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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에서(4)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서예린은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특히 내 옆을 걷고 있는 송민정이라는 애, 자꾸 이쪽을 힐끔 쳐다보고 할말이 있는 표정이고 앞렬의 일행은 정수민을 사이로 서로 냉전 중 이었다. 애초에 내가 왜 이런 혼란에 말려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우울에게 저질러버린 실수를 만해하기 위해서도 이 위기를 잘 넘겨야 된다.
"이런 분위기 싫단말이야. 서로 풀어 응?"
정수빈은 성현아와 기여움에게 팔짱을 끼며 서로를 달래본다.
"기여움과 성현아 꽤나 친한 사이로 보이지 않아요?"
그때 옆에 있던 송민정이 뜬금없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보기엔 서로 엄청난 살기를 내보내고 있는데, 잘못 본건 가요?"
서예린은 어색한 말투로 답했다.
"내겐 그 만큼 친한 것처럼 보여, 애초에 마음에 들지 않는 애라면 성현아는 여기 있지도 않았고 저렇게 화를 내지도 않겠지. 그런 의미에서 화를 내는 건 그만큼 여움이를 높이 사고 있다고 생각해요."
"음... 그런 걸까요? 초면의 입장에선 잘 모르겠네요."
"죄송해요 괜한 소리를 했죠."
"아니에요. 좀 더 저둘의 관계를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음... 주관적인 입장에서 저둘의 성격은 불과 기름이라고 생각해요. 서로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지만 한편으론 더 잘 타게 만들어요. 그런 의미에서 수빈의 위치는 없어서는 안되는 역활 이 둘의 완충역활을 해주는 '물'이죠. 사실 내가 해야하는 역활이지만 친화력 좋은 애니까. 어느새 내가 못했던 역활을 해내고 있어요. 그 모습이 참 부럽기도 하고 따뜻해보이기도 해요."
송민정은 멀리서 조금 흐뭇하게 미소짓는다.
그런 모습을 본 서예린은 마치 송민정은 저들의 카테고리에 벗어나 있는 느낌이 들었다. 말하자면 서로 가까이 있는 것처럼, 서로 이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송민정과 친구들 사이엔 넘지 못할 높은 벽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왠지 모르지만 그 기분을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마법사이며 저들이 인간이고 짊어져야할 숙명이 있고 그 과정에서 숨겨야할 많은 진실들이 있다.
난 알고 있다. 이렇게 같이 있지만 이어지지 않는 고독함, 그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혼자 떨어져 있는 것보다 서로 통하지 않지 연결되어 있는 편이 낫다.
"송민정씨도 저쪽에 가보는게 어때요? 수빈씨 혼자로는 벅차 보이는데?"
"제가 가도 도움이 안될 거에요. 이런 성격이니까..."
"성격이 어때서요? 참 좋아보이는데, 주관적으론 친구들이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해요. 싸우기도 하겠지만 서로가 보지 못한 것도 재미난 추억도 많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뭔가 되게 어른스럽게 느껴지네요. 마치 언니 같이..."
서예린은 쓴 웃음을 지었다.
"언니라니 주제 넘게 이상한 말해서 미안해요. 문득 나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이상한 말했네요. 그냥 잊어주세요."
"아니에요. 좋은 말 감사해요."
그리고 찾아온 어색한 침묵, 앞렬은 투덜투덜거리며 어느정도 화해 분위기에 가까워 진 모양이다.
"서예린씨..."
그때 갑자기 그 자리에 멈추며 내 이름을 부르는 송민정, 문듯 긴장해서 대답했다.
"네!..."
그 진지한 음성에 굳어서 멈춰버렸다.
"한참을 망설였어요. 이상한 걸 물어는 것 같아서... 그래도 확인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서..."
"으... 그게 뭐죠?"
시간이 느리게 흘러간다. 도대체 뭘 묻고 싶어한단 말인가. 한우울에 관련된 얘긴가. 어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마법사라는 신분을 감추고 설명하기 위해선 필히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다. 자고로 거짓말을 하면 얼굴에 표가 나는 입장에선 정말 고통스러운 일건 틀림없다.
그렇게 서로 긴장하며 몇분이 흘렀다. 그리고 송민정은 입을 열었다.
"우...."
"우...?"
송민정은 결심한듯 안에서 끌어오르던 답답함을 한번에 방출시키 듯 뱉었다.
"푸딩!"
"푸딩?"
"푸딩!"
"푸딩?"
마치 송민정은 방전되듯 웅얼거린다.
"푸딩 좋아하세요..."
"먹...먹는 푸딩 말하는 거에요?"
"네..."
기운 빠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송민정... 그 표정을 보니 필히 하고 싶은 말은 그게 아닌 건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송민정의 방전되는 모습을 뭐라할까? 여자가 보기에도 상당히 귀여웠다. 한편으로 엄청난 고민을 안고 있을 송민정이 안스러워 보였고 한우울과는 정말 그런 관계가 아니고 스승과 제자 비스무리한 관계라고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마법사의 키워드는 일반인에겐 금지 단어다. 말한 듯 믿어줄지도 의문이고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송민정을 끌어 앉아 다독여 주고 싶을 정도로 애처러웠지만 내가 돌려줄 수 있는 말은 이 말 뿐이었다.
그렇게 송민정의 두손을 꼭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
"사실 푸딩은 좋아하는 취향이 아닙니다."
