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약무패의 좀비(1)
댓글과 선작은 작가에게 많은 힘이됩니다.^^
파슁
마치 세포벽을 뚫고 가는 느낌으로 한순간 그들은 아래로 내려왔다.
"으아아아..."
여성 프리스트는 기분 나쁜 목소리를 내며 몸에 묻은 수상한 점액을 털어낸다.
"이상한 목소리 낼 시간 없다. 적이 어디서 공격할지 모르다는 걸 잊었단 말이야? 당장 신성장비를 착용히고 전투태세를 유지한다!"
클라나데의 엄격한 목소리가 울려퍼지고 살발한 분위기 형성된다.
성기사들은 교대로 장비를 착용하고 주위를 경계한다.
진한 흑마력의 냄새와 어둠만이 가득한 지하 4층 주차장, 뭔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도 상당히 고요하다. 그 고요함도 잠시 진마한은 기척을 느끼고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뭔가가 온다."
어둠 속을 뚫고 나타난 붉은 불빛, 그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그들의 주위를 채운다. 그리고 느리게 그들을 향해 다가온다.
"좀비?"
한 여프리스트는 느리게 걸어오고 있는 시체를 확인하고 말했다. 클라나데도 의외의 적의 병력에 겨누던 십자가를 내려놓았다.
"흑 마법사... 무슨 생각이지... 좀비 따위로 우릴 상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나?"
클라나데의 생각은 여기 있는 모두가 생각하는 것과 같았다. 우릴 얕보고 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최약체 단일 병력 구성
"마력추정치로는 20m 이내 신의 잔을 확인했습니다. 이동하면 될 것 같습니다."
클라나데 옆에 있던 여 사제는 클라나데에게 보고한다. 클라나데는 잠시 생각하다.
주위를 둘러보던 요한에게 다가가 말했다.
"단장님 적들의 생각을 읽을 수 없습니다. 이건 함정인걸까요?"
"흠...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우린 더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는 말이야."
"예. 물론입니다. 더이상 망설릴 시간은 없습니다. 진군하겠습니다."
클라나데는 뒤에 있는 100여명에게 명령한다.
"방어진형으로 최대한 신중하게 돌파한다."
그때 한 성기사는 김빠지듯 검을 내리며 말했다.
"구울도 아니고 좀비 따위에게 방어진형으로 뚫을 필요는 없습니다. 사제여 우리에겐 시간이 없다. 돌격명령을..."
그는 검을 지면에 박으며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를 클라나데가 담담히 말했다.
"적의 의도가 판명되지 않은 지금, 섣불리 돌격할 수 없다. 최대한 방어태세를 잡고 진격한다."
그때 옆에 있던 한 기사가 나왔다.
"적은 시간을 벌기위해 좀비를 내보냈다. 전방에 내보냈던 병력이 돌아오기 전에 속도전을 해야합니다. 신의 잔이 발동하면 수만명의 사람이 죽는다. 만약 저 좀비무리가 함정이라도 우린 감수해야 합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을 위해..."
"그건... 안된다. 우리 정예병력이 상당한 피해를 입는다면 성산시의 교회를 더이상 수성할 수 없게 된다."
그렇게 논쟁이 되고 있을 때 진마한은 검을 빼들며 단호하게 결정했다.
"지금 차후 생각할 시간이 없다. 신의 잔이 발동되면 도시 전체가 소멸한다. 고로 교회 방어의 의미도 없지. 피해를 감수하며 돌격진형으로 단시간 돌파한다."
요한은 그렇게 말하고 앞을 향해 뛰쳐나갔다.
"전원 발도! 신의 이름으로 승리의 성전을!!"
성기사들은 요한을 따라 검을 뽑아 좀비무리 속으로 돌격한다.
"단장님!!"
클라나데는 소리쳤지만 그 목소리는 전장의 함성속에 묻혀 사라져 갈 뿐.
"오우... 늦었나."
