지금 악행을 행하려고 해. 선량한지 악한지 모르는 양이지만 늑대의 탈을 썼다고 거짓을 고할 거니까 말이야."
진마한은 마치 고해성사라도 하듯 진지하게 말했다. 그 모습이 정말 웃기고 웃겨서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풋!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진마한에게 갈채를 보낸다.
짝짝짝
"으으으하하하하 흐흐흐 정말이지 뭐라고 말하지 못할 정도로 웃긴 상황이냐. 뭐냐 혼자 모노 드라마라도 찍냐 크크크크 "
배를 부여잡고 웃음을 참는 아벤트 그리고 진마한의 어깨를 두드리며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
"풋... 현대판 마녀사냥이라도 하고 싶으면 해. 남자는 자고로 배짱이 있어야지. 그 귀여운 수영복 처럼 말이야. 정말이지 널 다시 봤어. 한 유머하는군 진마한, 그렇다면 신사답게 결투를 받아주는게 예의지."
아벤트는 진마한의 어깨를 털어주었다.
"다음번엔 만날 땐 전장이겠군. 그때까지 목 간수 잘하라구 흐흐흐"
아벤트는 사악한 비웃음을 남기고 출입문을 열고 나가버렸다.
"무슨 일이야? 한우울 갑자기 미친거야? 제 어디가는 거야?"
나시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진마한에게 다가와 물었다.
"뭐 급한 볼일이 있나봐."
"하...어쩔 수 없군. 남자들로서는 한계가... 여자들한테로 가자고!! 일단 계산이 먼저."
나시우는 홀로 계산대로 향했다. 진마한은 잠시 출입문 쪽을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하...그보다 내게도 개그에 재능이있었나? 그래도 반 친구로서 의리는 다했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이 불리한 형세를 타파할 가능성과 송민정을 지키기 위해서도..."
진마한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
.
.
.
"젠장!!! 진마한!!!"
쾅!!
벽을 두드리며 얼굴을 구긴 아벤트, 화장실에서 나오던 남자가 깜짝 놀라며 피한다.
아벤트는 뒷골이 뻐근했다. 오랜만에 뒤통수를 가격당해서 상당히 아팠다. 자신의 실책에 대해 생각한다. 은연 중 저녀석을 단정짓고 있었다. 항상 올바른 일만하고 부정을 저지르지 않는다. 진마한은 정의의 사도라는 이미지가 뇌리에 박혀있었다. 고정관념이라는 녀석이다. 하지만 녀석은 그 무엇도 아니였다.
아니 오히려 선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든지 한다.
내가 아주 잘 아는 유형...
"동족 혐오인가 흐흐흐흐"
녀석이 이곳까지 날 불러들인 이유, 메리트 없는 단순한 변덕일지 모른다. 아니 오히려 사형수에게 사형선고를 내렸고 그 표정, 감정을 즐기는 심보였을지도 모른다.
녀석이 왜 내게 그런 말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녀석이 철저히 나의 존재를 이용하려 한다는 사실이다.
애초에 녀석은 내가 네크로맨서지 마법사인지 관심없었다.
코너의 몰린 입장인 교회는 강력한 원군이 필요한 시점이었고 이미 심한 타격을 받아 신성자원 공급도 원활하게 안되는 상황이다. 그때 마침 수상한 인물이 갑자기 나타났다. 가문도 마법가계도 없고 단지 남쪽의 영주가 증명해준 신원 증명서 쪼가리만이 날 증명해주고 있다. 네크로맨서가 나타난 시점에 갑자기 등장한 의문의 인물, 정말 이용해 먹기 좋은 재료다.
아마 진마한의 계획은 이러할 것이다.
날 네크로맨서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증거를 만들 것이다. 성산시에는 이미 두명의 네크로맨서가 나타났고 중세시대에서부터 잘 써먹은 마녀사냥의 화술과 거짓 증거들로 마법협회에 위기감을 고조킨다. 끝내 마법협회가 협상테이블에 앉힌는데 성공한다면 끝이다. 마법협회의 척살 승인만 떨어지면 지적 허기에 가득찬 마법사들은 흑마법사 머리털이라도 뽑으려고 지원군으로 바리바리 참전할 가능성은 100%농후하다. 그런 흑마법 지식을 원하는 무리들을 이용한다면 교회는 별 힘들이지 않고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다. 잘만하면 마법협회에 타격을 분산 시킬 수 있고 최대한 이용해 먹을 수도 있겠지, 즉 진마한이 얘길 꺼낸 시점에서 이미 늪은 차올랐다. 밑밥 작업은 상당히 진행되고 있거나 이미 끝난 상황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자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날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이기 위한 도발에 일종일지도 모른다.
"이 아벤트님을 마법협회를 끌어드릴 밑밥으로 삼는다고!!! 흐흐흐 고마워 그런 얘기까지 친절하게 해줘서 아까도 얘기했지만 그 자만이 분명 이 세상에서 하직하게 만든 원인이 될거다. 흐흐흐"
아벤트는 옷을 단정히 정리했다. 분노 따윈 이미 사그러들었다. 그 붉은 눈동자와 올라간 입고리에는 흥분만이 넘쳐흐른다.
"한 수 물려줬으니 이제 진짜 본 게임을 시작해볼까.."
아벤트의 한걸음은 어느 때보다도 거침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