"네?"
송민정은 당황했는지 얼굴이 붉어진다.
"세상엔 말할 수 없는 사실도 많아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믿어야 합니다. 당신이 좋아하는 푸딩을..."
"네...? 네..."
송민정은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여기까지다.
'미안해요. 송민정씨... 당신의 남친을 믿으셔야 해요. 화이팅'
.
.
.
.
"아... 마한이한테 수영복 골라주라고 할려고 했는데, 이게 뭐야..."
기여움은 울상으로 수영복을 만지작거린다. 옆에 있던 정수빈이 말했다.
"남자들이 취향이라면 다 똑갔다고 생각해. 무조건 노출이지!"
정수빈은 푸른색 계통의 비키니를 골라 몸에 대어봤다. 상당한 큰 버스트 사이즈의 수영복, 기여움은 자신도 질 수 없다고 비키니를 골랐지만 거의 가슴이 없다 시피한 기여움은 상당히 안쪽이 많이 남는다. 기여움은 부들부들하며 자신의 가슴과 정수빈의 가슴을 비교하듯 시선이 교차한다. 그리고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차이에 입을 불퉁내며 비키니를 포기한다.
"왜 어디 안좋아? 겨움아?"
"아니 내 한계를 절감했다고 할까... 하지만..."
기여움은 생각했다. 정수빈은 글래머의 나라 이탈리아 물을 먹고 자란 소녀다. 비교할 대상이 틀린 것이다. 일반 한국사람의 평균 가슴 사이즈 A컵, 무려 그 이하의 사이즈 규격은 존재한다. 난 극히 평범한 여고생일 뿐! 자신의 위안과 안식을 찾기 위해 다른 애들의 가슴을 훔쳐본다.
성현아는 패스...
안봐도 녀석은 보스 몬스터다. 일단 가장 만만한 대상이라면 송민정이다. 탈의실 앞에서 성현아와 실랑이를 버리고 있는 녀석을 발견했다. 막 수영복을 갈아 입은 상태, 성현아가 강제로 문을 열고 마치 부모가 아이의 발육상태를 확인하려듯 보인다. 아이는 부끄러운듯 가슴을 가리고 있지만 성현아에겐 어림없다. 그리고 송민정의 가슴이 LOCK ON 되자 전투력 측정기를 ON 시켰다.
수치가 급격하게 상승!
"저....저녀석...!"
저 압도적인 전투력(가슴 사이즈)는 뭐란 말인가!!
"제발 현아야 문 닫아줘...!"
"오... 송민정 너 꽤 하는데 후훗"
송민정은 울쌍으로...있는 힘껏 문 손잡이를 잡으려 하지만 성현아는 농락하는 듯 문을 잡고 있었다. 마치 변태 아저씨와 같은 눈빛으로 송민정의 바디를 감상한다. 그리고 손을 까닥까닥 움직이며 송민정에게 다가갔다.
"잠깐 뭘하려고"
"친구가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확인하는지, 수영복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 건 절친의 몫이야. 안 그래?"
"굳이 그럴 필요... 안돼 싫어!!"
"흐흐흐흐 가만이 있으면 빨리 끝내 줄테니까."
성현아의 사악한 웃음과 함께 구석구석 손길이 닿는다. 그리고 몇 분후 송민정은 영혼이 나간듯 탈의실에 쓰러졌다. 그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정수빈은 눈을 반짝이며 마음에 드는 수영복 몇벌을 골랐다.
"나도 갈아 입어 볼까나?"
정수빈은 흥얼거리며 탈의실로 들어갔다. 그녀의 옆에 있던 기여움은 전투력 측정기가 폭발해 버려 망연자실 하며 마지막 희망인 서예린을 타겟팅 했다. 성현아는 만족한 표정이었지만 아쉬운 표정이다. 그리고 살그머니 가게를 빠져나가려는 서예린을 발견하고 입고리가 올라간다.
"다음은... 서예린인가 흐흐흐흐"
서예린은 흠짓했다. 하지만 늦었다. 여왕벌에게 찍힌 사냥감은 도망칠 수 없다. 어느새 서예린은 붙잡혀 탈의실로 끌려간다. 그녀의 표정은 이때까지 제일 순수하게 보이면서도 재미을 알아버린 영악한 어린아이의 표정과도 같다.
"성현아씨... 저 수영복 집에 수십벌 있습니다. 안사도 돼요. 그러니까..."
탈의실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바둥되는 서예린
"너도 우리 멤버에 들어온 몸이다. 통과의례라고 생각하면 이정도는 싼 편이라고... 생각되는데...아 이게 잘 어울리겠어."
푸른색 개통의 원피스 달린 수영복을 잡은 성현아는 엄청난 괴력과 함께 서예린을 들고 탈의실에 입실, 한동안 엄청난 소리가 들렸지만 결국...
"흑...흑... 내 순결을"
어느새 수영복으로 강제로? 갈아입게 된 서예린은 무릎에 얼굴을 숙이고 흐느꼈다.
"정말 이건 부당해!!! 통계학이 잘못 된거 아니야? 평균 A 컵이라며!!! 으앙!!"
기여움은 울상이 되며 뛰쳐 나가버렸다.
이곳에 A컵의 자신이 있을 자리는 없었다.
"왜 그러는 거야? 미쳤나?"
그렇게 성현아는 뛰쳐나가는 기여움을 보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