그때 클라나데 옆으로 떨어진 언데드 메이지, 그는 한숨을 쉬며 말한다.
"당신은 왜 따라온거지?"
"뭐 나야. 군단을 배신한 순간 부터 여기서 뼈를 묻을 각오를 한 놈이거든. 그나저나 안좋은데... 내 한가지 충고를 해주는 걸 잊어먹고 있었거든."
클라나데는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뭡니까?"
"신전을 지키는 거대한 문지기. 그건 상당한 폭군이지만 너희들 입장에서 보기엔 단지 어디에 굴러다니는 조무래기 볼 공산히 크지."
"알아듣게 설명해줄래? 언데드"
"좀비 말이야. 좀비. 최약무패의 좀비라는 말 안들어봤냐?"
언데드 메이지는 100명의 전사의 자취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
.
.
.
휭
성기사의 대검이 휘두르는 순간 좀비 3~4마리는 단번에 반으로 갈라졌다. 정예 십자병의 성탄사격의 지원을 받는 성기사는 과연 무적이라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단 몇초만에 200여마리의 좀비는 해체 되어버렸다.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계속 전진한다."
요한은 검은 이형의 세포벽으로 이루어져있는 공간을 발견하고 그렇게 말했다. 그때 그 앞을 가로막는 한 남성이 모습을 들어내었다.
"분명 신성력으론 이길 돌파 할 수 없었을 텐데, 어떻게들 들어왔지 교회친구들?"
신장 3m의 거대한 남자가 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붉은 안광과 이미 부패가 진행되고 있는 푸르딩딩하고 딱딱해 보이는 피부가 가장 눈에 띈다. 그리고 그가 막고 있는 좁은 육벽의 구멍, 그곳에 신의 잔이 있다는 건, 확실해 보인다.
"그건 당신이 알바가 아닙니다. 길을 가로 막는 당신, 적으로 인식해도 되겠습니까?"
"흠... 물론 알려주리라 생각하지 않았어. 난 당신들을 막기 위해서 왔거든."
요한은 검을 겨누며 공격태세를 취했다. 그에 반해 남자는 여유로웠다.
"어이... 시간은 많다. 싸우는 건 천천히 해도 늦지 않을 텐데. 뭔저 소개하지. 나의 이름은.... 음.... 없다. 날 좀비왕이라 부르거든."
"미안하지만 통성명 할 시간이 없다. 빨리 끝내도록 하지."
순간 허공에 생성된 황금빛 공간에서 진마한은 담담히 검을 꺼낸다. 그 검은 마치 레이시피어처럼 찌르기에 특화된 검, 길이는 1.5m 남짓 특이한 건 별의 위치를 그대로 그려놓은 듯한 검자루와 거대한 신비의 풍압이었다.
[칠성검 칼라리나디아(Caranynadia) 7개의 빛으로 적을 섬멸하라]
그 영창과 동시에 요한은 푸른 빛의 검이 좀비왕을 겨누자, 어둠 속에서 7개의 별자리가 바로 남자의 몸에 새겨졌다. 그 모양은 마치 북두칠성을 연상시키는 모양, 그리고 그점을 잇는 섬광의 잔상
좀비왕은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크헉!"
별자리는 빠르게 완성되고 이미 진마한은 검을 털며 좀비왕의 뒤를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파직!!
좀비왕의 몸에 새겨진 별자리의 공명이 커지며 순간 폭발한다. 마치 소형 블랙홀이라도 생성되는 듯 말이다.
"저게 바로 차기성인(成人)의 힘 [역행하는 신의 인과율]란 말인가."
클라나데의 부관인 아르베드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교황청 직할부대 제 105 법전 흑의 척결대 단장 [요한 카르테(진마한)]의 힘
확율적으로 인과율을 무시할 수 있다.
신의 힘이라고 불리는 이 힘은 모든 인과율의 결과를 뒤바꿀 수 있다.
그 예로 그의 손에 있을 수 없는 저 마검을 들수 있다.
이미 17세기 종적을 감춘 마검, 그 마검의 능력과 구조, 형태를 알 수 있다면
요한 카르테는 그 마검을 일시적 호출할 수 있다. 마검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물건, 성구, 아티펙트에 이르기까지 그 형태와 능력만 알 수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일시적이란 말과 같이 단시간 나타나 소멸한다. 원래 있어서는 안되는 장소에 존재하는 기물에 대해서 세계는 오류를 수정해버린다. 엄청 대단한 능력이지만 그만큼 전력으로 포함하기에는 힘의 편차가 크다. [역행하는 신의 인과율]의 능력은
인과의 바다 속에서,
역사속에서
저마다 다른 장소 속에서
그 힘을 호출해 오는 것, 그 시대의 물건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할 뿐더러
엄청난 운이 따라줘야한다. 고로 이 능력은 전적으로 '뽑기 운'에 의존한다. 필요한 때 필요한 물건이 그의 손에 있지 않을 확율이 더 크다는 말.
하지만 그는 이 불안전한 힘을 사용하면서 상황에 맞지 않는 물건을 소환하지 않은 적은 없다.
"이상한 남자다."
부관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제 눈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진실.
이번 전투에서도 단장은 선봉에서 적을 격퇴시켰다.
아마 신의 잔 임무 또한 다른 임무와 다르지 않으리라. 그녀는 다시 전장으로 눈을 돌린다.
이미 적은 7개의 구멍이 뻥뚫려 거대한 몸이 지면으로 둔탁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제 105 법전 흑의 척결대는 단 한명도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고 적의 중심부까지 도달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 아프지 않은가?"
쓰러진 거체 하지만 좀비왕은 태연히 말하고 있었다.
"역시 좀비는 다른가 보군."
요한은 재차 검을 겨누며 말했다.
좀비왕은 일어서며 그런 요한을 바라봤다. 좀비왕의 내장은 7개의 구멍을 통해 흘러나오고 썩은 핏물은 지면을 적신다. 하지만 이 생명체는 태연히 살아있다.
"좀비는 말이야. 원래 쉽게 죽지 않는 창조물이라고 잘 알아둬."
좀비왕은 주먹을 진마한을 향해 날렸다. 그 거리는 3m 정도 떨어져 있다. 닿을 수 없는 거리 하지만 그 팔이 순간 늘어나며 날아간다.
"음...!"
요한은 옆을 살짝 틀자 주먹은 허공에 날아가 지면에 박혔다. 그런 팔을 빠르게 잘라내기 위해 검을 휘둘렀지만 그 늘어난 팔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가시에 의해 검을 거둘 수 밖에 없었다.
좀비왕은 다시 팔을 회수했다. 그리고 그 손에 들려 있던 건, 바로 반으로 잘려버린 좀비의 시체, 좀비왕은 그 시체를 우걱우걱 씹어먹었다.
꿀꺽
좀비를 섭취하자 빠르게 몸에 살이 차오르며 좀비왕은 어느새 완전 회복이 되었다.
"좀 얘기가 길어질 것 같은데, 통성명은 하는게 좋아. 덧없는 생명, 불합리한 세계에서 죽어간 자의 이름 기억한다. 우리가 창조한 유토피아에선 그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게 말이야."
좀비왕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왼팔에 새겨진 수많은 작은 문자에 날카로운 손톱으로 이름을 더했다.
'한명기'
"너희가 진정 뭘 원하는지 모르지만, 신은 이미 너희들을 징벌하기 위해 결정한 듯하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마라."
"자연의 순리란 본디 신이 만든 억지력, 그 힘을 뛰어넘어 우린 도달할 것이다. 우리의 유토피아 그 이상(理想)에 신의 영역에서!"
좀비왕은 그 말과 함께 주먹을 날렸다.